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이키의 행보가 재미있다. ‘일상을 스포츠로’라는 슬로건하에 ‘나이키 플러스’와 ‘나이키 퓨얼밴드’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두의 메시지 역시 나이키 플러스를 설치하고 달리기를 즐기는 사용자라면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 내용이다.
생소한 독자를 위해 두 가지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한다. 나이키 플러스는 일종의 운동 지원 프로그램이다. 나이키 운동화 깔창에 러닝(running) 기록을 저장해주는 나이키 플러스 센서를 구입해 부착한 후 아이팟과 동기화 과정을 거치면 달리기를 마친 후 나이키 웹사이트에서 수치화된 러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발표된 나이키 퓨얼밴드는 이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제품이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가벼운 손목밴드를 차고 다니면 하루 종일의 운동량을 측정해 이를 수치화해 준다. 나이키 플러스와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나이키가 운동 결과 수치를 단순히 숫자만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이나 거리 기록 경신에 대한 알람을 제공한다. 또 특정 훈련 목표(예: 20㎞ 달리기, 100일 동안 100㎞ 달리기 등)를 달성했을 때 웹사이트에서 가상의 배지와 트로피를 주고 사용자 개인 프로필 페이지에도 수상 기록을 남긴다. 사용자가 원한다면 이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 현재 나이키 플러스 커뮤니티를 통해 200만 명 이상의 회원이 달리기 기록을 저장하고 공유한다. 이들은 ‘모두 모여 지구 한 바퀴 돌기’와 같은 각종 챌린지를 통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단순히 운동 기록을 남기고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개인적 목표와 사회적 명분을 버무려 사용자들을 달리기와 운동에 점차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나이키는 오랜 기간 동안 자사의 제품이 범용화의 늪에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해 브랜드 가치 증진을 목표로 마케팅 활동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왔다. 그 성과는 탁월했다. TV광고는 말할 것도 없고 마이클 조던과 같은 스포츠 스타를 기용, 혁신적 브랜딩을 통해 나이키는 뭔가 특별한 제품으로 인식되곤 한다. 나이키 플러스 역시 이러한 브랜드 가치 증진을 위한 마케팅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까? 그 역할도 분명 존재하는 게 사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존 브랜딩 활동과는 분명 다른 점이 보인다. 고객들이 달리기 기록을 확인하고 미션을 만들어 달성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기록 경쟁을 벌이는 일 등은 제품의 구매 이후 발생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이 영역은 그동안 마케터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마케터는 자사의 상품을 고객의 머릿속에 인지시키고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초연결(hyper-connected)된 고객들의 경험을 창조하고 증폭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객 경험 관리와 게임화(Gamification)
나이키의 사례에서 배우는 핵심 포인트는 어떻게 ‘독특하고 즐거운 제품 경험’을 창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답은 바로 ‘게임화(Gamification)’에 있다. 고객 경험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대응을 계획하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현상이 바로 게임화다. 이는 2010년에 등장한 신조어로 최근 IT와 벤처업계에서는 이미 ‘핫 트렌드’로 떠올랐다. 게임화는 게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던 게임 요소들을 활용해 고객들을 제품과 서비스에 몰입시켜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점수(Point), 진척표(Progress bar), 레벨(Level), 순위표(Leaderboard), 리워드(Reward), 타이머(Timer), 대전(Match) 등 게임에서 사용되던 요소들을 차용해 게임이 아닌 일반 서비스에 적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앞서 제시한 나이키 플러스에서도 다양한 게임 요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러닝 기록에 기반해 레벨이 나타난다든지, 지속적으로 목표를 상기시켜 준다든지, 전체 러너 중에 순위를 표시하고 친구들과 경쟁하는 등의 게임 요소가 포함돼 있음을 서두에 말한 바 있다. 한 가지 더하자면 ‘미니’라는 아바타를 들 수 있다. 사용자의 모습과 흡사하게 꾸며볼 수 있는 ‘미니’는 달리기 기록에 따라 매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뿐 아니라 운동을 오랜 기간 쉴 경우 살짝 삐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나 ‘다마고치’와 같은 보호·육성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관련해서 재미있는 실험결과를 소개하자면 미국 스탠퍼드대 가상 인간 상호작용연구소(VHIL·Virtual Human Interaction Lab)의 실험 결과 운동할 때 자신과 비슷하게 꾸민 아바타의 모습이 운동 강도나 지속시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렇듯 ‘독특하고 즐거운 경험’을 창조하고 증폭하기 위해 게임화에 대한 이해를 보다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