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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의 협상 마스터

뛰어난 협상가는 복수의 항목을 다룬다

김의성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협상에 성공하려면 목표, 정보, 전략, 팀 역할 배분, 양보 목록 등을 사전에 챙겨 준비해야 한다.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논쟁의 덫’에 빠졌다면 제안을 통해 협상을 진전시킨다. 또 하나의 협상 항목만 놓고 차이를 좁혀가는 해글링(Haggling)이 아닌 복수의 항목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가치 있는 양보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먼저 퀴즈를 한번 풀어보자. 두 사람이 있다. 협상 이론을 20년 다뤘지만 실제로 협상을 해 본 경험은 거의 없는 A 교수와 20년 동안 영업을 했지만 협상 관련 이론은 배워본 적이 없는 B 영업사원. 둘이 서로 중고차를 사고파는 상황이다. 누가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원하는 목표를 더 쉽게 이룰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론의 대가인 교수보다는 협상 경험이 많은 영업사원이 더 수월하게 협상을 끌고 갈 수 있다. 협상은 형식지보다는 암묵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이론으로 배울 수 없고 실수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몸으로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많은 실수와 경험을 통해 협상 기술이 몸에 체득돼야 한다. 또 협상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 협상이 시작되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나름 준비한다고 해도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순간 준비한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준비는 철저히 하되 전략은 유연하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협상 전문 교육기관 스캇워크는 2015년부터 미숙련 협상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협상 역량 진단(Capability Survey)1 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에 실패하는 4가지 유형을 정리했다.

1. 협상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

협상가 41%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협상에 임한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상대방의 역제안에 당황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협상팀의 역할이 배분되지 않아 서로 합의되지 않은 제안을 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또 전략이 유연하지 않아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도 원래 입장을 고수하다가 교착 상태에 빠진다. 필요한 정보를 구하려 하지 않고 서둘러 합의하다가 생각지 못하게 양보를 하기도 한다.

앞서 협상의 기술은 암묵지로서 몸에 체득될 때까지 반복적인 실수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준비 단계는 형식지다. 기술이 몸에 체득되지 않아도 차근차근 체크리스트만 따라가면 준비가 가능하다. 준비 사항 5가지는 목표, 정보, 전략, 팀 역할 배분(Team Tasks), 양보 목록이다.

주요 협상 목표, 특히 숫자 목표는 일단 범위로 설정해야 한다. 현실적인 기대치(Intend position)와 함께 한계(Limit position)를 설정해야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제안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자신의 목표뿐 아니라 상대의 목표도 가설로 짚어 보고 협상 테이블에서 이 가설을 질문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어떤 양보가 의미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정보와 관련해서는 일단 자신과 상대방 사이의 힘의 균형(Power Balance)을 짚어 봐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피하고 싶은 것 중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반대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피하고 싶은 상황 중 자신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힘의 원천이 된다. 힘의 균형 파악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선택지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 외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질문으로 준비하고 상대에게 줘야 할 정보 또한 상대방의 기대치를 고려해 미리 준비해 놓는다.

협상 전략이란 협상 일정과 장소, 대상, 의제, 협상 테이블에서 강조할 관점 등을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다. 협상 전략은 단순하고 유연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협상은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초기 전략을 고수하다가는 교착 상태에 빠질 위험이 크다. 전략은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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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역할 배분은 협상 팀원의 역할을 미리 정하는 것으로 리더, 요약자, 관찰자로 나뉜다. 리더는 의견을 내고 제안하며 협상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요약자는 협상 내용을 요약하고 질문하며 리더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양측이 오해 없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관찰자는 숨겨진 조력자로 숫자 계산 등의 전략을 맡고 협상이 계획대로 흘러가는지 점검하는 역할이다. 중요한 협상일수록 반드시 협상 팀의 역할을 나눠야 팀의 역량이 배가된다.

양보 목록은 준비 의제 5가지 중 목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협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보가 동반돼야 한다. 자신에게는 비용이 낮지만 상대방에게 가치가 큰 항목을 양보하면서 더 중요한 항목을 흥정 없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보 항목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협상 중에 중요한 것을 내어 주거나 협상력을 빼앗기게 된다. 스캇워크의 글로벌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협상가의 60%는 양보할 의도 없이 협상에 임하며 양보 없는 협상은 반드시 실패한다. 협상이란 무언가를 내어주고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을 가지고 오는 교환 과정(Trading process)임을 잊지 말자.

2. ‘논쟁의 덫’에 빠진다

스캇워크의 서베이에서 협상가의 62%가 ‘기회가 될 때마다 내 의견을 피력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6%는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내 의견을 더욱 강조한다’고 답했다. 상대가 자신의 논리를 반박할 때 이를 설득하고자 더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다 잘잘못을 따지며 시비를 가리고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 협상 목표를 잊고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공격과 방어가 반복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보다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며 목소리가 커진다. 최악의 경우에는 서로 조롱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한다. 이렇듯 논쟁의 쳇바퀴에 빠지면 협상은 진전 없이 오히려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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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씀을 이해 못 하신 것 같으니 다시 말씀드릴게요.”

“지난번과 말씀이 다르시네요.”

“그것이 귀사의 방침인 줄은 몰랐습니다. 놀랍네요.”

정보 탐색과 교환이 중요하지만 많은 협상가가 이처럼 논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한다. 논쟁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무엇일까? 휴회는 주위를 환기하는 측면에선 좋지만 협상 자체를 도와주진 못한다. 논쟁에서 빠져나와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법은 오직 ‘제안’뿐이다.

“만약 A를 해주시면 B를 제안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고 저희는 이렇게 제안하겠습니다.”

제안하는 순간 모든 초점은 논쟁에서 제안 내용으로 옮겨 간다. 양측 모두 제안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역제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제안과 역제안이 건설적으로 오가기 시작하면 그간 많은 시간을 쏟으며 논쟁한 서로의 의견 차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의제가 된다.

3. 해글링(Haggling)을 한다

스캇워크 조사에 따르면 비숙련 협상가의 60%는 협상 테이블에서 ‘물건값을 놓고 흥정을 하는 것’을 뜻하는 ‘해글링(Haggling)’을 한다. 그러나 단 하나의 항목만 놓고 차이를 좁혀가는 해글링은 협상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공급처가 5%의 가격 인상을 제안해온다고 가정해보자.

“5% 인상은 어렵고 3%까지는 고려하겠습니다.”

“4.5%까지는 몰라도 3%는 어렵습니다.”

“4.5%는 승인받기 어렵습니다. 3.5%로 제안 드립니다.”

“그럼 서로 양보해서 4%로 하시죠.”

해글링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일부만 달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뛰어난 협상가는 복수의 협상 항목을 다루며 상대가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교환해 목표를 달성한다.

만약 바이어로서 결제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다른 대체 공급처에서도 더 낮은 조건으로 공급받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이렇게 제안할 수 있다. “결제 기간을 60일에서 120일로 조정하면 5%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5% 가격 인상에 동의하되 조건부로 새로운 협상 항목을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다.

반대로 결제 조건에는 여유가 있고 이것이 상대방에게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면 새로운 양보 항목인 결제 조건을 제시하면서 더 중요한 가격을 지킬 수 있다. “가격 인상은 어렵지만 60일에서 45일로 결제 조건 조정은 가능해 보입니다.”

이처럼 해글링이 아닌 협상을 해야 한다. 협상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항목을 얻기 위해 덜 중요한 항목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교환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4. 상대방의 니즈를 고려하지 않고 제안한다

스캇워크가 실시한 조사에서 협상가의 18%만이 상대방의 니즈를 제안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의 니즈를 반영하지 않은 제안은 거절당하기 마련이고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걸 다 내주라는 뜻이 아니다. 많은 노력을 들여 양보하더라도 상대방이 느끼는 가치가 크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자신에게는 비용이 낮지만 상대방에게 가치 있는 것을 양보할 때 협상 목표를 달성하기 수월하다. 가령 음식점에 써주는 긍정적인 리뷰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큰 가치를 준다. 또 다른 예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공급처에 결제 조건을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고 원하는 다른 항목을 얻어내는 것도 좋은 양보다. 상대방의 니즈를 반영해 제안하기 위해서는 ‘협상 8단계 접근(8 Step Approach)’2 중 탐색3 단계에서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목표, 관심사, 기회, 기피 사항 등을 파악해야 한다.

상대에게 가치 있어도 자신에게 중요한 걸 내준다면 손해다. 자신에게나 상대방에게 무의미한 양보를 해서도 안 된다. 자신에게 중요하지만 상대방에게 가치 없는 양보를 하는 어리석은 행동 역시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유연한 부분, 즉 비용이 크지 않지만 상대방에게 가치가 큰 항목을 찾아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리하자면 협상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목표, 정보, 전략, 팀 역할 배분, 양보 목록 등을 사전에 챙겨 준비해야 한다. 서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논쟁의 덫’에 빠졌다면 제안을 통해 협상을 진전시킨다. 또 해글링이 아닌 복수의 협상 항목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에게 가치 있는 양보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해야 성공적인 협상이라 할 수 있다.

뛰어난 협상가는 협상의 구조와 이론을 머리로 익히고 협상 기술을 몸에 체득한다. 협상 과정 내내 감정의 동요 없이 주도권을 유지한다. 이는 사례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백각이 불여일행(百覺而 不如一行)’이라는 말은 협상에서도 통한다. 백 번 깨닫기보다 한 번 행하는 것이 낫다. 오늘의 협상에서 당장 실천해보자.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info.kr@scotwork.com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는 BAT, 네슬레, 펩시 등 글로벌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했으며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BAT 코리아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글로벌 협상 전문 교육 업체 스캇워크 코리아(www.scotwork.kr)에서 대표를 맡고 있다.
  • 김의성 |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필자는 BAT코리아 대표이사와 베링거 인겔하임, 사노피에서 사업부대표를 역임했다. 이전에는 네슬레와 펩시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총괄(Head of Sales), 지역 영업팀장(Area Manager), 신유통 영업팀장(Key Account Manager), 중국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총괄 등을 맡아 다양한 커머셜 직무에서 수많은 협상을 경험했다. 현재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협상 전문 교육 기업인 스캇워크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
    info.kr@sco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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