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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ESG 관점에서 본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1건으로 기업 이미지 치명타
안전 생각하는 진정성이 리스크 줄여

김경하, 박혜연, 이은창 | 341호 (2022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삼표산업 등의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며 기업들이 적절한 대응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 사고의 상당 부분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대응이 분주하다. 안전과 보건 이슈는 최근 화두가 된 ESG 중 S(Social)에 해당하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글로벌 선진 건설사들은 산업 안전을 기업의 철학으로 삼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거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산업 안전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 내 안전 전략을 내재화해 위험을 관리하면서 기업의 산업 안전 지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기업의 핵심 경영 과제로
부상한 산업안전 이슈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제조업을 포함한 산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월11일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의 경우 법 시행 이전이라 HDC현대산업개발은 가까스로 처벌을 피했다. 하지만 1월29일 발생한 ‘양주 채석장 매몰 사고’의 경우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면서 중대재해법 위반 사례 1호로 남게 됐다. 또한 정부는 최근 사망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과 삼표산업과 같은 기업을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기업 전체 사업장에 대한 특별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한다고 2월7일 밝혔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 중 최근 5년간 재해 현황, 위험 기계 보유 등을 기준으로 고위험 사업장을 선정하고 특별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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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업무상 사고 재해자가 가장 많은 산업은 건설업(2만4617명, 26.65%)이었으며 제조업(2만3127명, 25.03%)이 뒤를 이었다. 건설업과 제조업의 재해자 수는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건설업의 업무상 사고 재해 천인율1 은 10.77‰로 제조업(5.76‰)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발생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670건의 중대재해가 일어났으며 건설업이 357곳(53%)으로 가장 많다.2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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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건설사들3 도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CSO(최고안전책임자) 선임•안전보건 전담 조직 신설•전사 협의체 구성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 수립에 분주한 모양새다. 먼저 10대 기업 모두가 CSO를 선임했다. GS건설은 2009년 일찍이 안전총괄책임자를 신설했는데 최근 안전 이슈가 대두되면서 담당자의 직급을 기존 부사장급에서 사장급으로 격상했다. 포스코건설은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했던 2018년에 CSO를 신설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년인 2021년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가 CSO를 선임했다. 올해 1월 롯데건설, DL이앤씨가 뒤를 이었고, 2월에는 광주 안전사고 수습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과 중흥그룹에 인수된 대우건설이 2월 말 CSO를 신설했다.

CEO 직속 안전보건 전담 조직 신설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상 시공능력평가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는 모두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10대 건설사 모두가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존보다 격상했다. 삼성물산은 기존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하면서 7개 팀으로 확충했고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부여했다. 현대건설은 경영지원본부 산하의 안전지원실을 안전관리본부로 격상했으며 대우건설도 CEO 직속의 품질안전실을 안전품질본부로 격상해 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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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렌즈로 바라본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요지는 기업이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라는 데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①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②재해 발생 시에는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이행해야 하고, ③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받은 개선 및 시행 조치를 이행하고, ④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 단,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다. 중대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관리 의무와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처벌에서 제외될 수 있기에 경영책임자는 평소에 안전 리스크를 파악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렌즈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생각해보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경영 과정에서 산업재해 리스크가 커졌고, 기업은 사업장과 노동자의 안전 이슈를 핵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실 산업재해는 ESG 중 S(사회) 영역의 주요 지표이며 대부분의 기업은 글로벌 리포팅 기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에 의거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산업재해 관련 데이터를 공시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데이터 공시가 끝이 아니라 이제는 산업재해 문제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숫자로 개선의 결과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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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 건설사의 2018-2020 ESG 임팩트맵을 보면 산업재해 지표에 있어 임직원보다 협력사의 재해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임직원 관련 산업재해 데이터는 10개 기업 중 7곳이 전년 대비 개선됐지만 협력사 관련 산업재해 데이터는 10곳 중 1곳(포스코건설)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력사 관련 산업재해 데이터는 10곳 중 5곳이 관리•공개하고 있지 않았으며 HDC현대산업개발은 10개 건설사 중 유일하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었다. 즉,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ESG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창구가 닫혀 있었던 셈이다.

글로벌 선진 건설사로부터 배우는
산업안전 전략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산업재해 후진국에 속한다.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산업 노동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3.61로 당시 OECD 35개 회원국 평균 2.43을 훌쩍 웃돌았고 캐나다(5.84), 터키(5.17, 2016년 기준), 칠레(4.04), 룩셈부르크(3.69)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4 특히 건설산업 노동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OECD 평균 8.29의 3배 이상인 25.45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한편 글로벌 선진 건설사들은 이미 안전 전략을 내재화해 위험을 관리하면서 기업의 산업 안전 지표를 개선하고 있다.

1. 안전 문화로 자리 잡은 빈치그룹의 안전제일(Safety First) 정책

기업 가치가 약 800억 달러(한화 약 96조 원)에 달하는 프랑스 소재 종합 건설기업 빈치(VINCI)는 2011년부터 ‘안전제일(Safety First)’ 정책을 도입하며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디자인 단계부터 안전에 대해 고민한다는 전략(Safety in Design)을 수립하며 설계 및 준비 기간에도 건강 및 안전 측면에서 최적화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기술적으로 빈치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해 작업장 내 안전을 높이고 있다. BIM은 2차원의 평면 도면을 통해 확인해야 했던 설계 정보들과 물리적 특징들을 3차원의 가상공간에서 볼 수 있는 가상 모델 생성 기법이다. 이를 통해 주의해야 하는 안전 요소를 실물과 거의 동일하게 형성된 가상공간에서 검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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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치 내 모든 그룹의 직장 회의는 건강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업데이트로 시작되며 임직원의 책임과 역할에 맞는 교육 체계를 통해 전방위적인 안전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건설 현장의 감독자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코칭 세션인 ‘안전 강화(Safety Boost)’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고 근로자에겐 작업 현장 촬영본에 대해 근로자가 직접 해설하는 영상을 공유해 위험 요소에 대한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2017년부터는 사고 조사(Accident Investigation) 교육을 통해 작업장 내 모든 유형의 사고를 분석해 근본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담 직원을 훈련하고 있다. 여러 국적의 근로자를 고용한 작업장을 위해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거나 약물 및 알코올 남용 방지 프로그램 등 정신 건강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빈치그룹의 안전 정책은 전 세계에 일관되게 적용된다. 빈치그룹의 보건 안전 전담 조직은 각 사업 라인의 보건 안전 담당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그룹 전체에 강력한 안전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전담 조직은 안전 우수 사례 공유, 안전 절차에 대한 평가, 개선 방안 모색 등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안전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 이는 사고 방지 전략을 논의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사고 방지 전략 그룹(Accident Prevention Pivot Clubs)’, 내부 협동 플랫폼 등을 통해 전사적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 2500여 명의 사내 보건 안전 담당자들이 동일하게 적용한다. 빈치그룹은 협력 업체 역시 건강 및 안전 계획에 대한 성과 평가를 고려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주요 전략이다. 현장 작업자 모두가 참여하는 ‘15분 안전 세션(15-minute safety sessions)’을 통해 책임자는 작업자들로부터 직접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업장별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매일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되는 이 세션에서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점검해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들을 리뷰하고 주의해야 할 작업 환경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은 위험 요소를 진단하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2019년부터 운영된 15분 안전 세션 시간은 지금까지 운영 시수를 합치면 총 8000시간에 이른다. 2019년부터는 작업장 사고 및 잠재적 심각도가 높은 아차 사고(Near miss, 안전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위험한 상황)의 직접 원인(안전하지 않은 행위 및 조건), 간접 원인(인적 및 조직적 요인) 및 근본 원인(관리 및 시스템적 결함)을 세부적으로 분류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빈치의 업무상 재해 빈도(Frequency rate of occupational lost-time accidents )는 2014년 7.51%에서 2020년 5.32%로 감소했다.

오픈 이노베이션5 을 통해 안전성 과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빈치그룹은 지난 2017년, 도시와 지역의 혁신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 ‘레오나드(Leonard)’를 론칭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스타트업 창업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하고 임직원의 혁신 프로젝트 실행도 돕고 있다. 레오나드는 혁신 기업이 빈치그룹사와 협력해 제품 및 서비스를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혁신 파트너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력망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 장갑 체크글로브(CheckGlove)를 개발한 네오라텍(Neoratech), 지하 인프라를 증강현실로 매핑하고 시각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아부스(Avus), 핵심 체온, 심박수 및 운동 수준 등 생체 데이터를 기록해 더위와 과로로 인한 부상과 질병을 예방하는 안전 모니터링 솔루션 켄젠(Kenzen) 등이 레오나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2. 미국 최대 건설사 벡텔, 무사고 철학•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안전 리스크 감소시켜

후버댐, 아라비아 횡단 송유관 건설 등을 수주한 미국의 대표적인 건설 회사 벡텔(Bechtel)에 안전은 단순한 요구 사항이 아닌 핵심 가치다. 벡텔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임직원, 협력업체는 ‘무사고(Zero Incidents)’ 철학을 바탕으로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이 안전 및 보건(ES&H)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주요 내용으로는 ▲관리자와 감독자의 매주 현장 안전 점검 회의 실시 ▲사전 작업 계획, 부상•질병 사례 및 근무 시간의 문서화 ▲모든 직원의 행동 기반 안전 프로그램(Behavior-Based Safety program) 및 평가 참여(ES&H assessments)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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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입해 안전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벡텔은 무재해 목표 달성을 위해 ‘모바일 장비와 인터페이스, 록아웃•태그아웃(LockOut•TagOut)6 , 크레인과 로프 장비, 추락 방지, 낙하물 예방’의 5가지 중점 분야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안전 증진을 다루고 있다. 벡텔은 VR와 AR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해 작업장 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크레인 작업자에게 VR을 결합한 비디오 게임을 통해 교육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으며 작업자에게는 360도 구형 이미지로 라이브 뷰를 생성해 작업 현장을 시각적으로 전달해 안전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록아웃•태그아웃 등 안전 절차의 신뢰도를 개선하기 위해 AR를 도입하고 있는데 작업자는 유지보수 작업 중 가스 밸브나 전기 장비에 대한 전원 공급 여부를 장치에 오버레이(Overlay)7 된 텍스트를 통해 확인하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벡텔 또한 빈치그룹과 유사하게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2015년 벤처캐피털인 ‘브릭 앤드 모르타르 벤처스(Brick & Mortar Ventures)’를 설립해 건설산업과 관련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디지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금은 2020년까지 연평균 약 6888만 달러(한화 약 831억 원)에 이른다. 2021년 1월에는 작업 도구와 조립 상태 등의 현장 정보를 감지해 안전사고로부터 작업자를 보호하는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큐뮬러스 디지털 시스템스(Cumulus Digital Systems)에 800만 달러(한화 약 96억 원)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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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텔의 리더들은 안전 중심 정책의 성과를 증명하고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도 힘쓰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벡텔의 환경, 안전 및 건강 책임자(Corporate Manager of Environmental, Safety, and Health)인 존 파일(John Pyle)이 직접 팟캐스트에 출연해 2020년의 안전 성과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안전 정책, 2021년에 주목하는 안전•건강 이슈에 대해 공유했다. 그는 2020년 벡텔의 주요 산업재해 지표를 중심으로 안전 성과를 공유하며 “2020년 글로벌 근로 손실 재해율(Global Lost-Time Incident Rate)8 이 전년 대비 20%가량 개선됐다”고 밝혔다.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벡텔의 총 기록 재해율(Total Recordable Incident Rate)9 은 동종 업계 대비 9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벡텔은 건설 산업 현장의 잠재된 건강 및 안전 이슈를 추적하며 선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8년 미국 건설 노동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5242명으로 같은 해 사망한 건설 노동자 수(1008명)보다 5배 많았다. 벡텔은 이에 2019년부터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열린 대화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안전보건 전문기관 등과 이니셔티브를 꾸려 모든 작업자와 그들의 가족들에게 전문가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벡텔의 직원들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동료들을 조기 발견하고 5단계 응급 처치를 실시하는 훈련(Mental Health First Aiders)을 받고 있으며 회사 내에 3∼4명의 정신 건강 응급 처치 강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훈련을 통해 정신 건강 및 중독 문제와 관련된 위험 요소와 경보를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을 익힌다.

3. 페로비알, 선도적으로 잠재적인 안전 위험 파악하고 디지털 기술로 대응한다

1952년에 설립된 스페인 소재 다국적 기업 페로비알(Ferrovial)10 은 보건•안전•웰빙의 4가지 전략 키워드를 ‘리더십(Leadership), 적격성(Competence), 복원력(Resilience), 참여(Engagement)’로 설정하고 경영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안전 관리 전략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복원력(Resilience) 부분이다. 페로비알은 이미 일어난 사고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사건, 즉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모든 사건의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당 내용은 관리 위원회에 매주 보고되며 심층 분석을 통해 교훈을 도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교훈들은 리더십 프로그램, 안전 지표, 모바일 가이드라인 등의 형태로 안전 증진을 위한 도구들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안전연구소(Safety Lab)를 별도로 구성해 산업 안전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론과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찾고 적용하고 있다. 페로비알의 2020년 산업재해 도수율(frequency rate)은 9.2%로 2015년 대비 10.8%p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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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비알은 호라이즌 24 디지털 계획(Horizon 24 Digital Plan)이란 로드맵 아래 기술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하며 안전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전 확보를 위한 디지털화에 약 5990만 유로(한화 약 808억 원)를 투자했으며 2021년에만 35개 스타트업과 128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2018년 페로비알이 스페인 스타트업 섹모틱(Secmotic)과 함께 개발한 차선 침입 모바일 경고 시스템 SAMIC이 대표적인 예다. 이 솔루션은 차량이 원뿔 모양으로 표시된 안전 차선을 침범하는 상황을 탐지해 작업자가 고속도로에서 유지 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위험 상황이 인지될 경우 경보를 보낸다.

한편 페로비알은 송전선 등 시각적 기반 시설 점검(Visual infrastructure inspection)뿐만 아니라 토목 건설, 도로 공사 등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다. 드론을 활용해 시설 점검을 하면 물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인프라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위험한 작업의 인력 투입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한 페로비알의 드론은 GPS, 레이더, 적외선 및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실제 작업장의 3D 모델도 구현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 지도를 생성할 뿐 아니라 상황을 분석해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작업을 줄일 수 있다. 페로비알이 개발한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송전선 검사 솔루션은 스페인 최대 드론 대회인 ‘Civildron2020’에서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여기에 진정성을 더하라!

산업 안전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글로벌 건설사들은 ①임직원부터 협력회사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장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식별해 관리하고 있으며 ②현장의 위험과 잠재적인 안전 이슈를 대응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③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스타트업 등과 협력하며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안전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한 중대 안전 문제 원인 식별, 잠재적인 안전 리스크 도출 등 안전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작업자부터 관리자끼리 모두 포함시켜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는 모습도 발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기업이 사전에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안전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선진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에 적합한 철학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며 이것이 산업재해율 감소 등 성과로 증명됐다. 특히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거나(빈치그룹), 건설 산업 현장의 잠재적인 건강 및 안전 이슈를 추적해 정신 건강 관리를 지원하고(벡텔), 이미 일어난 사고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모든 사건의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에서 대책을 마련하는(페로비알) 등 진정성이 안전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었다. 안전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혁신적인 솔루션도 필요하겠지만 국내 기업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법망을 피해 갈 수 있는 묘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임직원과 협력사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진정성에 있을 듯하다.

트리플라잇 김경하 CCO(Chief Contents Officer), 박혜연, 이은창 impact@triplelight.co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의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슈별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은 브랜드 저널리즘 IM(Impact Magazine)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들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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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리스크 줄이는 해외 스타트업 솔루션

글로벌 시멘트 제조업체 시멕스(Cemex)는 2017년 건설 혁신 가속화를 목표로 시멕스벤처스(Cemexventures)를 설립했다. 투자뿐만 아니라 사업 확장을 위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전문가 집단과 함께 연구를 통한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시멕스벤처스는 2017년부터 업계 최대 창업경진대회인 시멕스건설 스타트업 대회(Cemex Construction Startup Competition)를 개최하고 있으며, 페로비알, 빈치 등 건설 산업계의 글로벌 대기업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2021년에는 GS그룹의 벤처캐피털 GS퓨처스도 파트너사로 참가했다. 2021년 대회에서는 탄소발자국 완화, 공급망 관리, 효율적인 작업 현장 및 건축 환경, 고급 건축 자재, 새로운 건축 방법 등의 다섯 가지 범주로 스타트업들을 평가했다. 시멕스벤처스의 포트폴리오사와 2021년 수상 기업 중 건설 현장의 안전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스타트업 솔루션을 정리했다.

1. 프리스멕스(PRYSMEX)

시멕스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사인 프리스멕스(PRYSMEX)는 2015년에 설립된 멕시코 소재 스타트업이다. 현장 관리자는 프리스멕스 솔루션을 통해 모바일 기기와 태블릿, 데스크톱으로 현장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 플랫폼에는 협업을 위한 앱과 설정한 KPI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분석 툴, 대시보드 등이 제공된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3D로 구현된 지도(3D Map)로 실시간으로 동료들에게 위험 사항, 사고 지역, 위험 지역 등의 안전 정보를 전송할 수 있으며 긴급 알람(SOS)도 맵에 표시할 수 있다. 작업자들은 헬멧과 통합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프리스멕스 솔루션과 연결된 클라우드와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작업자의 위치, 현장의 소음 수준, 온도, 조명 수준 등의 데이터는 안전 관리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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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우스컨트롤(Gauss Control)

2013년 설립된 칠레 스타트업 가우스컨트롤(Gauss Control)은 주로 통신 장치를 통해 전송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사고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AI 모델 기반의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한 AI 기반의 피로 위험 관리 시스템(FRMS)을 구현해 개별 작업자의 근무 시간, 수면의 질, 작업량 데이터를 분석해 피로 수준을 판단하고 위험도를 예측해 알려주는 가우스 코그너스(Gauss Cognus) 솔루션도 개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솔루션을 통해 사고를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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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링스(PLINX)

영국에서 2016년에 설립된 플링스(PLINX)는 공장과 작업장, 모든 작업자와 몇 시간 만에 연결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플링스는 ‘잘못된’ 시간과 장소에 ‘적절하지 않은’ 인원이 투입되는 것이 많은 경우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진단했으며 근무자의 역할, 기술과 목적을 기반으로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지역과 장비에 대한 접근 제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플링스의 솔루션은 작업자가 착용하는 센서 삽입형 헬멧인 TeamTag(팀태그)와 특정 지역과 장비에 설정된 HazardTag(위험 태그), MachineTag(기계 태그)의 통신을 통해 구현된다. 만약 접근 권한을 받지 못한 작업자가 HazardTag(위험 태그)와 MachineTag(기계 태그)가 존재하는 위험 지역에 접근하는 경우 경보를 보내 사고를 방지한다. 또한 관리자들은 플링스 어펙트(Plinx Affect) 앱/웹 소프트웨어를 통해 작업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위험 지역 설정, 접근 권한 설정, 작업 일정 보고 및 관리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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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액트(viAct)

2016년 설립된 홍콩 기반 스타트업 비액트(viAct)는 시각 센서와 AI 모델을 활용해 산업 안전과 생산성을 증대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작업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이나 비액트의 전 방향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영상 자료를 AI 모델이 분석해 작업자들의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현황을 진단하고 위험 지역의 필수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자동으로 평가한다. AI 모델은 작업자의 안전 헬멧 착용 여부, 추락 위험 행위, 폭발 위험 지역에서의 흡연 등의 행위를 감지하고 경보를 보내도록 학습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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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하, 박혜연, 이은창 |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의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슈별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은 브랜드 저널리즘 IM(Impact Magazine)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들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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