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Wharton Business Plan Competition)가 처음 시작된 10년 전, 많은 사업 아이디어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었다. 물론 이는 닷컴 버블이 붕괴하고 ‘뉴요커’지의 논객 존 캐시디(John Cassidy)의 표현대로 많은 닷컴 기업이 닷컴 사기꾼에 불과했다는 환멸이 찾아오기 전의 일이다.
지금도 인터넷은 창업과 성공의 중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웹에 작은 공간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이번 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겨룬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새로운 유망 업종은 보건 의료 분야였다. 특히 의약, 기초과학, 인간 게놈 분야는 물론 여러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되는 유전공학을 결합한 생명공학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생이라면 모두 참가할 수 있는 와튼 비즈니스 플랜 대회는 와튼 기업가 프로그램(Wharton Entrepreneurial Program)의 주관으로 1년에 걸쳐 진행된다. 매년 가을 수백개 팀이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한 문서를 제출하고, 늦은 봄에 이중 우수한 사업 아이디어를 낸 25개의 준결승 진출팀이 가려진다. 여기서 다시 사업 계획에 근거해 8개의 결승 진출팀이 뽑힌다. 1, 2, 3위 입상 팀은 2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변호사 및 회계사에게 사업 자문을 구할 수 있는 특전을 받는다.
벤처 파이널(Venture Final)은 1년 내내 진행되는 이 비즈니스 플랜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다. 올해 벤처 파이널에 진출한 8개 팀 중 무려 5개 팀이 사람들이 오랜 시간 고통스럽지 않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사업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절단 수술 환자의 절단 부위와 보철 사이에 삽입하는 패드처럼 단순한 아이디어부터 정확한 암 진단과 치료를 위해 미립자인 나노 분자를 이용하는 복잡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외에도 손상된 무릎 연골을 대체하는 젤, 일반적 형태의 실명을 막아주는 약, 세균 박멸제로 호흡기를 감싸는 처치법, 종양 성장을 중단시키는 의료기구 등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올해 결승 진출자들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아이디어로는 특허 출원 신청을 돕는 소프트웨어와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창문에 색을 입히는 기술이 있었다.
이번 벤처 파이널에서는 4명의 심사위원들이 10분간 각 팀의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10분간 질의 면접을 한 후 결승 진출팀을 선발했다. 심사위원은 카디널 파트너스(Cardinal Partners), 웨스턴 프레시디오(Weston Presidio), 쉐링 플라우(Schering Plough), 펠리시스 벤처스(Felicis Ventures) 등에서 나온 투자 전문가와 와튼 스쿨 졸업생으로 구성됐다.
이제부터 알파벳 순으로 올해 결승 진출 8개 팀의 사업 아이디어를 간단히 소개한다. 본 기사의 말미에 밝히겠지만,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했는지 한번 맞춰보기 바란다.(미리 보지 말 것.)
크리에이티브 필름(Creative Film)
자동차나 항공기의 창문 색깔이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변한다고 상상해보자. 가정이나 사무실 창문에 햇빛이나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블라인드가 따로 필요 없다면 어떨까? 이 창문은 한 번의 전기 자극으로 투명해지기도 하고 불투명해지기도 한다. 크리에이티브 필름 팀은 액정 기술을 이용한 ‘전기광학’ 필름으로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와튼 MBA 학생인 이 팀의 리더 리우웬 듀안(Li-uwen Duan)은 “마술 같은효과에도 불구하고 이 필름은 제조 비용이 저렴하며 작동하는 데 전기가 많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필름은 불투명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전기를 계속 공급할 필요가 없다. 처음의 전기 자극이 스위치 구실을 하기 때문에 다시 전기 자극을 주기 전까지는 투명한 상태든 불투명한 상태든 창문은 그대로 유지된다. 보잉의 드림라이너 제트기나 마이바흐의 고급 승용차와 같은 하이엔드 기종들은 현재 이와 유사하지만 훨씬 고가의 기술을 창문에 도입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필름 팀은 이 틈새를 공략해 전기광학 필름의 대중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 팀은 차창과 선루프 등에서 이용 수요가 많은 자동차 업계에 이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젤로매트릭스(Gelomatrix)
베이비 붐 세대가 쓰러지고 있다. 이것이 젤로 매트릭스에게는 엄청난 기회로 작용한다. 베이비 붐 세대, 그들의 활동적인 자녀들, 그리고 나이 든 부모들은 무릎 연골을 다치는 일이 많다. 이 경우 그들은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조깅이나 스키처럼 무릎에 부담을 주는 운동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회복이 더디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는 연골 교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젤로매트릭스 팀은 기존 인공 연골을 대체해주는 젤을 만들겠다고 한다. “연골을 다친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회복이 빠르고 원래의 활동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해주는 안전한 수술입니다.” 팀의 리더인 위 시옹 고(Wee Siong Goh)의 말이다.
젤로매트릭스의 젤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액체 형태의 이 젤을 무릎 관절에 주입한 후 자외선 광으로 굳어지게 만든다. 회복 기간은 기존 수술에 필요한 1년에 비해 훨씬 단축된 3∼4개월이다. 젤로매트릭스의 기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제이슨 버딕(Jason Burdick) 교수의 연구실에서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