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부진, 물가 상승,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미국 금융기관 파산 등 기업 외부 여건이 심상치 않다. 이렇게 외부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재무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기업이 생산, 영업, 투자 등 기본적인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의 ‘건전성 관리’가 필수적이다. 기업은 여러 재무 요소 중에서도 특히 현금흐름, 구체적으로는 영업현금흐름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원자재 조달, 임금 지급, 원리금 상환 등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각한 현금 부족은 궁극적으로 기업을 파산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발생한 경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관리 대응책을 현금창출 능력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고, 기업의 담당자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포인트를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 기업의 현금흐름 매우 부진
현재 우리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은 매우 부진하다. 이는 국제적인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미 그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필자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비금융기업(12월 결산법인)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은 지난해의 부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4.5%로, 이는 1997년 3.7%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또 외환위기 이후 기간인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평균 영업현금흐름 비율 6.6%보다 2.9%포인트나 낮았다.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지난해보다도 훨씬 저조한 1.1%에 불과했다. 반면에 일본이나 미국 우량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국내 기업들보다 훨씬 높다. 일본 니케이 225에 포함된 191개 비금융기업의 2007년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7.5%, 미국 S&P 500에 속한 339개 비금융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비율은 14.5%였다.
우리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 창출 부진 원인은 제품 판매 부진, 대금 회수 지연 등이었다. 특히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영업 관련 자산의 증가는 영업현금흐름의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업 관련 자산이 증가했다는 것은 제품 판매가 부진하고, 판매가 되었더라도 외상으로 팔렸거나 대금회수가 잘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 관련 자산의 증가는 5조4000억 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4조원에 이르렀다.
현금흐름 저조는 향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듯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영업이익률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영업현금흐름 비율(영업현금흐름/매출액)은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보다 평균 1%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영업현금흐름 비율과 영업이익률 모두 4.5%로, 영업현금흐름 비율과 영업이익 간의 차이가 없었다. 올해 상반기의 영업현금흐름 비율(1.1%)은 영업이익률(5.1%)보다 크게 낮았다.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과 현금흐름표의 영업현금흐름은 모두 기업이 생산과 판매라는 본업활동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영업이익은 상품의 판매 시점, 영업현금흐름은 현금 유입 시점에서 이익을 계산한다. 현금 유입 시점보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거래 시점에서 성과를 더욱 정확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투자자들이 기업 성과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한다.
보통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은 안정적인 관계를 갖는다. 현금 유출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가 합산되는 영업현금흐름은 영업이익보다 큰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영업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의 안정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오히려 영업현금흐름이 영업이익보다 작아질 수 있다.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고객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해 매출채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편 영업현금흐름 비율의 악화는 영업이익률 하락에 선행한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는 당기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영업 관련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반영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비율이 영업이익률보다 현저히 낮다는 점은 향후 영업이익률 또는 영업이익 증가율로 측정하는 수익성 지표 역시 악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