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시니어를 설명하는 단어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시니어 소비자는 많은 면에서 관계 지향적이며 시니어가 중요시하는 여러 관계를 공략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니어 소비자의 특징
● 시니어는 객관적 신뢰보다 주관적 친분을 우선하는 관계 중심 소비자(Relation Oriented Consumer): 깊은 정성적 관계는 정량적 절대 약세를 넘어선다.
오래 전부터 운영돼 온 ‘계(契)’가 대표적인 관계 중심적 금융 거래다. 기원 1세기경 삼한시대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당시 사람들은 움집을 짓고 청동기를 사용하며 벼를 생산하는 농경문화를 갖고 있었다. 계는 상호 부조라는 목적으로 출발해 함께 잔치를 벌이거나 제사를 지낼 때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는 대를 이어가며 한곳에 사는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모두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계라는 재테크 수단이 자연스럽게 싹트고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생긴 계가 시대적·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는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방식이다. 친분 관계가 깨질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계 중심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계는 여전히 유효한 거래 관계다. 이들은 계가 깨질 위험보다는 집단 내 속한다는 안도감을 우선시한다. 기업이 시니어 소비자를 공략할 때도 관계 지향적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객관적인 실리를 따져 그때마다 이익이 되는 쪽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다소 손실을 입더라도 혹은 이익이 적더라도 오랫동안 신뢰 높은 관계 쌓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 시니어는 누군가 도와주면 도전할 용의가 있는 조언 의존 소비자(Advise Defended Consumer): 자녀와의 관계를 개선시키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올 초 시니어파트너즈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시니어가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도움을 준 사람은 자녀(52%)였다. 인터넷 또는 매체(19%)와 휴대폰 판매직원(16%), 배우자(7%)등이 뒤를 이었다. 은퇴 전 의존도는 31.9%였지만 은퇴 후 의존도는 51%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여성 소비자의 자녀 의존도가 높았다. 50대 남성의 자녀 의존도는 28%, 60대 남성은 56%인 데 반해 50대 여성은 56%, 60대 여성은 68%로 남녀 간 차이가 컸다. 동거 여부에 따른 격차도 나타났다. 시니어 부부끼리만 사는 경우에는 자녀 의존도가 39.3%였으나 2세대가 함께 살면 55.4%, 3세대가 함께 살면 64.3%로 높아졌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살 때 자녀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동거라는 소통 기회가 그만큼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자녀를 통해 정보를 받는다는 시니어들은 설명서나 판매점 직원에게서 도움을 받을 때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자녀가 조언자 역할을 할 때 보다 적극적인 소비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시니어 세대가 자녀들과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이 과정에서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둔다면 시니어들의 조언 의존성 소비가 한층 증가할 수 있다.
● 시니어는 체면과 명분을 기반으로 하는 비교 중시 소비자(Compare Centered Consumer): 주변과 경쟁 구도에 넣어라, 경쟁은 가장 흥미로운 게임이다.
경쟁의 역학 관계가 여러 가지 형태의 거래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내용이다. 인생의 중반 이상을 넘어선 시니어들은 출신 학교와 경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년배들로부터 자극을 받는다. 남들과 비교해 세운 본인의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소비나 지출을 용납하고 싶지 않아 한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가 바로 경조사비다.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불평하면도 ‘남들만큼은 해야지’라는 사고를 버리지 못한다.
젊은 세대의 구매 결정은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성 소비다. 이때의 소비는 한정된 구매력으로 계획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개선된 시니어 세대에 쇼핑은 일종의 놀이(leisure)이자 속해 있는 그룹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자아 발견의 기회가 된다. 가족 수나 사용 빈도, 경제력과는 상관없이 자동차 배기량과 디지털TV의 화면 크기, 아파트 평수 등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소비 성향은 한편으로는 ‘나를 위한 소비(Ego Consumer)’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소비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와 기준에 따라 좀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을 보인다는 의미다.
● 시니어는 심층 정보보다 직접 체험을 중시하는 경험 중심 소비자(Experience Consumer): 친구들과 만지고 맛보고 경험하게 하라. 확신을 주면 바로 구매로 나타난다.
시니어들은 설명 책자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정보보다는 손끝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때 혼자 체험하는 것보다는 내 경험을 공유하고 입증하거나 강화해줄 주변인과 함께 체험하는 것일수록 그 가치를 높이 둔다. 함께 체험하는 것은 확신의 정도를 높여준다. 시니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고객이다.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 말하기 좋아하고 질문하고 싶어 한다. 젊은 소비자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에 구매하기 전 비교하고 검증하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확신을 얻는 데 시간과 노력 쓰기를 아끼지 않는다.
● 시니어는 집단의 일원이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자기 개성 소비자(Me Identified Consumer): 집단 내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개성을 인정하라.
시니어 세대는 통제된 환경에서 단일적 가치관을 강요받으며 자란 세대다. 학창 시절에는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반복된 훈시를 들어야 했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평균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요구받았다. 교복부터 가방, 운동화 등 몰개성화된 단일 상품을 접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들이 주도적 소비자로 자리 잡게 된 이후에도 집단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거부감이 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탈집단적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획일화된 성장 과정에서 억눌렀던 개성을 펼쳐보려는 욕구도 갖고 있다. 이는 자주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한 의향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시니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집단적 특성을 유지하도록 하면서도 스스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사양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몰개성화된 단일 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니어 집단에게 환영받기 어렵다. 친구와 비슷한 트렌드를 유지하면서도 완전히 같은 제품은 거부하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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