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비의식과 직관에 의한 소비자 의사결정

“반감 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암묵적 기억’으로 마음을 훔쳐라

276호 (2019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보고자 하는 정보나 기사 옆에 종종 등장하는 성가신 팝업광고나 배너광고를 애써 무시하려고 한다. 그러면 그런 광고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광고는 어떻게든 소비자의 시야에 들어간 이상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될 수 있다. 이러한 비의식하 정보 처리 과정이 소비자들의 선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는 지난 수십 년간 학계에서 활발히 진행돼왔다. 이 중에서 특히 ‘암묵적 기억’의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는 ‘프라이밍 효과’와 ‘가격 앵커 효과’ 등은 이미 마케팅 현장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 비의식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면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는 등 소비자들의 비의식을 활용한 마케팅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비즈니스 현장에 활용할지는 마케터와 경영자들의 몫이다.


편집자주
필자의 요청으로 이 아티클에서는 ‘무의식’ 대신 ‘비의식’ 마케팅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비(非)의식’하에서 소비자들의 정보 처리가 가능할까? 그러한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난 정보 처리 과정이 소비자의 선택과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밝혀진 학계의 연구와 실무 현장 사례에 따르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거나 뉴스 기사를 읽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의도(intention)를 가지고 원하는 기사나 정보를 인지(awareness)하면서 처리하는 것은 ‘의식적 정보 처리 과정(conscious information processing)’이다. 이때, 많은 소비자가 보고자 하는 정보나 기사 옆에 종종 등장하는 성가신 팝업광고나 배너광고를 애써 무시하려고 하고, 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 정보가 시야에 들어온 이상 의도치 않게 광고 정보들이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될 수는 있다. (DBR minibox ‘식역하/식역상 지각’ 참고.)



DBR mini box I: 식역하/식역상 지각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되는 광고에 대한 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역하 지각(subliminal perception)’과 ‘식역상 지각(supraliminal perception)’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식역하 지각’은 어떤 자극물을 비의식 수준에서의 인지하는 걸 뜻한다. 예를 들어, 자극물이 1000분의 1초 단위 수준에서 시야에 노출이 되고 사라지는 경우, 이러한 자극은 평범한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절대 식역’ 아래 존재하는 자극이다. 그래서 분명 본적이 없는데 뭔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광고를 ‘식역하 지각 광고(subliminal advertising)’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다수의 식역하 자극이라 여겨지는 메시지들은 실제로는 식역상에서 지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험실에서 1000분의 1초 단위 수준에서 노출하는 식역하 자극이 아니고서야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고 정보를 처리하지 않을 뿐이지 배너광고나 팝업광고가 1000분의 1초 단위로 나타났다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식역상의 메시지지만 소비자들이 메시지 처리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식역 수준 아래에서 정보 처리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식역상에서 지각되는 메시지들이 의도와 주의를 가지고 처리되는 의식적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된다는 말이다(Kardes, Cronley, & Cline, 2014).



소비자들은 알게 모르게 배너나 팝업광고 등 비의식 수준에서 암묵적으로 처리되는 광고(implicit advertising)에 영향을 받는다. 많은 기업이 비의식 수준에서나 처리될 법한 자극을 브랜드 로고나 광고에 숨겨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출한다. 예를 들어, FedEX 로고의 경우 E와 X 사이에 숨겨진 화살표(‘→’모양)를 찾을 수 있다. 화살표는 ‘빠른 배송 서비스’라는 브랜드 속성을 부각시키고 싶은 의도에서다. 아마존은 로고 하단의 화살표가 알파벳 A와 Z를 연결시키며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참고로 필자는 아마존 로고를 보며 아래에 화살표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인지했다). 또한 화살표가 마치 고객을 향해 웃고 있는 형상이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에 대해 친숙함까지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웬디스 로고에 있는 여자아이의 옷깃에서는 (주의를 가지고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는 있지만) ‘엄마(mom)’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웬디스의 음식과 서비스가 엄마의 마음으로 제공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암묵적 마케팅 메시지에 부지불식 간에 설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림 1)



이처럼 소비자들의 인지나 의도 없이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이지만 판단, 감정, (선택)행동 등에 영향을 주는 정보 처리 과정을 ‘비의식적 정보 처리 과정(nonconscious information processing)’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종종 소비자 자신들도 인지하거나 의도하지 못하는 비의식 수준에서 이뤄지기도 한다는 학계의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미 진행돼 왔다. 1977년 니스벳(Nisbett)과 윌슨(Wilson)은 그들의 연구 결과를 미국의 권위 있는 심리학회지인 사이콜로지컬리뷰(Psychological Review)에 발표했다. 그들이 했던 흥미로운 실험을 알아보자. 실험 참가자들은 왼쪽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진열된 4쌍의 나일론 스타킹을 보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스타킹을 고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타킹을 골랐다. 스타킹을 선택한 직후, 자신이 고른 스타킹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참가자들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어쩌다 ‘내가 고른 스타킹의 상품의 질이 가장 좋다’라는 답변이 나왔지만 이는 틀린 답변이었다. 사실상 4쌍의 나일론 스타킹은 완전히 동일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4쌍의 스타킹이 동일한 제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당연히 각기 다른 제품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택과 관련해 왜 특정 제품을 다른 제품에 비해 좋아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종종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나 답변을 지어내곤 한다. 그렇게 사후에 만들어진 답변이나 이유는 대부분 잘못된 것일 확률이 높다. 참가자들이 선택을 하기 위해 진열된 상품을 봤을 때 그들의 평가가 가장 왼쪽 제품에서 시작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제품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은 그저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제품을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그 제품이 가장 오른쪽에 있어서 그냥 선택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후에 이유를 만든 것이다. 이 실험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제품을 선택할 때,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왜 특정 제품을 고르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이며 실제로 선택 과정에서는 인지하고 고른 것이 아니라면 마케터 입장에서는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셈이다. 이제 고전이 된 니스벳과 윌슨의 실험은 특히 동종 제품군의 유사 제품들(즉, 제품 간 차이가 대동소이한 제품들)을 진열할 때 마케터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단하지만 명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쇼핑몰에서 동종의 대동소이한 제품들을 진열할 때, 매출을 증대시키고 싶은 제품을 동선의 맨 오른쪽에 진열하거나 소비자 동선의 가장 오른쪽에 가장 비싼 제품을 진열하는 것이 좋다. 소비자들이 별생각 없이 비의식 수준에서 오른쪽에 진열된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단 오프라인 매장의 진열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도 인터넷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경우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해 광고나 상품 배치에 활용했다. 또한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비의식적인 행동을 분석해 상품의 배열과 홈페이지의 메뉴를 차별적으로 재구성했다. 이 글에서는 비의식과 관련된 흥미로운 학계의 연구와 기업이 실제로 비의식을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비의식 수준에서의 의사결정과 이를 통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과 프라이밍효과(priming effect): 내 비의식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소비자의 비의식 수준에서의 정보 처리 과정을 논할 때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의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고 하는 과정은 외재적인 기억(explicit memory)으로서 의식 수준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때로는 기억해 내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어도 소비자의 기억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암묵적 기억’이라 한다. ‘프라이밍’ 효과가 아마도 가장 흔한 형태의 암묵적인 기억 현상일 것이다. ‘점화’라고도 하는 이 프라이밍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명이나 제품군, 또는 속성, 편익 등과 같은 모든 형태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경우에 일어난다. 단순히 어떤 개념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으로부터 그 개념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는 것이다. 일단 개념이 활성화되면 활성화된 개념은 후속적인 주제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친다.

가격과 관련된 한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들은 이 연구의 실험에서 단어 찾기 과제를 수행했다. 비싸다는 개념을 프라이밍하는 조건에서는 퍼즐의 답이 모두 비싼 자동차들(예: 메르세데스벤츠, 롤스로이스, 페라리, 포르셰)이었다. 저렴하다는 개념을 프라이밍하는 조건에서는 퍼즐의 정답이 모두 비교적 저렴한 자동차들(예: 폴크스바겐 비틀, 포드 핀토, 포드 피에스타)이었다. 그 이후에 소비자들에게는 중간 정도로 가격이 책정된 자동차의 가격에 대해 비싼 정도를 판단하라는 요청이 이뤄졌다. 이때, 피실험자들을 ‘애매모호한 조건’과 ‘애매모호하지 않은 조건’으로 다시 나눴는데 ‘애매모호한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자동차에 대한 설명과 중간 정도로 책정된 가격만이 주어졌고, ‘애매모호하지 않은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동일한 설명과 가격에 더해 자동차의 정확한 브랜드명까지 제공됐다(Herr, 1989). 애매모호한 조건, 즉 자동차에 대한 적은 정보만 주어진 경우에는 참가자들이 직전에 어떠한 개념에 노출됐느냐에 따라 ‘동화효과’가 일어났다. 즉, 직전 단어 찾기 퍼즐에서 비싼 자동차를 보고 비싸다는 개념이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그 이후에 본 자동차의 가격대를 보고 해당 자동차를 동일하게 비싼 차라고 판단했다. 같은 논리로, 앞선 퍼즐에서 저렴하다는 개념이 프라이밍된 경우에는 동일한 차를 더 저렴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애매모호하지 않은 조건, 다시 말해 자동차의 가격과 브랜드명까지 주어진 경우에는 프라이밍된 개념과 반대로 가격대를 평가하는 ‘대조효과’가 일어났다. 정리해보면, 직전에 비싸다는 개념이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후에 본 자동차의 가격을 더 저렴한 것으로 평가했고, 저렴하다는 개념이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동일한 차의 가격을 더 비싼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러한 프라이밍 효과, 그리고 대조와 동화 효과는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에서 일어난 현상이 아닌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난 일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퍼즐이 그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가격 인식이 그 직전에 어떠한 개념이 노출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비의식하에서의 영향력을 기업 경영 현장, 마케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이 잘 아는 익숙한 브랜드의 중간 가격대 제품은 비싼 브랜드 제품들과 나란히 진열돼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겠지만 (대조효과), 동일하게 중간 가격대이지만 그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면 (예컨대, 새로 론칭한 브랜드) 비싼 제품들과 같이 진열돼 있을 때, 비슷한 류의 비싼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동화효과). 이때, 중간 가격대의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의 실제 가격은 함께 진열된 비싼 제품들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prestige) 느낌은 주면서도 가격 장벽이 높지 않아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게 되지 않을까.



프라이밍에 이어 살펴볼 또 다른 효과는 바로 ‘가격 앵커(price anchor) 효과’다. 이 효과는 소비자들이 어떤 가격을 보게 되면 그 가격이 기준점 역할을 해 소비자의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애다발(Adaval)과 와이어(Wyer)(2011)는 실험을 통해 ‘생각을 많이 하는 조건’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는 조건’보다 가격 앵커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줬다. 생각을 하지 않는 조건(no-thought-listing)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35㎜-75㎜의 플래시가 딸린 카메라를 봤다. 이때 절반의 참가자들은 높은 가격 기준점인 419달러라는 가격과 제시된 카메라를 비교해 카메라에 대한 최대 지불 가격을 적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낮은 가격 기준점인 49달러와 제시된 카메라를 비교해 얼마를 지불할지 적었다. 생각을 많이 하는 조건(thought-listing)의 실험 참가자들은 제시된 카메라 가격 평가에 앞서 앞으로 이 실험에서 평가하게 될 제품을 예상해 보고, 평가가 예상되는 제품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완전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전혀 상관없는 제품에 대해 적어 보는 경우에도 생각을 정리하면서 분석적으로 사고하게 되면 사후에 나타나는 가격의 앵커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그 후, 이들도 생각을 하지 않는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카메라에 노출됐고 참가자들은 제시된 카메라가 높은 가격(419달러)에 앵커됐을 때 얼마를 지불할지 또는 낮은 가격(49달러)에 앵커돼 있을 때 최대 얼마를 지불할지를 각각 적었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조건의 경우에는 높은 가격 앵커(419달러)와 낮은 가격 앵커(49달러) 조건에서의 최대 지불 가격의 차이가 146달러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각을 많이 하는 조건에서는 79달러였다.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경우에는 가격 앵커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카메라와 관련은 없을지라도 다른 제품에 대해 생각하고 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적어보는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후에 보인 가격 앵커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이는 비의식적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면 앵커 가격, 즉 기준으로 제시된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제시된 앵커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적응적인 비의식(adaptive nonconscious): 비의식하 의사결정의 장점과 특징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2011)』에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크게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눠 설명한다. 시스템 1에 의한 사고는 인지나 의도 없이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반응이며 직관에 의해 결정되는 반응이다. 시스템 2에 의한 사고 과정은 이와는 달리 인지와 의도를 가지고 느리게,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또한 시스템 2는 인지적인 자원이나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Kahneman, 2011). 비의식하 의사결정은 인지적 비용이나 노력이 들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난 의사결정이 심지어 숙고를 통한 의사결정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이를 연구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살펴보자.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세 가지의 다른 실험 조건에서 의사결정을 했다. 아파트를 구하는 의사결정 문제에 대해 읽고 난 후, 참가자들은 즉시 결정하는 조건, 몇 분 동안 숙고해서 결정하는 조건, 그리고 참가자들의 아파트 의사결정에 대해 몇 분 동안의 주의를 분산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결정하는 조건에 할당이 됐다. 그 결과, 주의가 분산돼 비의식하에서 결정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두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더 우월한 결정을 했다(Dijksterhuis, 2004).

데익스터르후이스(Dijksterhuis)와 반 올덴(Van Olden)(2006)의 또 다른 실험은 비의식하에서의 의사결정이 심지어 선택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참가자들에게 ‘시각적인 선호와 예술작품 평가’로 소개된 이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다섯 가지의 포스터를 보게 됐는데 그중 세 가지는 추상적인 예술 포스터였고, 두 가지는 정교하게 묘사된 사진 포스터였다. 포스터들은 무작위로 15초 동안 컴퓨터 스크린에 나타났다. 다섯 가지 포스터를 모두 본 후 실험 참가자들은 세 가지 조건(즉각 결정 조건, 의식 결정 조건, 비의식 결정 조건) 중 한 가지 조건에 배당됐다. 즉각 결정 조건에서는 다섯 가지 포스터 모두 동시에 스크린에 나타났고 실험 참가자는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즉각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의식 조건에서는 각각의 포스터가 90초씩 나타났는데 실험 참가자들은 각각의 포스터를 주의 깊게 보라는 지시를 받았고, 각각의 포스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를 적었다. 실험 참가자들이 그들의 선호에 대한 분석을 마친 후, 모든 포스터가 스크린에 동시에 나타났고, 실험 참가자는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 포스터를 골랐다. 비의식 조건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포스터를 하나 고르게 될 것이며 450초 동안 애너그램(철자 순서를 바꾼 수수께끼) 과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안내가 나갔다. 이 과정이 진행된 후, 모든 포스터가 다시 스크린에 동시에 나타났다. 모든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스터 한 가지를 골라 집으로 가져갔다. 3주에서 5주가 지난 이후,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택해서 집으로 가져갔던 포스터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응답했다. 또 그들이 가져간 포스터를 얼마에 팔 의향이 있는지를 대답했다. 비의식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은 의식 조건과 즉각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보다 자신의 포스터에 대해 더 만족스러워했다. 의식 조건과 즉각 조건의 만족도에는 차이가 없었다. 또한 비의식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포스터를 다른 두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의식 조건과 즉각 조건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의 포스터를 팔고 싶은 금액에 있어서 차이가 없었다. 이는 비의식하에서 결정할 때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그들의 선택에 더욱 만족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 밖에도 비의식하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정보 과부하가 줄어든다는 연구, 제품 유형과 의사결정 유형에 따라 지불 의사가 바뀐다는 연구와 실험 결과도 있다.(DBR mini box ‘비의식 의사결정과 관련한 또 다른 실험들’ 참고.)


DBR mini boxII: 비의식 의사결정과 관련한 또 다른 실험들

비의식하의 의사결정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정보의 과부하를 줄여준다는 연구도 흥미롭다 (Messner & Wänke, 2011). 이 연구에서 절반의 실험 참가자들은 24개의 각기 다른 스위스 린트 프랄린(Swiss Lindt Pralines-견과류가 들어간 린트 초콜렛)을 봤고, 나머지 절반은 6개의 각기 다른 스위스 린트 프랄린을 보게 됐다. ‘즉각적인 의사결정’ 조건에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프랄린을 즉시 고르게 했고, ‘의식적 의사결정’ 조건에서는 프랄린에 대한 생각을 5분 동안 종이에 적게 한 후 선택하도록 했다. ‘비의식 의사결정’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이 프랄린을 선택하기 전 5분 동안 그들의 주의를 분산할 수 있는 애너그램을 풀고 프랄린을 선택했다. 그 후,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프랄린을 맛본 뒤 맛에 대한 평가를 수행했다. 의식 조건에서는 24개의 프랄린을 본 그룹이 6개의 프랄린을 봤던 그룹보다 본인이 선택한 프랄린을 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찬가지로, 즉각적으로 선택했던 조건에서는 역시 24개의 프랄린을 본 그룹이 6개의 프랄린을 본 그룹보다 프랄린의 맛에 대한 평가가 덜 긍정적이었다. 정보 과부하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비의식 의사결정 조건에서는 24개의 프랄린을 본 그룹이 6개의 프랄린을 본 조건보다 프랄린을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비의식하 의사결정 조건에서는 정보 과부하의 부정적인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보 과부하 감소는 의식 조건 유형 비교에서도 나타났다. 즉, 비의식 조건에서 24개의 프랄린을 본 그룹이 다른 조건에서 24개의 프랄린을 본 두 그룹(의식, 즉각)보다 프랄린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 선택 시 소비자들의 주의를 분산해 비의식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게 되면 정보를 많이 줘도 소비자들에게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정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편, 제품의 유형과 의사결정 과정의 유형에 따라 제품에 대한 지불 의사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살펴볼 만하다. 갈로(Galo)와 동료들의 연구(Galo et al., 2017)에서는 물질재 조건과 경험재 조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르게 묘사됐다. 예를 들어, 영화와 관련된 물질재의 경우 실험 참가자가 10년 이상 좋아했던 영화의 포스터가 감독과 배우들의 서명이 있는 한정판(물질재)으로 새롭게 판매가 된다고 묘사됐다. 반면, 경험재 조건의 경우에는 실험 참가자가 10년 이상 좋아했던 영화가 영화관에서 재상영이 되고, 재상영 후에는 감독이 나와서 관객과의 대화를 가진다고 제시됐다. 절반의 실험 참가자들은 생각을 깊게, 분석적으로 하라는 지시사항을 받고, 나머지 절반은 생각을 짧게, 직관적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후, 실험 참가자들은 각각의 자극물마다 최대 지불 가격을 적었다. 물질재(영화 포스터)의 경우는 직관적인 생각보다는 깊게 생각했을 때 최대 지불 가격이 높았고 경험재(재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로 제시됐을 때는 생각을 깊게 하는 경우보다 직관적인 판단하에서 제품에 대한 지불의사가 더 높았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실험 상황을 설정해 연구한 것으로 곧바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는 있으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마케터들이 자사의 제품 유형과 고객 특성, 서비스 특징 등을 고려해 적절히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비의식적 의사결정이 오히려 선택에 대한 만족을 높여준다는 실험 결과의 경우 고객만족도 제고 차원에서 특히나 활용할 방법이 많을 것이다. 이 결과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장고 끝에 악수 둔다’라는 격언을 생각나게 한다. 선택한 대안에 대한 만족도가 의외로 생각의 양이나 깊이와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부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러한 연구들은 비즈니스에 시사점이 매우 크다. 유통 비즈니스 현장에서 또는 광고 메시지 속에서 소비자들이 생각을 깊게 혹은 많이 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일즈맨들이 구매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밀착해 자세한 정보와 설명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고민에 빠뜨리는 것은 오히려 (이 소비자가 그 자리에서 구매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소비자의 선택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상, 실제 유통 비즈니스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비의식하에서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적어도 너무 자세한 정보와 대안들의 제시를 통해 소비자를 오래,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판매하는 제품 유형(경험재 혹은 물질재) 의사결정 유형(비의식적 혹은 의식적)의 조합에 따라 고객의 지불의사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DBR minibox: ‘비의식 의사결정과 관련한 또 다른 실험들’ 참고.) 역시 경영인들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이 실험에서는 물질재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의식적(생각을 많이 하는) 조건에서 지불의사가 더 컸고, 경험재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비의식적 의사결정 환경에서 지불 의사가 더 컸다. 이를 응용하면 물질재를 파는 기업의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더 심사숙고할 수 있는 의사결정 환경(예: 가능한 자세한 정보를 주고, 비교가 쉽게 정보를 배열하는 등)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경험재의 경우에는 오히려 많은 정보와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제품에 대한 매력도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이에 상응하는 차별화된 의사결정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친숙함이 주는 착각, 진실 또는 좋아함(Truth effect and mere-exposure effect)

살다 보면 사실은 그저 ‘친숙한 것’일 뿐인데 이걸 진실하다거나 혹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친숙함이 주는 효과 또한 소비자의 비의식 정보 처리 과정과 연관이 깊다. 호킨스(Hawkins)와 호크(Hoch)(1992)의 연구는 소비자 일반 상식(consumer trivia)과 관련한 정보가 초기에 노출되면 될수록 더 진실로 받아들이고, 정보가 단순 반복이 되면 될수록 소비자들이 이러한 정보를 더욱더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러한 초기 노출의 효과는 소비자들이 저관여 상황일 때 더 컸다. 반복을 통해 느껴지는 친숙함이 진실 효과를 매개한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뜻이다. 이는 실제 광고 상황에서도 바로 적용해볼 수 있고 당연하게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광고에서의 빈번한 반복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광고 속 제품에 대해 더욱 친숙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소비자들은 종종 이러한 친숙함을 광고 속 메시지의 진실성과 결부하기도 한다. 필자는 과거 삼성전자의 애니콜 광고가 진실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애니콜이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삼성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다. 모토로라나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이 먼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삼성 애니콜은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광고 속 배경은 외딴 섬, 깊은 산 정상 등과 같이 휴대폰 수신이 잘 안 될 것만 같은 지역들이었다. 그 속에서 삼성은 소비자들에게 간단하지만 뇌리에 박히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던진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

사실 하드웨어는 휴대폰 수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소비자들은 ‘삼성, 국산 브랜드, 한국 지형’이라는 자연스러운 연상을 통해 광고 속 메시지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를 통해 삼성은 애니콜을 다른 기타 외산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광고 메시지를 더욱더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경향이 생기면 광고된 제품에 대해 더 호의적인 태도가 형성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삼성은 시장 후발주자였던 애니콜을 국내 핸드폰 시장 1위 브랜드로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복 광고가 친숙함을 불러일으키고 친숙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되는 현상도 있다. 원래는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이 되면 반복적 노출이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친숙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단순 반복 효과(mere-exposure effect)라 한다(Zajonc, 1980). 이때 친숙함을 진실로 느끼거나 친숙함을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비의식 수준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에서가 아닌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난다는 얘기다. 소비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사이에 반복 노출을 통한 친숙함을 진실(truth)이나 좋아함(liking)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마케터들이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통해 제품을 더 친숙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친숙함으로 인해 제품을 더 매력적이거나 제품에 대한 광고의 주장이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소비자 비의식과 마케팅조사

마케터들이 사회적인 편견이나 ‘스테레오 타입’ 등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를 질문하고 싶을 때 자기 보고 형식인 설문 형태의 문항을 통해 답을 구한다면 소비자들의 솔직한 생각을 얻어내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마음속 생각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들이 말하고 싶지 않거나 또는 그들 자신조차 자신의 생각을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담배 네 갑을 피우는 사람에게 “당신은 하루에 담배를 얼마나 피우십니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사람은 네 갑을 피운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두 갑을 피운다고 할 수 있다. 또는 네 갑을 피움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가 두 갑 정도만 피운다고 믿어서, 즉 정확히 잘 몰라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앤서니 그린월드(Anthony Greenwald) 교수와 동료들에 의해서 개발된 IAT(implicit association test)는 의식하에서 사람들이 종종 대답하고 싶지 않거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완해 의식과 비의식의 간극을 보여주는 측정 방법을 제시한다. 주로 사회심리학의 주요 주제인 성별, 인종, 나이 등과 관련된 사람들의 스테레오타입을 다루고 있는데 사람들이 편견이나 스테레오타입이 있다는 것을 의식 수준에서는 인정을 ‘안’ 하거나 ‘못’ 하지만 IAT를 통해서 측정하면 사람들의 편견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인종 관련 편견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에서 흑인이 아닌 타 인종이 백인보다 흑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실제로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 아마도 ‘자기보고 형식’의 질문을 통해 그들에게 “당신은 흑인에 대해서 편견을 얼마나 가지고 있습니까?” 등으로 물어본다면, 설령 흑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해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솔직하게 응답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또한 본인이 스스로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는(비의식적으로 내재된 편견이 있지만) 경우에는 솔직한 답변이라도 정확한 답변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럴 때 IAT는 의식과 비의식의 간극을 알아보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측정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 본다. 실험 참가자들은 컴퓨터 화면 중앙에 흑인의 얼굴 또는 백인의 얼굴, 그리고 긍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들(예컨대, 기쁨, 사랑, 평화, 영광스러운) 또는 부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들(고뇌, 비참한, 공포스러운, 비열한)을 한 번에 하나씩 보게 된다. 실험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조합 중 하나의 방법으로 컴퓨터 자판의 왼쪽 키(E 키)와 오른쪽 키(I 키)를 이용해 분류를 하도록 만든다. (그림 2)

첫 번째 조합: 모니터 왼쪽 상단에 ‘Good’(좋은 의미의 단어)과 ‘African Americans’이라고 적어놓고, 모니터 오른쪽 상단에 ‘Bad’(나쁜 의미의 단어)와 ‘European Americans’을 표시한다. 중앙 화면에 흑인 사진이나 좋은 의미의 단어가 나타나면 E 키를 눌러야 하고, 백인 사진이나 나쁜 의미의 단어가 나타나면 나타나면 I를 누르는 방식이다. (왼쪽 상단과 오른쪽 상단의 배치를 바꿔도 된다.)

두 번째 조합: 모니터 왼쪽 상단에 ‘Good’과 ‘European Americans’, 오른쪽 상단에 ‘Bad’와 ‘African Americans’을 배치해 E나 I 키를 눌러가며 실험을 진행한다. (역시 오른쪽 상단과 왼쪽 상단을 뒤집어도 상관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나니 백인과 긍정 단어/흑인과 부정 단어로 이뤄진 조합이 좌상단이든 우상단이든 배치돼 있을 때, 피실험자들이 버튼을 눌러 반응하는 속도가 현저히 빨랐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분류 반응 속도, 즉 I나 E 키를 누르는 속도가 떨어졌다. 이처럼 스테레오타입이나 편견에 일치하는 경우에 사람들의 반응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비의식 수준에서 내재돼 있던 편견이 비의식에 의한 몸의 반응 속도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실험 결과는 다른 한편으로 마케팅조사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기보고 형식의 설문이 소비자들의 진심을 알아내는 데 큰 한계를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즉, 소비자들은 실제로 그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답을 다르게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본인들의 생각을 실제로 잘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이나 소비자 관련 조사에서 IAT와 같은 비의식에 기반한 방법론을 사용한다면 의식과 비의식의 간격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아낼 수 있고, 비의식하에서 실제에 가까운 소비자들의 진짜 생각과 의견을 더 잘 알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에서 비의식에 기반한 암묵적 조사 기법을 적용해 K7의 브랜드 네이밍을 한 것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암묵적(implicit) 측정법은 소비자에게 숙고하지 말고 즉각적인 느낌만을 나타내게 요구하거나 눈동자의 움직임, 뇌파 등을 측정해 자극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는 기법이다. 기아자동차는 K7 출시를 앞두고 브랜드 네이밍 단계에서 소비자로부터 가장 긍정적인 뇌 반응을 유도하는 이름을 찾기 위해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와 시선 추적 기법(eye tracking)을 이용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뇌 반응이 가장 활발한 알파벳 중 하나였던 K에 행운을 의미하는 숫자 7을 조합한 K7이 고급감,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브랜드명으로 채택된 K7은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다.


비의식 마케팅에서 얻는 통찰

지금까지 비의식 수준에서 일어나는 소비자들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대한 많은 연구와 몇 개의 실제 마케팅 사례들을 살펴봤다. 2019년 현재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와 볼거리, 광고의 홍수 속에 산다. 그야말로 정보의 과부하 시대다. 사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과부하를 매우 싫어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속 불필요한 광고가 싫어서 소셜네트워크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니까 말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넘쳐나는 광고들을 의식 수준에서 처리하고 평가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식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되는 많은 양의 정보들이 비의식 수준에서 처리된다면 얼마나 효율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때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비의식 속에서 정보가 처리된다면 마케터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비의식 수준에서의 정보 처리 과정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해 매우 적응적인(adaptive)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식역하 지각 광고’와 같은 비의식하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가 줄 수 있는 폐해를 우려해 이러한 광고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긴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비의식 수준의 정보 처리는 의식 수준에서는 감당이 안 될 많은 정보를 인지 자원을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처리해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꼭 ‘식역하’에 속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광고는 사실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효율적이고 적응적인 비의식의 측면을 이해하고, 소비자의 비의식이나 뇌를 탐구한다면 의식 수준에서는 솔직하게 답하기 싫어하는, 또는 몰라서 답을 못하는 많은 퍼즐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비의식과 뇌를 연구해 이를 마케팅 전략에 적용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더 솔직한 소비자의 생각과 기업이 알고 싶은 진실에 더 다가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혼다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 소비자의 비의식과 뇌 연구를 통한 뉴로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뉴로마케팅(Neuro marketing)은 뇌 신경세포를 의미하는 ‘뉴런(neuron)’과 ‘마케팅’의 합성어다. 무의식과 같은 우리 뇌의 자극을 관찰하고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혼다는 오토바이를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마치 화가 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게 디자인했다. 사람의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는 신경 회로가 있는데 이것 때문에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특별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사람의 얼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오토바이가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보다 빨리 인지하게 되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림 3) 실제로 fMRI 촬영을 통한 실험 결과, 얼굴 모양 디자인은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와 유사한 뇌 반응을 일으켜 상대편 자동차가 오토바이를 발견할 가능성이 43%나 향상됐다고 한다(박정현, 2009).



‘치토스’로 유명한 프리토레이는 2008년에 치토스의 새로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했다. 뇌파 측정(electroencephalography, EEG)을 통해 치토스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뇌전도를 측정한 결과, 과자를 집을 때 손에 묻는 ‘오렌지색’ 양념에 뇌가 강렬하게 반응했다. 손으로 만졌을 때 왠지 찝찝하고 청결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사람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게 그전까지의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실제 사람들의 비의식 반응은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치토스는 광고는 물론 제품 포장지의 색상도 오렌지색으로 바꿔 출시했다(장진원, 2014). 만약 치토스가 소비자들에게 오렌지색 양념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설문을 통해 직접 소비자들에게 물었다면 과연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어떻게 대답했을까? 이미 P&G, 유니레버, 켈로그, 20세기폭스 등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비의식 수준에서의 진실을 궁금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DBR minibox: ‘글로벌 기업들의 비의식 마케팅 활용 사례’ 참고.)


DBR mini box III: 글로벌 기업들의 비의식 마케팅 활용 사례


P&G는 섬유 탈취제인 ‘페브리즈(Febreze)’를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해 이미 제품의 성공을 예견했다고 한다. 또한 유니레버는 자사의 ‘에스키모(Eskimo)’ 아이스크림에 대한 소비자 뇌 반응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초콜릿이나 요구르트를 먹을 때보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본능적인 만족감이 더 크다는 (어쩌면 놀랍지 않을 수도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신제품 개발에 활용했다. 켈로그는 fMRI를 활용한 뇌 촬영 결과, 여성들이 식품 광고를 볼 때 배고픔의 해소와 날씬해지고 싶은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다. 켈로그의 도넛 광고가 저지방을 직접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날씬한 다리를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여성 소비자들의 비의식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20세기폭스사는 옥외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뇌파 측정과 시선 추적을 활용했다. 사람들은 파리 거리를 돌아다니는 시뮬레이션, 즉 가상의 산책 시간 동안 영화 ‘아이스 에이지2(Ice Age 2)’와 ‘당신이 그녀라면(In her shoes)’의 옥외광고에 노출됐다. 광고를 바꿔 가며 소비자들이 옥외광고의 내용과 옥외광고의 위치(옥외광고 간판, 버스의 옆면, 버스정류장 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테스트했다. 심지어 이러한 옥외광고들에 조명이 비치면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실험했고 여기에서 실제 광고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많은 힌트를 얻었다. 옥외광고뿐 아니라 영화 예고편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데 있어서도 20세기폭스사는 뉴로마케팅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들처럼 우리 기업들도 소비자의 비의식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통해 이를 마케팅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다. 이 글에서 소개한 수많은 연구와 그 연구에서 진행한 실험들, 몇 개의 실제 마케팅 사례 중 각자 기업에서 활용할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찾아내 바로 마케팅 계획을 수립해보는 건 어떨까.



필자소개 안희경 한양대 경영학부 조교수 hkahn@hanyang.ac.kr
필자는 서강대에서 문학 학사,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경영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제일제당에서 제품매니저(PM)로 일했으며 ‘삼성그룹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 등 다수 기업체의 브랜드 및 마케팅 관련 컨설팅에 참여하기도 했다. 관심 연구 분야는 행동적 의사결정 이론(behavioral decision theory)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관점에 기반을 둔 소비자 의사결정/선택과 판단이다. 소비자들의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고 마케터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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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 290호 오프라인 매장의 반격 2020년 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