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Management
편집자주
지난 10년 동안 국내 대기업에 브랜드·마케팅 전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온 비아이티컨설팅(bit consulting)의 대표인 김동균 박사가 다수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와 통찰을 제시합니다.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와 함께 제시될 브랜드 전략 스토리를 통해 많은 지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1990년대에 들어서 약 20년 동안은 브랜드의 최대 부흥기라고 할 만큼 수많은 브랜드들이 시장에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많은 브랜드를 보유함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마케팅 운영상의 유연성은 떨어지고 브랜드·마케팅 관련 의사결정의 속도 역시 더뎌졌다. 기업들은 무리하게 확장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위험성에 대해 뒤늦게 깨닫고 과감한 브랜드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장의 시장 위상만 고려한 채 무분별한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서 중장기적 성장성을 저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유니레버(Unilever)가 바로 대표적 사례다.
유니레버: 무리한 브랜드 확장과 무분별한 구조조정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는 1999년 당시 보유한 브랜드가 무려 1600여 개에 달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수행한 과감한 M&A의 결과였다. 공격적인 M&A 덕택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 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브랜드 수가 너무 많아 운영상 막대한 어려움이 초래됐을 뿐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해 너무 큰 비용이 소요돼 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개별 브랜드의 매출액 기여도를 볼 때도 상위 25% 브랜드가 회사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1600여 개 브랜드 중 1200여 개의 브랜드 매출액을 다 합쳐도 전체 매출액의 8%가 될까 말까 했다.
결국 2000년 유니레버는 1200개에 달하는 애물단지 브랜드들을 과감히 없애고 다수의 제조 플랜트 가동 중단을 뼈대로 한 ‘5개년 성장계획(A Five-Year Path of Growth)’을 발표했다. 5개년 성장계획에 따라 2003년까지 100개 이상의 사업이 중단됐다. 그 결과 살아남은 브랜드 중 12개가 12억7000만 달러(2003년)의 매출액을 올릴 만큼 강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군더더기가 제거된 브랜드 포트폴리오 덕분에 1999년 11%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이 2002년 15%로 개선됐다. 하지만 2003년에 들어서면서 5개년 성장계획은 남은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단됐다. 시장경쟁은 점점 심화됐고, 매출성장률은 2002년 5.4%에서 2003년 4% 아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과 수익성 역시 악화되며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유니레버의 브랜드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었지만 중장기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성과는 취약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쟁상의 이점을 보유하고 있었던 브랜드, 즉 한정된 소비자이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구체적인 선호를 잘 반영하는 브랜드들마저 퇴출시키는 우를 범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브랜드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 전체의 중장기적 성과에 악영향을 초래했다.
유니레버 케이스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합리화(Brand Portfolio Rationalization)할 때 현재 시장 위상이 취약한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카테고리나 제품도 있고, 브랜드 역량은 우수하지만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브랜드도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합리화: 효과성과 효율성의 상충관계 최적화
브랜드 포트폴리오 합리화(Brand Portfolio Rationalization)는 브랜드 마케팅, 특히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효과적(effective)이고 효율적(efficient)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효과성은 동일한 마케팅 투자비용 대비 브랜드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효율성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브랜드의 차별적인 가치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각각 초점을 둔다. 많은 수의 브랜드를 운영할수록 각 브랜드의 차별적 가치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지만, 마케팅 투자 비용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반면 적은 수의 브랜드를 운영하면 마케팅 투자 비용은 적게 소요돼 상대적으로 효율적이지만 세분 시장의 차별화된 니즈를 충족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에 비효과적이다. 이처럼 상충 관계(Trade-off)에 있는 효과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최적화시킬 것인가가 브랜드 포트폴리오 조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특히 브랜드 포트폴리오 합리화는 기업의 중장기 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1) 강력한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브랜드들을 강하게 육성하고 관리하다 보면 오히려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자원이 분산돼 각 브랜드에 충분한 자원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에 있는 브랜드 중 어떤 브랜드가 중요한가는 그 브랜드가 창출하는 매출, 수익성, 시장 잠재성, 시장 경쟁력, 그리고 그들이 담당하는 전략적 역할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 육성을 위한 투자 대상 브랜드와 비(非)투자 대상 브랜드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시장 환경의 변화나 시장 특성으로 인해 브랜드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해당 브랜드를 과감히 없애고 한정된 브랜드만 집중 육성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LG화학의 산업재 사업부(현재 LG하우시스로 분사)는 2005년까지만 해도 인테리어 자재인 벽지, 창호, 바닥재 분야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전문점 점주들조차 구체적인 브랜드명보다 기업명을 주로 사용했다. 기억하는 브랜드는 2∼3개에 불과했다. LG화학은 많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지식 수준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시장 접근 전략도 공급자 중심의 ‘푸시 마케팅(push-marketing)’보다는 소비자 중심의 ‘풀 마케팅(pull-marketing)’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서는 단 한 개의 브랜드라도 소비자의 인식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야 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벽지, 바닥재, 창호 부문에서 운영하고 있던 많은 브랜드들(벽지 5개, 바닥재 3개, 창호 2개)을 모두 없애고 통합된 패밀리 브랜드로 ‘지인(z:in)’을 내놓았다. 지인 브랜드는 출시된 지 1년이 지난 2006년 최초상기율(TOM·Top-of-mind) 3.3%, 보조 인지율 21.7%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TOM 22.7%, 보조 인지율 73.7%로 훌쩍 뛰어오르며 출시 2년 만에 인테리어 장식자재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2) 마케팅 투자 여력을 감안해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운영할 것인지 결정하라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운영할지의 문제는 브랜드 마케팅에 투자할 자금력이 얼마나 있느냐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개별 브랜드를 기준으로 볼 때 각 브랜드가 스스로 마케팅 투자 비용을 벌어들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독립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 체계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