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팬덤과 마케팅

멕시코에선 장동건, 일본에선 욘사마… 지역마다 다른 한류스타, 다른 시장을 만든다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현재의 한류는팬덤마니아층이 형성된한류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동안한류 팬덤과 관련해 나온 많은 연구들은한류 자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서술됐다. 하지만 이제는 각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한류 팬덤 형성 요인을 분석하고, 이미 형성된 한류 팬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다른 비즈니스 영역의 기업들이 찾아야 할 때다. 각 지역별로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과 가능한 전략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중국과 동남아: ‘자아 이미지 일치성을 활용하는 브랜딩

2)일본: ‘향수자극일본에 없는 것을 채우는 전략

3)서유럽/미국: ‘오리엔탈리즘의 긍정적 활용

4)중남미: ‘문화 접변 이론을 활용하는 변형 전략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손지현(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와 허재석(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장면 하나: 멕시코

2010년 여름, 멕시코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다소 당황스러운, 그러나 애교 섞인 시위대와 마주쳐야 했다. 멕시코의한류 팬이라고 밝힌 일군의 젊은이들이한국에 가고 싶다’ ‘우리는 장동건, 소녀시대의 팬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한국 초청을 요청한 것이다. 이 같은한류 시위는 처음이 아니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멕시코에 장동건과 안재욱을 보내달라 30여 명의 소녀 시위대와 마주쳐야 했다. 지구 저 반대편 끝에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를 접한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팬덤1 을 형성해 한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재생산하며 함께 즐기고 있다. 2016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3200석은 멕시코 한류팬들로 가득 차 K태권도와 K-POP을 기립 박수와 갈채로 환호했다.

 

장면 둘: 중국

한류드라마태양의 후예의 인기 폭풍으로 중국과 아시아에 주인공 송중기 상사병이 퍼질 만큼 팬덤이 형성됐다. ‘태양의 후예 32개국에 진출해 방영됐고 중국 포털에서의 조회 수는 82억 뷰를 넘었으며 송중기와 송혜교 관련 제품을 사려는 팬들이 온라인 쇼핑몰로 몰려들어 매출이 30%에서 200%까지 증가했다. 송중기를 자국으로 보내 팬미팅을 하게 해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수개월 전에는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인 김종국, 유재석, 이광수 등이 전용기를 타고 중국 투어를 진행했다. 이 장면은 김종국 씨가 전용기를 타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초기에아이돌 그룹 ‘K-Pop’ 위주로 형성됐던 한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산된 상태다. 이광수 씨는 현재 한·중 합작 공익광고에도 출연하는 등한류가 만들어 낸 중국 스타의 위상을 갖게 됐다.

 

 

 

 

한류가 세계 곳곳에서 하나의팬덤으로 나타나고 있다.팬덤은 일반 문화 소비자들에 비해 자신의 문화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자신의 팬덤 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쫓아다니며, 공공연하게열광적인 애정을 표시한다. 한류 팬덤은 미디어 속에 비춰진 한류스타의 모습과 생활 등을 추종하고 이를 소비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한류 생산국을 방문하기도 한다. ‘팬덤마니아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발전해 자발적으로 마니아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프로슈머이자전문가의 영역까지 들어서게 될 경우 이는덕질로 발전한다.2 실제 최근 들어 예전의팬클럽은 점차 개별적인 단위의덕질로 발전하고 있는데 아이돌 그룹이나 가수, 드라마와 배우의이 되는 것, 즉 좋아하고 팬레터를 보내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이덕질을 시작한 대상의 모든 인생 혹은 역사를 꿰고 그/그것에 대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수준으로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아이돌 ○○○○에 오늘부로 입덕했다는 표현은 본격적인 팬이자덕후로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의미다.

 

현재의 한류는팬덤을 중심으로 한한류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일부 국가나 특정 팬을 중심으로덕질로 전환되고 있다. 한류의 시기 구분부터 해보면 1990년대 말부터 서서히 시작돼 2009년까지 이어진한류 1.0’은 특정 드라마와 배우, 특정 가수나 아이돌 그룹을 대상으로 한동경호감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시기다. K-Pop 전반에 대한 인기, 특히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열풍을 타고팬덤이 막 형성되는 시기를한류 2.0’ 시대라 구분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다소 일찍 한류가 알려지기 시작했던 중남미에 이어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일부 팬층이 형성된다. 2012년 이후 지금의 시기는한류 3.0’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드라마, K-Pop, 게임, 영화, 캐릭터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전반의 지구촌 확산기라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한류 3.0’ 시대에 접어들면서팬덤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한 한류의 성공요인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본 후 각각의 성공요인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시사점과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지역별로 다른 한류 팬덤과 한류 마니아

 

이인구 등의 연구에 따르면3 한류란 본래 중국,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하는 대중문화 열풍을 가리키는 말로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젊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 드라마, 패션, 게임, 음식, 헤어스타일 등 대중문화와 한국 인기 연예인을 동경하고 배우려는 문화현상이다. 앞서 언급했던한류 2.0’ 시대와한류 3.0’ 시대를 거치면서아시아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10대를 넘어 중년에까지 확산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류가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확산되며 각기 다른 형태의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는 만큼 지역별·국가별로 어떤 부분이 소구했는지, 각각의 마니아층이 갖는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와 같은 한류가 사실상 가장 먼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중국과 동남아의 경우, 한류는 일종의선진문화였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선진문화와 달리비슷한 외모를 가진 배우와 가수들이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가 제공됐고, 특히 전통적으로유교문화권내지는중화문화권에 함께 속해 있던 탓에 문화 콘텐츠 자체의 수용성도 높았다. 또한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일종의발전국가 롤모델로 여겨지던한국에 대한 나름의 동경역시선진문화로서 한류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에는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이나 계은숙 등의 인기는노래 잘하는 한국 가수에 대한 선호와 그에 따른 인지도를 넘지 않는 선이었고, 2000년대 들어 아이돌 그룹이 끝없이 진출을 시도하는 상황이었으나열풍이라고 할 만한 것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2000년대 중반 드라마겨울연가의 대히트로욘사마 열풍이 불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팬덤의 주역인 40대 이상의 일본 여성, 이른바오바상들은 성지를 순례하듯 드라마의 배경이 된 남이섬을 방문했다. 이들이 열광한 건 일본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원초적 로맨티시즘에 대한향수때문이었다.4

 

 

 

  

 

중남미 문화권과 유럽/미국 등 서구 문화권에서 한류 팬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일면 유사하면서도 다른 측면이 있다. 먼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문화권에서의 K-Pop을 중심으로 한팬덤현상동양에 대한 신비주의적 접근세련된 비주류 문화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승연 글로벌 문화전략가는전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A 시티, 즉 런던, 파리, 뉴욕, 도쿄는 나라는 각기 다르지만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권에 속한 도시들이라며한류는 그러한 문화권에 동질감을 느끼거나 함께 향유하기 어려운 서구 젊은이들에게 오히려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한국의 K-Pop 등에 동양적 신비주의에 기반해 접근했고, 의외로콘텐츠 퀄리티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이를 향유하는 이들끼리동질감을 갖고팬덤을 형성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나름의진입장벽이 있는 아시아 문화권에 대해 깊게 접근하면서 전통적인 일본의오타쿠’와 비슷한 특성을 오히려 지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좀 더 설명하면, 유럽의 한류 팬덤은 또한 일종의문화다식자(omnivorses)’들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대중문화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권의 다른 문화를 발굴하고 향유하는 것에 익숙하며, 전 세계적으로 조직된 전문적인 번역팀을 꾸려 동아시아의 대중문화 콘텐츠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또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재시청하고 담론을 생산하기도 했다. 즉 이들은 콘텐츠의 주요 소비자인 동시에 전달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중남미의 한류 열풍은 유튜브나 온라인 콘텐츠 유통채널의 확산 이전까지는 접해보지 못했던아시아 문화권의 콘텐츠와 스타들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주의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유럽/미국의 한류 팬덤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또한 의미 있는 차이 역시 존재한다. 이용선 등에 따르면5 아시아문화, 특히 유교적 가치관이 기저에 깔려 있는 한국의 문화와 중남미 문화는가족중심 문화’ ‘유교와 가톨릭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보수적 정신문화’ ‘경제발전 후발 국가로서의 정체성과 공감대등에서 서구나 미국 등의 선진국 문화에 비해 유사점이 많았다. 이러한 유사성이신비주의에 더해져 한류 팬덤 형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한류의 성공 요인, 한류 팬덤 형성 요인을 정리해보면 < 1>과 같다.

 

2. 지역별로 다른 성공 요인이 주는 시사점

 

그동안한류 팬덤과 관련해 나온 많은 연구와 아티클들은한류 자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중심으로 서술됐다. (‘한류 팬덤을 활용한 기업전략 사례참조.) 이 글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례와 내용보다는지역별로 다른 성공요인을 통해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시사점, 활용 가능한 전략 등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1)중화권·동남아: ‘자아이미지 일치성확보

앞서 언급했듯 중화권과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문화, ‘한류는 일종의선진 문화로 인식된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비슷한 외모와 비슷한 사고방식과 전통으로 인한 친숙함도 깔려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마치 프랑스의 최고급 패션 브랜드를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첨단 패션으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가까운 곳에 있는 첨단 문화 콘텐츠를 가진 국가에서 들어온 최신 트렌드로 인식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문화의 경우 중국과 동남아에서는 개방 속도와 가치관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대중적으로 확산되기에는 이른 상태이고 거부감도 존재한다. 또한 문화적 충격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에 콘텐츠 수입자들이나 규제당국 등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문화의 경우 적당히 서구적이면서 전통을 유지하는 방식을 갖고 있어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도 문화변화의 완충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했다는 분석이다.6

 

 

 

 

친숙함이 깔려 있고 부담감은 적으나최신이나세련됨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한류 콘텐츠는 분명한선진문화일 수밖에 없고 이는 중화권/동남아 중산층 청소년들 사이에서 주류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트렌드 리더들이 향유하는 고급 문화, 그러나 부담감이 적은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7

 

이인구 등의 연구에 따르면8 중국 등지에서는 한국 제품 자체에 대해서가격이 비싸지만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고 인식하고 있었고, 한류를 접한 이후에한국 제품의 구매의사가 더 커졌다고 답변했다. 기업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는 특정 문화나 제품이선진’ ‘첨단의 문화와 이미지로 수용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동남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은자아이미지 일치. 이성호 등에 따르면9 소비자는 브랜드가 자신의 이미지와 일치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미지를 발전시켜준다고 여길수록 해당 브랜드를 매력적인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 중에서 이상적 자아이미지 일치성은소비자가 바라는 자기 자신과 실제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일치시켜가는 것으로, 이를 위해 자신의 이상적 이미지에 맞는 소비가 이뤄진다. 실제로 브랜드와 이상적 자아이미지의 일치성은 브랜드에 대한팬십을 형성하고마니아로 전환시키는 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0

 

이를 국내 기업 입장에서중화권 진출 전략으로 적용시켜보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수준 혹은 품질을 갖고 있다면 멀리 보고고급스러운 트렌드 리딩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을 짜야 한다. 지나친 현지화보다는 적절하게 이국적이고 세련된 느낌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스타벅스가 한국에서세련된 뉴요커의 이미지로 성공하고 유럽의 명품이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위치하며 매출을 끌어올렸듯이 말이다.

 

2)중남미: 문화접변이론과 활용전략

멕시코를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 이후 이뤄진한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중남미인들의 70%한국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답할 정도가 됐다. 이후 한국산 전자제품 등이 널리 수출되면서한국 제품에 관한 이미지에 대해 절대 다수가호감을 표시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다양한 드라마·영화·음악이 중남미 시장에 흘러들어갔고, 앞서 언급한 ‘의외의 문화적 유사성멀리 있는 발전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신비감이 합쳐지면서 한류는 시너지를 내게 된다. 글의 서두에서 제시한시위를 조직할 정도의 팬덤도 이때 생겼다. 정리해보면, 중남미인들에게 한국은첨단제품’ ‘멀리 있는 성공한 아시아국가’ ‘뭔가 색다르지만 왠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문화 콘텐츠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팬덤의 형성요인, 한류의 성공요인 역시 이 맥락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중남미 진출을 꿈꾸는 소비재/문화콘텐츠 기업의 경우 중화권이나 미국/유럽 등의 서구선진국권에 진출할 때와는 또 다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중남미 한류 팬덤의 특성과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에는문화접변 이론에 토대를 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접변 이론이란, 외부 문화 전파의 초기 과정에서 기존 문화는 자체의 기준으로 일부를 선택·수용하며 이 중 일부는 저항을 통해 재선택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으로,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외부 문화는 완전히 해당 지역/사회/계층에 수용돼 기존 문화와 함께 새로운 문화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11

 

보통 문화접변이론에 따르면, 최초의문화전파와 제시에서는 언어/인종/문화적 유사성으로 인해 친숙함이 있어야 하고, 수용집단은 개방적이어야 하며, 정보 및 미디어 인프라 수준이 높아야 한다. 중남미의 경우 한류를 받아들임에 있어 인종적/언어적 유사성은 부재했으나동양에 대한 신비감의외의 문화적 유사성’, 그리고이미 익숙해진 한국산 전자제품등이 수용집단의 개방성을 높이는 상황이었다. 2002년 한국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후 급속히 발전한 인터넷과 모바일 채널 역시정보 및 미디어 인프라 수준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이렇게 전파된 한류 콘텐츠가 선택되고 수용되는 과정에서는 높아진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긍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이질감을 걸러내는 적정한 저항과 재구성을 통해 직접 야외에서 함께 K-pop을 즐기고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한국 배우에 대한 팬클럽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의 양상이 나타났다.

 

기업 입장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이미한류의 전파로 인해유사성은 더욱 높아진 상태여서 한류 전파 당시보다 문화접변 이론 활용에 더욱 유리한 측면도 있는 상황이다. 소비재/콘텐츠 기업들이 만약 중남미 시장에서의 한류 팬덤 성공에 기반한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고 싶다면, ‘의외의 문화적 유사성과 한류로 인해 더욱 강화된 친숙도를 적극 활용하되미국과 유럽과는 다른, 동양적인 신비감과 세련됨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제품 포지셔닝을 할 필요가 있다.

  

 

3)일본: 향수자극과일본에 없는 정서를 활용하는 마케팅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콘텐츠는겨울연가. 일부 아이돌 그룹이아이돌 본고장이라고 하는 일본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 한때는 일본의 고환율로 인해 한국 화장품을 쇼핑하러 오는 이른바쇼핑한류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역사상 최대 히트 상품은겨울연가욘사마.

 

사실 일반 소비재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만겨울연가의 성공 요인에서 배울 수 있듯 현재 일본에 없는 것, 일본인들의 특정 집단(욘사마에 빠졌던 중년여성들처럼)이 향수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포인트를 잡아내면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문화 콘텐츠처럼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상품을 먼저 성공시키고 이를관광등의 여행상품과 연결시키는 등의 전략은 성공확률이 높아 보인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한류를 접하고 한국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국/동남아권 소비자들과 달리 일본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한류를 접한 후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지, 혹은 방문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일본인들도그렇다고 답변했다.12

 

따라서 소비재이든, 문화상품 혹은 여행상품이든 현재 일본에 없는정열적인 로맨스에 바탕을 둔 문화 콘텐츠, 그리고 그와 연관된 상품과 캐릭터’, 한국적이고 따뜻한정 문화등을 느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13

 

또한 일본의 캐릭터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감안하더라도 디지털과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활용이 오히려 한발 앞서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한 각종 디지털 상품과 애플리케이션 등은한국산의 우위 혹은 동등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다른 전자기기나 문화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일본에서국민 메신저지위를 획득한 NHN ‘라인의 성공은 이 같은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14

 

4)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 ‘오리엔탈리즘의 긍정적 활용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비주류 문화이나 촌스럽지만은 않은, 그리고 색다른 문화 콘텐츠로 한류가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유튜브를 검색하다보면,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모여서 함께 들으며 평가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때론 자지러지게 웃는 서구유럽/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많이 나온다.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고, 이를 모아서 편집해 올리는 것이 일종의신선하고 색다른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한류 성공 요인에는 필연적으로동양적 신비감색다름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이는 다시오리엔탈리즘으로 연결된다. ‘오리엔탈리즘은 문학이론가이자 사상가인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의 저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1978)으로 인해 유명해진 용어다. 하나의 이론과 지식체계로 굳어진동양에 대한 서구의 왜곡과 편견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용어임에는 틀림없다. 동양에 대한 서구인들의 그러한 신비화가 단순한 낭만적 환상에 그치지 않고, 수세기에 걸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연관 속에 마치 하나의 진리처럼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15 따라서 동양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을 바라보는 서구의 뒤틀린 거울 속에서 왜곡된 채로 존재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오리엔탈리즘이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아시아, 동양문화에 대한환상을 오히려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를 출시할 때에최첨단 전자나 가전기기가 아니라면 서구의 최신 트렌드에 맞추는 (사실 불가능하다) 방식으로 하기보다는 다소 신비롭고 색다른 콘셉트로 브랜딩을 하고 제품/서비스를 포지셔닝하는 것은 오히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애초에 서구 선진국에한류 팬덤이 생긴 요인을 정확히 살펴보면서 한국의 다른 제품/서비스나 브랜드에도 같은 성공공식을 만들 수는 없을지 면밀히 검토해보라는 것이다.

 

3. ‘한류 팬덤의 성공요인을 활용한 전략 제언

 

앞서 중국과 동남아, 중남미, 일본, 미국과 유럽 등 서구 등 각 지역에서 각기 다른 성공의 핵심 요인을 가진한류한류 팬덤의 형성과정을 보면서 지금까지의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살펴봤다. 그 내용을 다시 표로 정리해보자.

 

 

 

 

< 2>에 지역별 한류 팬덤의 특성에 맞춰 제시하는가능한비즈니스 전략은 말 그대로가능성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다. 다만 분명 2000년대 중반 이후역사상 가장 경쟁력 있는 한국산 중 하나로 불리는한류 문화 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각 지역별로 그 특성과 차이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다른 기업들의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는 사실상 거의 부재했다. 따라서 이 같은 제언은사고의 전환내지는새로운 접근을 허용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이 분명 고민해볼 만한 것들이다. 특히 한류의 성공으로 인해 존재하게 된 한류 마니아 혹은팬덤은 그 자체로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우호도가 높은 소비자가 쉽게 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류는흐르는 것이어서 어느 순간 흐름이 멈추고 잠시 사라질 수도 있다. 한류 팬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비즈니스는 계속된다. ‘한류 마니아의 등장을한국 제품이나 브랜드의 충성 고객확보의 기회로 만들어내는 건 이제 기업가들의 몫이다.

 

 

 

DBR mini box

 

 

한류 팬덤을 활용한 기업전략 사례

 

기업들의 한류 팬덤 활용은 주로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져왔다. 첫째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스타 마케팅이었고, 두 번째는전략적 제휴를 통한 협업이었으며, 마지막으로는신상품 개발 활용이다.

 

1)스타마케팅

스타마케팅은 한류스타의 대중적 인기를 상품, 서비스, 이벤트, 사회활동 등에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이니스프리, 빙그레, 루이까또즈 등이 주로 활용했다. 한국화장품의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국 매장 오픈 전, ‘이민호의 첫사랑이라는 콘셉트의소셜 무비를 활용해 중국 진출 1주일 만에 1호점이 매출 1억 원을 달성하며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빙그레는 2015 5월부터 바나나우유 중국 모델로 이광수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고,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소녀시대의 유닛그룹태티서 2015년 전속모델로 발탁해 큰 성공을 거뒀다. 스타마케팅은 기본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확실한 방법이고, 안정적이고 전통적인 한류 활용방식이지만, 스타가 열애설에 휩싸이거나 루머에 휘말릴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2)전략적 제휴

한류 팬덤을 매개로 한 전략적 제휴는 한류 콘텐츠 기업과 일반 기업이 콘텐츠와 스타 등을 매개로 상호협력하거나 해외에 동반 진출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제조업체인 LG전자와 콘텐츠·문화 기업인 CJ 2011년부터 스마트TV용 콘텐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했다. CJ 계열의 영화·음악·방송 콘텐츠를 망라한 ‘CJ TV포털을 통해 LG의 제품에 CJ한류를 담는 방식을 시도해 성과를 거뒀다. 2012년 프랑스 진출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에 진출한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 역시 현대자동차와 제휴해 기획·감수 등을 현대차로부터 받고 함께 마케팅하고 테마파크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팬덤 활용은 잘만 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공통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만 하기에 제휴대상을 쉽게 찾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3)신상품 기획

‘신상품 기획은 한류 팬덤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해 신상품 개발 필요성에 따라 신규 아이템이나 신사업을 발굴하는 전략이다. 생산에서부터 한류스타와 콘텐츠를 융합해 공동 제품을 만들거나, 비즈니스 플랜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한류 팬덤 서비스마이돌(mydol)’이다. 2014 6월 말, 한국·중국·대만·브라질 등 전 세계 약 30여 개국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한 뒤 곧장 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마이돌은 스마트폰 첫 화면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한류 스타 사진을 지정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아하는 한류스타에게 가상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소망화장품은강남스타일 열풍직후인 2013, 한류스타 싸이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어에너지 팩토리라는 프로젝트 브랜드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이 당시 가수 싸이는 화장품의 아이디어와 제품기획에 참여했고, 에너지 팩토리의 맨즈밤은 출시 한 달 만에 20만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신상품 기획은니즈를 찾아내 공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전략 중 하나지만 시장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제품/서비스 콘셉트에서 실패할 경우,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안종배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daniel@cleancontents.org

 

안종배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4년 국내 최초로 국제광고협회 인증 국제광고전문인 자격증을 취득했다. LG애드( HS애드)에서 근무하며 옛 금성의 ‘GOLD STAR’ 브랜드를 ‘LG’로 성공적으로 바꿔내는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 총괄했다. 현재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로 스마트마케팅, 콘텐츠마케팅과 한류 팬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유비쿼터스미디어콘텐츠연합과 클린콘텐츠국민운동본부 대표, 국제미래학회 학술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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