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꿈과 상상력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하며 인류의 삶을 바꾸는 주요 원동력이 되어 왔다. 하늘을 날고, 달나라에 가고, 바다 속을 여행하는 인간의 오랜 꿈과 상상은 이미 현실이 된지 오래다. 이런 꿈과 상상력이 가장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곳이 바로 공상과학(SF, Science Fiction)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영역이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되던 SF 소설과 영화 속의 이야기는 오늘날 이미 상당 부분이 실현됐거나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SF 작가 쥘 베른이 ‘해저 2만리’에서 등장시킨 잠수함 노틸러스호는 미 해군의 첫 번째 핵잠수함 ‘노틸러스’의 모형이 됐다. 1911년에 나온 SF 소설 ‘랄프124C41+’에 등장한 양방향 TV, 화상전화, 녹음테이프, 자동판매기 등은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현대 문명의 일부가 됐다.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달세계 도착(1916)’에서 오늘날의 우주탐사와 비슷한 형태의 달 여행을 묘사했으며, 액체연료로켓과 우주복까지 등장시켰다. 결국 인류는 1969년 달에 그 첫발을 내디뎠다. 얼마 전에 타계한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자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는 1945년 ‘행성 밖에서 중계하는 방송’이라는 글을 통해 지구 밖의 정지궤도에서 국가간 통신을 가능케 하는 위성 개념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이 이를 허황한 이야기로 폄하했지만 20년 뒤 정지궤도 위성이 발사됐으며, 정지궤도는 ‘클라크 궤도’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1984년에 발표된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는 인터넷, 3차원 가상현실, 아바타 등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흥미로운 것은 깁슨이 PC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 SF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과학기술은 앞으로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될까. 우리의 미래 모습은 과연 SF에 묘사된 그대로일까. 현재의 과학기술과 개발 중인 기술을 중심으로 그 가능성을 살펴보자.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3차원 홀로그래피
홀로그래피(holography)는 미래를 소재로 다룬 SF 영화의 단골 메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톰 크루즈가 ‘홀로그래피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정보를 검색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타워즈’의 제다이 기사들도 홀로그래피 전송장치를 통해 멀리 떨어진 다른 기사들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영화 ‘토털리콜’에는 여배우가 홀로그래피 영상을 보면서 에어로빅을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치 실제의 에어로빅 강사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실감이 난다.
이런 SF 영화에 등장하는 홀로그래피의 모습은 우리에게 실제로 얼마나 현실로 다가와 있는 것일까.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보았을 때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홀로그래피 입체영상을 촬영하고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술과 홀로그래피 동영상 정보를 압축하고 전송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홀로그래피의 촬영과 재생은 이미 박물관, 미술 전시장, 쇼윈도 등에서 어느 정도 실용화 되고 있는 단계다. 문제가 되는 것은 홀로그래피 영상 데이터의 엄청난 용량이다. 데이터 자체가 너무 커서 홀로그램 기술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통신망으로는 전송이나 저장이 힘들다. 실물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인간 형상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수백 기가바이트(GB)에서 수십 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 용량이 필요하다. 스타워즈의 제다이 화상회의처럼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TB급 데이터를 초당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현재 10 Gbps(Giga bit per second)의 전송망 속도는 조만간 800Gbps로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2015년께 홀로그래피 전송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5년께에는 실제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의 인간 홀로그래피 형상을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DTV보다 4배나 선명한 해상도를 재현하는 3차원 홀로그래피, 실제적인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햅틱 기술, 이런 대용량을 전송할 수 있는 신개념의 초고속 통신망 기술은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사람들이 마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처럼 생생한 만남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홀로그래피는 기업의 화상회의, 사랑하는 가족과의 재회 등 수많은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다. 홀로그래피를 이용한 전시, 패션쇼, 광고, 라이브 공연은 물론 소비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홀로그래피를 통해 상품의 모양과 색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홀로그래피는 3차원 멀티미디어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2차원 평면 화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홀로그래픽 게임의 심각한 중독 현상과 홀로그래픽 ‘야동(야한 동영상)’의 범람이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