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②
편집자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영에 관한 통찰력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쇼핑에 관한 하버드 가이드
프라다(Prada)는 뉴욕 매장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에게 맡겼다. 최고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 합당한 혁신적인 매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쇼핑에 관한 생각의 지도를 혁신하고자 했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 건축가로 평가받는 렘 쿨하스는 쇼핑공간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가? 렘 쿨하스의 출발점은 기발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그는 하버드대 건축학과 대학원생들과 리서치 보고서를 작성해 책으로 묶었다. 무려 800페이지 분량이다. 미국 전역에서 쇼핑공간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연구한 것이다.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다. 역대 최연소로 2000년에 이 상을 받은 렘 쿨하스는 건축을 하기 전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가 기자로 일했다. 취재, 조사, 분석, 논리, 필력이 뛰어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지금 미국 하버드대 건축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세 대륙의 문화적 코드를 레고블록처럼 건축에 반영한다. 그는 “일주일 동안 매일 7개의 다른 나라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고 했다. 대륙을 넘나들며 이동할 때, 똑같은 도시의 기능들이 서로 낯설게 보이고 그때 전혀 다른 시각이 열리는가 보다.
<하버드 디자인스쿨 쇼핑 가이드>는 쇼핑에 관한 우리 시대의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을 망라해 심층 분석했다.1 쇼핑공간의 물리적 기능과 디자인 이면의 보조적인 디테일, 이를 테면 포인트카드와 계산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인공밀림 인테리어 등 쇼핑을 구성하는 내밀한 기능들을 해부했다. 공간을 더 넓게 느끼고, 더 편하고, 더 조직적이고,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에어컨의 공기흐름과 온도까지 분석했다. 쇼핑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멈추고 구매하고 다시 이동하는지 이해하려는 것이다.
프라다와 아트 갤러리
쇼핑공간은 점점 도시인들의 생활을 좌우하는 매개자이자 규제자가 되고 있다. “건축은 이제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렘은 말한다. 심지어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레스토랑, 카페, 상점의 기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듯이 “쇼핑은 공공건축마저 상업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고 <하버드 디자인스쿨 쇼핑 가이드>는 진단하고 있다.
프라다의 요청에 대한 렘 쿨하스의 응답은 무엇인가? 명품쇼핑에 미술관의 공간개념을 적용했다. 렘은 디자인 이전에 개념설정이 강한 건축가다. 그가 럭셔리에 대해 내린 정의는 이러하다. 럭셔리는 지적이다(Luxury is intelligence). 럭셔리는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매일매일 만나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특별하고 고급스러운 가치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럭셔리는 지속적으로 주목을 끄는 것이며 공간을 더 소비할수록 가치는 더 귀해진다.
공간을 소비할수록 공간가치가 높아진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뉴욕 맨해튼, 그중에서 최고의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소호(Soho) 지역에 프라다 매장이 있다. 당신이라면 이 매장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제품을 진열할 것인가? 쿨하스의 처방은 이 비싼 매장을 텅 비운 갤러리처럼 소수의 선별된 상품만을 제한적으로 미술작품처럼 진열하도록 했다.
동시에 상품매장이라는 극히 사적인 공간을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대중에게 개방해 마치 아트 갤러리처럼 누구든지 매장 안에 들어와 각종 예술전시와 이벤트를 쾌적하게 즐기도록 기획했다. 뉴욕 소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주목받는 공간이 되도록 기획한 것이다. 다른 쇼핑공간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낯설지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간을 낭비하듯 최대한 비워 공적인 기능으로 개방했다. 프라다는 상품판매에만 조급한 자세 대신 예술적이고 지적인 문화공간을 창조해 브랜드의 품격이 격상되는 효과를 누렸다. 마치 네덜란드 고흐미술관에서 전시실 한 칸을 통째로 비우고 한가운데 작은 고흐 자화상만 남겨 조명을 주고 다른 작품은 일절 전시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작품을 배제함으로써 자화상은 더 빛난다.
뉴욕 프라다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끝나고 프라다 회장은 건축가 렘 쿨하스를 프라다의 디자인 고문으로 위촉했다. 디자인과 패션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들보다 디자인 통찰력이 더 근본적이고 깊다는 존경심을 담아서 말이다. 2001년 뉴욕 프로젝트 이후 올해까지도 프라다는 렘 쿨하스와 지속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그림1]뉴욕프라다 매장의 건축가 렘 쿨하스2
쇼핑에 관한 GIS 가이드
럭셔리는 지리적이다. 렘의 개념정의를 흉내내본다. 렘이 쇼핑공간의 내부적 디자인에 주목했다면 GIS 분석팀은 반대로 쇼핑공간의 외부적 조건을 분석했다. OO백화점은 신규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GIS 분석팀에게 특별 프로젝트를 요청했다. 우선 상품군별로 고객과 매출의 특징을 진단했다. 백화점은 층별로 핵심 상품구성을 달리하며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한다. 각 층별, 브랜드별로 고객은 각각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누구에게 마케팅을 할 것인지도 분명해질 것이다.
백화점 지하에는 식품부가 있다. 신선식품에 해당하는 야채, 생선, 과일, 식재료를 주로 사는 곳이다. <지도 1>은 식품매출의 분포를 보여준다. 백화점 매장에서 반경 2㎞ 안쪽에 해당하는 C지역과 D지역에서 높은 매출밀도가 확인됐다. 동일한 2㎞ 반경 안쪽이지만 E지역은 미미하고 F지역은 반응이 없다. 그런데 <지도 2>를 보자. 명품의 매출지도에서 C지역의 비중은 미미해지고 E와 F지역이 부상한다.
백화점에서 명품과 일반상품을 구매한 고객의 분포는 지리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는 지역별 소득수준에 따른 구매력 때문이다. 먼저 소개하는 두 장의 GIS 지도는 고객의 위치정보에 매출액을 입력해 관심지역을 표현하는 분석기법으로 작성했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매출액이 높은 지역이다. 핵심매출지역(Hot Spot)이며 상품별로 그 위치가 다르다. 이 차이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상품별 매출 지도를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해석하려면 지역의 소득수준을 파악해 봐야 한다.하지만 제한점이 많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개인의 소득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세청 소관이다. 특정 대상자들에게 설문조사로 물을 수는 있지만 불특정 다수의 소득수준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마케터들의 고민이 시작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간접적인 소득추정 방법을 차용한다. 아파트와 빌라의 가격정보를 활용해 관심지역의 소득수준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제한적이지만 현실적인 방법이다. 대한민국 가구 자산의 70∼80%는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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