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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 기후 금융 시대의 기업 전략

‘기후 공시’ 규제 뛰어넘을 생태계 조성을

정신동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2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기후 공시 규칙안은 미국에 상장된 국내 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과 향후 ISSB의 글로벌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SEC 기후 공시 규칙안의 특징은 이사회, 경영진의 기후 관련 전문성 강화, 스코프 3 배출량 공시 기준 구체화, 배출량 공시의 인증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은 기후 공시 강화에 대비해 기후 관련 정보의 효율적인 생산을 위한 기후 공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난 2017년 TCFD가 글로벌 차원에서 처음으로 ‘기후 관련 재무 공시 권고안’1 을 발표한 지 5년이 경과하면서 주요 경제 권역에서 이를 공적 규제의 영역으로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 2022년 3월 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전 세계에 적용될 ‘기후 관련 공시 기준 초안’2 을 발표한 데 이어 EU는 5월 초 기후변화 및 환경 기준을 포함한 ‘EU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 초안3 을 발표했다. 같은 해 3월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년에 걸친 의견 수렴과 내부 검토를 통해 미국 내 상장 기업(외국 기업 포함)에 대해 기후 관련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칙 초안(이하 규칙안)4 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영국 등 다수 국가에서 TCFD 권고안의 의무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5

이상의 3개 기준안(규칙안)은 기후 공시에 관한 새롭고도 포괄적인 내용의 규제 방안을 담고 있어 최종적으로 채택된다면 글로벌 자본시장 공시제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자본시장 보유국이자 글로벌 규제 기준 제정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미국에서 기후 공시 규칙안을 발표한 것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가 크다. SEC 규칙안은 향후 글로벌 기준으로 자리 잡을 ISSB 기준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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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는 6월 말까지 수렴한 시장 의견을 토대로 2022년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상장 대기업(large accelerated filer)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회계연도부터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보고서 제출은 2024년부터 적용)할 의무를 갖는다. (표 1) SEC 규칙안은 미국 내 상장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국적의 상장 기업에도 적용된다. 한국의 경우 당장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11개 기업7 이 기후 공시 규칙 도입에 따른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에 기반을 둔 기관투자가들은 국제적 기업에 대해 미국 상장 기업 수준의 기후 정보 공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들 기업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협력 업체들도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 등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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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안은 TCFD 권고안 및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기반하고 있지만 요구하는 정보의 범위가 훨씬 광범위하고도 세부적이며 시행 일자도 예상보다 빠르다. 따라서 미국 상장 기업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규칙안에서 요구하는 기후 관련 정보의 생산 및 공시를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갖추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SEC가 발표한 500여 쪽의 설명 자료를 바탕으로 규칙안의 주요 내용과 특징을 기존 TCFD, ISSB 규칙안과 비교해 분석하고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본다.

SEC 규칙안의 배경 및 특징

1. 규칙안 제정의 배경

SEC의 기후 공시 규칙안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두 가지 흐름을 배경으로 한다. 우선, 규칙안은 SEC의 수십 년에 걸친 기후 공시 강화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SEC는 일찍이 1971년에 환경 법규의 준수와 관련한 소송 등 리스크의 공시를 촉구8 했으며, 1982년에는 이를 의무화하는 규칙을 도입9 했다. 이후 기후변화 관련 이슈의 중요성이 점증함에 따라 SEC는 2010년 기존의 공시 규제가 기후변화 관련 문제에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에 관한 해석 지침(interpretive guidance)10 을 발표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기후 위험 대응 방식이 기업 재무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면서 기후 관련 정보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원칙 중심의 해석 지침만으로는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일관성 있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기후 관련 정보의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SEC는 2016년부터 새로운 공시 규제 도입의 필요성 여부를 검토11 해 왔으며 2021년 3월 시장 의견 수렴을 공식 요청12 하는 등 장기간의 준비를 거쳐 올해 3월 규칙안을 발표했다. 규칙안은 2010 해석 지침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기존의 원칙 중심 규율에서 벗어나 규범 중심의 포괄적인 공시규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다음으로 규칙안은 기후 공시의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기존 성과들에 기반하고 있다. 규칙안은 TCFD 권고안에서 제시한 4개 부문 11개 항목으로 이뤄진 공시 내용을 대부분 반영하며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13 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개념(스코프)과 측정 방법을 차용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기준을 마련했다. 이들 기준이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많은 기업의 자발적인 기후 공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국제적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또한 규칙 도입에 따른 규제 준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규칙안은 기후변화의 기회 요인, 스코프 3 배출량 정보, 재무제표 개별 항목의 중요성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의 경계(boundary) 등 몇 가지 측면에서 TCFD 권고안 및 프로토콜과 차이가 있다.

2. 특징: 강화된 규범

규칙안은 SEC의 비재무 정보 공시 규칙인 Regulation S-K에 기후 관련 공시에 관한 장(Subpart 1500: Climate-Related Disclosure)을 신설하고, 재무 정보 공시 규칙인 Regulation S-X에 기후 관련 공시에 관한 조(Article 14: Climate-Related Disclosure)를 추가하는 포괄적인 내용의 기후 공시 규제를 제안했다. Regulation S-K는 기업의 증권신고서와 정기보고서에 기후 공시에 관한 별도 장(section)을 신설해 기후 관련 정보의 공시를 요구하며, Regulation S-X는 기후 관련 위험이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재무제표의 주석에 공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SEC는 규칙안에 따른 기후 공시 보고서가 ‘제출(furnished)’이 아닌 ‘신고(filed)’의 지위를 가짐을 명확히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규칙안의 전부 또는 일부(배출량, 시나리오 분석 등)에 대해 증권거래법 제18조에 따른 민사 책임14 을 면제하는 ‘제출’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주장했지만 SEC는 기후 공시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고’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봤다.

SEC는 전통적으로 공시 여부를 중요성의 관점에 입각해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원칙 중심의 공시 체계를 운용해 왔다. 이에 반해 규칙안은 구체적인 공시 항목을 열거하고, 중요성 여부에 상관없이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규범 중심의 공시 규제를 다수 도입했다. 예컨대, 시장 의견 수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가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상세한 공시 요건을 규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구성 요소•산출 기법•데이터 등), 시나리오 분석, 내부 탄소 가격, 기후 목표 등과 관련한 상세한 공시 요건도 과도하게 규범적이라는 평가다. Regulation S-X의 개별 항목 1% 공시 기준도 전통적인 SEC의 중요성 기준인 5%를 크게 하회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와 같이 SEC가 시장의 예상을 넘어 규범 중심의 공시 규제를 도입한 것은 기후 위기가 기업에 당면한 중대 위험이며,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일관성 있고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크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규범 중심의 공시 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EU의 기후 공시 관련 규제15 와의 일관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EC의 규칙안은 원칙 중심의 규제를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으며 EU 공시 규제에 비해서는 덜 규범적이라는 평가다.

SEC 공시 규칙안의 주요 내용

1. 지배구조: 이사회와 경영진의 감독 및 전문성
(Regulation S-K 항목 1501)


규칙안은 기후 위험과 관련한 이사회의 감독 기능과 함께 이를 관리•평가하는 경영진의 역할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표 2) 이러한 공시 규제는 TCFD 권고안을 반영한 것이지만 그 내용 면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이사회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역할에 대해서까지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SEC 공시 규제와도 다른 특징을 갖는다.16 SEC는 기업의 기후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 지배구조를 상세히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장의 요구를 반영함과 아울러 TCFD의 권고안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 공시 규제를 의도하고 있다. 기업들은 TCFD 권고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기후 위험 관련 지배구조를 공시하고 있으나 공시하는 기업의 비중이 낮고, 공시 내용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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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후 위험 감독을 담당하는 경영진 또는 이사회 구성원의 기후 위험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상세하게(in sufficient detail to fully describe the nature of the expertise)’ 공시할 것을 요구한 것은 TCFD 권고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강도 높은 공시 요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규칙안은 기후 위험 전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은 한편, 기후 위험 담당 이사에 대해서는 면책 조항(safe harbor)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이사회 내 다른 전문가에 비해 책임이 무겁다. SEC는 예컨대 감사위원회 구성원 중 금융 전문가에 대해서는 증권법 제11조에 따른 전문가 책임18 으로부터 면책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19

한편 경영진 보수가 기후 목표의 달성 상황에 연동되는지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었으나 SEC는 기존의 경영진 보수 공시 규제로 충분하다며 이를 규칙안에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ISSB 권고안(제5조f)은 기후 목표와 경영진 보수의 연관성을 공시토록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2. 기후 위험이 전략, 사업 모델 및
전망에 미치는 영향(항목 1502)

1) 기후 위험과 영향

규칙안은 기후 위험이 기업의 전략, 사업 모델, 전망 및 연결재무제표 등에 미치는 또는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영향을 단기, 중기 및 장기로 나누어 공시토록 요구했다. 또한 기후 관련 기회가 미치는 영향을 자발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규칙안은 공시 시계(단•중•장기)의 구분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이를 규칙에서 규정(예: 장기를 10∼20년 또는 20∼30년으로 할지 등)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추후에 결정할 방침이다.

SEC가 제시한 기후 위험 및 기후 기회의 개념은 TCFD 권고안과 상당히 유사하다. 기후 위험(기회)이란 기후 조건 또는 기후 사건이 기업의 연결재무제표, 사업, 공급망 등에 미치는 현재 및 미래의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의미한다. 기후 위험은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으로 구분되며, 물리적 위험은 다시 급성 위험과 만성적 위험으로 구분된다. 규칙안은 특히 홍수 또는 극심한 물 부족으로 인한 자산 또는 사업 시설의 손실 위험이 크다고 보고 추가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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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SEC 규칙안은 전반에 걸쳐 기후 위험과 관련한 공시는 의무화하는 반면 기후 기회와 관련한 공시는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후 위험과 기회 모두를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는 TCFD 권고안 및 ISSB 기준안과 차이가 있다. TCFD 등은 기업의 기후 전략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후 위험과 기회를 모두 공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중시하는 반면 SEC는 장래의 전망을 기반으로 한 기후 기회의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기업이 이를 과장되게 포장함으로써 투자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 내부 탄소 가격

기업이 내부 탄소 가격(internal carbon price)을 산출하는 경우에는 ①이산화탄소환산톤(CO2e)당 가격, ②총탄소가격 및 향후 추정치, ③탄소 가격 산출 근거가 되는 경계(온실가스를 산출하는 조직 경계와 다른 경우), ④특정한 내부 탄소 가격제를 채택한 이유 및 하나 이상의 내부 탄소 가격을 운용하는 경우 그 이유, ⑤기후 위험 경감을 위한 내부 탄소 가격의 활용 방안 등을 공시해야 한다. 규칙안은 설명 자료에서 내부 탄소 가격을 ‘기업 내부적으로 산출한 탄소 배출량의 비용’으로 정의하면서 ‘기후 위험을 관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근거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EC의 이러한 입장은 내부 탄소 가격 공시를 ’기후 공시의 근본적 요소 중 하나’로 간주하는 시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규칙안은 내부 탄소 가격 도입을 의무화하거나 특정한 내부 탄소 가격 산출 방법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3) 기후 회복력과 시나리오 분석

규칙안은 기후 위험 변화에 따른 사업 전략의 회복력(resilience)과 분석 수단의 공시를 요구한다. 참고로 분석 수단으로 시나리오 분석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시나리오 분석 기법이 여전히 개발 과정에 있고,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획득의 어려움 등으로 TCFD 권고안에 따른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하는 기업이 소수에 불과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시나리오 분석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된 시나리오(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이 +1.5℃, +2℃, +3℃ 등), 파라미터, 주요 가정, 시나리오별로 사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에 반해 ISSB(제15조) 기준안은 시나리오 분석을 포함한 기후회복력 분석을 훨씬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분석 역량을 갖추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나리오 분석을 의무화하는 한편 분석의 효과와 방법 등을 포함한 자세한 내용을 공시토록 요구하고 있다.

3. 리스크 관리 및 전환 계획(항목 1503)

기업은 기후 위험을 식별•평가•관리하는 절차와 함께 그러한 절차가 전사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통합돼 있는지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 기후 위험의 식별•평가와 관련해서는 기후 위험의 상대적 중요성, 규제 정책(온실가스 배출 한도 등), 고객 선호와 기술의 변화, 기후 위험의 중요성(materiality) 여부 등을 어떻게 고려하는지를 공시해야 한다. 또한 기후 위험의 관리와 관련해서는 특정 기후 위험을 저감•수용 또는 적응할지 여부와 기후 위험 해결의 우선순위 등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공시해야 한다.

기업이 기후 위험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전환 계획(transition plan)을 수립한 경우에는 이를 공시해야 한다. 전환 계획이란 기후 위험을 줄이거나 적응하기 위한 전략 및 실행 계획을 의미한다. 공시 내용에는 물리적 위험 및 전환 위험을 식별•관리하기 위한 지표와 목표를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지역에서 영업하는 기업의 경우 영업 시설을 재배치하는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전환 위험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법•규제•정책, 탄소가격제, 고객 및 투자자의 선호 변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저감 또는 적응하기 위한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TCFD 권고안은 전환 계획 공시를 권고하지 않았지만 후속하는 지침에서 전환 계획을 공시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했다.20

4.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항목 1504)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는 기업이 직면한 전환 위험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이고도 출발점(starting point)이 되는 정보다. 점점 많은 투자자가 투자 결정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데이터 제공업자로부터 구매하거나 해당 기업과의 관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규칙안은 배출량 공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으며 배출량 공시는 규칙안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 S&P 500 기업 중 20% 정도가 아직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공시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상장 기업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토록 한 규칙안은 커다란 진전(a big step forward)으로 평가받는다.

규칙안은 ‘온실가스 프로토콜’에서 개발한 스코프(scope) 개념21 에 기반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했다. 다른 한편, 규칙안은 배출량의 통합 방식과 관련해 프로토콜에서 사용하는 출자 비율 기준(equity approach) 또는 통제력 기준(control approach)22 을 허용하지 않고, 연결재무회계 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이는 재무 보고 기준과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지분투자회사에 대해서는 지분에 비례해 배출량을 보고토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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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코프 1 및 2 배출량

스코프 1 및 2 배출량 공시는 모든 상장 기업에 적용되며 온실가스의 구성 요소23 별 배출량과 이산화탄소환산톤(CO2e)으로 측정한 배출량 총합을 각각 공시해야 한다. SEC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총합뿐만 아니라 구성 요소별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에 필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예컨대 정부가 특정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 그 특정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영업 활동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추정할 수 있다. 규칙안은 공시의 대상이 되는 스코프 1, 2 배출량 산출에 있어 구매하거나 자체적으로 생산한 탄소 상쇄(carbon offsets)를 차감하지 않은 전체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에 반해 TCFD 권고안이나 ISSB 기준안은 이러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규칙안은 온실가스 배출량 총량과 함께 총수익 또는 생산 단위당 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측정한 온실가스 집약도(intensity)를 공시하도록 했다. 집약도는 스코프 1 및 2 배출량의 합계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스코프 3 배출량을 공시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집약도를 별도로 공시해야 한다. ISSB 기준안(제21조a)은 스코프 1, 2, 3 배출량 각각에 대한 집약도를 공개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SEC 규칙안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TCFD 권고안에서는 집약도 공시를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규제 당국은 동일 업종 내 기업 간 기후 위험의 비교가 용이하도록 집약도 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경쟁 기업에 비해 온실가스 집약도가 낮은 기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

스코프 3는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 배출량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기업 외부의 공급망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고 제3자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SEC는 스코프 3 배출량 산출의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합리적인 근거 또는 신의에 따라 공시할 경우 허위 내지 오류가 있더라도 ‘사기 진술(fraudulent statement)’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안전 조항(liability safe harbor)을 마련했다. 또한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공시 의무를 면제하는 한편 스코프 3 배출량이 ‘중요(material)’하거나 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스코프 3를 포함’한 경우에만 공시를 의무화하되 기업 규모별로 각각 추가 1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여기에서 규칙안은 ‘중요성’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SEC는 설명 자료에서 ‘중요성’의 의미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즉, (1) 스코프 3 배출량이 온실가스 총배출량(스코프 1, 2, 3의 합계치)의 ‘상당 부분(relatively significant portion)’을 차지하거나, 또는 (2) 총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더라도 스코프 3가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의 대상이 되는 등 ‘기업에 상당한 리스크를 초래’하거나 또는 ‘합리적인 투자자가 중요하다고 간주할 상당한 개연성’24 이 있는 경우에는 중요하다고 봤다. 첫 번째 요건 중 ‘상당 부분’의 의미와 관련해 SEC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SBTi가 제시한 40% 기준25 을 다수 기업이 활용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기업이 스코프 3 배출량을 공시하는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배출량 총합 및 구성 요소별 배출량과 함께 배출량 산출에 포함된 상류 및 하류 활동의 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규칙안은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참조해 8개의 상류 활동과 7개의 하류 활동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또한 특정 공급망 활동의 배출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특정 공급망 활동의 배출량을 별도로 공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규칙안은 과거에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특정 공정을 외주화(outsourcing)하는 경우에는 이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중요성’ 결정 시 감안하도록 함과 아울러 공시 대상에 반드시 포함되도록 요구했다. 기업이 스코프 1, 2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공정을 외주화하는 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가 기업의 탄소발자국 전반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이다.

이와 같이 SEC가 공급망 활동으로부터 배출되는 스코프 3를 공시 대상에 포함하고 공시 내용을 상세하게 규정한 것은 기업의 전환 위험을 분석하는 데 있어 스코프 3 배출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EC는 자본시장이 이미 스코프 3 배출량 지표에 금융적 가치(financial value)를 부여하고 있으며 기업이 직면한 금융 위험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정보가 됐다고 주장했다. TCFD도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분석하는 데 있어 스코프 3 배출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중요성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에 대해 스코프 3 배출량을 공시할 것을 강력하게(strongly) 권고했다.26

2) 기술적 사항 및 금융 배출량

규칙안은 배출량 측정과 관련한 기술적 사항들을 상세히 공시토록 했다. 이에는 배출계수(emission factor)27 , 주요 가정, 외부 데이터를 이용하는 경우 그 제공 업자, 데이터 갭 등이 포함된다. SEC는 배출량 산출의 방법과 관련해 특정 방법을 강제하지 않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배출량 산출 방법이 지속적인 개발 과정에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서 SEC는 특정 산출 방법의 사용을 강제할 경우 산출 방법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는 하류 활동, 즉 대출 및 지분 투자를 제공한 거래 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이 전체 배출량의 대부분(글로벌 대형 은행의 경우 95% 이상)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SEC는 금융회사가 금융 배출량 측정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탄소회계금융협회(PACF)에서 개발한 방법론28 을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5. 스코프 1 및 스코프 2 배출량 공시에 대한 인증 (항목 1505)

온실가스 배출량의 측정 및 공시는 사용되는 주요 방법 및 가정이 기업별로 상이할 수 있고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SEC는 배출량 공시의 일관성, 비교 가능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출량 공시에 대한 인증보고서(attestation report) 제출을 의무화했다. EU 지속가능성보고표준안(ESRS)과 ISSB 기준안도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다. TCFD 권고안과 GHG 프로토콜이 제3자 인증을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규제당국의 규칙안이 제3자 인증을 의무화한 것은 기후 공시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그만큼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SEC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및 인증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도입했다: (1) 인증보고서 제출 대상을 조기 제출 기업으로 한정했고, (2) 스코프 1 및 2 배출량에 대해서만 인증 의무를 부과했으며, (3) 인증보고서 제출 의무가 시작된 지로부터 처음 2년 동안은 제한된 확신(limited assurance)을, 그 이후로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을 제공토록 했다.

‘제한된 확신’은 스코프 1, 2 배출량 공시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판단(conclusion)’을 제공하는 데 비해 ‘합리적 확신’은 공시가 중대한 오류 없이 규제 기준에 부합되게 작성됐다는 ‘의견(opinion)’을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ESG 공시에 제공되는 가장 일반적인 인증 수준이며, 후자는 연결재무제표의 회계 감사 시 요구되는 인증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한된 확신이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보다 높은 인증 수준인 합리적 확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었는데 SEC는 두 가지 주장을 절충해 인증 수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규칙안은 인증보고서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인증 제공자에 대해 회계 감사에 요구되는 수준의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 독립성 등 엄격한 요건을 부과했다. 하지만 SEC는 배출량 공시에 사용될 인증 기준은 특정 기준을 채택하지 않고 인증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는데 이는 배출량의 산출 및 인증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인증보고서 작성에 사용되는 인정 기준은 반드시 일반 공중에 무료로 공개돼야 한다는 것을 중요한 요건29 으로 부과했다. 인정보고서가 인정 기준에 부합되게 작성됐는지를 투자자들이 용이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6. 기후 관련 목표(항목 1506)

기업이 기후 관련 목표를 설정했다면 그 목표와 관련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기후 관련 목표에는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으며 그 밖에 에너지 사용, 물 사용, 생태계 보전 또는 저탄소 제품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등과 관련된 목표가 있다. 기후 관련 목표와 함께 공시해야 할 내용에는 배출량의 유형(스코프), 측정 단위(절대량 또는 집약도), 목표 달성 기간, 중간 목표, 목표 달성 전략 등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기업은 목표 달성을 위해 조치한 내역 등을 포함해 진행 상황을 매년 업데이트해 공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목표 달성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 상쇄 또는 재생에너지크레디트(RECs)를 사용했다면 그에 따른 탄소 감축량 및 비용 등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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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재무제표 지표 (Financial Statement Metrics, 항목 1507)

SEC는 Regulation S-X를 개정해 물리적 위험 및 전환 위험이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재무제표 주석의 형식으로 공시토록 요구했다. 규칙안이 요구한 주석 공시는 재무 영향 지표, 지출 지표, 추정 및 가정에 미치는 영향 등 3가지다. SEC는 기후 관련 재무 정보를 주석의 형식으로 별도 공시함으로써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기상 이변 또는 전환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기후 위험은 여러 기업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내 위험의 높은 상관성과 편중을 초래하게 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기후 관련 재무 정보의 주석 공시는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 위험을 효과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재무제표가 독립된 회계법인에 의한 감사의 대상이 되므로 기후 관련 주석 공시도 외부 감사의 대상이 되며 재무 보고 내부 통제(ICFR, Internal Control over Financial Reporting)의 범위에도 포함된다.

첫째, 재무 영향 지표(Financial Impact Metrics)와 관련해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이 재무제표의 개별 항목(line item)에 미치는 양적 영향을 각각 공시해야 한다. SEC는 개별 항목의 예로서 공급망 교란 등으로 인한 수익 또는 손실, 자산 가치(재고, 무형자산, 시설, 기계 등)의 손상, 준비금 또는 충당금의 증가 등을 들고 있다. 이때 양적 영향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으로 나눠 각각의 총액을 공시해야 한다. 공시의 대상은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의 절댓값 합이 관련 재무제표 항목의 1%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SEC는 1%라는 명확한 기준선(bright-line standard)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정보의 축소 보고 가능성을 줄임과 동시에 공시의 비교 가능성과 일관성을 제고하고자 했다. 이와 같이 공시 여부를 경영진의 중요성 판단에 맡기지 않고 1% 기준선을 제시한 것은 SEC의 설명30 에도 불구하고 매우 이례적이고 예상을 벗어난 규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31 TCFD 권고안은 기후 관련 위험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미치는 정량적 및 정성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했으나 그 형식과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둘째, 지출 지표(Expenditure Metrics)와 관련해 물리적 위험 또는 전환 위험을 경감하기 위한 지출 및 자본화 비용을 각각 공시해야 한다. 공시 기준은 위 재무 영향 지표의 경우와 동일한 방식으로 산출된다. 즉, 지출 금액의 합계액 또는 자본화 금액의 합계액이 각각 전체 지출 항목 또는 전체 자본화 항목의 1% 이상인 경우에만 공시 대상이 된다. SEC는 물리적 위험 경감 활동의 예로서 자산의 복원력 향상, 손상 자산의 조기 상각, 자산의 재배치 등을, 전환 위험 경감 활동의 예로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R&D, 설비 매입, 에너지 크레디트 구매 등을 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공시한 기업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소요된 지출 또는 비용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셋째, 물리적 위험 또는 전환 위험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 사용된 추정 또는 가정(Financial Estimation and Assumptions)에 영향을 미쳤다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정성적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SEC는 투자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통해서 재무 정보의 기초를 이루는 추정 및 가정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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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안의 경제적 영향을 둘러싼 논란

SEC는 기후 공시 규칙 도입에 따른 비용 편익 등 경제적 영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실시했다.32 SEC는 규칙안의 경제적 편익을 수치로 정량화하기는 어렵지만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이 그동안은 기업 홈페이지 또는 자발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에 공시된 단편적이고 신뢰성이 낮은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SEC에 신고(filed)된 보고서를 통해 일관성 있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규칙안 도입의 가장 큰 경제적 편익으로 꼽힌다. 또한 기업은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시 수단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자본 비용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됐다. SEC는 나아가 기후 관련 위험을 자산 가격에 반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복원력이 제고되고 자본 형성이 촉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후 공시 규제 도입에 따른 비용은 직접 비용과 간접 비용으로 나눠 분석했다. 직접 비용은 직원의 배치, 외부 자문 및 인증 서비스 이용, 기후 위험의 평가, 데이터 수집, 배출량의 측정, 소프트웨어 및 보고 시스템의 구축 등 규제 준수를 위한 물적•인적 인프라를 갖추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SEC는 자체 분석과 시장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소규모 기업 제외)이 신규로 보고서(Form 10-K)를 작성하는 데 따른 직접 비용을 첫해에는 평균 64만 달러, 이후에는 연간 53만 달러로 추산했다. 이것은 TCFD 보고서를 신규로 작성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15만∼20만 달러)의 3∼4배 수준에 해당한다. 미국 상장 기업 전체로는 직접 비용이 최소 39억 달러에서 최대 10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 등 업계에서 직접 비용이 과다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으나 언론에서는 이를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2022년 3월 말 기준 48조 달러) 또는 200대 기업 CEO 평균 연봉(2021년 2000만 달러)에 비교하면서 ‘업계의 엄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33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향후 50년간 미국 경제에 초래될 손실 규모가 14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딜로이트의 분석을 인용하며 SEC 규칙안의 경제적 편익이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이라는 논평을 내고 있다.34

간접 비용은 새로운 복잡한 규제의 준수 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의미한다. 예컨대, 기업은 기후 공시와 관련해 소송에 휘말리거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사업 전략 등 영업상 비밀(proprietary information)을 누출할 위험이 있다. 이 중 소송의 위험과 관련해 규칙안은 감경 수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스코프 3 배출량 공시에 대해 면책조항을 부여하고 있으며, 공시 내용이 PSLRA35 에서 규정한 미래 예측 정보(forward-looking information)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면책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사회 내 기후 관련 전문가에 대한 면책 조항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 일각에서는 규칙안이 면책 권한을 제한적으로만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SEC 규칙안의 도입 필요성 및 그 경제적 영향에 관해서는 미국 내에서 찬반 논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SEC가 긍정적 영향을 과대평가하고 규제 준수 비용을 과소평가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의견은 규칙안 도입이 시기적절하고 필요하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SEC는 논란이 많은 일부 조항(스코프 3 배출량 공시, 이사회 내 기후 전문가, 중요성의 정의 등)에 대해 시장 의견을 추가로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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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점

미국을 비롯해 기후 공시 규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환경부 주도의 환경 공시와 금융위원회 주도의 ESG 공시를 추진해 왔으나 SEC의 사례를 참조해 별도의 기후 공시 규제의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ISSB도 지속가능성 ‘일반요구사항(S1)’과 별도로 ‘기후요구사항(S2)’의 확정안을 금년 말 공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ISSB 기준을 기반으로 KSSB 기준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시행에 이르기까지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기후 공시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제도 도입이 지체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금리 등 자산 가격 결정에 있어 불이익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등 국제 경쟁력의 훼손이 우려된다. 따라서 기후 공시의 구체적 내용, 적용 범위, 공시 절차 등과 관련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또한 기후 공시 보고서가 ‘제출’이 아닌 ‘신고’의 지위를 갖도록 한 SEC의 사례를 참고해 법적 책임이 따르는 사업보고서에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36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를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기후 공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리적 위험 및 전환 위험이 미치는 영향, 시나리오 분석 등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는 공시 요건은 외부 자문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스코프 3 배출량 산출을 위해서는 외부 데이터 제공업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인증보고서의 작성도 독립적 외부 인증기관이 존재해야 한다. 기후 공시를 담당할 실무 전문가와 이사회 및 경영진 내 기후 전문가의 육성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기후 공시 규칙에서 요구하는 기후 관련 정보의 효율적 생산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제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방안 마련과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정신동 KB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 jeungshi@hanmail.net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은행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서 27년을 재직하며 보험감독국•기획조정국•금융상황분석실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워싱턴사무소장, 거시건전성감독국장을 지냈다. 저서로 『바젤3와 글로벌 금융 규제의 개혁(2011년)』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과 그 이후(2018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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