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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향기로운 카지노에서 돈을 더 쓴다?

신병철 | 135호 (2013년 8월 Issue 2)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소비실종의 시대가 됐다. 2013년 상반기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년 대비 매출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반 기업도 매출정체와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경제성장률이 8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있고 가계부채 역시 1000조 원을 넘고 있다. 소비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더욱 닫고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그야말로 특별한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무엇을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송파의 한 재래식 정육점은 몇 년째 매출이 줄고 있었다.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주변에는 대형 할인점과 마트가 속속 들어서 근처의 아파트 손님까지 대형 유통점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떠나가는 고객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정육점 주인은 어느 날 대로변을 지나다 우연히 꼬치구이집을 발견했다. 이 집에서는 마침 닭꼬치를 굽고 있었는데 이 냄새를 맡으니 자신도 모르게 닭꼬치를 하나 집어 들게 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닭꼬치를 한입 베어 문 정육점 주인은 순간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래, 왜 이 생각을 하지 못했지? 우리 정육점 고기가 아무리 1등급이라 해도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즐기기 전에는 알 수가 없는 거잖아….”

 

그 즉시 이 정육점 주인은 소비자의 후각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되면 자신의 정육점 앞에서 고기를 구워 소비자들의 후각을 자극하기로 했다. 어떤 냄새가 가장 어필하는지를 탐색한 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끌리는 냄새는양념 갈비 구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매주 금요일 퇴근 시간이면 송파의 한 아파트 앞 정육점에서는 양념 갈비 굽는 냄새가 퍼져나갔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자신도 모르게 냄새를 맡게 된 주민들은 하나둘 이 집의 양념 갈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퇴근길 소비자들 역시 하나둘 구매하기 시작했다. 좋은 제품과 친절한 서비스는 기본이었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성과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3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소비자들의 머릿속 주판알을 건드린 게 아니라 후각이라는 본능을 건드린 것이다. 마케팅은 머릿속의 이성만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소비자들의 지불 의향이 낮은 순간에는 보다 근본적인 본능적 욕구를 건드려야 한다. 이성적 접근은 기본이고 감성적 접근이 부가돼야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오늘은 그중, 특히 향기에 관한 마케팅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좋은 향기는 선택을 부른다.

 

미세한 향기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러거스대의 저넷 하비랜드 존스(Jeannette M. Haviland-Jones) 교수는 향기와 소비 행동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1  이들은 피험자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기 다른 방으로 안내했다. 하나의 방에는 샤넬 No.5 향수를 아주 조금만 뿌려두었고, 다른 하나의 방에는 아무런 향수도 뿌리지 않았다. 모든 피험자들에게 자신들의 현재와 과거의 일상생활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제를 줬다. 이후 다른 방으로 이동하게 했다. 그곳에는 마임 배우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데 피험자들로 하여금 이 마임 배우에게 자신의 어린시절의 감정을 대신 연기할 수 있도록 지도하게 했다. 미세한 향기가 있는 방에 들어간 피험자들과 아무런 향기가 없는 방에 있었던 피험자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샤넬 No.5 향기가 있는 방에서 글을 쓴 피험자들이 향기가 없는 방에서 글을 쓴 학생들보다행복과 관련된 단어를 약 3배 이상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임 배우에게 자신의 과거 감정을 표현하도록 지도할 때에도 결과가 달랐다. 향기가 있는 방에 들어갔던 피험자들의 약 74%가 마임 배우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향기가 없는 방에 들어갔던 피험자들 가운데 이 같은 비율은 15%에 그쳤다. 이 연구 결과는 기분을 좋게 해 주는 미세한 향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분 좋은 향기가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미국 르모인대(Le Moyne College)의 니콜 호비스와 테레사 화이트(Nicole Hovis and Theresa White) 연구팀은 냄새가 상대방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2 이들은 65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를 제시하면서 특정한 냄새(양파, 레몬, 맹물)를 퍼뜨렸다. 그리고 해당 그림자의 성별과 성격 등을 상상해서 응답하게 했다. 실험 결과 양파 냄새를 맡은 학생들은 그림자의 대상이 남성일 것으로 보았고 레몬 냄새를 맡은 학생은 그림자의 주인을 깔끔하고 단정한 여성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 연구는 상대방에 대한 판단을 할 때 특정한 냄새가 상대방에 대한 인상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을 수용한다면 사람을 만날 때 어떤 향수를 뿌리고 나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향기가 인간의 행동과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은 이것뿐만 아니다. 나이트클럽에서도 상큼한 오렌지나 페퍼민트향이 날 때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더 오랫동안 춤을 췄고 향기 나는 무대위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  또한 카지노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좋은 향기가 뿌려져 있으면 손님들이 슬롯머신에 넣는 돈이 45%가량 늘어나고 같은 샴푸라 하더라도 더 좋은 향기로 바꾸었더니 사용자들의 제품에 대한 품질평가와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4

 

좋은 향기가 사람의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선은 지각전이 효과(Perception Transfer effect)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은 어느 한 자극이 다른 자극과 연결돼 감정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좋은 향기를 맡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 효과가 배가돼 더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같은 관점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면서 부드러운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이 훨씬 더 좋아지기도 한다. 이처럼 특정한 감각적 자극이 다른 자극에 개입돼 더 좋은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향기는 거의 감각적 차원에서 지각전이효과를 유발하는 촉진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기는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어떤 향기를 내 제품에 접목시킬 것이냐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결정이 된다. 향기와 관련된 마케팅적 접근이 비단 대기업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자신의 기업과 매장, 제품에서 특정한 냄새와 관련이 돼 있다. 사업의 특성에 따라 향기를 적절히 활용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1 스타벅스, 아메리칸항공 기내에 커피 향기를 퍼뜨리다

 

스타벅스는 1990년대 초기,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과 커피향과 관련된 특별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커피향을 싫어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특정한 공간에 스타벅스 커피향이 가득 퍼져 있다면 훨씬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바로 이 점에 착안한 스타벅스와 아메리칸항공은 미국 국내선 항공기에 스타벅스 향기 마케팅을 진행했다. 승객이 탑승하기 전에 스타벅스 커피를 미리 충분히 끓여서 기내에 스타벅스 커피향을 가득 퍼지게 했다. 기내에 탑승한 손님들은 은은하고 그윽한 커피향을 맡으면서 비행기에 승선힌다. 미처 기대하지 않던 커피향을 맡은 고객들은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 향기로운데, 이 커피 뭐예요?” 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스타벅스 커피라는 것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에 대한 더 좋은 기억과 구매의향을 갖게 됐다.이러한 프로모션은 스타벅스에는 브랜드를 알리는 훌륭한 마케팅의 도구가 됐으며 아메리칸항공에는 승선하는 고객들에게 더 기억에 남을 만한 기내 경험을 제공했다. 스타벅스와 아메리칸항공 모두에 시너지가 발생한 것이다.

 

 

사례 2 싱가포르항공, 자신만의 향기를 브랜드 요소로 만들다

 

싱가포르항공(Singapore Airline) 역시 특별한 향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비행기 안에스테판 플로리안 워터스라는 향기를 뿌린다. 싱가포르항공만의 향기를 만들기 위해 유명 향수업체의 도움을 얻어 이 향수를 직접 기획해 제작했다. 이뿐만 아니다. 싱가포르항공은 기내 손님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향기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파악하고 가장 좋은 향기를 발견하면 이것을 싱가포르항공 항공기 모두에 적용하는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항공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은 싱가포르항공만의 향기에 익숙해졌고 고객의 뇌는 그 향기를 싱가포르항공의 향기로 기억하게 된다. 이는 싱가포르항공에서 경험하는 즐거운 서비스, 품격 있는 기내식과 같은 다른 긍정적인 기내 경험과 연결돼 그 브랜드만이 갖는 독창적인 브랜딩의 요소가 됐다.

 

사례 3 후아유, 브랜드 심벌을 상징하는 향기를 입히다

 

캐주얼 의류 전문 업체 후아유(WHO.A.U)의 모든 매장에서는 언제나 향긋한 오렌지 향기가 난다. 이 회사는 브랜드의 심벌이 오렌지라는 점에 착안해 매장에 상큼하고 발랄한 오렌지향을 입히고 브랜드의 연속적인 상징성을 높였다. 젊은 층을 공략하는 브랜드인 만큼 이 향기의 이름은캘리포니아 드림이다. 이 향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17∼21세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향수 중 수차례의 샘플 테스트를 거쳐 선정됐다. 후아유는 향기를 선정할 때부터 브랜드 정체성의 중요 요소로 향기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향기를 택할 것이냐의 문제는 곧 향기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기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돼야 한다.

 

향기가 주는 마케팅적 효과를 활용하라

 

냄새나 향기를 활용한 마케팅은 감각기관을 직접 자극하기 때문에 정확하게만 사용된다면 그 효과는 즉시 발생할 수 있다. 식사시간 1시간 전에 구운 빵 냄새를 맡게 된다면 소비자 선택은 어떻게 변화될까? 영화 상영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팝콘 냄새를 맡게 한다면 팝콘 구매량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후각에 민감하다. 후각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소비 행동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마케팅에서도 후각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다.

 

향기가 주는 마케팅 측면의 효과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고객의 기분을 즐겁게 해준다. 향기 자체가 감각적 요소이므로 쾌적하거나 긍정적인 향기는 고객의 기분을 즐겁게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마케팅에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상품 평가에 긍정적 효과를 유도한다.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건 기본이고 향기의 원천인 제품에 대한 평가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품의 특성에 적합한 향기를 선택하고 적절히 사용하는 건 매우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매장을 다시 찾고 싶은 욕구를 높여준다. 향기는 일종의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를 일으킨다. 긍정적 향기와 우수한 제품 및 서비스의 결합은 고객으로 하여금 구체적이고 분명한 기억을 구성하게 만들어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 연상을 심어주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강력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넷째, 그 결과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주는 효과가 증가한다. 좋은 향기는 당연히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증가시킨다. 향기로운 냄새를 싫어할 소비자는 없지 않은가?

 

경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어떤 상품을 만들거나 팔고 있는가? 선풍기를 만들고 있다면 시원한 소나무향이 바람을 타고 흐르도록 해볼 수도 있고, 피아노를 만들고 있다면 건반을 누를 때마다 프리지아 꽃향기가 나도록 만들 수도 있다. 향기가 없는 제품일수록 향기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향기 없는 제품에 오히려 그 제품에 적합한 향기를 주입하면 소비자의 반응이 훨씬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멜버른의 한 화훼 농장에서는 너무나 예쁘지만 향기가 없어서 잘 팔리지 않는 꽃에 새로운 향기를 첨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후 향을 첨가한 꽃은 일반 꽃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쌌는데도 잘 팔렸다고 한다.사실 무취의 제품이 유향의 제품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에 향기 마케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초경쟁시대에 잘 활용해보기 권한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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