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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국내 ESG 경영의 현재와 미래

현재의 경영 검토하는 ‘현미경’ 넘어
미래 변화 대응하는 ‘망원경’ 활용을

이재혁 |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ESG 확산 및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이니셔티브의 등장으로 기업의 경쟁 우위 분석 단위는 개별 기업이 아닌 가치사슬 전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ESG 정보에 대한 수요 확대는 ESG 정보의 질적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정부 역시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ESG가 지금까지 기업의 현재 경영 활동을 검토하는 현미경으로 사용돼 왔다면 앞으로는 미래 경영 활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예측하고 준비하는 ‘망원경’으로 활용돼야 한다.



2011년에 발생한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처럼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 사회 계층 간 격차 확대에 따른 갈등 심화 등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2019년에 미국 경영자 단체(BRT, Business Round Table)는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설명’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역할에 관한 원칙을 ‘현대화(modernizing)’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선언하면서 주주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 단기가 아닌 장기적 주주 가치, 배제가 아닌 포괄적 성장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거대 기업들은 여전히 주주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

ESG 경영이란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현미경으로 모든 경영 활동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준수하고 사회로부터의 정당성을 확보해 궁극적으로는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려는 전사적 노력이다.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ESG 세부 이슈가 6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자사가 추구해야 할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ESG 경영은 산업의 특성과 함께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및 핵심 역량에 따라 기업마다 다른 모습을 갖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은 존재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서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립 및 실행하기 위해서는 ESG와 관련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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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의 현재

E, S, G는 각기 배타적(mutually exclusive)이기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세부 이슈도 완결적(totally exhaustive)이기보다는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E는 가시적이고 포괄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S나 G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 관련 이슈들은 특정한 산업만의 이슈가 아니며 그 결과도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전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황폐해진 산림은 지난 6년 동안만 해도 축구장 4만 개 넓이에 해당한다. 이렇듯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 속에서 글로벌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발생했을 때 임팩트의 강도는 E와 관련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2 따라서 ESG 중에서 E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이슈 제기 및 대응이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ESG 경영의 실무적 시사점 역시 매우 크다.3

1. 대륙 및 국가적 동향

E와 관련된 많은 이슈 중에서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는 어느덧 전 지구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2021년 11월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대부분의 참가국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및 탄소중립 목표 시한을 제시했다. 하지만 탄소배출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책임 소재 공방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한 선진국의 책임 여부와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이 반영된 상이한 견해가 표출됐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시간표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2050년을 제시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2070년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는 안을 확정했고 탄소중립 목표 연도는 2050년을 제시했다.

유럽은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Europe Green Deal’을 포함해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경제 성과(경제 규모 61% 증가)와 탄소 감축(온실가스 배출 23% 감소)을 동시에 달성하는 탈동조화(decoupling)에 성공한 자신감을 반영한 행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1년 7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EU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9년 대비 55%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한국은 탄소 순 수출국이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럽발 E 관련 규제 동향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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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업 차원 이슈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공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초안을 발표하면서 역내로 제품을 수입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배출권 형태의 인증서를 구매하고 관할 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의 추진을 시작했다. 2023년부터 5개 분야(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에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분야와 직간접 연관이 있는 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대응책 마련을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탄소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위주의 교역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순 수출국 세계 8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그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 및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제 적용까지 앞으로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2026년에는 전면 도입이 예정돼 있다. 산업 융합화 시대에 특정 산업의 배타적 범위를 단정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간 융합뿐 아니라 통합, 복합, 분화의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환경오염 산업’이 더 이상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탄소 저감을 포함한 환경친화적 행보는 이제 모든 산업의 공통 과제이다. EU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에 최근 포함된 해운 분야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정한 것처럼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범 적용되는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건설업에서도 유럽발 E 관련 규제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기 위해 1990년에 비해 부동산 부문의 배출량을 60% 이상 감소할 계획이며 프랑스는 1000㎡가 넘는 모든 상업용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2010년 대비 2030년에 -40%, 2040년에 -50%, 2050년에는 -60%로 줄이도록 법령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건설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 연료 연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면서 폐기물 발생, 물 소비, 분진 발생 등 환경 이슈에 노출돼 있는 반면 전 세계 GDP에 대한 기여도는 13%에 달한다. 건설자재 분야에서 바이오차 콘크리트를 활용하는 등의 발상 전환을 통해 작업 효율 달성과 함께 탄소중립 실현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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