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새로운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기능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기획자적인 전환을 통해 조형성과 심미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함을 의미한다. 21세기 디자인은 유행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제 디자인은 신(新) 창조산업의 중심이다.”
한국디자인단체 총연합회가 주관한 ‘21세기 디자인포럼’에서는 최근 디자인의 역할 변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의 새로운 개념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미적인 조형 전문가의 역할을 넘어서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자(Creator)가 되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더 이상 경영의 주변 가치가 아닌 핵심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디자이너 또한 창조적인 혁신 제품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제안할 수 있는 경영 마인드를 갖춘 창조적인 디자인 리더가 돼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제품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고객의 욕구를 가장 잘 파악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표현 수단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혁신 제품 디자인 개발 사례를 통해 제품 디자이너의 역할을 살펴보자.
보디미디어(BodyMedia)의 센스웨어(SenseWear)
미국의 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보디미디어’는 창립 멤버 4명 가운데 2명이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아이보 스티보릭과 제품 디자인 및 기계개발 부사장인 크리스 카사베치가 산업 디자인 전공 출신이다.
보디미디어의 대표적인 제품은 휴대용 의료기구인 ‘센스웨어’. 팔에 두르는 밴드 형태의 신체건강 모니터링 기기로 맥박수, 혈압, 혈당치 등 다양한 신체 건강 수치를 체크해 무선으로 전송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창립자들이 개발자와 고객 간의 커뮤니케이션, 고객연구, 기술개발을 통해 최첨단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센스웨어의 작업 방식과 외관 디자인을 개발한 것이다. 제품 디자인 전공자가 심미적 조형 전문가를 넘어서 상품기획,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제품 개발 전반에 참여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애플(Apple)의 아이팟(iPod)
애플의 아이팟 디자인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성공 사례이자 제품 디자인이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3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 박람회 세빗(Cebit)에서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플레이어 ‘엠피맨F10’을 선보였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엠피맨F10’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애플의 아이팟만이 MP3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는 ‘기술 개발=혁신 제품’이라는 공식이 틀렸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다가올 시대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기술이 아닌 고객의 관점으로 감성적인 디자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 오디오 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야말로 통합적인 디자인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