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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인과 대응 방안

뭘 원하는지 묻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를 말해보라

주재우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마케팅 연구의 대상도 변해왔다. 특히 극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시대에 마케팅의 목표는 불확실성의 제거에 맞춰지고 있다.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특히 과거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던 도덕성과 자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자가 어떠한 철학과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이제는 제품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마케팅은 차별화를 목표로 한다. 여러 대안 제품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어떻게 다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다. 1970년대의 마케팅 연구는 속성에 따라 우열이 다른 제품이 있을 때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존 하우저(John R. Hauser) 교수와 글렌 어반(Glen Urban) 교수는 1979년 복권의 효용을 계산하는 폰노이만-모겐스타인 이론을 응용해 제품이 가진 속성의 효용과 효용을 얻을 확률을 계산하면 소비자가 특정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당시 마케팅에서 불확실성의 원천은 효용을 얻을 확률이 불확실하다는, 제품 내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제품 중심, 효용 중심의 접근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마케팅에서 불확실성의 원천이 제품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구매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1984년 연구에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속성의 효용과 확률을 열심히 계산하는 대신 생각의 지름길인 휴리스틱(heuristics)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듀크대 경영대학 조엘 후버 교수와 크리스토퍼 푸토 교수는 1983년 연구에서 의사결정 상황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장에 존재하는 또 다른 대안에 따라 다른 속성이 중요해지고 제품 선택이 변함을 보여줬다. 이타마르 시몬스 스탠퍼드대 교수와 스테판 놀리스 워싱턴대 교수는 1997년 물어보는 방식의 중요성을 주장했고, 무엇을 선택하는지 또는 특정 제품의 구매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가에 따라 최종 선택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로써 마케팅 연구자들은 점차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제품 속성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교훈을 받아들였고 구매 상황이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행동적 의사결정(BDT·Behavioral Decision Theory) 이론을 적극 받아들였다.

이후 마케팅 전문가들은 생각 방식, 대안 위치, 질문 방식뿐만 아니라 돈 계산을 머릿속으로 어떻게 하는가(Mental Accounting)와 어떠한 감정 상태인가를 고려하기 시작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구매 전 선택뿐 아니라 구매 후 행동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수십 년의 마케팅 연구는 소비 전 선택과 소비 후 행동에 대해 소비자가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왔고, 제품 자체뿐 아니라 구매 상황을 변화시키면 판매를 증대하고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결론을 이끌어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학문적 결과가 실무에서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최신의 마케팅 연구는 소비자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마케팅 활동만을 연구하지는 않는다. 이와 다른 주제를 고민하는 연구자들은 많은 정보로 무장해서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제품 간 차이가 줄어든 시장에서 특정 제품 자체를 단독으로 평가하지도 않고 구매 상황이나 소비 상황만 단독으로 고려해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제품 자체나 구매 상황보다 더욱 넓은 범위, 심지어 구매나 소비와 관련이 없는 상황도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이해했다. 이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속성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한 뒤 소비하는 ‘제품 위주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제품이 생산, 판매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고, 선택한 제품을 소비하면서 만들어낸 경험을 적극 공유하는 ‘경험 위주의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 전, 소비 후의 모든 일상적 경험이 마케팅의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제품을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보고 시장 내에서 우리 제품을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강조하는 전통 마케팅 접근법과는 달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친환경, 공공 안전 등 마케팅과 다소 거리가 멀었던 이슈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한 연구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구에 “예”라고 약속하면 호텔 수건의 재사용률이 80%까지 증가하고 퇴실할 때 불을 끄는 비율도 15% 증가한다는 점을 밝혀냈고, 또 다른 연구는 어른과 아이가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의 표지판 대신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어른과 아이가 급하게 달려나가는 모습의 표지판을 사용하면 운전자가 표지판을 더 빨리 보고 주변을 더 자주 살핀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생산 과정이 환경이나 지역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살펴본 뒤 제품을 선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거론돼온 마케팅 불확실성의 원천은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제품 속성의 효용이었고, 이후 구매 상황이었다가, 이제는 구매와 관련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본 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학계에서 주요하게 다루지만 국내 마케팅 실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는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원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소비 전 제품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morality)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소비 후 경험 공유에 영향을 미치는 자율성(empower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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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재우

    주재우designmarketinglab@gmail.com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공감에 기반한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과 직관을 위배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활용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설계한다. 현재 국민대 경영대학과 테크노디자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마케팅과 경험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에서 인문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받았고 토론토대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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