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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GSB Knowledge

중국의 남성복 시장 뒤흔든 ‘HLA’
공유경제처럼 ‘직접 보유 최소화’로 승부

메이 신레이(梅新蕾)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작은 의류 아웃소싱 공장이었던 ‘제3 모직공장’은 2000년대 일본의 유니클로 등을 벤치마킹해 HLA라는 전국구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 업체는 기존의 SPA(패스트패션) 업체들 보다 더욱 간결한 비즈니스 모델과 서플라이체인을 운영한다. 원자재 구매와 생산, 유통까지 협력업체들에 맡기고 판매 역시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본사의 역할은 협력업체들의 네트워크 관리, 브랜드 관리다. 이른바 ‘직접보유 최소화’ 혹은 ‘바벨’모델이다.



지난 5년간 중국 의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너져왔다. 수십 년간 중국의 방대한 의류 산업은 대체로 가격을 놓고 경쟁해왔지만 임금, 임대료 및 원자재 비용 상승, 환경 규제 강화, 경쟁 과열로 인해 중국의 유명 브랜드 대다수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중 ‘HLA(하이란즈자, 海澜之家)’라는 두드러진 예외가 있었다. 장쑤성에 소재한 남성복 브랜드인 HLA는 경쟁 업체들이 수백 개의 매장을 철수하는 동안 탄탄한 성장을 거듭했다. 지능형 전략적 결정을 토대로 거둔 놀라운 성공이다. CKGSB 운영관리학 교수 겸 예일대 명예교수인 리로드(李乐德) 교수가 설명한다.

HLA를 연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업체에 대해 특별한 점이 있다면?
2002년 설립된 후, HLA는 중국의 3선 도시에 위치한 소규모 공장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남성복 브랜드로 성장했다. 또 8년 만에 HLA는 티베트부터 하이난까지 중국 본토의 31개 성, 자치구 및 지자체 모두에 매장을 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HLA가 이 성공적인 행보를 장기간 유지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소매판매 및 순이익은 각각 연평균 성장률 59%와 30%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상하이 A주로 상장된 최대 규모의 의류회사로 등극했다. 나는 이처럼 급속한 성장을 보며 “HLA는 개발 과정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해결했는가?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혁신하고 개선했으며, 우리가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교훈은 무엇일까?” 등의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내가 발견한 것은 HLA의 성공이 특정한 사고방식에 기반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스스로를 단독 기업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공급망 내에 있는 파트너로 보는 것이다. 그 결과, 이 공급망 내에 있는 모든 구성원을 위한 ‘윈윈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HLA는 자사 공급망 내에 있는 모든 업체의 기술과 리소스를 충분히 활용, 때론 결과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기존 많은 제조업체가 이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HLA는 어떻게 영세한 지방 기업에서 성공적인 의류기업으로 발전했나?
HLA의 성공은 이 기업이 초창기에 도입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기반한다. HLA는 원래 마을 조합에서 운영하는 공동사업체인 ‘제3모직공장’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1990년대 사업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자체 브랜드 의류를 판매하려 하다 보니 기존 고객사(의류업체)들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문제에 맞닥뜨렸다. 한편으로는 다른 의류 브랜드들의 대리점이 되면 슈퍼마켓과 쇼핑몰 등 판매 전문 매장과 힘겨운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HLA 회장인 저우 젠핑(周建平)은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했다. 그는 2002년 일본의 여러 의류 브랜드를 방문한 후 경쟁이 그다지 치열하지 않은 부문에 HLA를 포지셔닝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디자인과 트렌디한 라인을 갖춘 합리적인 가격대의 남성복 부문이었다. 저우 회장은 일본의 인기 브랜드 대부분이 사용하던 셀프서비스 유통 체인 모델을 채택해 중국 내 남성복용 ‘원스톱 매장’ 유통 체인 경험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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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의류시장의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 다수의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닫았다. HLA는 이러한 흐름에 어떻게 맞섰는가?
HLA의 급속한 성장의 원동력은 바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대부분의 경쟁업체가 선호하는 ‘올라운드(all-round)’ 모델(원자재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 및 매장 관리까지 생산과 판매 과정 전체를 관리)을 따르는 대신 HLA는 ‘직접 보유 최소화(asset-light)’, 혹은 ‘바벨형(barbell-style)’이라 불리는 모델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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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에서 기업은 전체 생산 및 판매 과정에서 ‘브랜드 구축’ ‘공급망과 매장 관리’라는 두 개의 중요 단계에 초점을 둔다. 원자재 구매, 의류 생산 및 유통은 협력업체에 맡긴다. 그리고 혁신적인 ‘준직접판매(quasi-direct sales)’ 모델을 통해 매장 네트워크를 급속하게 확대했다. 말하자면 가맹점주는 자신의 매장에 대한 운영 및 관리를 HLA에 위임하고 매장의 이윤을 HLA와 나눈다. 마치 금융투자자인 것처럼.

이러한 ‘직접 보유 최소화’ 모델의 장점은 무엇인가?
HLA의 군살을 뺀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면에선 우버(Uber)와 같은 공유경제 업체들이 활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모델 덕분에 HLA는 가맹점주와 협력업체가 빠르게 확장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다. 동시에 몇 개의 핵심 과제에만 자사의 역량을 집중해 특화할 수 있다.

이런 패스트패션 기업의 특징은 다양한 제품 라인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자재 구매, 생산 및 일부 디자인 기능을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하고 HLA는 공급망 관리, 매장 관리 및 브랜드 구축처럼 업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HLA의 ‘공유경제’ 모델이 협력업체 및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
HLA의 200개 협력업체 모두 장쑤성 남부 지역에 위치한 의류공장들이다. 이들 중소제조업체는 독립적으로 운영할 경우 대량 주문을 유지할 만한 규모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

HLA는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급망 내에서 ‘플랫폼’처럼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HLA의 일원화된 정보 및 물류 플랫폼을 통해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생산능력을 통합해 중국 전역에서 시장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공유경제 모델을 통해 협력업체는 원자재 조달 시에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12년부터 HLA는 자체 조달 관행을 개혁해 주요 협력업체들이 함께 업스트림(upstream) 원자재 공급업체와 집단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HLA의 협력업체는 할인된 가격에 자재를 수급, 자사는 물론 HLA의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제조업체와 비교해 HLA가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대체로 중국 의류 브랜드는 협력업체와 단순한 ‘위탁처리(commissioned processing)’ 관계를 맺는다. 협력업체는 총매출 대비 5%에서 8%의 가공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HLA는 협력업체에 30~40%의 총마진을 제공한다. 놀라운 수준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HLA의 협력업체들은 실제로 일인다역을 하기 때문이다. 제조 외에도 이들은 제품 디자인의 책임을 맡고, 재고 비용 및 반품 발생 리스크도 부담한다.

협력업체가 제품디자인을 제공한다는 것인가?
엄밀히 말해 제품디자인은 공동 프로세스다. 매년 HLA는 어마어마한 수의 디자인을 내놓지만 본사에 위치한 디자이너의 수는 150명에 불과하다. HLA의 중앙 디자인팀이 신규 라인의 핵심 기획과 제안서 개발을 관리하고, 나머지 비핵심 디자인 프로세서는 협력업체에 아웃소싱된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에 소속된 1000~2000명의 디자이너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체로 HLA는 약 1000개의 견본에서 100개의 디자인을 선택해 협력업체에 발주한다.

협력업체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면 반품 리스크의 부담일 것이다. 협력업체가 이런 계약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HLA의 제품 중 20~30%가 완전 매입 품목으로 분류되고, 나머지는 위탁 판매 형태다. 위탁판매의 경우 HLA와 협력업체가 체결하는 조달 계약에서는 두 시즌이 지나도 판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제품을 ‘판매 불가능 제품’으로 규정해 협력업체에 반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이 판매 불가능 제품 가운데 일부는 HLA가 재구매해서 자매 브랜드 ‘Hieiika(海一家)’에서 사용한다. 바이이바이쉰(百衣百顺)으로 알려졌던 브랜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총이윤 마진이 30~40%로 상당히 높기 때문에 반품을 수용할 수 있다. 제품 판매율이 70~80%대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괜찮게 운영이 가능하다. 만약 판매율이 그보다 높아진다면 HLA의 발주량이 늘어나게 된다.

HLA의 판매 채널과 관련해 ‘준직접 판매’ 모델의 장점은 무엇인가?
사업 확대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매장 오픈에 대한 접근 방식이었다. 3대 외국계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 H&M 및 자라는 모두 직접 판매 모델을 사용해 말단의 판매 채널에 대해 강력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비즈니스 모델로 인한 재무적 부담은 브랜드 확장 속도를 더디게 한다.

반대로 중국산 남성복 브랜드 대부분은 대체로 수직적인 의류 대리점 시스템을 이용한다. 이 모델에서는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매장을 열지 않고 대리점 업체의 기존 판매 채널을 사용하므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매장을 소유한 대리점주가 매장의 운영 방식에 대해 강한 발언권을 갖는다. 브랜드와 대리점주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매장에 대한 관리가 어려우며 이로 인해 브랜드가 손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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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HLA의 ‘준직접 판매’ 모델에선 가맹점주가 금융 투자자의 역할을 한다. 이들은 관련 비용을 지불할 책임이 있지만 매장 관리에선 적극적인 역할을 맡지 않는다. 이를 통해 HLA는 판매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가맹점주의 자본을 활용해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의류 시장이 침체기를 겪던 2015년 하반기에도 HLA는 주요 도시의 중심 지역에 플래그십 매장을 다수 오픈했다. 당시 저우리천(周立宸) HLA 부회장은 “시장이 호황일 때는 이런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지금이야말로 이들 장소를 확보하기 좋은 시점이다”고 말했다.

HLA가 어떻게 가맹점주들에게 매장에 대한 관리 권한을 포기하고 금융 투자자 형태의 역할만 하도록 설득했나?
HLA는 매력적인 커미션 시스템을 고안했다. 회사는 가맹점주에게 최대 35%의 높은 커미션을 제공한다. 임대료, 공공요금, 직원 임금, 제세비용을 지불한 후 가맹점주는 나머지를 수익으로 취한다. 또 가맹점비를 내거나 재고 누적의 위험을 부담할 필요도 없고 적극적으로 매장을 관리할 필요가 없어 커미션은 매우 매력적이다.

필자소개
메이 신레이(梅新蕾) 장강경영대학원 놀리지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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