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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상담

고객 상담, 병원을 살린다

이창호 | 8호 (2008년 5월 Issue 1)



지난해 4월부터 의료광고가 기재 가능한 사항만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사항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됐다. 법적 제도의 마련으로 광고가 훨씬 자유로워지면서 의료광고가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병원의 고객 응대 시스템은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광고만 할 뿐 고객 문의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여전히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필자는 병원의 고객 상담 시스템의 중요성을 언급할 때 주로 보험업계를 예로 든다. 병원이 보험 상품을 파는 금융업처럼 고객 상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은 드물다. 보험 상품 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전화번호. 광고에는 고객 상담 전화번호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보험사들은 수많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광고를 보고 전화한 고객에게 보험 상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가입 계약까지 유도한다. 즉 광고와 고객 상담이 시스템처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병원은 광고는 필수처럼 여기지만 광고를 보고 문의한 고객들을 응대하는 고객 상담실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할 때 궁금한 것도 많고, 확인하고 싶은 것도 많다. 병원을 찾기 전에 어떤 과를 선택해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치료 기간이나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감기 치료에 대해 문의하는 환자에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질환에 대해 문의하는 환자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은 고객의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간호사가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거나 내원하라는 답변으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이 기분 좋게 상담을 마칠 수 있는 병원이 드문 셈이다. 이는 동네 작은 병원이나 기업형의 대형 병원이나 마찬가지다. 대형 병원도 환자 궁금증을 책임지고 해소시켜주는 상담실을 갖춘 곳이 드물다.
 
그렇다면 병원의 고객 상담실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전화상담을 전문적으로, 충분하게 해줄 수 있다. 물론 상담사는 서비스 교육뿐만 아니라 병원의 진료시스템과 진료환경, 진료수준, 비용 등의 의료적인 지식을 기본적으로 교육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병원 홈페이지의 상담게시판을 통해 고객 상담을 상세하게 해줄 수 있다. 병원을 찾기 전 환자에게 병원이 제공할 수 있는 진료 서비스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면 환자가 내원했을 때 접수창구에서 우왕좌왕할 일도, 간호사와 싸울 일도, 대기 시간도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고객 상담실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객 상담실은 고객 관리를 책임질 수 있다. 고객 관리는 크게 신규 환자에 대한 관리와 기존 환자에 대한 관리로 분류된다. 신규 환자의 경우 누구의 소개로 내원 예약을 했는지를 확인해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고객 상담실은 내원 예약한 고객에게 ‘성심 성의껏 진료 하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미리 보내는 것은 물론 소개해준 환자에게도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작은 방법으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내원을 많이 하거나, 소개를 많이 해주는 고객의 리스트를 별도로 작성해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환자 가운데 VIP고객이 누구인지, 요주의 대상 환자가 누구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 유형별로 응대 방법도 달리해 고객 맞춤 상담과 서비스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필자는 고객 상담실의 중요성을 강의하면서 ‘우리 병원은 작아서 고객 상담실 따위는 별도로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를 많이 만난다. 하지만 대형 병원보다 고객 상담실이 더 절실한 곳은 바로 지방의 작은 개인병원들이다. 지역 병원들은 그 지역의 입소문을 타고 환자가 모인다. 따라서 전화 응대와 홈페이지 상담게시판 운영, 고객 관리를 전담하는 고객 상담실을 운영해 친절한 병원으로 입소문이 나야 환자들이 병원을 찾을 수 있다.
 
실제 고객 상담을 통해 성공한 지역 개인병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병원들은 고객 상담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모두 내원 예약률과 진료 동의율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특화 전문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필자가 2003년 3월 한방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에서 처음 컨설팅을 시작했을 때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통 정도 왔다. 그때 접수창구에서 업무를 보는 간호사들이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고객이 비용에 대해 물어보면 그에 대해서만 대답해주고, 치료 효과에 대해 물어보면 간략히 대답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 문의 상담을 통해 내원 예약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답답한 나머지 필자는 신규 문의 전화를 직접 받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에는 한방 다이어트 자체가 생소한 것이어서 환자들의 궁금증은 아주 컸다. 필자는 사무실에 앉아서 환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주며 한방 다이어트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상담해줬다. 단순히 질문에 답해주는 수준을 넘어 환자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 필자는 환자들의 니즈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환자들은 수십 분에 걸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해주는 필자의 상담에 신뢰감을 나타내며 내원 예약을 했다. 필자가 상담을 자처한 결과, 내원 예약률은 80%까지 올랐으며, 한의원은 결국 고객 상담실을 전문적으로 갖추고 운영하게 됐다. 이후 이 병원은 한방 다이어트 전문 병원으로 명성을 날렸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M내과는 인근에 내과진료와 CT장비를 갖춘 대형 건강검진센터가 들어서면서 환자가 계속 줄었다. M내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자의 권유로 당뇨 전문 클리닉으로 병원을 특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무리한 병원 투자나 새로운 광고를 하는 대신 병원 입구에 ‘저희 병원 홈페이지에서 당뇨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라는 짧은 문구만을 설치했다. 병원 방문객들에게는 당뇨 관련 소책자를 나눠줬으며, 병원 홈페이지는 당뇨 관련 정보들로 꾸몄다. 그리고 고객 상담사를 둬 당뇨 관련 상담을 꾸준히 진행했다. 결과 한 달 만에 당뇨 환자가 3.8배 이상 늘어났다. 더욱이 단발성 내원 환자가 아니라 적어도 6개월, 1년 이상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당뇨 환자들이 병원을 찾으면서 M내과는 꾸준한 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M내과는 당뇨 전문 영양사를 추가로 채용하는 등 당뇨상담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당뇨 전문 클리닉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렇게 고객 상담실은 병원 성장의 견인차가 될 뿐만 아니라 병원을 특화하는 데 전위부대가 될 수 있다. 광고를 내기에 앞서 병원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은 전화 상담과 홈페이지 상담을 위한 고객 상담실임을 잊지 말자. 고객 상담실은 대형 병원이나 고가의 비급여 병원만 갖춰야 할 조직이 아니다. 병원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조직이며, 다른 병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장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 상담을 하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고, 이는 곧 고객의 구매행동으로 연결된다. 영업·판매의 고수들은 주말은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담을 위해 고객을 찾는다고 한다. 최근 24시간 고객 상담실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고객 상담은 고객의 불만과 불편을 해소하는 동시에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가장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고객 만족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관계자들도 고객 상담이 작지만 강한 병원 마케팅의 차별화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필자는 경희대 의료경영대학원 메디컬 마케팅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메디컬 전문 컨설팅업체 ‘리얼메디’의 대표로 재직중이다. 서울 강남의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의 수익률을 1000% 올린 것은 물론 100여 곳이 넘는 병원의 마케팅과 컨설팅을 맡았다. 저서로 <우리 병원 좀 살려주세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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