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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스타트업 PR의 ‘4단계 마일스톤 전략’

이정표가 될 사건-목표치 맞춰 스케일업
창업자의 열정까지 스토리텔링으로 활용

유태양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스타트업 PR는 기존 회사의 PR와 다르다. 실제 출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없는 단계, 아이디어나 계획이 전부인 단계에서 PR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다음과 같이 마일스톤에 맞춘 주기별 PR, 장기적 관점의 스케일업을 염두에 둔 PR가 필요하다.

1. 시드∼A라운드: 최소한의 PR로 인지도와 신뢰도 얻기
2. B 라운드∼IPO 전: 경쟁사와 ‘차별화’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3. IPO 전∼IPO: 대중의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4. 상장 이후: 컴플라이언스, 악재와 루머, 비판에 대응하기



바야흐로 2020년대는 스타트업 전성시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와 돈줄 죄기로 창업 열기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 ‘유니콘’이 무려 1100개, 10조 원 이상 스타트업 ‘데카콘’이 54개나 등장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 국내 기업 중 유니콘으로 분류가 되는 기업도 ▲쏘카 ▲마켓컬리 ▲직방 등을 포함해 23개에 달한다. 전방 산업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의 규모가 빠르게 확장됨에 따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후방 산업도 발맞춰 커지고 있다. 위워크와 같은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이나 회계사, 스타트업 버티컬미디어 등도 이미 수년 전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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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스타트업은 유니콘에 등극하거나 기업 가치가 수천억에 달할 만큼 성장한 뒤 내부 홍보 전담 인력을 영입하거나 외부 홍보대행사(PR 에이전시)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아주 초기인 시리즈A 단계에 있는 회사들도 홍보 전담 인력을 찾거나 홍보대행사와 함께 일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도 이미 4, 5곳 정도의 스타트업 전문 PR 에이전시가 활동 중이며 외국계와 대형 PR 에이전시에서도 스타트업을 전담하는 팀이나 매니저를 두는 방식으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스타트업의 PR에 유사한 업계의 전문성과 관례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핀테크 기업의 PR를 금융권 출신의 매니저가 담당하고, 커머스 스타트업이 유통 대기업의 홍보를 벤치마킹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2010년대까지 스타트업 PR의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스타트업 산업 전반의 규모가 워낙 빠르게 커지고 성숙하면서 기성 산업과 대비되는 스타트업만의 고유한 PR가 점차 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트업 PR, 기존 PR와 어떻게 다를까?

1. ‘계획’만 있는 회사의 PR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 개시 시점과 실제 제품 및 서비스가 나오는 시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이 지점이 스타트업의 PR와 타 산업군의 PR를 구분하는 가장 큰 분기점이다. 첫 투자를 유치하는 시점에도 오로지 아이디어와 인력만 존재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통상적인 PR가 기업의 실적이나 활동, 실제 출시되거나 출시를 앞둔 제품 및 서비스를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통적인 PR의 관점에서는 낯선 풍경이다. 물론 계획에 따라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실제 제품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이를 위해 짧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수년까지의 시간이 소요된다. 테슬라조차 기업의 첫 완성차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하는 데까지 5년,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는 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PR는 상당 부분 회사의 차별화된 비전이나 사업 모델(BM), 계획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보도 자료나 기획 기사의 소재가 될 만한 실적이 발생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존, 쿠팡과 같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입는 경우도 있기에 이 부분을 고려해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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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일스톤’에 맞춘 주기별 PR

이처럼 스타트업의 PR는 철저하게 비전과 BM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최종 목표에 이르기 전에 대중 및 투자자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스타트업의 성취에 대한 PR 활동이 필요하다. 바로 이를 위해 스타트업의 PR는 ‘마일스톤’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

마일스톤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중간중간 이정표가 될 법한 중요한 사건이나 목표치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사업군에서는 회계 결산 시점에 맞춰 매출, 매출 증가율, 영업이익 등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점검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수년간 매출이 전무한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마일스톤이다. 일간 참여 유저 수(DAU, Daily Active User), 시장점유율(M/S, Market Share), 특정 라이선스의 획득 등이 바로 이 마일스톤에 해당한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경우 스타트업이 계획대로 성장해 나간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마일스톤 달성 시점은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PR의 적기(適期)다.

가령, 국내 최대 규모의 구독형 커피 스타트업인 A사는 고객사의 숫자가 1000개, 3000개 등 임계점을 돌파할 때마다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있으며 내부에서 설정한 주요 마일스톤 달성 시점에 맞춰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3. 궁극적인 목표는 ‘스케일업’

PR의 목표는 다양하다. 기업의 브랜드를 제고하기 위한 경우도 있고, 공익적 목적으로 청중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PR의 목표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부가적 목표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케일업’이다. 빠른 성장과 이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가 일차적인 목표다. 스타트업 PR의 적기가 마일스톤 달성 시점인 까닭도 결국 이 마일스톤이 스케일업을 위한 중간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이에 스타트업 PR 전략을 구상할 때는 해당 활동이 어떻게 스케일업에 도움이 될지를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인터뷰를 할 때 미디어에 던지는 메시지, 보도 자료에 들어갈 마일스톤 달성 여부, 기획 기사에서 노출될 소재 모두 스케일업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막연히 특정 스타트업이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보다는 최근 수행한 활동이 어떻게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회사가 이런 시장의 확장성에 맞춰 어떻게 스케일업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 예로, 헬스케어 기업 M사의 경우 토종 스타트업이지만 새로운 콘셉트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헬스케어는 규제 이슈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진출의 난이도에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경우에 따라 해외 진출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M사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기획할 때 한국보다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트렌드를 소개하고, M사 제품이 그 트렌드에서 어떤 니치(Niche)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당시 미국 시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헬스케어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고 있었고 M사 제품이 이미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등록된 상황인 만큼 세계 최대 의료 시장인 미국에서의 사업 기회와 전망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M사의 미국 진출 현황에 PR의 초점을 맞춤에 따라 ‘K-헬스케어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포지셔닝도 가능해졌다.

4. 1석 3조, 4조를 노리는 PR

모든 스타트업은 만성적으로 내부 리소스 부족에 시달린다. 비용, 시간, 인력 모든 측면에서 자원이 부족하고, 그렇기에 더더욱 하나의 프로젝트와 활동을 가지고 복수의 효과를 기대한다. 인력 측면에서는 우선 시리즈 B 전까지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내부의 PR 담당자를 찾기가 어렵다. 통상 스타트업은 시리즈 B 이후에 PR를 본격화하는 경우가 많고, 그전까지는 얼핏 보기에 유사한 업무를 진행하는 다른 직군, 가령 브랜드 마케터나 콘텐츠 마케터가 겸직을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활동으로 두 개, 세 개의 활동을 넘어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의 PR 전략은 철저하게 소수정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수의 보도 자료를 내기보다는 임팩트 있는 ‘한 방’에 집중하고, 그 보도 자료 하나하나가 아무래도 회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기사 배포 주기도 길어서 미디어와 대중에 망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 블록체인부터 커머스까지 망라

지금까지는 스타트업을 단일 업계인 양 묘사했지만 사실 스타트업은 동일한 업계라기보다는 동일한 ‘단계’를 분류하는 명칭이다.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이 닮았을 뿐 전혀 다른 사업 유형의 수많은 기업이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바이오부터 블록체인 회사까지, 그리고 커머스와 생활 스포츠 회사가 모두 스타트업이란 울타리 안에 있다.

따라서 스타트업 기업에 접근할 때는 이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먼저 공통점은 대개 투자 유치 시점에 맞춰 PR를 진행하고 투자사와 함께 PR 활동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반면 산업군 차별점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바이오는 바이오만의, 블록체인은 블록체인만의 PR 지점이 존재한다. 기반 기술이 다르고, 독자가 다르고, 미디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성공적인 PR가 가능하다.

가령, 커머스 스타트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특히 동종 업계 내 점유율이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최근 이와 관련해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명품 커머스인데 소위 ‘빅 3’라 불리는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등의 3사가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경쟁사를 의식해 PR의 초점도 매출, 판매량, 시장점유율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바이오 스타트업은 연구 및 임상 진행 정도와 글로벌 학술 콘퍼런스 등재가 핵심적인 마일스톤이다. 개발하는 치료제가 어떤 기전을 띠고 있고, 이를 통해 무엇을 타깃하는지 학술적 근거가 중요할 뿐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들에 있어 시장점유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마일스톤별, 스타트업 PR는 어디에 주목할까?

스타트업은 시기적으로 전략을 다르게 짜고, 이에 맞춰 PR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회사 규모에 따른 차이가 아니다. 실제 투자 유치 단계에 따라 회사의 지향점과 목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트업 투자의 특성상 성장 주기에 맞춰 여러 단계, 이른바 ‘라운드’마다 외부 자금을 수혈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라운드별 PR 전략의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초기 기업: 시드∼A 라운드
- 최소한의 PR로 인지도와 신뢰도 얻기

초기 단계 PR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키워드는 ‘인지도’와 ‘신뢰도’다. 초기에 등장한 스타트업의 경우 브랜드가 시장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고, 당연히 기업에 대한 신뢰도도 아주 낮다. 이럴 때 회사의 브랜드를 빠르게 알리고 신뢰도를 강화하는 게 핵심 과제다. 초기 기업일수록 기술이나 사업 모델이 아이디어 또는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수준에 불과하기에 시장의 눈길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브랜딩을 위한 레버리지로 투자 유치 사실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벤처캐피털(VC)이나 자산운용사, 혹은 지명도가 높은 엔젤투자자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 갖춰진 창업 멤버에 대한 PR도 초기 기업이 인지도를 쌓는 좋은 수단이다. 스타트업 투자 문화의 특징은 바로 ‘연쇄 창업’이다. 이는 창업자가 회사를 끝까지 경영하는 게 아니고 일정 수준까지 성공적으로 키워낸 후 다른 회사에 M&A를 하거나 IPO를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Exit) 하고 아예 새롭게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런 연쇄 창업자의 대표 격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초기 기업일수록 창업자 역량에 성공이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타 연쇄 창업자의 새로운 시도는 스타트업 성공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연쇄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창업 스토리, 특히 창업 멤버 커리어의 연속성도 좋은 PR의 레퍼런스가 된다. 가령, 물류 분야 대기업에서 일했던 임원이 라스트마일(Last Mile)1 분야의 창업에 도전한다거나 변호사가 법률 인공지능 기업을 창업하는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2. 초중기 기업: B 라운드∼IPO 전
- 경쟁사와 ‘차별화’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리즈 B 라운드를 넘어서면 창업자와 투자자는 슬슬 엑시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단계까지 도달한 기업들은 완성된 제품 및 서비스와 일정 수준의 이상의 시장 침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 따라서는 경쟁하는 유사 제품과 서비스, BM이 이미 복수로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무렵에 가장 중요한 PR의 요소는 ‘차별화’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독점적 시장 지배의 대명사인 구글조차도 초기 단계에서는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 같은 다른 검색엔진과 경쟁하는 수순을 밟았다. 타 기업과 차별화된 기술이 있고,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하더라도 시장과 대중은 예외 없이 타 제품과의 유사성을 찾아내 가격과 성능을 비교한다. 결국 ‘얼마나 차별화되는지’ ‘왜 차별화되는지’를 PR를 통해 이용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유의할 점은 기술이나 BM이 실제로 획기적인 기업일수록 차별화는 쉽지만 이를 대중이 받아들이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미디어는 그 속성상 기존에 잘 알려진 개념과 시장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생소하고 낯선 분야 스타트업의 PR를 위해서는 기술이나 BM을 쉽게 설명해주는 ‘에반젤리즘(Evangelism)’2 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기술이나 BM이 별로 획기적이지 않고 기존과 비슷한 기업들은 대중에게 설명하기는 쉬운 반면 차별화 지점이 많지는 않은 경우가 흔하다.

국내에서 이런 차별화 PR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단연 토스(비바리퍼블리카)를 들 수 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성장한 토스는 PR에 있어 성공적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현한 사례로 꼽힌다. 물론 토스의 제품과 서비스 자체도 혁신적이었지만 마일스톤에 도달하기 전까지 ‘간편 송금’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홍보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 점이 성장의 견인차가 됐다.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가 다양한 기능을 홍보하다가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한 반면 토스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회사가 커지기 전까지는 간편 송금 기능에 대한 PR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금융권 소비자들이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송금의 불편함’이라는 점에 착안, 선택과 집중을 한 결과 다른 핀테크 기업보다 대중의 기억에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었다.

3. 상장 도전: Pre IPO∼IPO
- 대중의 흔들리는 마음 붙잡기

한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과 가장 달라지는 단계는 언제일까? 바로 회수(Exit) 단계다. 미국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경로를 보면 M&A와 IPO의 비중이 1대1로 반반에 가깝거나 M&A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회수가 IPO를 통해 일어난다. 간간이 M&A형 회수가 이뤄지긴 하지만 그나마도 큰손 매수자로 나서는 것은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가 많다. 하이퍼커넥트(아자르)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외국계 기업을 통한 M&A의 대표적 사례다.

M&A는 대부분의 경우 양 당사자 간 조율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이뤄지지만 IPO는 공개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진다. 주관사를 선정하고, 수요를 조사하고, 한국거래소 심사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IPO 절차에 수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회사의 재무제표 및 상세한 경영 상황이 공개된다. IPO 단계부터는 PR가 회사의 가치와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키 포인트(Key Point)로 기능하게 된다. 그리고 PR와 IR(Investor Relationship)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면밀히 읽어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IPO에 돌입하는 순간부터 PR의 기능이 커지는 동시에 리스크 또한 빠르게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와 대중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 우호적이다. 초기 기업에는 작고, 젊으며, 혁신적이라는 이미지가 따라오기 때문에 자칫 부정적인 이슈나 경영상 실패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면 IPO 단계에 돌입하는 순간부터는 아주 작은 루머, 실수조차 상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된다. 한국거래소가 컴플라이언스 준수와 재무 건전성, 미래 계획에 대해 철저하게 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회사의 성장성을 널리 알리는 PR는 물론이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세워 둬야 한다.

4. 상장 이후
- 컴플라이언스, 악재와 루머, 비판에 대응하기

상장을 마쳤다면 사실 ‘스타트업에 대한 PR’는 성공적으로 수행된 셈이다. 이때부터는 상장사의 PR/IR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위 말하는 IPR 업무다. 상장사의 IPR 업무 과정에서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요소는 철저한 컴플라이언스 준수다. 기존 스타트업 PR에 비해 상장 IPR에는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법규에 저촉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상장 전까지 스타트업 주주는 기관투자가, 스톡옵션을 보유한 임직원을 포함해도 많아야 수백 명 수준이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주주의 숫자가 수만, 수십만, 경우에 따라 수백만 수준으로 불어난다. 그만큼 많은 눈이 스타트업을 쳐다보고 있고 주가와 관련해서도 목소리와 잡음이 들려오게 마련이다. 상장사 임원이나 IPR 담당자라면 인위적 주가 부양, 특히 PR를 통한 주가 부양에 대해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상적인 PR 활동으로 회사의 비전, 성장성, 실적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주가 우상향을 이끌어 내는 전략은 문제가 없다. 다만 미디어를 통해 허위, 과장 보도를 하거나 작전 세력과 결탁해 인위적으로 수급을 조절한다면 컴플라이언스를 위반하게 된다. 테마주나 허위 공시, 올빼미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거나 떨어뜨리는 등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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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성공적인 PR를 위한 세 가지 원칙

1. 투자 이후, PR를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린다

실무적 측면에서 초기 스타트업의 PR는 동종 업계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인지도가 낮다 보니 보도 자료를 배포하거나 인터뷰를 추진해도 관심을 가지는 미디어도 적고 기사화가 잘 안된다. 문제는 이 때문에 스타트업은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 계속 머무르고, 또다시 자료를 배포해도 미디어에 외면받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이 악순환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 고객들이 환호하는 제품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너무 지엽적, 상투적으로 보인다. 유능한 PR 담당자는 반드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이 악순환을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은 투자 라운드 직후다.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한 경우 ▲ 투자 유치 전 기업 가치(Pre-Value)와 투자 유치 후 투자 가치(Post-Value) ▲ 투자 금액 ▲ 투자사 명단 ▲ 투자의 배경 ▲ 투자금의 용처로 많은 관심이 쏠린다. 스타트업과 투자 업계의 분위기를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기도 하고, 나아가 참여하지 못한 투자사나 투자에 관심이 많은 일반 대중들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대중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시점에서 위 요소들을 스토리텔링형으로 흥미롭게 녹여내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투자 가치나 투자사 명단 같은 부분이야 이미 정해진 내용이지만 투자를 받은 배경과 용처를 잘 녹여내고 이를 통해 어떻게 마일스톤을 달성할지 풀어서 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올해 초 투자를 유치한 C사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식기 렌털 및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C사는 3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으며 올해 초 베이비 유니콘(기업 가치 1000억 원 이상)에 등극했다. 해당 기업의 경우 독특하게도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검수 시스템을 식기 세척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투자 유치 시점에 이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후발주자와의 ‘기술적 초격차’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C사의 기술을 사용하면 획기적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데 이런 장점이 산업 전반에 흐르는 ESG 트렌드와 부합한다는 점도 투자 배경으로 함께 곁들여 설명했다. ‘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에 설득력을 더해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나아가 투자 유치 직후 인재 채용에 대한 계획도 다시 발표함으로써 ‘투자금으로 좋은 인재들을 유치해 업계를 선도하겠다’라는 이미지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2. 기관투자가를 성장을 위한 서포터로 적극 활용하라

앞서 설명했듯 만성적인 자금 부족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의 경우 전담 PR 인력과 외부 대행사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CEO나 기타 초기 창업 멤버가 PR 업무를 겸업하기에는 시간도 모자라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 경우 PR 업무 전담자가 있는 투자사(FI)나 전략적 투자자(SI)의 힘을 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코스닥 상장 VC인 DSC인베스트먼트의 경우 피투자 스타트업들에 중요한 마일스톤 달성에 맞춰 무료로 홍보 활동을 돕고 있고, 그 외 ▲ 매쉬업엔젤스 ▲ 소풍벤처스 ▲ 알토스벤처스 ▲ 퓨처플레이 같은 투자 기관도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초기 피투자에 대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지원한다.

3. 스타트업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창업’을 의미한다. 자연히 시스템이 잘 잡히고 다수의 주주가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와 달리 창업자 및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회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아무리 전망이 밝은 시장, 기술적 차별성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창업진의 역량과 열정이 충분치 않으면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투자하는 엔젤 혹은 프리 A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심사의 주요 기준으로 ‘창업자의 열정’을 드는 이유다.

결국 성공적인 스타트업, 성공적인 PR가 되려면 창업 멤버 및 CEO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핵심적이다. ‘신선 배송되는 모든 제품을 직접 먹어보거나 사용해 본다’는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일화, 치과의사라는 안정된 고소득 전문직을 버리고 8전9기 만에 토스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의 스토리가 회사를 알리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PR는 대중을 향하고, 대중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에피소드성 스토리텔링도 중요하지만 창업자의 커리어도 PR를 위해 좋은 레버리지 수단이 되곤 한다. 2022년 5월 말 망고부스트라는 반도체 스타트업은 시드 투자 단계에서 무려 130억 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국내에서 거의 전례 없는 수준의 시드 투자 금액과 창업자인 김장우 대표의 이력이 큰 관심을 모았고, 수십 개 미디어에 기사가 배포됐다. 김장우 대표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지내면서 60여 개의 주요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고, 이를 토대로 반도체의 한 종류인 DPU(Data Processing Unit)를 설계했다는 화려한 경력이 이목을 끈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레드 앤틀러’ 모델을 꿈꿔본다

세간의 평에 따르면 한국에 스타트업이 별도의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 잡은 지는 약 10여 년 정도가 지났다. 물론 그전에도 ‘벤처기업’이란 이름으로 초기 창업 기업과 관련 사업들이 존재하기는 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탄생(1995년), IT 버블의 붕괴(2000∼2001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를 연거푸 겪은 뒤 약 2010년대부터 ‘창업-투자-회수’의 생태계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스타트업 PR가 국내에 등장한 기간도 이와 같거나 이보다 짧다고 볼 수 있다.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관련 산업군의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수요처(Buyside)인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공급처(Sellside)인 PR도 발맞춰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춘 전문 PR 에이전시는 물론이고 대형 PR 에이전시, 베이비 유니콘 스타트업에도 PR만을 전담하는 보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스타트업의 육성과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의 PR 모델이 나오길 꿈꿔본다. 단순히 PR 아이템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PR 소재가 될 만한 아이템인 다른 기업과의 파트너십, 사업 개발 자체를 함께 돕는 액셀러레이팅의 역할을 겸하는 모델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회사의 성장을 도와 그 과실을 나누는 BM도 가능하리라 본다.

이와 유사한 사례가 미국의 마케팅 기업인 ‘레드 앤틀러(Red-Antler)’다. 레드 앤틀러는 극초기 스타트업 중 유망한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해당 스타트업에 대해 지분 투자를 함께 진행한다. 친환경 신발로 유명한 ‘올버즈’와 침구 스타트업 ‘캐스퍼’도 바로 레드 앤틀러가 키워낸 대표적인 기업 사례다. 필자 역시 현재 개인투자조합을 통해 임직원 개개인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이 회사의 PR를 돕는 방식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숙해질수록, 초기 기업에 대한 PR와 브랜딩이 성숙해질수록 이처럼 PR 담당이 스타트업 육성과 성장에까지 관여하고 책임지는 형태가 점점 확장되리라 본다.


유태양 나무PR 대표 master@namupr.io
유태양 나무PR대표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업금융 (IB), 벤처캐피털(VC), IT 등을 취재 했다. 이후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바이낸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스타트업과 VC를 전문으로 하는 홍보대행사 나무PR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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