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이 발전하면서 소수의 인원도 디지털 게임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의 제작-수용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유니티, 언리얼 같은 전문 게임 엔진은 게임 이외의 분야로 진출하는 한편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콘텐츠 제작 도구를 제공하고 결과물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한 소비자를 창작자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앞으로 창의성의 주도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며 기업은 소비자의 창의성을 독려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2019년 정식 출시된 카드 기반 전략 게임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출시 후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수많은 게이머의 입에 회자되는 명작으로 남았다. 판매량 또한 만만치 않아 얼리억세스(정식 발매 이전의 판매)만으로 100만 장을 달성했고, 정식 발매 이후에는 150만 장의 판매량을 보였다. 명작으로 소문이 나고 유사한 장르의 게임들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탄 덕에 ‘슬레이 더 스파이어’는 아직까지도 유의미한 판매량을 보이는 ‘롱테일’ 게임의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200만 장을 팔아 치운 이 게임은 그럼 얼마나 많은 제작비를 들였을까? 걸핏하면 수백 명이 넘어가는 스태프가 투입되는 요즘의 대형 게임을 상상하면 놀랍게도, 제작사인 메가크릿게임즈는 단 두 명으로 이뤄진 초소형 스튜디오다. 게임 자체가 대작 게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그래픽이니 그럴 수 있는 걸까?
이경혁grolmarsh@gmail.com
현)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게임문화 연구, 게임연구자
현)시사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 게임 관련 패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