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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스타트업 DNA

창의력 비결 ‘발라간’과 ‘이히에 베세데’

천백민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단계별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환경 조성에는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사례가 뒷받침됐다. 인터넷 채팅 시스템을 AOL에 매각해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던 미라빌리스, 자율주행의 개념이 생소했던 시기에 자율주행 시스템 영역을 개척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빌아이, 이스라엘을 사이버 강국으로 알린 체크포인트, 경쟁사와의 합병을 통해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세계 1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스트라타시스 등은 이스라엘의 발라간(무질서)과 이히에 베세데(긍정의 믿음) 정신을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들이라 할 수 있다.



발라간 문화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히브리어 ‘발라간’은 러시아에서 유래한 단어로 지저분함, 즉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무질서는 혼란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유연성을 발휘해 주변 상황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람들은 질서정연한 환경에서는 관습적인 생각에 머물지만 혼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신선한 시각을 갖게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발라간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이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발라간 문화가 많은 이스라엘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들은 자녀를 교육할 때도 되도록 간섭을 피하려고 한다. 이스라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무질서≠혼란을 초래하는 존재’라 생각하지 않도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주변 상황을 유연하게 수용하게 되고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익숙해진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게 되면 사회생활에서도 엄격한 규칙을 따르기보다 발라간의 태도로 열린 마음을 갖고 변화를 수용할 여유를 갖게 된다. 발라간 문화는 ‘정답은 없다’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세상에 정해진 규칙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른들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발라간 문화는 무질서를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것이다. 질서정연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관습적인 생각에 머물게 되지만 혼란스러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시각은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발라간 문화에 익숙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예기치 않은 장벽이 나타났을 때 유연하고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 왔다. 따라서 늘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스타트업 환경에 적합한 DNA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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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에 베세데’, 낙관적인 사고의 힘

발라간 사고와 함께 이스라엘 사람들이 공유하는 신념으로 ‘이히에 베세데’가 있다. 이히에 베세데는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념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주변 중동 국가들과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고 크고 작은 테러도 수시로 발생한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이스라엘을 스타트업 강국으로 키운 것은 이스라엘 특유의 낙관주의인 이히에 베세데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에게 긍정은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당연히 여기서의 긍정은 세밀하지 않으면서 막연한 기대감만을 갖는 무한 긍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히에 베세데에 의한 낙관주의는 이스라엘 첨단 산업을 탄생시키고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자국에서 만든 자동차도 없는 상황에서 탱크를 만들고, 비행기 한 대 없는 상황에서 항공산업을 할 생각은 이러한 낙관주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낙관주의는 보통 자신을 향한 믿음에서 오거나 타인을 향한 믿음에서 온다. 즉, 자신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생성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가에게는 결단과 인내에서 나오는 낙관이 필요하다. 기업가는 불확실한 환경에 대해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결단력과 힘든 상황을 견디고 이겨내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뤄낸 스타트업 환경은 자신감과 신뢰를 넘어 결단과 인내에서 나온 이히에 베세데가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발라간과 이히에 베세데 문화가 만든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

발라간과 이히에 베세데 문화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자양분이 된 사고방식이다. 불확실성을 불안이나 혼란으로 인식하지 않고 기회로 여기는 사고방식과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는 낙관적인 사고의 힘이 이스라엘을 IT 강국이자 기술 강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인터넷 채팅 시스템을 만들었던 미라빌리스, 인터넷이 생소하던 시기에 인터넷 방화벽 솔루션을 제시했던 체크포인트,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자율주행의 눈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서 시장을 장악한 모빌아이,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상장회사였던 경쟁사와 합병하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3D 프린팅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스트라타시스 등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1.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롤모델
‘미라빌리스(Mirabi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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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빌리스는 이스라엘 스타트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최초의 스타였다. 미라빌리스가 만든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 ICQ (I seek you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는 처음에는 윈도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 1990년대 말 ICQ는 인터넷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팅 시스템으로 친구가 언제 온라인 상태인지 알려주는 일종의 인터넷 기반 호출기 역할을 제공하면서 12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미국의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회사 AOL(America Online Inc)은 전화 통화 및 대면 회의 부문 내에 대화방 형태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1998년, ICQ를 2억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ICQ 사용자의 60% 이상이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사용자였다는 것이 사업의 확장성을 고려하던 AOL이 ICQ 인수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다. ICQ는 페이스북(Facebook)과 왓츠앱(WhatsApp)이 본격적인 성장을 하기 전인 2010년도 중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채팅 프로그램이었다.

회사의 창업자는 아리크 바르디와 그의 친구들로서 젊은 20대 히피족들이었다. 자유로운 사상을 갖고 있었던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채팅이라는 개념으로 수천억 원에 회사를 파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심을 갖게 된다. 미라빌리스 성공 스토리는 당시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평소에 비즈니스는 최고의 창조 활동이고, 돈을 버는 것은 창조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를 섬김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물이라고 여기는 유대인들에게 미라빌리스의 성공 스토리는 멋진 롤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미라빌리스 사례는 국가적으로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인터넷 분야에서 선도 국가가 됐다는 자긍심을 선사했다. 결과적으로 미라빌리스 창업자들의 성공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기술 분야에 자신감을 갖게 하고 많은 젊은이가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촉매제 역할을 했다.

2. 이스라엘을 사이버 보안 강국으로 이끈
‘체크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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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사이버 보안 산업의 최강국이다.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들에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 기업이 체크포인트(Check Point Software Technologies Ltd)이다. 이 기업은 길 슈웨드, 마리우스 나흐트, 슬로모 크라머 등 3명의 창업자에 의해 세워졌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창업자 중 한 명인 길 슈웨드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방화벽이란 개념을 생각해 냈다. 그는 주변에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하게 될 거야. 따라서 이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해”라고 말하곤 했다. 길 슈웨드는 1994년, 네트워크 기반 방화벽(방화벽을 통과하는 네트워크 연결 세션을 추적하는 기술)을 뜻하는 상태 기반 방화벽(Stateful Firewall) 개념1 을 가지고 25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2명의 동료와 함께 창업했다. 공동 창업자인 나흐트와 크라머는 8200부대 출신 엘리트2 였지만 창업 당시에도 인터넷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슈웨드의 비전과 확신을 믿고 인터넷 보안이라는 영역을 개척해 보기로 결심했다. 슈웨드는 이스라엘 방위군 정보부대 8200부대에서 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VPN)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사업 초기 인터넷 보안을 설명하면 대부분 기업은 인터넷에 왜 보안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고, 인터넷이 상거래를 위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했다.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그것을 보호하는 방화벽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됐던 시기인 1994년에 선마이크로시스템(Sun Microsystem)과 주문자위탁생산(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OEM) 계약을 했고, 1995년에는 자사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유통 계약을 HP와 체결했다. 체크포인트는 빠르게 기술 기업들을 고객사로 만들면서 창업한 지 2년 만에 나스닥(NASDAQ)에 상장한다. 이후 꾸준한 기술 개발과 함께 ‘돔9 시큐리티(Dome9 Security)’ ‘아바난(Avanan)’ 등 10여 개가 넘는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세계 보안 업계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금은 전 세계 정부 및 기업에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업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악성 소프트웨어(Malware) 및 악성 프로그램(Ransomware)의 공격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종합 경제지 포천 선정 100대 기업 중 다수가 체크포인트의 보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10만 개 이상의 조직을 해킹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현재 약 15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자랑하고 있다.

3. 자율주행 기술 점유율 1위 모빌아이(Mobil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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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가를 넘어 MZ세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된 일론 머스크의 유명세는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TESLA Incorporated)의 성공에 기인한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에 자율주행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업계의 선두 주자가 됐다.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기술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라 불리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다. 그리고 ADAS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ye)다. 모빌아이는 1999년 이스라엘 히브리대 암논 샤슈아 교수와 지브 아비람에 의해 설립됐다. ADAS는 히브리대 기술 이전 회사인 이슘(Yissum)이 개발한 기술3 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모빌아이는 암논 샤수아의 지휘 아래 카메라 센서들을 이용해 자동차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하게 된다. 모빌아이는 설립 초기부터 비엠더블유(BMW), 볼보(Volvo), 지엠(GM), 도요타(Toyota) 등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OEM 방식으로 자사의 솔루션을 납품하면서 성장을 하게 된다. 2014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약 1억 달러의 자금을 모으면서 상장에 성공한다. 모빌아이의 독보적 기술을 눈여겨보던 인텔(Intel)은 2017년, 150억 달러에 인수를 결정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인텔의 사랑은 1970년대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스라엘 기술력을 통해 출시된 칩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지켜봐 온 만큼 모빌아이의 인수가 회사의 또 다른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모빌아이 인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금액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화제가 됐다. 모빌아이의 성공은 국가적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해외투자 유치를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된다. 인텔의 지원과 모빌아이의 노력으로 현재 25개가 넘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300개 이상의 모델에 모빌아이 기술이 장착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ADAS를 장착한 신차의 90% 정도에 해당한다. 모빌아이는 지금까지 약 5000만 대의 차량에 ADAS를 공급하면서 자율주행에 핵심인 운전자 데이터를 착실히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인텔과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시대에 시스템 제공자를 넘어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4. 이스라엘 항공산업을 연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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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정부 항공 기관인 베덱항공사(Bedek Aviation Company)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srael Aerospace Industries, IAI)은 이스라엘 항공산업의 거인이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중 1명으로 추앙받는 시몬 페레스가 국방장관을 수행하던 1950년대 초반, 이스라엘은 항공산업을 시작할 결심을 하게 된다. 비행기는 고사하고 자동차도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비행기를 만든다는 생각은 무모함을 넘어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 당시 이스라엘은 수많은 이민으로 인구는 급격히 늘고 경제 상황은 좋지 못한 시기였다. 처음 시작한 일은 미군의 고물 머스탱(Mustang) 전투기 30대를 분해해서 수입한 후 재조립하는 것이었다. 미국이 아무리 우방이라도 국방 물자를 함부로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밀수를 통해 기술을 획득하는 방법을 택했다. 항공 회사를 정부 지원으로 설립하는 계획을 제출했을 때 경제학자들과 산업 전문가들조차 이스라엘이 비행기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조롱과 반대 속 탄생한 베덱은 항공 정비 작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자들의 열정과 탄탄한 기술력으로 베덱항공사가 설립된 지 5년 만에 항공기 사업은 이스라엘에서 고용을 가장 많이 창출하는 분야가 됐다. 항공기 정비 수리로 입지를 다진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은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 아래 1980년부터 자국의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라비(Lavi)라는 이름을 지닌 전투기는 1986년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미 정부는 라비의 성공이 F-16 등의 자국 전투기와 경쟁하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 정부에 압력을 넣었고 이스라엘은 국회 표결을 통해 개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라비 프로젝트를 통해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은 통신, 미사일 방어 및 레이더 등 전투기 전자전 시스템에 대한 기술력을 갖게 된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꾸준히 전자전 솔루션을 납품하던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은 2015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F-35 제트기에 자사의 전자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공을 이루게 된다. 라비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많은 기술 노하우는 1988년 이스라엘의 첫 위성 우주 발사 성공에도 일조한다. 현재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은 항공 우주 및 방위 회사로서 위성, 무인 항공기, 미사일, 정보 솔루션, 무기 시스템, 방공 시스템, 로봇 시스템, 레이더, 비즈니스 제트기, 항공 구조물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방위 산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항공산업 분야인 무인 항공기와 항공기 정비 수리 및 개조를 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를 리드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무인 항공기 분야는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5. 3D프린팅 시장 선도 기업 ‘스트라타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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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D프린팅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 이스라엘의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이다. 새로운 분야를 씩씩하게 개척하는 이스라엘 사람의 특성은 3D프린팅 분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스라엘에서 3D프린팅 산업의 시작은 1987년에 3차원 맞춤 설계 모형을 제조하는 스타트업 퀘비텔(Quebitel)의 설립과 함께라고 할 수 있다. 퀘비텔은 이스라엘 산업부의 지원하에 기술 개발에 매진했지만 3D프린팅 장비의 크기와 물질의 유해성 등의 한계로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퀘비텔은 3D프린팅 기술로 세계 진출을 시도했던 최초의 회사로 기억된다. 오브제트컴퍼니(Objet Company)라는 회사는 투자받은 자금으로 퀘비텔의 특허를 매입해 3D프린팅 장비 제조를 시작한다. 오브제트는 폴리젯(Polyjet)이라는 자사의 독자적인 기술로 복합 재료를 프린팅할 수 있는 3D프린팅을 제조함으로써 빠른 성장을 구가하게 된다. 2013년 오브제트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있던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용융 적층 모델링) 방식의 1위 업체 스트라타시스와의 합병을 통해 미국 주식시장으로 진출한다. 스트라타시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은 오브제트가 차지해 실질적으로는 오브제트가 스트라타시스를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합병 기업이 된 스트라타시스는 2013년 개인용 3D프린터 회사 메이커봇(Makerbot)을 인수해 소비자 3D프린팅 시장에 진출했으며 2020년에는 제조산업에 특화돼 있는 오리진(Origin)이라는 3D프린팅 회사를 인수해 3D프린팅이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을 넘어 제조 과정을 혁신하는 기술로 접목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에는 SLA(Stereolithography, 광경화 적층 방식) 기술로 큰 형상을 만드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진 알피 서포트(RP Support)를 인수하면서 기술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선도 기업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어어 가고 있다.


천백민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bmchun@smu.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지금은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천백민 |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bmchun@s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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