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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 항공산업의 날개 쫙 폈다

클리스토퍼 베디어 | 9호 (2008년 5월 Issue 2)
신흥시장은 향후 20년 동안 상용 항공기의 주요 수요처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항공 산업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공급 비중은 자동차와 소비자 가전 등의 타 제조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사결과 이는 수년 내에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구 항공기 제조업체의 OEM 공급업체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환경적 여건이 아직 미흡하지만 항공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만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규 업체가 부상하면서 서구의 기존 업체들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글로벌 제휴와 파트너십 구축 및 관리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통합 등이 경쟁력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산업의 세계화는 여전히 초기 단계
최근 동향에 따라 항공 산업의 세계화가 이미 심화된 단계라고 단정할 수도 있지만 이는 속단에 불과하다. 물론 세계 양대 항공업체인 보잉과 에어버스는 신형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이미 세계 각국의 공급업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한 관리 및 조율의 문제나 설계 통합의 문제 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맥킨지의 연구결과, 항공 산업의 세계화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진단됐다. 향후 20년 동안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서구업체는 원가 절감의 기회를 맛볼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업체에 대항하는 막강한 신규 업체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양상의 경쟁구도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에어버스와 보잉, 봄바르디에 등 기존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차별화나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영역에서 설계 및 제조, 조립의 전문화를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문화로 인해 협업이 확대되면서 조직간 조율과 통합 역량 또한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본 결론은 항공 산업의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 기반 모델링 작업을 기반으로 했다. 모델링 작업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공급업체 120곳의 현재 역량 분석 선진국 항공기 제조사 및 OEM업체의 고위 경영진 인터뷰 초기 항공 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제반 환경에 대한 역사적 고찰 결과 등이 반영됐다.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항공 산업에서 향후 예상되는 변화를 예측하고,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항공기 제조업체 및 공급업체 들의 대응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도출했다.
 
중·인·러의 항공기 수요 급증 및 가격 경쟁력
신흥시장의 항공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항공기 구매 물량은 3500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수요의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부품의 공급업체로 도약한 뒤 결국 항공기 조립업체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들 시장이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다. 맥킨지의 조사결과, 운송비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공급 중단에 따른 리스크 완화 비용 등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신흥시장의 항공기 본체(몸체 패널 또는 동체 부분) 제조 원가는 선진국에 비해 2025% 낮았다.(브라질도 원가절감이 가능한 국가지만 이미 소형 제트기 시장의 강자인 엠브라에르가 존재하므로 본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선진국보다 평균 35배 낮은 인건비로 무장한 신흥시장은 노동집약적인 유지 및 보수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높은 진입 장벽 때문에 신흥시장 성장 더뎌
하지만 이러한 가격우위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의 항공 산업은 지금까지 매우 더디게 성장하고 있다. 이들 시장의 항공기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3%에 불과하다. 반면 소비자 가전과 자동차, 기업 중장비 분야는 이들 시장의 생산량이 전 세계 총 생산량의 85%, 33%, 1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서구의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던 이유는 항공 산업의 고유한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기술의 복잡성, 극심한 외부규제, 품질, 안전요건, 비행기 엔진 설계나 항공전자와 관련한 지적 재산권 보호의 중요성, 군(軍)과 민간 기술의 긴밀한 관계 등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게다가 항공 산업의 생산물량이 타 제조업에 비해 낮으면서 설계, 제작의 주문생산 수준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이러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흥시장의 항공기 제조 산업은 매우 더디게 성장해오다 최근 이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인도의 역외시장 필요성,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 러시아의 투자 전망, 신흥시장에 대한 서구 업체의 아웃소싱 및 엔지니어링 파트너십 구축 등으로 인해 이런 추세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중국의 공급업체들은 에어버스와 보잉사의 항공기 본체뿐만 아니라 봄바르디에의 동체를 제조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에어버스 A320의 최종 조립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공급업체들은 여러 항공기 제조업체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잉 757기의 날개 비상 탈출문과 보잉 777의 랜딩 기어박스, 에어버스 A320의 승객용 출입문을 제조하고 있다. 러시아 및 기타 동유럽 공급업체 역시 에어버스와 보잉사와 협업하고 있다. 하니웰과 GE에어크래프트엔진, 프랫앤휘트니사는 이들 국가에 공장과 엔지니어링 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역사적 고찰을 통한 미래 전망
상용 항공기 산업에서 중국과 인도, 러시아의 잠재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항공 산업 진출을 위해 세계 각국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울인 노력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어버스가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컨소시엄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와 캐나다의 봄바르디에도 소형 제트기 시장 진출 시 참고할 만한 교훈을 준다. 일본은 대형 상용 항공기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보잉 767, 777, 787 등 주요 항공기 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해 강력한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으며, 미쓰비시는 최근 소형 제트기인 ‘MRJ(Mitsubishi Regional Jet)’의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신흥시장이 자체적으로 항공기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항공 산업의 발전을 범국가적인 우선순위로 정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또한 개발 및 제조에 충분한 규모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단일 거대업체를 중심으로 국내 산업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충분한 자금도 필수사항이다. 항공기 개발 역량, 공급망 관리 역량, 생산과정 조율 역량, 항공기 본체 조립 역량도 필수조건에 해당한다.(또는 적어도 파트너십을 통해 이런 역량에 근접해야 한다.) 제품 성능과 가격 차원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필수적이다. 정부 주도의 로컬 시장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처음 50대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필수사항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엠브라에르와 봄바르디에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성공했다.)
 
현재 이러한 역량 및 자산 포트폴리오에 가장 근접한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국영 항공업체인 ‘중국항공산업(Aviation Industry of China I,AVIC I)’을 만들어 소형 제트기(ARJ21) 개발에 착수했으며 2007년 초에는 150석 규모의 여객기 제조 계획도 발표했다.
인도는 국가 비전의 불확실성, 분산된 산업구조,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 설계 및 제조 역량 한계 등으로 인해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구소련의 정교한 항공 산업을 물려받은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중간 수준이다. 즉 많은 강점을 갖고 있지만 산업 구조와 제조 역량, 항공기 구매 수준에서는 중국에 비해 열세이다.

 
중국▶▶용의 비상은 어디까지일까?
중국 항공 산업의 발전 속도는 글로벌 수준에 대한 이해, 강력하고 안전한 항공기 설계, 프로그램 관리 개발, 공급업체 통합 및 AS 지원 역량 등의 변수에 달려있다. 중국이 이러한 영역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룬다면 2020년까지 첨단 항공 부품의 주 공급업체(날개, 랜딩 기어, 복합 구조물 공급)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2세대 소형 제트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개발한 대형 단일통로 제트기를 항공사에 납품하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최근 수립한 5개년 계획에서 항공 산업이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5개년 계획을 통해 중국은 엔지니어링 기반의 국가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ARJ 21 관련 봄바르디에와의 제휴, A320 최종 조립 관련 에어버스와의 제휴 등을 통해 큰 학습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적어도 중간 정도의 복잡성을 띤 알루미늄 구조물(동체 부분 등) 공급에서는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까지는 ARJ21로 소형 제트기 시장에서 선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외수출이나 자체적인 대규모 항공기 개발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갈수록 알루미늄 부품과 전통적인 공기역학을 기반으로 한 ARJ21 설계가 노후해져 중국의 역량 축적 속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코끼리의 이륙은 가능할까?
인도는 현재 이렇다 할 공급 기반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항공 산업이 전반적으로 규모의 제약을 안고 있으며 상용 항공기 설계 및 조립 경험도 전무하다. 하지만 인도의 항공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항공사들의 신규 항공기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며(최근 연 20%의 수요 증가세를 보임), 인도 정부가 자국 공급업체들이 서구 항공기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부품 공급 조달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도는 노동집약적인 틈새 상품(문, 인테리어, 배선 장치 등) 시장에서 선두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어 비(非)전략적인 항공 산업 연구와 개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최고의 역외 기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 차원에서 항공 엔지니어링 및 항공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역외 기지를 유도해야 한다. 둘째, 주요 민간기업들의 항공 산업 진출(예를 들어 제조 부문은 타타)이 활발해야 하며, 엔지니어링 서비스 제공업체들(위프로, 카데스 디지텍 등)이 항공 산업에 초점을 맞춘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서구 기업들도 외부 서비스 제공업체의 상품 및 서비스 통합 역량을 개선해야 한다.
 
러시아▶▶피닉스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러시아의 향후 행보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러시아의 소형 제트기 사업인 ‘수호이 슈퍼제트(Sukhoi Superjet,SSJ) 100 프로그램’은 핀메카니카를 필두로 한 주요 서구 업체들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으며, 외국 항공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또 프랑스 SAFRAN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소형 제트기 엔진 개발(파워젯 SaM146)에도 착수했다.
 
러시아의 공급망 기반 자산과 역량을 감안할 때 최소한 티타늄 및 알루미늄 부품에서는 선두 공급업체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고도의 R&D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를 대신해 입지를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발 속도도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먼저 업계의 합종연횡으로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인재와 자본을 핵심 프로젝트에 얼마나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다.

또 러시아에 이미 설계센터를 세운 서구 항공기 제조업체와 협업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게 설계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최첨단 통합 및 프로그램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 중심·원가 절감의 산업문화를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는 구소련에서 파생된 정부 주도 계획경제의 잔재로 이러한 문화가 결여돼 있다.
 
세계화, 분산화, 경쟁의 심화
신흥 시장의 성장세를 주의 깊게 고찰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세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정도가 낮기는 하지만 인도는 항공 산업에서 저가 제조 물량 및 엔지니어링 역량 비중을 점점 더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AVIC I, 러시아의 수호이, 인도의 HAL(Hindustan Aeronautics) 등은 학습을 거듭하면서 도약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세계적인 저가 제조 및 엔지니어링 기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엔진을 제외한 기체 제조 분야에서, 러시아는 저압 항공기 엔진 모듈에서, 인도는 상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각각 최고의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서구 업체들에게도 글로벌 소싱, 제조 및 엔지니어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서구 업체들은 신흥시장의 저비용 전문 공급업체를 활용함에 따라 앞으로 고부가가치 영역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항공 산업의 각 영역도 더 전문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노동집약적인 상세도면 작업 등은 저비용 국가에서 이뤄지는 데 비해, 서구에서는 차세대 청정 기술 개발에 주력하거나, 단순 알루미늄 기체를 생산하는 대신 더 복잡한 고부가가치 영역을 개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업체들은 신규 민간 투자와 공적 투자, 저비용 지역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신규 경쟁업체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항공 산업에서도 강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망 통합 및 관리 신흥시장으로 생산기지 이전 고부가가치 활동 주력 글로벌 제휴와 파트너십 구축 및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항공 산업 재편 가속화할 것
소형 제트기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벌써 일고 있다. 중국(ARJ21), 일본(미쓰비시의 MRJ), 러시아(SSJ100) 모두 소형 제트기 시장의 양대 강자인 봄바르디에와 엠브라에르에 도전할 만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봄바르디에와 엠브라에르는 제조 활동의 일부를 신흥시장으로 적극적으로 이전하고 있다. 핀메카니카는 러시아 수호이의 주요 파트너로서 SSJ100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SAFRAN과 NPO새턴은 합작회사를 만들어 GE의 소형 제트기 엔진을 대체할 SaM146을 개발하고 있다. 봄바르디에는 최근 중국 AVIC I과 ARJ21 개발을 지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가로 AVIC 매출 일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중간 규모의 C시리즈 항공기 개발을 위한 제조 제휴 관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10년 후 새로운 경쟁업체와 파트너의 등장, 전문화 심화에 따른 이러한 변화는 항공 산업의 다른 분야에서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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