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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물류로봇의 상용화 현황과 전망

로봇 자동화로 달성한 ‘로지스틱스 4.0’
프로세스 재정립,전문 인력 확보로 대전환 이뤄야

박정훈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로봇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로지스틱스 4.0의 체제 전환을 위해 다음 사항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물류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리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물류로봇 도입 시에는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둘째, 물류로봇 관련 전문 인력 확보가 미래 물류 운영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차별적 경쟁력이 될 것이다.

셋째, 로봇 및 자동화 설비 도입에 관련된 금융 서비스 니즈가 증가할 것이므로 물류 이해관계자들은 여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야 한다.



“행사 시작 26초 만에 58만3000건 주문, 30분 만에 매출액 3723억 위안(한화 약 63조 원) 달성”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020년 광군제에서 기록한 숫자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중국 쇼핑 대축제인 광군제 기간 중에 발생한 전체 주문 건수는 23억2100만 건으로 전년 12억9200만 건에 비해서 무려 80% 증가했고, 총매출은 4982억 위안(한화 약 84조 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택배 시장에서 거래된 전체 물동량이 약 34억 개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물류 관점에서 이는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의 70%에 육박하는 수량을 단기간에 분류-포장-배송까지 완수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이다. 국내처럼 늦어도 2∼3일 내에 배송이 모두 완료되지는 못하지만 알리바바는 이 엄청난 주문량을 고객들에게 전달해냈다. 이런 대규모 물류 흐름이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게 된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그 답은 스마트 물류, 즉 자동화와 로봇, 그리고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미래형 물류 운영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로봇을 포함한 물류 자동화 기술이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현재 물류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입되고 사용되고 있는지, 또 향후 상용화는 어떤 행보로 전개될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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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스마트 물류로의 진화를 촉진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추세에 대해서 간략히 짚어보자. 이커머스는 최근 1년간 팬데믹의 영향으로 한층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전 세계 이머커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280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4년 6조38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같은 기간 리테일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18.0%에서 21.8%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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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커머스 시장 역시 같은 양상의 급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160조6000억 원을 거쳐 2021년에는 18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글로벌 5위에 해당하는 1035억 달러 수준으로 경제 규모 대비 이커머스 시장 비중이 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급속한 이커머스 시장 성장에 동반해 핵심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풀필먼트 물류 서비스이며 풀필먼트 시장 역시 2020년 기준 이미 약 2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 대기업과 대형 물류 기업 등이 이에 발맞춰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관련 자동화 설비 및 물류 로봇 공급 시장도 연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CJ로지스틱스는 이커머스 분야를 별도 본부로 개편했고 현대그룹과 두산그룹 등이 M&A를 통해 물류 자동화 전문 기업을 출범하는 등 대기업들도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물류 운영이 직면한 도전 과제

이커머스를 필두로 한 물류 수요의 증가와 질적 측면에서의 고객 니즈 고도화에 따라 물류 역시 현장 운영 측면에서 다양한 도전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물류 기업들은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한 운영 고도화를 통해 난제들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우선 물류 운영 측면에서의 도전적 이슈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물류 거점, 즉 물류센터의 공급 부족 상황이다. 과거의 물류 거점은 대부분 창고 형태로 물자의 보관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도심과는 먼 거리에 위치하며 출하보다는 보관 자체에 기능 중심을 두기 때문에 대량의 물건을 입/출하 처리하기에는 부적합한 건물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물류 거점은 풀필먼트센터로서의 기능이 중요하며 입지 또한 도심지에 인접함으로써 배송시간을 단축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기존과 다른 구조와 입지를 가진 풀필먼트형 물류센터의 공급이 최근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급 부족에 따라 물류센터 임차료도 높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물류 운영 주체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번째, 물류 작업 노동력의 공급 부족 문제이다. 소량 다품종 물자의 다빈도 출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물품의 피킹, 포장 영역에서 특히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시적인 인구 감소 추세에 더해 고강도 노동을 요하는 작업 특성 등으로 업무 기피 현상이 더해져 실제 물류 현장에서는 작업자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설비/장비 운용이 가능하며 생산성이 높은 숙련된 작업자의 경우에는 작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미국의 경우, 사이버먼데이 또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물동량이 평시 5배에 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수기 기간 중에 물류 작업자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며 인건비 또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셋째, 주문당 물품 구성 다양성 증가 및 주문 빈도 증가에 따라 물류 작업의 복잡도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량의 다품종 제품을 수많은 주문자별로 재구성해 하나의 포장 단위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 투입이 필요하기에 생산성이 저하되며 휴먼 에러(human error)로 인한 오출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자동화 설비 및 로봇에 의한 작업 자동화와 자동 검수에 대한 니즈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넷째, 물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 특히 빠른 배송에 대한 요구 증가에 따라 물류센터에서는 작업 시간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한편 화주는 재고를 직접 보유하고, 신속 출하하길 지향하면서 물류센터 내 재고 보관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보관 효율을 극대화한 자동 창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정 시간대 작업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한 투입 자원의 유연성도 물류 운영상 중요한 경쟁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 이슈는 고객 수요지 인근, 즉 도심에 인접하거나 도심 내에 자리 잡은 배송 거점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도 이미 전국에 약 170개의 로켓배송센터(2021년 초 기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선진 사례의 경우 단순 배송 중계 기능을 넘어 물자의 분류, 포장, 배송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도심 내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를 로봇 기반으로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으며, 이는 향후 물류 공급망 구조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물류 운영 측면에서의 도전 과제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당면한 이슈들이기 때문에 지엽적인 대응 방안이 아닌 근본적인 물류 서비스 생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로봇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로지스틱스 4.0’으로의 체제 전환1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물류센터는 대량의 팔레트2 단위 제품을 소분해 유통점포로 공급하는 기능을 넘어 개별 소비자 주문에 직접 대응 가능한 풀필먼트센터로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또 자동화 보관/피킹 시설 도입으로 보관 효율을 극대화하고, 출하 리드 타임3 을 최단화해야 하며, 분류/포장 작업에서도 인력과 로봇의 최적 조합을 통해 물량 변동성에 경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만 한다.

국내외 주요 물류로봇 도입 사례 및 동향

글로벌 선도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와 선제적 기술 도입을 통해 물류로봇을 중심으로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한 플래그십센터를 통한 표준 운영 모델을 검증하는 한편 새로운 로봇기술 개발 경쟁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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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약 10여 년 전부터 위와 같은 이슈들에 대비해 물류 운영 체계를 고도화시켜 왔다. 또 대규모의 물류로봇 도입을 통해 운영 체계를 선진화했다. 아마존은 자회사인 아마존로보틱스를 통해 2020년 기준, 자사 물류센터에 12만여 대의 모바일 로봇을 도입했으며, 이는 2015년 3만 대 대비 약 400% 증가한 수치다. 외부에서 공급받아 투입한 로봇을 모두 합치면 약 20만 대 이상의 로봇이 물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 물류센터에 로봇을 적용함으로써 인간 작업자가 직접 상품을 가져다 택배 박스에 넣는 데 평균 60분이 소요되던 작업 시간이 15분으로 단축됐고, 공간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재고를 둘 수 있는 공간도 50%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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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JD.com)은 2018년, 상하이에 40만 ㎡(약 1만2000평) 크기의 완전 무인 자동화 물류센터를 오픈해 운영 중에 있다. AS/RS(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 4 장착, 창고 자동화 설비, 수송 라인, 택배 분류 기기 등 자동화 장비 자체 개발을 통해 물류센터 내 화물 입고, 저장, 피킹, 패킹, 출고 전 과정을 무인화해 하루에 약 20만 건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로봇을 활용한 무인 센터는 기존 센터 대비 10배 이상 효율이 높고, 인력 투입 시보다 작업 속도는 5∼6배 빠르다.

특히 징둥닷컴의 물류 전문 계열사인 JD Logistics는 풀필먼트에서 라스트마일 배송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적용 가능한 물류로봇 군단을 자체 편성하고 실제 적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무인 물류 분야를 광범위하게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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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오카도(Ocado)는 물류 부문 로봇 자동화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 오카도는 2000년 4월 식료품 유통기업으로 설립됐는데 특이한 점은 유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개의 오프라인 매장도 없이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대신 로봇, 자동화, 머신러닝 방식의 AI를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와 구매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구성하고 수요량을 예측해 적정 물량을 적시에 조달하는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이라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실시간 재고 모니터링은 물론 창고 내 재고 판매를 예측하는 실시간 재고 보충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으며 1000여 대에 이르는 물류로봇을 활용해 피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 글로벌 이커머스 상위 3개 국가의 대표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한 물류로봇 도입 현황을 살펴봤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물류로봇 운영사례가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마존 키바 형태의 AGV로봇 5 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동하면서 직접 피킹까지 수행하는 형태의 한 차원 진화된 물류로봇은 테스트 운영을 통해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단, 외형적으로는 일반 AGV와 유사하지만 택배 분류소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소화물 분류로봇도 중국에서는 일반화된 분류용 로봇으로 상용화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커머스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 추진 중에 있다. 국내의 경우, 물류로봇 초기 상용화는 역시 AGV 형태의 로봇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소수의 도입 성공 사례가 확인되면서 많은 기업이 본격적인 도입에 착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AGV 외에도 작업자를 추종하며 운반 작업을 지원하는 형태의 로봇, 주문 정보를 가지고 각 피킹 구역을 순회 자율 이동하면서 인간 작업자가 피킹해준 물품을 장 보듯 모아서 오는 로봇 등 다양한 모바일 물류로봇도 해외 선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점점 상용화되고 있다. 이러한 로봇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 한국 내 공급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글로벌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한편, 산업용 로봇으로 박스를 팔레트에 쌓아 올리거나 반대로 쌓여 있는 상자를 팔레트에서 해체해주는 팔레타이저 로봇도 합리적인 공급 가격을 제시하면서 시장 공략을 강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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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아직 미국, 중국, 유럽에 비해서는 더디지만 시장 개화기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물류로봇 도입 사례를 살펴보겠다. 국내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대표적인 대규모 도입 사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중소 규모 수준에서 실제 성공적으로 상용화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으며, 유통/물류기업, 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현장 파일럿 도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먼저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피킹용 AGV 도입 사례를 살펴보자. 디자인 소품, 아이디어 상품 전문 쇼핑몰인 텐바이텐은 국내 물류로봇 전문 기업인 스튜디오3S와 함께 물류로봇 도입을 준비해 약 1년 전부터 자사 물류센터에 QR 방식의 AGV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40여 대의 로봇 티봇(T:bot, 텐바이텐과 로봇 합성어)과 멀티 피킹스테이션 6 을 활용해 6만여 개에 달하는 품목에 대한 출고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 일평균 약 50여 명이 투입되던 피킹 작업 인원이 이 솔루션을 도입한 후 약 20여 명으로 줄었다. 또 오출고율이 감소하고 직원들은 피킹 작업장 내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등 작업 현장 개선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텐바이텐은 솔루션 도입 후 현장 운영 상황에 맞게 로봇 수량, 스테이션 구성, 레이아웃 등을 변경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수행하면서 주문 패턴에 적합한 운영 방식의 고도화를 통해 작업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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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V의 경우, 위 사례 외에도 도입한 사례가 소수 더 있지만 아직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오면 이를 확인한 뒤 도입하려는 대기 수요가 형성되는 단계다. 물류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무인 물류 체계로 전환하기에 앞서 인간 작업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로봇이나 작업자의 안전보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물류 기술 등에 대한 니즈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물류 작업자의 생산성이 매우 높고, 로봇에 대한 대규모 투자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추정되며, 단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나 작업 보조를 위한 기술들이 수요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 작업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물류로봇으로, 마치 아이언맨 슈트처럼 착용하는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이 최근 물류 현장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로봇 한 대당 1000만 원은 족히 드는 초기 도입 비용 부담을 렌털 서비스로 줄일 수 있게 됨에 따라 중견/중소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한 유통기업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가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 경우 약 10㎏ 정도의 부하를 경감해주는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물류센터 내 분류 컨베이어에 제품 상자를 연속해 투입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가 이 로봇을 착용하고 있다. 그 결과, 기존 대비 생산성이 약 20% 높아진 것은 물론 작업자의 관절 통증도 줄어들었다.

한편 물류 현장은 아니지만 물자의 운반이라는 물류 활동이 수행되는 또 다른 장면으로 유통매장, 식당, 병원 등에서도 자율주행형 모바일 운반 로봇이나 다관절 로봇을 물류로봇으로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물류로봇의 본질적인 기능을 생활 물류 현장에 이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로봇의 안전성 향상에 따라 일반 고객과 혼재된 상황에서도 로봇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됐고 렌털 방식 등 초기 도입 부담을 줄이는 금융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면서 저변도 확대되는 중이다. 을지대병원은 2018년 검체, 식사, 폐기물 등 병원 내 물자 이송에 자율주행로봇을 도입한다고 밝혔으며 ㈜우아한형제들은 식당 내 서빙 로봇인 딜리를 출시하고 렌털 방식으로 기업들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GS리테일이 LG전자와 협력해 고층 건물 내에서 편의점 상품을 배송해주는 시범 사업을 추진했다. 이마트는 2020년 초 서울 청계천점 오프라인 매장에 물류센터에서 사용되는 로봇피킹시스템7 을 도입해 고객 주문 상품을 크레인로봇이 픽업한 뒤 고객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방식의 무인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생활 물류 분야는 물류로봇 관점에서는 새로운 거대 잠재 시장으로 공공, 근린시설 및 호텔, 쇼핑몰, 병원/요양원 등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욱 활발히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물류로봇 도입은 글로벌 선도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성공 사례만 확인된다면 대기 수요가 현실화되면서 폭발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내로 더 많은 성공적 도입 사례가 소개돼 물류현장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물류로봇의 유형별 상용화 현황

이처럼 비록 국내에서는 아직 물류로봇의 상용화가 미진한 편이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의 로봇 상용화 수준은 상당하다. 물류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어떤 단위 작업 프로세스별로 실제 적용될 수 있고, 또 현재 글로벌 기준에서 어떤 작업들에 실제 로봇을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국내 향후 물류로봇 상용화의 전개 방향을 추정해볼 수 있다.

로봇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면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은 관절의 개수와 작동 메커니즘에 따라 다관절로봇팔 8 , 델타로봇9 , 스카라로봇 10 등으로 구분되며 용도에 따라 용접, 도장, 팔레타이저 로봇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비스 로봇은 개인 서비스 로봇과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하며, 전문 서비스 로봇은 다시 의료, 청소, 물류, 탐사 등 활용 분야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조합된 로봇들로 구분할 수 있다. 물류로봇은 이러한 로봇 구분을 넘어 물류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모든 종류의 로봇을 포함한다. 여기에는 산업용 로봇의 다관절 팔레타이저, 델타로봇, 그리고 서비스 로봇의 운송로봇, 모바일플랫폼로봇, 웨어러블로봇, 여기에 더해 무인 시스템의 드론, 육상주행로봇, 무인차가 모두 포함된다. 이는 물류의 작업이 실내외 운송, 제품 적재, 상하역, 피킹, 포장, 검수 등 매우 포괄적인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기를 요구함에 따라 거의 모든 종류의 로봇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로봇 기업들의 관점에서도 물류는 농업, 의료 분야와 더불어 상용화 선도 분야이며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산업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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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로봇의 유형별로 물류 프로세스별 작업에 실제 적용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로봇 구분별로 보면 운송로봇(AGV), 웨어러블로봇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어느 정도 상용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물류 프로세스 기준에서 보면 피킹 작업에 대한 로봇 상용화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앞서 도입 사례에서 살펴봤듯 이커머스 풀필먼트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 소량 다품종 물자의 개별 주문 분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피킹 작업 다음으로 상용화 시도가 활발한 영역은 출고와 하역/적재인데 이 작업은 대표적인 고강도 노동이 소요되는 프로세스다. 인력난 해소와 동시에 생산성 증가에 초점을 두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포장과 재고 관리 기능에 대한 로봇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포장(검수 포함)과 재고 관리는 로봇의 물리적 역량보다는 지능적 역량이 높게 요구되는 분야이기에 AI의 발전에 따라 로봇 지능이 향상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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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로봇 시대 대비를 위한 전략적 고려 사항

이제 로봇 기반의 물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 경영과 운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전략적인 이슈들을 점검하고자 한다. 사실, 물류로봇은 운영 니즈에 맞게 공학 전문가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물류 현장을 운영하고 로봇을 효율/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물류 서비스의 이용 주체인 일반 화주 기업이든, 물류 운영 주체인 물류 기업이든, 또는 미래 물류를 신사업으로 접근하는 입장이든 다음의 전략적 고려사항들을 선제적으로 검토한다면 소위 로지스틱스 4.0 시대를 누리는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물류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리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물류로봇 도입 시에는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물류는 작업의 복잡도가 높고 한 명의 작업자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 업무이다. 다시 말하면, 로봇 한대가 인간 한 명을 1대1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물류작업 프로세스는 인간 작업자 중심으로 업무가 분화돼 있고 작업 순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정 기능 단위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으로는 기존 프로세스를 감당할 수 없고 생산성도 오히려 저하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인간과 로봇 각각의 수행 기능을 재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물류 현장의 특성에 맞게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더불어 물류센터 내 공간 배치, 운영조직의 재편성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을 위해서는 물류 현장 작업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를 지닌 물류 컨설턴트들과 기술엔지니어, 시스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차기능팀(CFT) 형태의 전문 조직에 의한 컨설팅이 필요하며, 이러한 업무 자체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사내 전문 조직을 별도로 편성해 내•외부 고객 대상의 전문 서비스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물류로봇 관련 전문 인력 확보는 미래 물류 운영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차별적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일반적인 물류센터는 현장 작업 인력과 주문/배차 관리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로봇 중심 자동화 물류센터는 운영 인력의 특성과 구성 비중에서 기존 물류센터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로봇 자동화 수준이 높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물류센터에는 재고보관랙(센터 내 보관 공간)이나 출하장 부근에 엔지니어와 데이터애널리스트가 노트북을 바라보면서 근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리적 노동 중심의 작업자는 로봇으로 대체됐으며, 인간 작업자의 물류 업무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특수 포장, 관리 역할 등의 기능으로 변화한 것이다. 당장은 새로운 로봇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데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로봇 도입이 점차 확산될수록 로봇을 운용하는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선제적으로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 기업들은 또 다른 장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셋째, 로봇 및 자동화 설비 도입에 관련된 금융 서비스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물류 이해관계자들은 여기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의 공급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키바 형태의 AGV로봇의 경우 대당 수천만 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에 로봇 100대만 도입해도 투자 금액은 수십억 원을 훌쩍 넘게 된다. 기존의 물류 위탁 수행 기업들이 인력과 협력업체를 기반으로 초기 투자 금액 부담 없이 업무를 시작할 수 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 서비스를 통해 자본투자를 운영 비용화해 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하며 대규모의 자본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물류기업 내지 물류로봇 공급 주체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물류로봇 관련 전략적 고려사항들을 잘 유념해 대비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찾아서 발전시킨다면 물류로봇 기반의 로지스틱스 4.0 생태계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박정훈 로지스올컨설팅앤엔지니어링 대표 컨설턴트 scmpark@logisall.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육군3사관학교 교수, 항공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SCM/물류 컨설턴트로 한진물류연구원, 삼성전자로지텍, CJ Logistics, CJ미래경영연구원 등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물류관리론』 『로지스타포캐스트』 등이 있으며 물류 전문지 CLO에 물류로봇 칼럼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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