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관리 포인트

현금흐름 중시하고 시장과 소통하라

18호 (2008년 10월 Issue 1)

소비 부진, 물가 상승,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미국 금융기관 파산 등 기업 외부 여건이 심상치 않다. 이렇게 외부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재무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기업이 생산, 영업, 투자 등 기본적인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의 ‘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업은 여러 재무 요소 중에서도 특히 현금흐름, 구체적으로는 영업현금흐름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원자재 조달, 임금 지급, 원리금 상환 등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각한 현금 부족은 궁극적으로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발생한 경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관리 대응책을 현금창출 능력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기업의 담당자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 기업의 현금흐름 매우 부진
현재 우리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은 매우 부진하다. 이는 국제적인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필자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비금융기업(12월 결산법인)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지난해의 부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4.5%로, 이는 1997년 3.7%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또 외환위기 이후 기간인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영업현금흐름 비율 6.6%보다 2.9%포인트나 낮았다.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지난해보다도 훨씬 저조한 1.1%에 불과했다. 반면에 일본이나 미국 우량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높다. 일본 니케이 225에 포함된 191개 비금융기업의 2007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7.5%, 미국 S&P 500에 속한 339개 비금융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14.5%였다.
 
우리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 창출 부진 원인은 제품 판매 부진, 대금 회수 지연 등이었다. 특히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영업 관련 자산의 증가는 영업현금흐름의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업 관련 자산이 증가했다는 것은 제품 판매가 부진하고, 판매가 되었더라도 외상으로 팔렸거나 대금회수가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 관련 자산의 증가는 5조4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4조원에 이르렀다.
 
현금흐름 저조는 향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듯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영업이익률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영업현금흐름 비율(영업현금흐름/매출액)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보다 평균 1%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영업현금흐름 비율과 영업이익률 모두 4.5%로, 영업현금흐름 비율과 영업이익 간의 차이가 없었다. 올해 상반기의 영업현금흐름 비율(1.1%)은 영업이익률(5.1%)보다 크게 낮았다.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은 모두 기업이 생산과 판매라는 본업활동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영업이익은 상품의 판매 시점, 영업현금흐름은 현금 유입 시점에서 이익을 계산한다. 현금 유입 시점보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거래 시점에서 성과를 더욱 정확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투자자들이 기업 성과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한다.
 
보통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은 안정적인 관계를 갖는다. 현금 유출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가 합산되는 영업현금흐름은 영업이익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영업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안정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작아질 수 있다.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고객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해 매출채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편 영업현금흐름 비율의 악화는 영업이익률 하락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는 당기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 관련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영업이익률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은 향후 영업이익률 또는 영업이익 증가율로 측정하는 수익성 지표 역시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동성 확보, 사업구조 개선에 집중해야
앞에서 살펴본 사항들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 여건이 이미 상당히 악화됐으며, 앞으로 국제적인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 기업의 재무위험이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타깝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세계경제 침체, 내수 부진, 자금시장 불안 등 기업 외부 여건의 악화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보다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과거보다 길어진다면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은 추가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담당자들은 당연히 향후 현금 창출과 수익성이 매우 부진할 수 있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도 사업계획의 핵심은 단기적 유동성 확보와 장기적으로 외부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 견실한 재무구조를 가능케 하는 사업구조의 개선이 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내년과 같은 혼란기에 재무적 곤경을 사전에 예방하고 원활한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크게 △기업 구성원의 마음가짐 △경영 프로세스(계획-실행-평가) △투자자와의 관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위기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년과 같은 경기 침체기의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목표를 매출 성장(top line growth)이 아닌 이익 성장(bottom line growth), 중점관리 사항을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과 현금흐름 중시에 각각 두어야 한다. 이익 성장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은 기업의 재무역량 강화, 즉 현금 확보 수준 증대로 나타난다. 미국 기업은 1980년대, 일본 기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각각 현금흐름 중시 경영으로 전환했다.
 
또 사업부와 해외법인의 영업 활동과 투자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함에 있어서도 손익정보뿐 아니라 현금흐름을 중시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영업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성과정보로서의 유용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흑자 도산’을 피하기 위해 중요하다. 시장과의 의사소통 실패는 예기치 않게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채권자, 주주 등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설명회 등 투자자 관계 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IR(Investor Relation)부서를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대응책 필요
다만 재무관리의 구체적인 우선순위는 각 기업의 규모와 역량에 따라 달라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은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대기업들의 지난해 자산수익률(영업이익/자산총계)은 5.8%,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5.3배였다. 그러나 자산규모 5000억~2조 원 미만인 중견기업들은 자산수익률과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4.6%와 3.8배였으며, 자산규모 500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들은 각각 3.4%와 2.2배였다.
 
중소기업은 현금 확보가 최우선 먼저 수익 창출 능력과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최우선과제는 유동성 확보다. 현금 보유 수준은 중소기업의 생존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영업 및 투자활동 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영업 활동 측면에서는 매출채권 조기 회수, 재고자산 감축, 제조원가의 획기적 개선,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지출 축소 등을 통해 현금 확보를 늘릴 수 있다. 투자 활동 측면에서는 투자유가증권의 현금화, 불요불급한 유형자산의 매각 및 투자시기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자체 노력과 병행하여 금융기관의 지원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영진은 금융기관에 회사의 현재 재무구조와 수익상황 및 미래 가능성 등을 제시해 채무 연장, 자금 재조달이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 사업구조 고도화 해야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중견기업도 최소 6개월은 자금시장과 관계없이 기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연구개발비, 광고비 등 장기 수익 창출의 기반이 되는 비용까지 무리하게 삭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유동성 확보 이외에 장기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중견기업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어려운 사업은 물론 이익이 나더라도 남보다 잘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과감하게 철수해야 한다. 사업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사업 철수, 매각 등의 축소지향적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활동은 승부 사업을 선택하고, 선정된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인적, 물적 자원을 집중하면 핵심 역량의 확보 및 축적이 가능해지고, 확보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신사업과 신성장을 지속적으로 창조할 수 있다.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좋은 예는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다. 노키아는 1990년대 초반에 금융위기를 맞이하여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관련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통신 사업에 집중하고, 기술적 시너지가 없는 부문을 철수하거나 매각해 이후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성장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IMF 외환위기 때 고통스러운 사업구조조정을 경험한 회사들이다.
 
대기업은 투자 확대와 M&A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대기업은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세계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익 창출 능력과 부채 상환 능력이 양호할 뿐 아니라 현금 확보 수준도 높기 때문에 불경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대기업은 견실한 재무역량을 갖추고 있어 기업 전체적으로 재무위험이 높지 않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하강 국면에 있기 때문에 일부 해외 판매법인이나 생산법인, 협력·부품업체, 고객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해외법인 및 고객사나 협력업체에 대한 재무 모니터링 강화를 사업계획에 포함해 위험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또 상대적으로 우월한 재무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경영을 펼쳐 경기회복 이후를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비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광고비를 꾸준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가 호전될 경우를 대비한 연구개발비, 광고비 등 미래 투자는 경쟁자를 능가하는 성과 개선을 불러오게 된다.
 
미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차원에서 사업 규모 확대도 검토할 만하다. 이를 위해 원천기술 확보나 신시장 진출 차원에서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매력적인 해외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 시너지나 시장 진출에 있어서 목적이 없는 단순한 규모 확대 차원의 M&A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재무회계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자 교체와 이익의 질> <외국인 투자기업과 대기업 집단 간의 재무행태 차이에 대한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