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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대기오염이 투자 편향과 주식시장 비효율성 부추긴다

곽승욱 | 339호 (2022년 02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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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Air Pollution and Behavioral Biases: Evidence from Stock Market Anomalies”(2021) by H. Nguyen and M. Pham in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Finance.

무엇을, 왜 연구했나?

대기오염은 가장 심각한 환경 위험 중 하나이며 건강과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전 세계 어린이의 93%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기 환경에서 살고 있다. 2015년도 한 해에만 오염된 공기와 관련된 질병으로 인해 900만 명이 조기 사망했으며 이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 수의 3배이고 모든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수의 15배에 이르는 숫자이다. 2016년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글로벌 복지 손실이 5조 달러 이상(약 6000조 원)이고, 글로벌 대기오염 관련 의료 비용은 2015년 210억 달러(약 25조 원)에서 2060년 1760억 달러(약 211조 원)로 8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OECD는 2060년에는 노동 생산성의 척도인 연간 근로 일수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병가로 37억 일 손실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오염의 폐해는 인명과 경제적 손실과 같이 눈에 보이는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기오염 물질은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 능력을 감퇴시켜 집중력, 이해력, 정보 처리 능력을 저하시킨다. 그리고 이는 판단 오류로 이어져 올바른 판단과 의사결정을 훼방한다. 대기오염이 심해질수록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떨어지고, 근로자의 성과가 저하되며, 교통사고 발생률이 올라간다. 재무분석가의 예측 정확도를 낮추고 개인 소득을 감소시켜 주식시장에서 투자 편향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가격 오류(Mispricing, 자산의 시장가격이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개인의 무드(Mood) 변화를 유발해 투자의 성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대기오염이 인간의 건강, 노동 생산성, 기업 의사결정 또는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방대하지만 금융시장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미비했다. 뉴질랜드 매시대 연구팀은 대기오염과 주식시장 이상 현상(Anomaly), 가격 오류 간 역동적 상호작용을 투자 전략과 환경 정책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그리고 대기오염이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며 대기오염에 대한 주의(Attention) 환기와 적절한 환경 정책으로 이를 완화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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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미국증권거래소(AMEX) 및 나스닥에서 거래되는 보통주로부터 주가, 수익률, 거래량 자료를 수집했고 미시간 소비자 심리 지수와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VIX 지수를 사용해 시장 센티먼트(Sentiment)를 측정했다. 또한 미국 환경보호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대기질 시스템(Air Quality System) 공식 웹사이트에서 채집한 대기오염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질 지수(AQI, Air Quality Index)를 산출했다. AQI의 범위는 0에서 500까지이며 높을수록 대기오염 수준이 높고 건강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이상 현상은 주식과 같은 투자 자산의 가격이 효율적인 시장의 개념에 반해 움직이는 상황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상 현상을 역이용하면 시장의 평균 수익을 상회하는 비정상적인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순이익가격비율(earnings-to-price ratio)의 차이로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면 과거 순이익가격비율이 매우 높았던 저평가 주식(저평가 주식)은 매수하고 낮았던 주식(고평가 주식)을 매도하는 ‘롱-숏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비정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효율적 시장에서는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즉시 자산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비정상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연구팀은 순이익가격비율을 포함한 16가지 이상 현상을 바탕으로 가격 오류 점수를 산출하고 가격 오류에 기반한 롱-숏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기오염 수준에 따른 포트폴리오 수익률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각 이상 현상마다 주식을 10분위 포트폴리오로 분류하고 비정상 수익률의 크기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순위를 매겼다. 1순위 포트폴리오(비정상 수익률 기준 최상위 10% 주식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는 가장 저평가된 주식의 집합체, 10순위 포트폴리오(비정상 수익률 기준 최하위 10% 주식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는 가장 고평가된 주식의 집합체를 이뤘다. 결과적으로 각 주식은 16개의 순위를 갖게 되고 이 순위를 결합한 값이 각 주식의 가격 오류 점수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된 주식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하위 10%(저평가)에 속한 주식은 사고 최상위 10%(고평가)의 주식은 파는 롱-숏 포트폴리오 투자 전략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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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대기오염 정도가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공해(高公害) 기간의 롱-숏 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87%, 하위 20%인 저공해(低公害) 기간의 수익률은 0.58%를 기록했다. 즉, 대기오염 수준의 고저에 따른 롱-숏 포트폴리오 수익률 차이가 월 1.29%(연 15.48%)라는 뜻이다.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종속변수로 하고 AQI를 독립변수로 한 회귀분석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대기오염이 매월 1%p 증가할 때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3.5%p 상승했다. 이는 주식시장의 이상 현상과 가격 오류에 기반한 투자 전략이 유효하며 대기오염이 주식시장의 비효율성을 조장한다는 뜻이다. 즉, 대기오염이 투자자의 인지능력을 약화하고 투자 편향을 악화시킨다는 간접적 증거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투자자가 대기오염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가 대기오염 증감과 주식시장 비효율성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대기오염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 정도는 구글의 검색량 지수(SVI, Search Volume Index)를 활용해 수량화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오염’ ‘대기질’ ‘AQI’ ‘오염물질’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및 ‘일산화탄소’ 등 공해 관련 키워드의 검색 빈도가 잦으면 투자자 주의가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분석 결과, 오염 관련 검색이 1%p 증가하면 대기오염이 0.79%p 감소했고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0.15%p 낮아졌다. 대기오염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환경보호는 물론 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너지(nudge)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연방 차원의 프로그램(CAIR, Clean Air Interstate Rule)의 유효성도 검증됐다. CAIR 시행 2년 후, 미국 내 대기오염은 6.75%p 감소했고 롱-숏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2.87%p 감소했다. 정부의 환경 정책도 대기오염 감소와 시장의 효율성 증대에 중요한 결정 요인인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대기오염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심각한 환경 위협이 됐다. 대기오염이 경제와 건강에 미친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대기오염은 투자자의 인지능력을 훼손해 투자 편향을 자극하고 이는 주식시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이상 현상과 가격 오류로 이어지곤 한다. 주식시장이 경제 발전의 중요한 척도이자 촉매제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대기오염의 실질적, 잠재적 위협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자율적 회복 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 중 하나이다.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와 경영이 각광을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 ESG의 가치를 간과하는 투자나 경영은 지속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대기오염이 투자자의 인지능력과 행동 편향, 그리고 주식시장의 비효율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환경오염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를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절실하다. 개인, 기업, 시장, 사회, 정부(Individual, Corporate, Market, Social, Government; ICMSG)가 함께하는 뉴글로벌 운동(New Global Movement)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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