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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수백곳 매장의 정보를 시각화하라” 日 MUJI, 빅데이터로 고객을 잡다

문성수 | 107호 (2012년 6월 Issue 2)


 
우리나라 대형 백화점에도 입점해 있는 일본의 세계적인 잡화 브랜드 MUJI는 1980년 ‘세이유’라는 작은 회사에서 40개 제품으로 시작했다. 1989년 료힌케이카쿠가 MUJI 브랜드의 제작과 유통 등 모든 권한을 갖고 분사한 이후 2011년 말 기준 세계 21개 국에서 7000여 종의 제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합리적인 소비와 편안한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무지(無印)’無印良品 줄임말이다. 가격 거품을 없애고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노브랜드(No Brand) 전략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 사례로 유명하다. 2011년 말 기준 일본에만 359개 매장에서 5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2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료힌케이카쿠의 MUJI는 일본의 대표 소매 브랜드로 성장하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다가 10년째 되는 1999년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인다. 이는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기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추락이었다. 각종 수치가 바닥을 쳤던 2001년은 MUJI에 최악의 해였다. 당시 영업이익은 전년 1억2400만 엔에서 7000만 엔으로 반토막 났다. 5300만 엔이던 당기순이익은 400만 엔까지 떨어지며 적자 문턱까지 갔다.
 
갑작스러운 실적 추락에 당황한 경영진은 서둘러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리한 지점 확대와 구매력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일본 주요 도시 곳곳에 MUJI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지점이 빠르게 늘었고 다수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신규 구매 동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 원인이었다.
 
보다 큰 문제는 위기의 전조가 2년 전인 199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이를 미리 감지하거나 무시한 직원들과 경영진에 있었다. 그동안의 급성장에 취해 안이해진 결과였다.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고 인식한 료힌케이카쿠는 2002년 2월 문제를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뒤집어엎기 프로젝트(Bottom Up based Project)’를 추진하기로 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외부 컨설턴트와 관련 임원, 젊은 직원들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당장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좋으니 내부 문제를 일일이 밝혀보라는 것이 경영진의 주문이었다.
 
문제 제기
TFT는 1년간의 내부 진단 끝에 료힌케이카쿠의 급속한 추락을 야기한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도출했다. ▲의사결정의 지체 ▲모호한 판단 ▲명확한 이유 없는 부정적 견해가 그것이다. TFT는 특히 경영진과 본사 실무자들이 각 지점에 제대로 된 지시를 제때 내리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지점 직원들에게 업무상 장애를 초래했고 본사와 지점 사이의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은 회사의 위기로 이어졌다.
 

 
료힌케이카쿠는 이런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회사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새로 만들어진 운영 시스템이 추구해야 할 키워드로는 시각화, 계량화, 실행을 꼽았다.
 
특히 료힌케이카쿠가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견한 거대한 적은 ‘데이터’였다. 지점이 늘고 판매 제품이 많아지면서 본사가 관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작은 기업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급증하는 데이터를 관리해본 경험이 없었고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는 어떻게 분석해서 활용해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결국 TFT가 개선해야 할 방향으로 꼽은 3가지 키워드 시각화, 계량화, 실행은 굉장한 속도로 회사 내 축적되고 있는 데이터가 가야할 방향이기도 했다.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인 실적도 지점에서 본사로 전달하는 기간이 길었다. 이제까지 료힌케이카쿠의 실적 집계와 보고 프로세스는 현장의 지점부터 지역 본부를 거쳐 본사 관련 부서에서 취합해 경영진에게 보고하기까지 전 과정이 수작업이었다. 지점에서는 매일의 마감을 끝내고 당일 실적을 엑셀에 저장했다. 일본에서만 300개가 넘는 지점에서 수천 가지의 제품과 수십 명의 직원들로 행과 열을 구성해 숫자를 기록했다. 지점 매니저는 매월 말 지점들에서 보낸 엑셀을 모아 지역 본부로 보냈다. 본부들은 각 지점의 데이터를 자르고 붙여서 본사로 e메일을 보냈다. 수십 개 지점에서 보고서가 모이다 보니 수기가바이트에 달할 정도로 용량이 커졌다. 파일 용량이 커지자 e메일로 전송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지역 본부에서는 데이터 양을 줄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잘려나가는 데이터가 생겼다. 필수 데이터만 추려낸다는 미명하에 수많은 관련 데이터들이 삭제됐다. 본사에서 전 일본에 퍼져 있는 지점들의 실적 데이터를 취합 및 정리하는 데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개월이 걸렸다. 그나마 늦게 들어오는 데이터조차 작업자들의 실수가 많아 오류투성이였다. 마감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지점이 생기면 본사는 해당 지점을 누락시킨 채 전년도 실적 등을 고려해 대강 추산해서 보고서를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진은 각 사업부서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다. 경영진 역시 추정을 포함한 모호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실적은 더 악화됐다.
 
이런 중에 료힌케이카쿠는 2000년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데이터 처리속도 지연과 질적 미비는 IR 활동에 지장을 초래했다. 실적발표 시즌이 되면 지점별 실적을 취합해 그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데 마감 기한이 임박할 때까지 실적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시장 및 관계자들에 대한 설명이 신속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돌파구 찾기
문제를 파악한 TFT는 해결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대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내부 보고 프로세스다. 내부 커뮤니케이션 지연과 이에 따른 의사결정 지체는 회사의 전략 수립 및 실행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 전체적인 사기와 신뢰를 저하시켰다. 다음은 데이터 처리다. 갈수록 늘어나는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했다. 이는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놓친 기본적인 시스템을 개보수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갖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였다.
 
① 내부 보고 프로세스 개선
의사결정에 반드시 필요한 보고서의 주기를 최소한으로 단축했다. 사업계획은 연 2회, 실적 보고는 연 1회, 실적발표는 분기별로 정했다. 이외 개선관리 보고 등은 간소화해서 수시 작성하기로 했다. 보고서의 데이터는 반드시 재무회계 자료를 기본으로 하고 예상 실적은 전제를 가정하되 정확한 근거를 갖도록 하며 지점의 목표치 수립 및 달성에 대한 이슈를 상시 관리하기로 했다. 대외적으로 좀 더 빠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IR 부서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② 데이터 관리 개선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고민하던 료힌케이카쿠는 2009년 이후 IT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BI(Business Intelligence)를 접한다. 전체적인 데이터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BI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한 료힌케이카쿠는 여러 가지 방법을 놓고 비교 작업을 진행했다.
 
첫 번째 방법은 기존에 사용하던 엑셀 등 프로그램을 회사의 규모와 사정에 맞게 개선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간적인 실수와 대용량을 커버할 수 없는 등의 과거 문제점이 반복될 가능성이 컸다.
 
두 번째 방법은 회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회계 관련 수치들을 수집하고 합산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회계나 재무상 변수가 발생했을 때 융통성이 크지 않았고 시스템을 다시 정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세 번째 방법은 내부 사정에 적합한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회사의 특성과 목적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다.
 
마지막 방법이 바로 BI 솔루션 도입이다.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한번 도입한 후에는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외부 전문가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활용도가 높은 분석툴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료힌케이카쿠는 미국의 글로벌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데이터 컨설팅 기업인 알테어(Altair)가 개발한 ‘하이큐브(HiQube)’를 도입했다. 하이큐브는 알테어가 이탈리아 기업으로부터 2007년 인수해 속도 및 시각화 등에 장점을 갖고 있는 BI 솔루션이다. 글로벌 기업인 델파이, 크라이슬러 등이 사용하고 있다. 료힌케이카쿠는 2009년 6월 알테어와 함께 각 지점 및 본사에 하이큐브를 적용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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