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기업 전략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이 일어났다. 인수합병(M&A) 붐이 일면서 M&A 금융과 M&A 법률, 전략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회사를 관리·감독하는 데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이 나타나자 기업들은 가장 매력적인 비즈니스 대신 경쟁우위를 갖는 비즈니스를 보유하는 데 관심을 쏟았다.
경쟁우위가 없는 사업이라면 성장속도가 빠르거나 수익성이 높다 해도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고 여겼다. 반대로 경쟁우위가 있다면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도 보유해야 한다고 여겼다.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리스크를 이해하고 사들이고 판매하는 방식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 1973년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는 리스크 거래의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옵션 가치 산정을 위한 가격결정 모형을 발표했다. 컴퓨터 연산 능력이 발달하면서 금리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금융 리스크를 거래하는 옵션과 유사한 상품을 취급하는 거대한 시장이 등장했다. 뒤이어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유사한 시장이 잇달아 나타났다.
이와 같은 두 차례의 혁신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접근 방식에서 제3의 혁신이 나타났다. 기업의 근간이 되는 운영이나 재무, 마케팅, 전략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금융 시장에 이미 뿌리를 내린 정확한 리스크 계산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이 M&A 거래를 진행해야 하는가, 수직적 통합을 줄이면 어떤 이점이 생길까, 우리가 직접 생산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가, 경쟁업체의 행동에 따라 제품 수요가 어떻게 변할까, 중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수요 변화는 둔화될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은 기업이 자사의 특성에 맞는 리스크를 적절하게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리스크 거래와 보험을 위한 다양한 툴과 시장이 등장한 덕분에 기업들은 한때 직접 감당해야만 했던 수많은 리스크를 찾아내고, 가치를 측정하며,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직접 거래가 불가능한 리스크는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각종 리스크를 통합해 매각하기도 한다. 기업은 또 자사의 경쟁우위에 도움이 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인수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진화하는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리스크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만을 고집하는 기업에 비해 한층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 이익률을 얻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업이 자사 특성에 맞는 리스크에 집중하면 전형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부채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당과 달리 이자는 세금으로 인한 지출을 상쇄하는 것뿐 아니라 운영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IT 부문을 아웃소싱한 업체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기업에 비해 지출 비용이 적다. 사실 제3의 제공자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규모 및 지식의 경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스크와 관련해 자연적으로 경쟁우위를 갖는다.
본 논문은 기업의 관리자들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나타난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5단계 프로그램’을 설명하고자 한다. 각 사업부서 수준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지만 기업 전체 수준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단계에서 리스크에 대한 개념 전개와 관련한 유용한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그래픽 ‘뛰어난 리스크 관리를 위한 5단계’ 참조) 이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이미 성공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부터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