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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룩시드랩스의 메타버스 피벗 사례

인지 장애 치료 기술을 VR 기술에 접목
게임 기반 멘탈 피트니스 새 시장 열어

조안나,조윤경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룩시드랩스는 본래 뉴로 마케팅 연구를 위한 뇌파-시선 추적 기기를 개발하는 회사로 시작했으나 창업 3년 만인 2018년 메타버스 분야로 피벗을 진행해 뇌파-시선 분석 솔루션을 탑재한 VR 헤드셋 기기를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뇌파-시선 추적 기술과 VR 기술을 접목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다. 반면 룩시드랩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치매와 같은 인지 장애 보조 선별 의료기기 기능을 제공하며 비즈니스 가능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룩시드랩스는 코로나19로 메타버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상에서 VR 게임 기반의 멘탈 피트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2018년 작고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Quiet people have the loudest minds(조용한 사람의 내면이 가장 소란스럽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우리가 마음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내면은 뇌가 외부에서 발생하는 오감 자극의 물리적 입력을 의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뇌 활동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조용히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약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가 병렬적으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으며 마치 핼러윈데이에 발 디딜 틈 없는 이태원 거리보다 훨씬 소란스럽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마지막 남은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뇌에서 이와 같은 전기 신호가 오고 갈 때 발생하는 전기적 파동은 우리의 마음 상태를 분석하기 위한 활용도 면에서 독보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 건강 관리와 디지털 헬스 서비스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이를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통합시키는 기술도 필요하다.

2015년 창업한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 룩시드랩스는 본래 시선과 뇌파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해 사람의 인지와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 AI 기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2018년 이후엔 기존에 개발해 오던 솔루션을 극대화시켜 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피벗(pivot•사업 전환)해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의 정신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VR 환경에서 인지 기능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는 ‘루시’를 선보였으며 국내 대학병원 및 지자체와 협업해 다가올 원격 의료 시대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룩시드랩스의 피벗과 그 진행 과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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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시드랩스는…

룩시드랩스는 사용자의 생체 신호 분석을 통해 인지 장애를 조기에 파악하고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인지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창업 초기부터 ‘시선-뇌파 기반 인터페이스(Eye-Brain Interface)’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분석하는 회사를 목표로 달려왔다. 2021년 현재는 생체 신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VR 시스템을 통해 치매와 같은 인지 장애를 예측하고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룩시드랩스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SF 2017 경쟁 부문’에 VR에 최적화된 시선-뇌파 인터페이스 기반 감정 분석 시스템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래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8년 CES에선 시선-뇌파 데이터 수집용 모바일 기반 VR 헤드셋 ‘LooxidVR’ 제품으로 AR/VR 분야의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시선-뇌파 인터페이스 기반 VR 사용자 분석 기술로는 2019 골든 브리지 어워드 IT 분야 스타트업 금상을 수상했다. 2020년에는 첨단 기술 및 문화 관련 전시회인 SXSW(South by Southwest)가 뽑은 AR/VR 분야 혁신 스타트업에 선정됐으며 VR에 최적화된 뇌파 기반 차세대 사용자 인터페이스 Looxid Link를 활용한 실시간 사용자 인터랙션 기술로 2020 시그라프(Siggraph) Real-time Live!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뉴로 마케팅에서 시작된
시선-뇌파 기반 솔루션

2015년 시작된 룩시드랩스의 첫 사업 모델은 뇌의 반응 신호인 뇌파를 분석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인간의 뇌파, 시선 추적(eye-tracking) 등을 활용한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 특히 구매 결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2006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의 브라이언 넛슨 교수 연구팀이 ‘사람들의 구매 활동에 대한 뇌신경 기반 예측(Neural Predictors of Purchases)’ 관련 연구 결과를 ‘뉴런’이라는 세계 최고 학술지에 발표하면서부터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기록된 뇌의 반응 정보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연구 결과로 신경과학계는 들썩였고 이후 많은 신경과학자는 신경과학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뉴로 마케팅 회사를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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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하나인 ‘뉴로 포커스(NeuroFocus)’는 노벨상 수상자인 에릭 캔들과 하버드대 교수들이 합류한 대표적인 뉴로 마케팅 회사다. 2008년 포천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의 마케팅 분석을 도맡았으며 이후 세계적인 소비자 리서치 기업 닐슨에 인수됐다. 이외에도 매년 1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선데이(Superbowl Sunday)’에 집행되는 광고에 대한 잠재 소비자의 시선과 뇌파를 측정, 분석해 광고 순위를 예측하며 화제가 됐던 ‘샌즈 리서치(Sands Research)’ 역시 대표적인 뉴로 마케팅 기업이다. 슈퍼볼 광고는 30초당 광고 단가만 62억 원에 달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한 광고 각축전을 벌인다. 매출 효과가 확실한 만큼 뇌파를 활용한 소비자 반응 연구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뉴로 마케팅에 활용되는 뇌파 및 시선 추적 장비는 사용자 입장에서 착용이 복잡하고 번거로운 데다가 장비가 차지하는 공간도 상당하다는 페인포인트(pain point)가 존재했다. 룩시드랩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2016년 시선-뇌파 인터페이스 제품 LX-I(그림 2)을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으로 개발했다. 시선-뇌파 측정 장비를 MVP 제품으로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룩시드랩스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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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룩시드랩스는 이를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고 여겼다. 기존 장비보다 간편한 최소 기능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용자의 시선-뇌파를 측정하기 위한 헤드셋을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또한 모바일이나 PC, 태블릿과 같이 콘텐츠를 제공받을 별도의 디지털 기기도 필요했다. 따라서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메타버스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다

이런 가운데 룩시드랩스 구성원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플랫폼, 즉 메타버스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경제•문화•사회적 활동을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2014년 세계 최대 SNS 기업 페이스북이 VR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미국에서 주목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메타버스 VR 콘텐츠는 몰입감과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헤드셋을 착용해야만 체험할 수 있다. VR 헤드셋은 사용자의 이마에 밀착되기 때문에 사용자의 인지/정서와 같은 정신 건강 상태 파악에 필요한 뇌파와 시선 정보를 측정할 수 최적의 환경이다. VR 헤드셋으로 뇌파와 시선 정보를 군더더기 없이 자연스럽게 수집해 실시간으로 분석 가능하고, 사용자가 어느 곳을 바라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룩시드랩스가 눈여겨본 부분은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가상현실 플랫폼의 콘텐츠를 체험하기 위해 기꺼이 VR 헤드셋을 착용하기 때문에 헤드셋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하드웨어 제품 개발에 집중해왔던 룩시드랩스는 VR 콘텐츠에 반응하는 사용자의 뇌파 및 시선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다.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룩시드랩스가 메타버스 기반 감정 분석 기술 개발에 뛰어든 또 다른 이유는 자사의 시선-뇌파 분석 기술이 VR 플랫폼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VR 시장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감정에 기반한 인터랙션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3D 영상을 소비하기 위해 VR 헤드셋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기존의 모바일, PC 사용자들은 와이드 스크린을 보면서 3D 안경을 낀 채 입체적인 경험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로선 답답하고 불편한 VR 헤드셋을 쓰게 하기 위해선 동기 부여 차원에서 감정에 기반한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했다. 룩시드랩스에도 이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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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모바일, PC 환경에선 사용자가 디스플레이를 지켜보는 ‘관찰자’ 입장에서 디지털 경험을 해왔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현실이 가상 세계로 옮겨진 것이기에 현실 세계와 동일한 방식의 경험, 즉 가상 세계의 실제 ‘참여자’로서 차별화된 디지털 경험이 제공돼야 한다. (그림 3) 현재 로블록스나 제페토가 제공하는 가상 세계를 예로 들자면 사용자가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상 세계에 사는 캐릭터가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나 자신과 동일하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또한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면 눈빛, 목소리의 톤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해 실제 세계와 동일한 상호작용을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실제 많은 스타트업이 표정, 시선 추적, 목소리 톤 등의 분석을 통해 VR 감정 분석 분야 진출을 시도해왔다. 시선 추적 기술을 보유한 회사인 TheEyeTribe, Eyefluence, SMI는 VR 분야에 뛰어든 대표적인 기업인 페이스북, 구글, 애플에 각각 인수되기도 했다.

시선-뇌파 기반 VR 인터랙션 솔루션의 개발

결국 오랜 연구개발 끝에 룩시드랩스는 2018년 사용자 시선-뇌파 분석 솔루션을 모바일 VR 헤드셋과 결합한 제품 ‘LooxidVR’(그림 4)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시선과 뇌파, 그리고 VR 등 세 가지 요소를 접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낸 회사는 룩시드랩스가 유일했다. 룩시드랩스는 이 제품으로 2018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가전쇼(CES)에서 VR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2016년 삼성의 모바일 VR 헤드셋 ‘기어VR’와 2017년 구글의 페인팅 애플리케이션 ‘틸트 브러시(Tilt Brush)’에 이어 VR 부문에서 세 번째로 이뤄진 수상이었다. 이 제품은 VR 사용자의 생체 신호 기반 감정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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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9년 룩시드랩스는 주요 VR 헤드셋 제조사인 오큘러스, HTC VIVE 제품에 액세서리로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뇌파 센서 ‘Looxid Link’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림 5)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기반의 시선-뇌파 수집용 VR 헤드셋의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표적인 VR 기반 사용자 감정 분석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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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룩시드랩스와 비슷한 시기 뉴로 마케팅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들은 각 사가 개발 중인 생체 사용자 감정 분석 시스템의 MVP를 시장에 접목해 상용화시켜 나가는 중이었다. 대표적으로 이 시장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성공적인 벤처 투자자인 피터틸(Peter Thiel)과 영화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가 투자해 유명해진 스타트업 스파크뉴로(Spark Neuro)가 있었다. 스파크뉴로는 사람이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희열이나 행복이 아닌 언제 자극을 받고 흥분하는지, 제품의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지 심도 있게 연구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파악하거나 2016년 미 대선에서 뉴로 마케팅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해 크게 화제가 되고 있었다.

룩시드랩스는 다른 뉴로 마케팅 회사들과 달리 이 서비스를 VR로 확장시켜 나갔다. 영화나 게임, 제품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VR 콘텐츠 속에서 경험할 때 사용자들은 어떤 형태의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지, 또한 언제 집중하는지, 사용상 어떤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 기업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B2B 시장에서 뉴로마케팅에 대한 니즈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넓혀 나갔다. 당시 룩시드랩스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VR 카 클리닉(VR Car Clinics)’이라는 소비자 리서치였다. ‘카 클리닉’이란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디자인이나 시장성을 평가하는 조사 방법으로, 본래 실물과 동일한 형태의 프로토타입과 경쟁 제품을 나란히 비교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아무래도 실물과 동일한 형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다 보니 차량 조달 및 운송 비용, 공간 세팅, 보안 문제 등의 단점이 존재했다. 더욱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실물을 다른 나라로 이동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새로운 소비자 조사 서비스를 원하는 상황이었고 룩시드랩스는 VR로 실제 프로토타입을 구현해 소비자 조사의 효과를 확인하는 ‘VR 카 클리닉’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이외에도 룩시드랩스는 자사의 시선 추적과 뇌파 기반 사용자 분석 기법을 도입해 사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하는 여러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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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기능 제품(MVP)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이란 고객 가치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 최소한의 디자인, 최소한의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이를 최소한의 노력과 개발로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을 말한다.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구현한 완제품을 만드는 대신 사용자들에게 검증받아야 하는 핵심 기능을 만들어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 스타트업에 적합한 제품 개발 방식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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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걷거나 뛰는 것보다 빠른 이동 수단을 개발하려고 할 때, 누군가 탑승해서 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스케이트보드’를 MVP로 팔면서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보고 “방향 전환이 더 쉽게 되는 제품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통해 2차로 핸들을 달아 ‘킥보드’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제품에 대해 “이동할 때 서 있다 보니 다리가 아프다”는 피드백을 받는다면 앉을 수 있는 형태의 이동 수단 ‘자전거’를 만들어 출시하고, 이와 같이 제품을 더욱 진화시켜 결국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해 출시하는 것이다. (그림 1) 상용 MVP의 경우, 제품의 최종 목표 지점 도달까지 지속적으로 고객 피드백을 받아 제품 적합성을 검증하고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VR 사용자 감정 분석 시스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진출

그러나 VR를 활용해 마켓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다. 마케팅 리서치 회사들은 고전적인 시장조사 방법론을 통해 축적해 온 정량적인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성공 지표를 만들고 새로운 광고, 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 평가 시스템을 오랜 시간 구축해왔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통해 제품의 소비자 반응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VR 기반의 뉴로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데 회의적이었다. 룩시드랩스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기업마다 실험 환경에 대한 요구사항이 달라 공통분모의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장 확장 가능성의 한계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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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셔널 커넥션’을 이용한 사용자 몰입(flow)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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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시드랩스가 제공하고자 했던 서비스는 뇌나 안구의 움직임처럼 사회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통해 감정을 추출해 사용자와 콘텐츠의 ‘이모셔널 커넥션(Emotional Connection)’을 만들어 진정한 몰입(flow)을 이끌어내는 전략이었다. 2016년 개봉한 VR 애니메이션 ‘인베이젼(Invasion)’에서 첫 화면에 등장한 토끼가 사용자와 눈을 맞추고 킁킁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간단한 인터랙션을 통해 사용자는 이 토끼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이렇다 보니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서도 토끼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사용자가 VR 콘텐츠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유도한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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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리서치뿐 아니라 게임 유저들의 행동을 분석하려는 수요가 있는 게임 개발자 등 여러 업계에 문을 두드렸지만 이들 역시 기존에 사용해 오던 고전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었다. 여러 VR 회사가 고화질의 디스플레이, 고음질의 청각, 햅틱 등 다양한 물리적 기술을 더해 지속적으로 VR 환경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가면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B2C 영역으로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제반 인프라가 미비했고 무엇보다 킬러 콘텐츠가 부재했다. 네이버제트가 선보인 제페토와 같이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만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전이었다. 진입 선도자로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룩시드랩스는 2018년 하반기 연구 아이디어 공모전 ‘해피니스 챌린지(Happiness Challenge)’를 진행했다.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의 연구자, 뉴로 피드백 및 뉴로 마케팅 기업들을 대상으로 LooxidVR를 활용해 개인과 사회의 행복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공모하는 행사였다. 놀랍게도 참여한 전 세계 68개의 연구 그룹 대부분이 사용자의 정신 건강(Mental Health) 증진을 위해 VR 플랫폼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테면 많은 직장인이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장애를 겪고 있는데도 기존의 상담 치료 및 정신과 치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VR 플랫폼과 시선-뇌파에 기반한 감정 분석 솔루션을 활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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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룩시드랩스는 VR를 사용하는 목적이 분명한 VR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주목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VR 기반의 시선-뇌파 분석 솔루션은 단순히 고전적인 방법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고전적인 방법이 놓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같은 맥락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VR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일반적인 지지부진한 성장률의 타 VR 분야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높은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는 3개의 주요 시장에는 AI 기반 진단 시장, 디지털 치료제 시장, VR 헬스케어 시장이 있다. VR 헬스케어 시장은 5년 뒤인 2026년 북미 시장만 약 33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룩시드랩스는 통계 분석과 기계 학습을 통해 고객의 감정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감정의 기준값(ground truth)에 대한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는 실증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는 한편, 시선과 뇌파를 활용한 사용자 감정 분석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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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헬스 서비스로의 도약

룩시드랩스는 VR 기반 사용자 생체 신호 분석 기술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분야로 아이부터 청년, 중장년층,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인지 장애에 주목했다. 우선 노년층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치매의 경우 발병하기 20∼25년 전부터 인지 저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인지 기능 유지 및 극단적인 저하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확률이 20∼25%나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노인이 스스로 인지 저하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세계 최초로 시선-뇌파 기반 사용자 분석 솔루션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룩시드랩스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몰입감 높은 VR 게임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인지/정서 기능 개선 효과 극대화할 것’, 그리고 ‘시선 추적, 뇌파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인지/정서 기능 평가 및 분석 정확도를 개선할 것’이라는 두 가지를 목표로 VR, 시선 추적, 뇌파 기술을 결합한 VR 멘탈 헬스 케어 솔루션 ‘루시(LUCY)’를 개발했다. 루시는 VR에 최적화된 생체 신호 기반의 인지 기능 평가 및 훈련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인지 기능 평가를 위해 설계된 VR 게임을 수행하는 동안 행동 및 신경생리학적 반응을 포착하고 분석해 주의력, 작업 기억력, 공간 지각력과 같은 다양한 지적 영역에서의 인지 역량을 평가한다. 사용자가 VR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측정된 뇌파와 안구 운동과 같은 생체 신호는 클라우드로 전송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쉬운 지표로 구성된 리포트를 제공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이라고 부정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룩시드랩스가 앞으로 개발해 나갈 VR 게임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는 이 같은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다. 마치 2010년 에픽게임즈의 게임 디자이너인 제인 맥고니걸이 과거 강연에서 ‘게임을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말이다. 치매 조기 발견이나 인지/정서 장애 훈련을 위해 개발된 VR 게임의 위상은 앞으로 분명 달라질 것이다.

룩시드랩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생체 신호 분석 기술 및 VR 기술을 접목하면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청년, 중장년층의 주의력, 기억력, 지각 능력을 측정하고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VR 플랫폼을 활용해 스트레스,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멘탈 헬스 케어 솔루션과 같은 사업 방향은 사회적인 가치 구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인지 및 주의력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지 게임부터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보며 하는 명상 콘텐츠, 비트세이버와 같은 엔터테인먼트용 콘텐츠, 아바타 기반의 심리 상담 서비스도 메타버스 안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룩시드랩스가 지향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가상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멘탈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궁극적으로 인지•정서의 유연성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애덤 가잘리(Adam Gazzaley)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 장애의 치료에 활용되는 디지털 게임은 모바일이나 PC 환경보다 VR 환경에서 사용자의 주의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룩시드랩스의 VR 게임 기반의 인지 능력 평가 및 훈련 시스템이 향후 디지털 치료제로 개발될 경우, 기존 의료 영역과는 사뭇 다른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VR 분야가 예상과 달리 B2C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지 못했던 이유는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된 콘텐츠, 블록체인 기반 결제, 소셜 인터랙션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과 만난다면 향후 5년 안에는 폭발적인 속도로 상용화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바이오 및 뇌 공학 학사 및 석사를 취득했다. 글로벌 PR 회사 케첨(Ketchum) 등에서 컨설팅, 제품, 기술 PR/마케팅 분야에서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해왔으며 현재 생체 신호 기반 VR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 룩시드랩스에서 전략총괄이사(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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