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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국내 ESG 경영의 현재와 미래

현재의 경영 검토하는 ‘현미경’ 넘어
미래 변화 대응하는 ‘망원경’ 활용을

이재혁 | 337호 (2022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ESG 확산 및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이니셔티브의 등장으로 기업의 경쟁 우위 분석 단위는 개별 기업이 아닌 가치사슬 전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ESG 정보에 대한 수요 확대는 ESG 정보의 질적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며 정부 역시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ESG가 지금까지 기업의 현재 경영 활동을 검토하는 현미경으로 사용돼 왔다면 앞으로는 미래 경영 활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예측하고 준비하는 ‘망원경’으로 활용돼야 한다.



2011년에 발생한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처럼 소득의 불평등한 분배, 사회 계층 간 격차 확대에 따른 갈등 심화 등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2019년에 미국 경영자 단체(BRT, Business Round Table)는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설명’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역할에 관한 원칙을 ‘현대화(modernizing)’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선언하면서 주주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 단기가 아닌 장기적 주주 가치, 배제가 아닌 포괄적 성장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거대 기업들은 여전히 주주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

ESG 경영이란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라는 세 가지 현미경으로 모든 경영 활동을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준수하고 사회로부터의 정당성을 확보해 궁극적으로는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려는 전사적 노력이다.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ESG 세부 이슈가 6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자사가 추구해야 할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ESG 경영은 산업의 특성과 함께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 및 핵심 역량에 따라 기업마다 다른 모습을 갖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은 존재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일환으로서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수립 및 실행하기 위해서는 ESG와 관련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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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의 현재

E, S, G는 각기 배타적(mutually exclusive)이기보다는 상호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세부 이슈도 완결적(totally exhaustive)이기보다는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E는 가시적이고 포괄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S나 G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 관련 이슈들은 특정한 산업만의 이슈가 아니며 그 결과도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전 지역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아마존의 열대우림에서 지역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황폐해진 산림은 지난 6년 동안만 해도 축구장 4만 개 넓이에 해당한다. 이렇듯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 속에서 글로벌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발생했을 때 임팩트의 강도는 E와 관련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2 따라서 ESG 중에서 E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이슈 제기 및 대응이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ESG 경영의 실무적 시사점 역시 매우 크다.3

1. 대륙 및 국가적 동향

E와 관련된 많은 이슈 중에서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는 어느덧 전 지구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2021년 11월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대부분의 참가국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및 탄소중립 목표 시한을 제시했다. 하지만 탄소배출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책임 소재 공방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돕기 위한 선진국의 책임 여부와 역할 범위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이 반영된 상이한 견해가 표출됐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시간표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2050년을 제시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2060년, 인도는 2070년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는 안을 확정했고 탄소중립 목표 연도는 2050년을 제시했다.

유럽은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Europe Green Deal’을 포함해 기후변화 관련 다양한 대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경제 성과(경제 규모 61% 증가)와 탄소 감축(온실가스 배출 23% 감소)을 동시에 달성하는 탈동조화(decoupling)에 성공한 자신감을 반영한 행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1년 7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EU의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중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9년 대비 55%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한국은 탄소 순 수출국이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이러한 유럽발 E 관련 규제 동향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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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업 차원 이슈

EU 집행위원회는 2021년 7월 공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초안을 발표하면서 역내로 제품을 수입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배출권 형태의 인증서를 구매하고 관할 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의 추진을 시작했다. 2023년부터 5개 분야(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기)에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 분야와 직간접 연관이 있는 산업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대응책 마련을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탄소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위주의 교역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순 수출국 세계 8위인 우리나라의 경우 그 타격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 및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제 적용까지 앞으로 많은 진통이 예상되지만 2026년에는 전면 도입이 예정돼 있다. 산업 융합화 시대에 특정 산업의 배타적 범위를 단정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산업 간 융합뿐 아니라 통합, 복합, 분화의 과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환경오염 산업’이 더 이상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탄소 저감을 포함한 환경친화적 행보는 이제 모든 산업의 공통 과제이다. EU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에 최근 포함된 해운 분야에서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정한 것처럼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50%까지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범 적용되는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건설업에서도 유럽발 E 관련 규제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기 위해 1990년에 비해 부동산 부문의 배출량을 60% 이상 감소할 계획이며 프랑스는 1000㎡가 넘는 모든 상업용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2010년 대비 2030년에 -40%, 2040년에 -50%, 2050년에는 -60%로 줄이도록 법령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건설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 연료 연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면서 폐기물 발생, 물 소비, 분진 발생 등 환경 이슈에 노출돼 있는 반면 전 세계 GDP에 대한 기여도는 13%에 달한다. 건설자재 분야에서 바이오차 콘크리트를 활용하는 등의 발상 전환을 통해 작업 효율 달성과 함께 탄소중립 실현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3. 투자자 및 평가사 동향

대륙 및 국가 차원에서 E 관련 각종 법안이 통과되고 그에 따라 산업 및 기업 차원의 대응 방안이 결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통해 개별 기업의 E 관련 경영 활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E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 블랙록(BlackRock)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면서 ‘존경받는 기업’ 1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투자를 결정할 때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간주해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철회나 매각보다 변화를 유도하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친환경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엔진넘버원(Engine No.1)은 거대 석유회사 엑슨모빌(Exxon Mobil)에 대해서 친환경 에너지 투자 계획의 수립과 함께 에너지 분야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의 선임 등을 요구했다. 직원 22명, 자산 2억 달러에 불과한 엔진넘버원이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자신들이 추천한 3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은 블랙록과 다른 주요 투자자들의 지지 때문이었다. E의 중요성과 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엔진넘버원과 같은 다윗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MSCI, Sustain Analytics와 같은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은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블랙록과 같은 자산운용사, 피치그룹(Fitch Ratings)과 같은 신용평가사, 연기금에 등에 제공한다. 평가사들의 동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평가사마다 평가에 포함하는 항목, 필요한 자료 수집 방법, 가중치 부여 여부, 피드백 활용 여부 등의 차이로 인해 평가 결과에도 일관성이 다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의 ‘온실가스’ 항목은 국내외 주요 13개 ESG 평가 지표와 공시 기준에 유일하게 모두 포함돼 있다. 4

4. 소비자 동향

‘착한 소비’는 ESG 시대 소비자 동향의 큰 특징 중 하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대국민 인식 조사(2021년 5월)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대응을 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E가 35%, S가 23.7%, G가 41.3%였으며 기업이 관심을 둬야 할 E 부문 주요 이슈는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 ‘기후변화 가속화’(21%), ‘환경 호르몬’(19.7%) 등이었다. 응답자의 70.3%는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 반면 88.3%는 ‘친환경 등 ESG 우수 기업 제품’에 추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의 의식 수준 향상으로 진정성 있는 ESG 활동을 이제는 투자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의 소비 패턴 파악과 함께 자사의 ESG 활동에 대한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

ESG의 미래

1. ESG 시대 경쟁 우위 분석 단위의 변화

전통적 의미의 경쟁 우위는 경쟁자보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ESG 확산 및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이니셔티브의 등장은 경쟁 우위 분석 단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Drive Sustainability’는 BMW, 포드,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 간의 파트너십으로서 환경 및 사회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자동차 공급망 전체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Responsible Business Alliance’는 원래 전자 산업 공급망에 있어서의 환경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성됐지만 최근에는 가입 대상을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 산업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산업별 이니셔티브는 애초에 개별 기업의 자율적 참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강제적 규약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우위의 분석 단위가 개별 기업이 아닌 가치사슬 전체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과거처럼 해당 기업만 잘해서는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제조사의 ESG 경영에 대한 평가는 자사가 얼마나 환경친화적으로 제조 활동을 하고 있느냐와 더불어 제조에 사용한 원료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어떻게 조달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ESG의 관리 대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관리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경계 내에서 직접 배출되는 Scope 1과 외부 전력 및 열 소비로 배출되는 Scope 2와 달리 조직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Scope 3는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의 Scope 3 배출량을 측정 및 감축하고 제3자 검증까지 받으면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이니셔티브의 경쟁 우위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런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경쟁우위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서 지속가능성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은 지속가능한 건설을 ‘건물 부지 선정에서 설계, 시공, 운영, 유지 보수, 개조 및 해체에 이르기까지 건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적으로 책임 있고 자원 효율적인 과정을 이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즉 특정 건설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사가 가치사슬에서 차지하고 있는 활동 영역에서뿐 아니라 그 가치사슬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 모두의 활동 영역에서도 지속가능성이 동반 상승돼야 한다.

2. ESG 경영 철학의 도입 대상 확대

앞으로는 ESG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대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역시 ESG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발전 공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심지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전과 발전 공기업 6개 사가 ‘2050년 석탄 발전 전면 중단’을 목표로 발전 분야의 탄소배출 제로화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대한민국 공적 기금의 역할도 앞으로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자체의 ESG 경영은 물론이고 기금 운용에 있어서 ESG 관점의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 기관에서도 E 관련 이슈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이 폐기물을 분류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일반폐기물을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 폐기물의 처리 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환경적 손실로 이어진다.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에서도 지속가능 관점에서 ESG를 활용할 수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Net-Zero 2050’ 선언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천명했으며 애리조나주립대는 ESG위원회 설립을 통해 투자자, 교직원, 학생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학교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ESG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이렇듯 사회 전반의 여러 기관에서 도입되는 ESG 경영 철학 도입이 기업에 주는 기회 및 위협을 파악해 ESG 경영의 동반자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정부의 역할 강화

ESG 펀드는 현재 전 세계 펀드 자산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MSCI World 지수가 15% 상승한 것에 비해 MSCI World ESG Leaders 지수는 22% 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ESG 정보가 지니고 있는 가치는 결국 관련 정보의 수요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ESG 정보에 대한 수요는 전통적인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으로부터 역시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어 M&A 의사결정에도 ESG 정보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간의 ESG 수준 유사성은 후보 기업 선정, 실사, 합병 후 ESG 기준의 통합에 이르기까지 M&A의 전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ESG 수준이 유사한 기업 간의 M&A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성과가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5 M&A 관련 의사결정 및 실무에서 해당 기업의 ESG 정보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ESG 정보에 대한 수요 확대는 ESG 정보의 질적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순환 경제 개념을 환경 관리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결국 관련 정보를 좀 더 객관적이며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6 따라서 ESG 정보에 대한 수요 관점에서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파악해 정보 유통을 저해하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역할이 필요하다. ESG 정보 공급 관점에서는 좀 더 양질의 정보가 실시간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를 유도해야 한다. 해외와 국내의 사회문화적, 법률•제도적 환경 차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서 정부가 정확한 현황 파악과 아울러 글로벌 평가사 및 투자자와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2021년 8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새로운 나스닥(NASDAQ)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에는 적어도 한 명의 여성 이사와 함께 한 명의 소수 계층(인종, 민족, 성 소수자)이 포함돼야 한다.

ESG 경영의 분석 대상이 더 이상 해당 기업이 아니라 해당 기업이 속해 있는 가치사슬,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전반의 산업 생태계라는 점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산업 정책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7 과거의 산업 정책이 비교 열위에 있는 산업에 대한 투자였다고 하면 ESG 시대의 산업 정책은 ESG 관점에서 비교 우위를 갖추고 있거나 그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대한 투자로 변모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더 많은 공해를 양산한 선진국들이 초래한 환경적 불평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로 선진국에서 사는 전체 인구의 15%가 광물 및 화석 자원의 절반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소비가 초래한 폐기물 등에 대해서는 나머지 인구 모두가 감당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8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 리더들이 선진국의 리더들에게 삐딱한 시선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ESG 관련 각종 정책의 수립 및 실천에 있어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이다. 배출량에 있어서 전 세계 1, 2위(합산하는 경우 전체 매출의 40%)인 중국과 미국이 COP26에서 평행선을 달리다가 폐막을 며칠 앞두고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 기준의 수립 및 실천 여부는 또 다른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경제 패권주의 차원에서 국가 간 헤게모니 싸움보다는 ESG 관련 정책이 자국 및 자국 기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전반적으로 형성되고 있지만 선진국 대 후진국, 제조업 혹은 서비스업 기반의 경제 체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주안점 및 핵심 역량 여부에 따라 자국 및 자국 기업에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ESG 관련 세부 정책에 국가적 역량이 집중될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광, 원자력, 풍력, 지열, 수소 등 대표적 재생에너지에 대해 현황, 비용, 과제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종합 검토해9 자국 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산업 정책이 선택 운영될 것이다.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및 각종 세제 혜택이 새롭게 도입되거나 기존 혜택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 정부 차원의 각종 인센티브에 대한 기대감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 설치 규모가 내년에 각각 44GW, 27GW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RE100과 관련된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제도가 뒤늦게 나마 2021년에 시행됐지만 비싼 재생에너지 전력 단가 등의 이유로 가시적인 결과는 전혀 없는 상태다. RE100을 국내 기업들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전략적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검토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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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을 넘어 망원경으로 ESG를 활용하자

기업들은 현재의 경영 활동을 검토하는 ‘현미경’으로 ESG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 경영 활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예측하고 준비하기 위해 ESG를 ‘망원경’으로도 활용해야 한다. 즉, ESG는 자사의 과거 모습과 관련된 자료(backward-looking data)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계획(forward-looking plans)의 일환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ESG 평가 지표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평가 항목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며 평가 기준도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지구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에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영국 에너지 회사 드락스(Drax)를 포함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Utilization•Storage)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탄소 네거티브 관련 이니셔티브를 만들어 리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탄소중립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탄소를 없애는지 여부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예측과 함께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그 과정에서 ‘룰 팔로워(rule follower)’라는 수동적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의 이슈를 예측하고 관련 이니셔티브를 새롭게 제시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 거듭 나야 한다.

ESG라는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현재 어떤 국내 기업이 가장 지속가능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기업이 지속가능한가? 미래에도 그 기업이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을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함께 찾아 나가길 바란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jayrhee@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새너제이주립대(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일하다 2001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ESG협회 공동협회장, 사학연금공단 ESG위원회 위원장,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자문위원, 고려대 ESG위원회 위원, ESG연구센터 센터장, 한국경영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평가(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경영 전략 및 글로벌 전략을 포함한 여러 관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및 저술 활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 경영 실태 조사를 위한 가이드라인(K-ESG) 개발 및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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