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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Watch

광고 차단 앱 사용자를 차단하면 안 되는 까닭

이정 | 300호 (2020년 7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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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Information Systems

Manmohan Aseri, Milind Dawande , Ganesh Janakiraman , Vijay S. Mookerjee “Ad-Blockers: A Blessing or a Curse?”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forthcoming), https://doi.org/10.1287/isre.2019.0906


무엇을, 왜 연구했나?

구글에 ‘온라인 광고 차단 앱’을 검색하면 ‘애드블록’ ‘애드가드’ 등 수많은 앱이 검색된다.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사용자, 특히 그중에서도 2030 젊은 층에서 이러한 광고 차단 앱을 많이 사용하며, 설치 대상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가리지 않는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답답하겠지만 ‘애드블록’처럼 온라인 광고를 차단하는 앱이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은 수년 전에 이미 나왔다.

만약 온라인 광고 차단 앱이 합법이라면 유튜브처럼 광고를 기반으로 생존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일부 웹사이트처럼 앱을 설치한 방문자는 해제를 하지 않는 이상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원천 봉쇄해야 할까? 아니면 유튜브가 하는 것처럼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광고 없이 마음대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할까? 카네기멜론대의 만모한 아세리가 텍사스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최근의 한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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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첫째, 놀랍게도 광고 차단 앱은 앱 사용자와 콘텐츠 제공자 양측에 이득을 줄 수 있다. 언뜻 생각할 때 광고 차단 앱은 해당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에게만 편의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콘텐츠 제공자는 앱을 설치한 사용자에 대해 콘텐츠 접근을 허락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권을 갖게 되며, 이 단계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용자를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공자는 먼저 앱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도록, 즉 화이트리스팅(white-listing)하도록 사용자들에게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앱 사용자가 콘텐츠 제공자의 화이트리스팅 요구에 동의할 경우, 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적은 양의 광고를 보게 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고객 차별화로서 앱 사용자들을 비(非)앱 사용자들에 비해 ‘광고를 더 싫어하는 고객층’으로 분류한 후 이들에게는 더 적은 양의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양적 측면에서의 맞춤형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비(非)앱 사용자들에게는 기존보다 더 많은 광고를 제공하고, 화이트리스팅에 동의한 앱 사용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제공자는 광고 수입의 총액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앱 사용자가 화이트리스팅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을지, 말지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때 화이트리스팅하지 않는다고 해서 콘텐츠 접근을 원천 봉쇄한다면 콘텐츠 제공자는 광고 수입의 근간이 되는 ‘트래픽’을 잃게 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때 잃게 되는 트래픽 손실이 화이트리스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독점적 제공이 거의 불가능한 인터넷 환경상 앱 사용자들은 개별 웹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편이다. 이들은 화이트리스팅을 강요당하며 앱 설치를 포기할 바엔 해당 웹사이트만 포기하고 다른 웹사이트로 옮겨가는 것을 택한다는 것이다.

둘째, 그렇다면 유튜브 같은 광고 기반 기업들의 성공 여부는 앱 사용자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화이트리스팅으로 유도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연구는 한 명의 고객이 광고 차단 앱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을 ‘화이트리스팅 비용’으로 표현하며,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 이 비용을 어떻게 낮추는지가 수익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태도로 앱을 해제하면 광고를 ‘적게’ 볼 수 있다고 이성적으로 설득하든가, 혹은 광고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최소 수익 창출의 수단임을 강조해 사용자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리스팅 없이 버티는 강성 앱 사용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는 그들 역시도 접근을 원천 봉쇄해 트래픽을 잃기보다는 그냥 광고 없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트래픽을 잃는 것은 광고 수익의 핵심 근간을 잃는 것이고, 이는 광고 기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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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유튜브가 광고 차단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제한 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유는 그들이 너그러운 기업이라서가 아니다. 광고 차단 앱을 감지할 기술이 없어서도 아니며 광고 차단 앱이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 때문도 아니다. 바로 ‘광고 수입’ 때문이다.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 광고 차단 앱을 깔았다고 해서 해당 유저의 접근을 막을 경우, 예상보다 더 큰 트래픽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본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는 앱 사용자의 접근을 막기 전 먼저 앱을 자발적으로 해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지한 고민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앱 사용자들을 아예 차단하면 안 된다. 그럴 바엔 지금처럼 앱 사용자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비(非)앱 사용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전보다 더 많이 광고를 보게 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정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 jung.lee@hufs.ac.kr
이정 교수는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대 GBT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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