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달라질 준비, 되셨나요?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역사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노동의 지형(workforce landscape)은 크게 요동쳤습니다. 1929년 대공황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일터와 노동자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고 득실에 있어서도 업종별, 역량별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적표를 쥐게 됐습니다. 파급력 측면에선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팬데믹 역시 일터와 노동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미국, 유럽 및 일부 국가에선 감염병으로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험을 느꼈거나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된 의료, 유통 및 서비스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대 퇴사(Great Resignation)’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BBC는 이에 대해 “노동 환경, 감염 우려 등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 일의 의미 등 ‘실존적 깨달음’을 경험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느끼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와 또 다른 맥락에서 지식노동자들도 재택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에서 불안감이라는 ‘현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나는 과연 지속가능할까. 노동시장에서 본인의 경쟁력과 존재감을 우려하는, 실존감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인 셈입니다.

직원들의 경쟁력은 개인 차원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가 됐습니다. 감염병 사태로 가속페달을 밟게 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조직 내 구성원들의 현재 역량과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 간의 격차, 즉 ‘스킬 갭(skill Gap)’을 빠르게 좁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맥킨지 설문 조사에서도 기업 리더 10명 중 9명이 이미 임직원들의 스킬 갭 이슈를 겪고 있거나 늦어도 5년 내에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맥킨지는 전 세계적으로 3억7500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향후 10년 동안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스킬 갭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관심을 쏟아야 할 키워드는 조직원 개인의 기술, 역량 및 태도를 바꾸는 ‘탤런트 트랜스포메이션(Talent Transformation)’입니다. 이 목표는 지금과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리스킬링’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거나 숙련도를 높이는 ‘업스킬링’을 통해 실현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를 조직의 우선 과제로 적용했던 기업들은 큰 성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추락하는 오프라인 유통의 상징과도 같던 월마트가 2020년 2분기, 오히려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한 것도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으로 인재들을 재교육, 재배치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월마트는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해 고객 응대 교육을 실시하며 직원들의 서비스 능력을 ‘업스킬링’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매장 내에서 픽업해주는 직무군 ‘퍼스널 쇼퍼’를 신설하고 직원들을 이 보직에 배치하기 전, ‘리스킬링’ 교육도 실시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직원들에 비해 디지털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찬밥 취급을 당했던 고령 근로자들 역시 탤런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령 근로자들의 역량이 떨어져 보였던 것은 통상 기업에서 노동력을 평가하는 잣대인 적응성, 육체적 역량, 기술 습득력 등 하드웨어적 자질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장점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즉 이들이 가진 조직에 대한 헌신, 사회성 등 소프트웨어적 스킬을 더 강화시키면 변화무쌍한 시기, 조직을 안정시키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바람직한 인재상과 리더상은 조직의 업적, 과거의 성공 공식을 부정하며 과감히 역린을 건드릴 줄 아는 데 있습니다. 미래 모습에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과거를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전문 분야를 개척하는 ‘극단적 리스킬링’도 감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주는 교훈 중 하나입니다.

한편 예술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신선한 영감을 드리고자 표지와 내지에 미술 작품을 소개해 온 DBR는 이번 호부터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미술 거래 플랫폼 ‘캔버스(CANVERSE)’가 제공하는 국내외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미술과 기술의 결합이 새로운 생태계를 빚는 예술의 미래 역시 엿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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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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