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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앤드루 윈스턴 에코스트래티지스 창립자: ESG 지속가능 경영 전략

‘넷 포지티브’ 핵심은 오너십과 파트너십
목표 세웠다면 지체 없이 행동하라

김윤진 | 360호 (2023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디테일한 기준에 사로잡히다 보면 청정한 공기를 되돌리자는 지속가능성의 큰 뜻을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인류의 존재론적 문제와 직결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업인 동시에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전기차 발전 등을 이끄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기업들은 인간과 지구를 생각하는 넷 포지티브(Net Positive)를 실행에 옮겨야 하며, 이를 위해 1) 목표를 세우고 2)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3)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


앤드루 윈스턴 에코스트래티지스 창립자,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저자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세계적 사상가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활동을 적극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자문과 기고, 연설 활동을 하고 있다. 폴 폴먼 전 유니레버 CEO와 공동 집필한 베스트셀러 『넷 포지티브』는 2021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경영 도서' 중 하나로 꼽힌다. 3M, HP, 메리어트, 펩시코, PwC, 유니레버 등이 그의 철학을 자사 전략으로 도입하고 있다. 프린스턴대(경제학 학사), 컬럼비아대(경영학 석사, MBA)를 거쳐 예일대에서 환경 관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속가능 기업 ‘에코스트래티지스’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후 행동의 시대를 이끄는 방법(Leading a New Era of Climate Action)’ 등을 기고했으며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빅 피벗(The Big Pivot)』 『그린 투 골드(Green to Gold)』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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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가려진 지속가능성의 큰 뜻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왜 어려울까?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여러 디테일한 기준에 사로잡히다 보면 대의를 잊기 쉽다. 그럴 때 큰 그림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로스앤젤레스, 밀라노 등 전 세계 도시 공기가 청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시절이 낯설 만큼 현재 도시 인구의 99%는 숨 쉴 때마다 더러운 공기를 마시고 있다. 그나마 맑았던 날을 떠올리면 2019년 초 팬데믹 때문에 세계 경제가 멈췄을 때다. 경제를 다시 멈추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많은 이가 이런 청정한 하늘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잊어버리곤 한다. ‘전기차를 탄다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쓴다면?’ 이런 생각을 하느라 전 세계 도시가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잊곤 한다.

몇 년간 세계는 빠르게 변했고, 기업의 기대도 변했다.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오랜 시간 일해 왔지만 지난 50년과 비교했을 때 팬데믹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 팬데믹 이전에도 소위 이해 당사자 자본주의, 즉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가 많았고 CEO들은 회사가 이해 당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팬데믹을 계기로 검증의 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이 시험대에서 단기 이익을 차치해 두고 고객을 위해 일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타났다. 가령 산소호흡기를 제조하는 의료기기 업체 메드트로닉(Medtronic)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사람들도 산소호흡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회사의 설계 사양을 모두 공개하고 다른 업체들이 회사의 지식재산 일부 혹은 전부를 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지속가능성의 디테일에 얽매이는 대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행동한 것이다. 자신들이 누구이고, 누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지 거시적으로 생각한 결과다.

이처럼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점점 기후변화, 민주주의, LGBTQ(성 소수자) 등의 이슈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 가치는 전시된다. 임원과 관리자들은 일상의 선택을 통해 일관성 있는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86%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투자자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서한을 보냈다.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고 이해 관계자에게 이득을 주는 것은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진작하는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이 있다. ‘지속가능성이 돈이 될까?’ ‘지속가능성이 비용을 높일까?’ 같은 질문이다. 이는 20년 동안 매일 스스로에게 던져 온 물음이기도 하다. 내가 내린 답은 지속가능성이 비용을 늘리지 않으며, 돈이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명료하게 말해도 된다. 우리는 가속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선형적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며 문제와 함께 기회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를 산다. 지속가능성의 문제 역시 이런 기회를 동반한다.

기후변화 대응이 촉발한 메가트렌드

기후 문제가 중요해진 까닭은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 세대는 인구가 20억 명이었던 시대를 기억하고, 우리 세대는 50억 명이던 시대를 지나 80억 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물건과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졌으니 기후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 인구가 직면하고 있는 존재론적 문제 2가지 중 하나가 바로 전체 부의 37%를 인구의 상위 1%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부의 불평등, 그리고 기후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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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으로 생각해보자. 보험회사 스위스리의 계산에 따르면 기업들이 기후 관리를 위해 수천억 달러의 돈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전 세계 GDP의 18%가량이 증발해버릴지 모른다. 대공황을 경험해 본 이들은 GDP의 1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해도 살 만하다 생각할지 모른다. 문제는 이 수치가 ‘평균’이라는 점이다. 캐나다 등 일부 지역의 GDP는 늘어나는 반면 다른 곳의 손실분은 GDP의 수백 퍼센트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빈곤한 나라가 입을 타격이 클 수도 있고, 일부 지역은 너무 더워서 못 살게 되거나 물에 잠길 수도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이미 기후 위기로 인해 손실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몇 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경제가 무너진다고 염려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무대응의 비용이 대응 비용보다 훨씬 커졌다. 반대로 대응 비용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석탄 발전소를 운영하지만 다른 세계 많은 곳에서는 이러한 탄소 배출원을 폐쇄하고 있다. 또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몇 년간 물가가 오르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 가격도 올랐지만 다른 에너지에 비해선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투자는 비즈니스적으로도 좋은 결정이며, 기업들이 이런 새 에너지원에 투자하고 구매를 늘리는 까닭도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유틸리티사가 아님에도 재생 가능 에너지를 구입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이 7% 정도지만 이웃 국가들은 더 높다. 중국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국 역시 그 비중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태양력과 풍력에 상당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이처럼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전쟁 등으로 인한 에너지 조달 압력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가령 유럽의 화학 회사인 노보자임의 CEO는 천연가스 가격 변동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는데 이렇게 시장 교란에 따른 충격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던 것도 노보자임이 이미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내놓은 새로운 전망에 따르면 몇 년 후 태양열이 석탄을 이길 것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중이 전년도 전망보다 30%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전기차 발전 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저장 비용의 하락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어도 큰 흐름을 놓고 보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코발트, 리튬 등 전기차 핵심 소재들의 수요 증가는 광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 눈앞에 엄청난 기회, 수 조 달러를 호가하는 시장을 만들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탈탄소화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차의 발전은 영구적 변화로 이어질 글로벌 메가트렌드다.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투명성의 힘

경제 침체기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 노력이 위축될 것이라 전망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기업들에 의무화하고 있으며 전 가치사슬에 걸쳐 이 같은 수치를 측정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EU의 공개 요구 사항이나 기준 역시 까다로워지고 있다. 투명성이 굉장히 큰 힘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다.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는 클라이밋 트레이스(Climate Trace)란 기업이 전 세계 7000개가 넘는 탄소 배출원을 인공위성으로 추적해 매핑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어디에서 탄소가 나오는지 배출 장소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개별 기업과의 대화와 압력이 더 본격화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더욱이 이제 밀레니얼세대는 그다지 젊지 않다. 그리고 이 밀레니얼세대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기업이 전기차에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이런 밀레니얼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수 조 규모의 자금을 청정에너지, 주거 안정화 등 사회 발전을 위해 투입한다는 발표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자산 보유자의 3분의 2가량이 ESG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더 관심이 높다. 부잣집의 젊은이들이 점점 더 ESG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계속해서 중대성 평가를 수행해 보고하고,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B2B, 기업 간 압력도 커졌다. 독일 기업인 포르셰는 일종의 계약을 통해 공급 업체들에 탄소 관련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약속 위반으로 패널티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또한 영국 기업인 테스코도 산탄데르은행과 손잡고 자사 공급 업체 중 ESG 지표를 달성해 성과를 낸 곳에는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처럼 단순히 지속가능 대응을 선언만 하는 게 아니라 징벌 혹은 보상을 통해 협력사를 압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원을 둘러싼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2019년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세계 구리 회의에서는 구리 채굴의 어려움이 화두가 된 바 있다. 이렇게 자원 공급난으로 인한 압박이 현실화되면서 순환경제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버려진 자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에서 다시 금속을 채굴하고 재활용하는 순환이 필요해진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기후변화 대응의 속도를 높여야 하고, 일관된 솔루션을 적용해야 한다.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사회도 함께해야 한다.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실행 전략

유니레버의 전 CEO인 폴 폴먼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해야지 문제를 만들면서 이윤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를 하기에 앞서 세상이 나아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생각하는 넷 포지티브란 정확히 무엇일까? 가령 한 광업 회사의 안전성 데이터를 보고 단순히 사고율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는 것은 넷 포지티브가 아니다. 사고를 없애 0의 값을 달성하는 것을 넘어 제로 이상의 값을 만들어내려면 직원의 웰빙을 개선해야 한다. 이처럼 넷 포지티브는 사고를 완전히 뒤집는 데서 출발한다. SK하이닉스는 ‘더블 보텀 라인(DBL)’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경제적 수익과 함께 이해관계자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넷 포지티브의 핵심은 오너십, 즉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가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데 있다. 이는 이해 당사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큰 이익이 된다.

오너십은 물론이고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기업이 제품 생산 단계에서 직접 배출하는 탄소를 뜻하는 스코프1, 전기와 동력 생산 과정에서 간접 배출하는 탄소를 뜻하는 스코프2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코프3은 공급망 내 다른 협력사와 고객이 배출하는 탄소까지 포함한다. 더욱이 스코프4는 업계가 배출하는 탄소를 포괄하기 때문에 동종 기업과의 협력을 요구한다. 스코프5는 기업이 정책적 방향에 부합하면서 저탄소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표면적으로는 장대한 탄소 배출 목표를 세워놓고는 물밑에서는 정책을 죽이기 위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투명성이 힘을 가지는 사회에선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스코프6은 전체 사회를 생각한다. 예컨대 식품을 만드는 기업이 더 넓은 커뮤니티의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 지역 토종 농산물의 생산을 지원하거나 ‘헝거 챌린지(hunger challenge)’ 등에 참여하면서 기근 문제에 기여하는 등의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거대 담론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단일 기업이 세계 기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토론을 하고, 협업을 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임명하면서 생각을 모아야 한다. 리더는 공감과 겸손 의식을 바탕으로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주도적으로 거시적 움직임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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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목표 세우기

넷 포지티브의 핵심은 목표, 기업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한다. 기업은 반드시 목적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가구 제조사 이케아는 더 나은 삶을 일상에서 구현하고 싶다고 했고, 에너지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제약사 바이엘은 ‘기아 없는 세상’을,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트위터 인수가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불러온 것은 테슬라가 밝힌 목표와 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업의 목표 설정은 중요하다. 특히 이제는 UN이 지속가능 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내놓은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 이 SDGs의 포괄적인 목록은 빈곤 퇴치, 기아 종식, 성평등 등 17개 목표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 기업 역시 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제로 폐기물, 탄소 제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목표는 상업적 가치만이 아니라 큰 문제의 해결을 지향한다.

넷 포지티브 목표를 설정한 기업은 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 네거티브를 실행해 간접 배출량을 모두 상쇄하겠다고 밝혔고, 구글도 203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로만 100% 회사를 구동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은 세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많이 구입하는 기업 중 하나이며 전력망 자체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는 중이다. 월마트 역시 재생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 세부적으로는 탄소를 포집, 분리하고 기술을 활용해 농가에서 탄소 자원의 낭비를 막는 재생 농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는 듯 보인다.

이처럼 큰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종착점을 알지만 어떻게 갈지는 모른다고 선포하는 것과 같다. 물론 달성 방법을 모르면서 목표를 설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야심 찬 목표를 세우길 좋아하는 이유는 작은 목표를 세울 때보다 더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월마트는 재생 농업을 위해 5000만 에이커(Acre)에 달하는 땅을 복구하겠다 선포했다. 과거에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목적이 정성적인 것이었지만 이제는 정량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고, 기업들도 이에 맞춰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또 하나의 혁신적인 사고 변화 중 하나는 자본 투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가 비용을 높이지 않느냐는 질문은 가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다. 물론 파생 가치를 계산하는 것은 소득을 계산하는 것보다 어렵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물류 회사인 UPS(United Parcel Service)는 전기차 밴을 사겠다고 말하면서 오늘날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는 이때 고개를 저었다. 훨씬 더 진작에 내렸어야 하는 결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영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내연기관차는 2000개 부품을 사용하지만 전기차는 20개 부품을 사용하는 데다 이들 부품의 고장 가능성도 더 낮다. 더욱이 전기차는 데이터를 많이 추출하는 데도 더 유리하다. 따라서 UPS가 전기차의 초기 투자 비용이 내연기관차와 같아질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은 그간 거둘 수 있었던 더 많은 가치를 잃었다는 얘기다. UPS가 지속가능성을 비용으로 취급해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사실상 모든 것은 비용에 해당한다. 가치가 있기에 비용을 기꺼이 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성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해야 하고 목적을 설정했으면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한다.

2단계: 파트너십 구축하기

행동하기로 했다면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가 애플이다. 애플은 공급망과 제품을 탈탄소화하겠다 밝힌 뒤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소재 자체의 알루미늄 같은 간접적 탄소 배출원까지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제조사들과 협력해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특히 호주 알루미늄 제조 업체인 리오틴토(Rio Tinto)와 손잡고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알루미늄 용액을 공정에 도입했다. 애플이 알루미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로 탄소 알루미늄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애플이 먼저 구매를 개시했고, 아우디가 뒤따랐다. 이처럼 애플은 알루미늄 활용처를 전환하는 흐름의 선두 주자가 됐고 공급 업체 및 동종 업계 내 다른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가져왔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공통된 니즈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표준을 정립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컨대 전기차를 구매하려 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전기차 표준이 다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전용 충전 인프라를 만들었다. 이렇듯 무언가 표준화되지 않으면 다양한 복잡성이 생겨난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전기차 충전 방식 표준을 미국 연방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지속가능 경영의 공통된 장애물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사실 공정 거래를 담보하고 임금을 올리는 데 비용이 든다고 해서 그게 지속가능성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타개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약 15년 전에는 자판기나 마트 냉동기와 관련된 파트너십이 맺어진 바 있다. 서로 다른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이 냉각수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15년간 해온 것이다. 소비자들은 펩시 대신 코카콜라를 고를 때 냉각수가 친환경적인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냉각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일 제품, 마트가 아니라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파트너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품과 뷰티 제품에 많이 쓰이는 팜유를 줄이는 데도 파트너사 공동의 노력이 들어갔다. 팜유는 안타깝게도 많은 삼림 벌채를 유발한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생산을 위해 나무를 벤 결과 세계 4대 삼림 벌채 국가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P&G 같은 소비재 기업이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만들고자 했지만 15년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약 4, 5년 전부터 처음으로 삼림 벌채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기업만 참여한 게 아니라 관할 지역, 현지 업체들이 이 움직임에 가세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치인, 비정부 기관, 농가,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기구, 대기업 및 중소기업도 동참했다. 그린피스는 다양한 종을 가져와 수확률을 높이는 지식을 이전했고, 노르웨이의 기관 펀드 등은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농가에서 나무를 기르는 사람들도 자본이 없으면 친환경 방법을 채택할 유인이 없기에 많은 자본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 같은 파트너십을 주도한 기업은 영국의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다. 유니레버는 세계에서 팜유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기업이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니레버의 팜유 구매량이 기껏해야 전체 구매량의 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25% 정도가 된다면 단일 기업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겠지만 턱없이 못 미쳤기 때문에 파트너십은 반드시 필요했다.

3단계: 사업성 확보하기

한편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을 사업으로 전환해 수익성까지 거둔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누 브랜드 ‘라이프보이’를 보유한 유니레버는 유니세프와 손잡고 인도와 남아프리카에서 손 씻기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유니레버 직원들은 비누를 파는 게 아니라 보건 의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캠페인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동기만 부여한 게 아니라 사업으로도 확대돼 수익성까지 개선했다. 어린아이와 있어 봤다면 약 30초 동안 아이가 흐르는 물에 손을 씻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이에 유니레버는 R&D 부문에 단 10초만 씻어도 99.9%의 세균을 죽이는 비누를 개발해 달라 요청했다. 손 씻기가 굳이 30초까지 걸리지 않도록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는 성장을 견인했고, 새로운 가치를 도출했다. 이처럼 지속가능성에서 출발한 제품 혁신, 기술 발전은 다른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결국에는 돈으로도 이어진다.

기업의 역할은 급속하게 바뀌고 있고, 기후변화는 오늘날 인구가 직면한 존재론적 문제 중 하나다. 청정 경제는 공통의 노력으로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으며 젊은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돌아보고, 넷 포지티브 실행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시작은 기업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고, 그다음은 행동에 동참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기업의 번창을 위해서는 인간과 지구도 번창해야 한다. 넷 포지티브를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다.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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