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물건을 구매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괴롭다. 효용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용 지불 없이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격비교를 하고 공동구매를 한다.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기가 괴롭다는 것이다.
비용을 지불할 때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비패턴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이것을 통해 어떤 실무적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을까? 브라이언 넛손과 그 동료들에 의해 비용지불과 뇌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됐다.1
신경과학은 아직도 알지 못하는 분야가 훨씬 많고 일정한 수준에서만 상관관계가 입증되고 있기에 소비생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쾌락을 느끼는 뇌신경 부위와 고통을 느끼는 뇌신경 부위가 구매행동에 따라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넛손 연구팀은 흥미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고, 지불해야 할 가격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뇌 부위가, 비용을 지불하면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물건 구매는 좋지만 비용 지불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것을 통해 어떤 실무적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까? 우선 이들의 흥미로운 실험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돈을 지불하면 인간 뇌는 고통을 느낀다
넛손 연구팀은 물건을 구매하고 비용을 지불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분석했다. 피험자로는 총 26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각각 20달러씩 현금을 주면서 원하는 물건을 탐색하고 필요하면 그 제품을 구매하라고 요청했다. 가격이 비싼 제품에서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면서 구매의사를 결정하게 했다. 구체적인 실험 절차는 <그림 1>과 같다. 즉, fMRI 장치에 들어간 피험자는 처음 4초간은 40여 개의 제품에 노출된다. 이후 4초간은 각 제품에 대한 가격을 보게 되고 이후 4초간 구매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2초간 쉬고, 다시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 나머지 제품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반복한다. 이런 연구 상황은 실제의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이뤄지는 구매 절차를 fMRI 조건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측정변수는 크게 측좌핵(NAcc·Nucleus Accumbens), 전전두엽피질(MPFC·Mesial Prefrontal Cortex), 섬(Insula) 3가지를 살펴봤다. 측좌핵은 쾌락과 관련이 높은 뇌 부위로 측좌핵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전두엽피질은 두려움과 관련이 높다. 마지막으로 섬은 고통과 관련이 높은 뇌 부위다. 이에 따라 제품에 노출됐을 때, 가격을 봤을 때, 비용을 지불했을 때, 피험자 뇌의 각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살펴봤다.
실험 결과 구매하고 싶은 제품에 노출되면 측좌핵이, 가격 정보에 노출되면 전전두엽피질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섬이 각각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좋아하는 제품을 보면 즐거움을 느끼고, 가격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며,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고통을 느끼는 것과 상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fMRI 연구 결과에 대해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제품을 볼 때에는 즐거움을 느끼고 비용을 지불할 때에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뇌신경분석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이 연구는 제한적인 상황을 테스트한 것이지만 조금 확장해 생각한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비용을 지불할 때 인간의 뇌가 고통을 느낀다는 점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제시할까? 같은 비용이라면 한 번만 지불하게 하는 편이 고통의 횟수를 줄여 줄 수 있고, 여러 번 분할해 지불하게 하면 고통의 횟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총액은 동일하더라도 여러 번 나눌 것이냐, 한 번에 묶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운로드당 과금 vs. 월간 정액비용 과금
이미 수많은 서비스에서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각각 과금하는 방식보다 일명 패키지로 묶어서 과금하는 쪽에 소비자들의 저항이 덜하기 때문이다. 넛손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다운로드당 얼마씩의 비용을 지불하면 그때마다 인간의 뇌는 고통을 느낀다. 뇌가 고통을 느끼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같은 비용을 패키지로 묶어 월 1회 과금하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고통의 횟수는 단 한 번으로 끝난다. 어떤 것이 더 선택하기 쉬울까? 당연히 제품당 과금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다.
몇 가지 사례를 더 생각해보자. 회전초밥집을 생각해보자. 눈앞에서 돌아가는 회전초밥을 보면 즐거움이 느껴지지만 한 접시 먹을 때마다 비용지출을 확증해야 되니 그 고통의 양은 먹은 접시만큼 증가한다.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택시 미터기의 과금 방식도 비슷하다. 기본요금에서 주행거리가 증가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눈앞에서 증가하게 된다. 택시 미터기의 말발굽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그것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뇌는 고통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비용 지출을 제품당, 서비스당 나누어 지불하게 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한 전략에 해당한다.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다운로드당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사람보다 패키지 요금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건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마케터는 항상 소비자의 비용 지불 횟수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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