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Marketing Classics-1

멋진 고객이 고객을 부른다

101호 (2012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패션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패션의 세계는 무한합니다. 어느 누구도 패션을 벗어나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패션은 인간 삶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패션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됩니다. 정인희 교수가 Fashion Marketing Classics을 통해 흥미로운 패션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를 뜻하는 고객 간 상호작용(customer-to-customer interaction)은 1970년 중반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크루즈 여행, 콘서트,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영화관, 스포츠센터, 미용실, 병·의원 등 주로 서비스 업종으로 연구가 확대되다가 최근에는 편의점, 패션 매장 등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패션 상품의 구매 상황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님이 없는 매장에 들어가기보다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매장에 들어가기가 더 쉽다고 느낀다. 성별이나 연령, 옷을 입는 취향 등에서 동질적인 손님이 쇼핑하고 있는 매장에 들어가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또 자기보다 못 생긴 사람보다는 더 매력적인 사람이 쇼핑하는 매장을 선호한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이 나타나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것도 벌써 십 수년 전 일이다. 패션 마케팅 영역에서도 CRM의 시행 현황이나 활용 방안에 대한 많은 연구논문들이 쏟아졌다. CRM을 하지 않으면 마치 도태될 듯했고 CRM만 하면 성공이 보장되는 것 같았다. ‘CRM이 무엇인가’에 관한 합의된 개념에 도달하는 데만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체계를 잘 갖춘 CRM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CRM은 여전히 각자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실행하는 개념인 것 같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전략적 개념이나 마케팅 이론을 책이나 연구논문에서 주어지는 그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필요가 없다. 어떤 페이지를 넘기다가, 어떤 구절을 보다가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르는 자기만의 생각이 사실상 그 기업과 그 브랜드를 차별화시키고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이 된다. 화가가 그린 그림을 관람자가 자신의 경험과 철학으로 이해하고 소설가가 지어낸 이야기에 독자마다 다른 감정이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과 마주쳐야 한다. 늘상 똑같은 일상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늘 보던 것에서 어느 날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런데 그 새로운 것이 항상 완전히 새로운 것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는 알고 있던 것이지만 평소에 잊고 있다가 새삼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 역시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은 혁신(innovation)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업과 고객의 관계인 CRM이 중요하다는 말에 세뇌돼 있던 당신에게 아마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고객과 고객 사이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조금은 신선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고객 간 상호작용(customer-to-customer interaction)이라는 용어로 연구되고 있는 개념이다.
 
고객 간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 분야는 관광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관광 산업에 대한 연구에서 고객 간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이 태어나기도 했다. 단체 관광을 떠나는 사람들은 생전 초면인 사람들과 팀을 이뤄 몇 박 며칠이라는 일정을 함께 소화해내야 한다. 마음에 맞는 사람이 많으면 그 여행은 즐거울 것이요,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괴로운 여행이 될 것이 분명하다. 호텔 경영에서도 고객 간 상호작용은 중요하다. 호텔 로비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그 호텔에서의 숙박 경험이 긍정적이 될 수도, 부정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 간 상호작용은 1970년 중반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후 크루즈 여행, 콘서트,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영화관, 스포츠센터, 미용실, 병·의원 등 주로 서비스 업종으로 연구가 확대되다가 최근에는 편의점, 패션 매장 등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제품을 구매하는 환경에서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이 고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에서 더 나아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인구 밀도나 동질성 등이 구매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기 시작했다.
 
패션 상품의 구매 상황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손님이 아무도 없는 매장에 들어가기보다는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매장에 들어가기가 더 쉽다고 느낀다. 성별이나 연령, 옷을 입는 취향 등에서 동질적인 손님이 쇼핑하고 있는 매장에 들어가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또한 대체로 자기보다 못 생긴 사람보다는 더 매력적인 사람이 쇼핑하는 매장을 선호한다.
 
패션 상품과 관련한 고객 간 상호작용은 비단 구매 시점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체 관광 여행을 한다거나 콘서트나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일은 비록 그 경험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수 있지만 소비 상황 자체는 일회적으로 종료된다. 반면 패션 상품의 경우는 구매한 옷을 버리게 될 때까지 그 옷이 소비자 자신과 동일시되고 어느 순간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타인을 길거리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다른 어떤 상품보다도 고객 간 상호작용이 오랜 시간 지속된다.
 
패션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디자인도 품질도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쾌적한 매장에서 상냥한 판매사원이 친절한 서비스로 많이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와 더불어 구매 시점에, 그리고 구매 후에 고객이 매장에서 같이 옷을 고르는 다른 고객을 보며 우리 브랜드의 옷을, 혹은 디자인까지 똑같은 옷을 입은 다른 고객을 보며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될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문제도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어떤 브랜드 매장에 갔는데 50대 아줌마가 옷을 입어 보고 있으면 나오고 싶죠. 아줌마가 입는데 내가 입어도 되나 싶어 기분이 나빠지거든요.” “주변에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 옷을 입더라고요. 그래서 ○○○ 브랜드를 좋아하게 됐어요.” “길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피해 가죠. 그런데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멋지게 코디해서 입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그냥 마주쳐서 지나가기도 해요.” 지금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분명 패션 제품의 구매와 관련한 고객과 고객 사이의 상호작용은 존재한다
 
 
정인희 금오공과대학교 교수 ihnhee@kumoh.ac.kr
필자는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대학과 기업에서 강의와 실무를 병행하며 일하다 2000년 3월부터 금오공대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패션 시장을 지배하라> <이탈리아, 패션과 문화를 말하다> 등이, 역서로 <재키 스타일> <오드리 헵번: 스타일과 인생> <서양 패션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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