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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ch Marketing Group 실전 솔루션

진정성 마케팅: 가짜많은 세상을 뚫는 힘

김상훈 | 79호 (2011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하이테크 마케팅 그룹(HMG, 회장: 성균관대 경영대학 한상만 교수) 전문가들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HMG는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의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교류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입니다. 한국의 MIT 미디어랩(Media Lab)을 지향하는 HMG DBR 기고를 통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마케팅으로 고객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연애 드라마에 반드시 등장하는 플롯이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이 사랑을 고백하고 행복한 시간을 누린다 싶을 때 돌연 만나는 암초, 바로 오해다. 남자 주인공이 다른 이성과 단 둘이 대화를 하거나 껴안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여주인공은 이 대화를 엿듣거나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근거리에서 목격한다. 시청자들은 억울한 오해를 산 주인공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관계 회복을 간절히 원한다.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여주인공은 조연의 결정적인 한마디나 작은 단서로 상대의진심을 확인한다. 그녀는 마침내 남자 주인공에게 달려가고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마감한다.

이처럼 오해나 실수로 변심한 애인을 돌아서게 하는 힘, 이게 바로 진심의 힘이다. , 애교, 명품 가방으로도 돌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진심 앞에서는 무너진다. 그렇다면 마케팅으로도 고객을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현대 마케팅은그렇다고 말한다. 마케팅은 인식의 문제(Marketing is about perception!)라는 격언은 첨단 마케팅 기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당찬 선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술의 발전으로 전지전능한 소비자들이 탄생했다. 스마트한 고객으로 진화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교묘한 마케팅에 낚이지 않는다. 이제 마케팅은 무용지물일까? 아니다. 마케팅은 죽지 않았다. 똑똑하고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태도와 행동도 마케팅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진심을 전할 수만 있다면!

필자가 진정성 마케팅(authentic marketing)이란 용어를 처음 접한 시기는 2006 9월이다. 이 용어는 당시 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프웨이(Safeway)의 유기농 매장 설립을 다룬 비즈니스위크(BW)의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먼저 실행하고, 그 다음 약속하라(Deliver, then Promise!)”라는 명언도 이 기사에 나왔다. 세이프웨이는 3년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식품군과 매장을 변화시키느라 주가는 하락하고 수익성도 악화됐지만 묵묵히 유기농 마케팅을 실행했다. 결국 고객의 사랑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왜 진정성 마케팅인가

소비자들은 왜 진정성을 찾는가? 가짜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부정직한 제품, 가식적인 서비스, 인위적이고 허위적인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진정성 마케팅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진정성에 대한수요에 비해공급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현대 마케팅은포지셔닝혹은브랜딩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스마트한 마케터들은 과거 품질 위주의 경영에서 탈피해 제품보다는 차별화된이미지와 화려한메시지에 집중한다. 고도화된 마케팅 기법들은 실제로 제품의 가치(value)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덩달아 거품(bubble)도 만들어냈다. 맥도널드의 마케팅 담당 임원이었던 래리 라이트의브랜드는 약속이다라는 말에 근거해 기업들은 앞다퉈 고객에게 멋진 약속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은 계속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결국 과도한 마케팅으로 고객의 신뢰가 추락한 셈이다. 사람들은 이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 <슈퍼브랜드의 불편한 진실>과 같은 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진심을 원한다. 진심은 사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다. 트위터에진정성 마케팅에 대한 나의 해석이라는 글을 올린 미국의 한 인터넷 사업자는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성공하는 마케팅의 비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마케팅은 결국 관계를 맺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물건을 팔려고 막 소리치면 모두 떠나죠. 제가 그 사실을 깨닫고 제 본심을 얘기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When I was authentic, I attracted people).”

가짜는 살아남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자신이진짜라고 말하는가? ‘최고, 진짜, 진정한, 유일한이란 단어가 사용되는 수많은 광고를 보면 무엇이 진짜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유명 맛집 근처에는진짜 원조 1라는 간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제 가짜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스마트폰을 몇 초만 검색해 보면 본색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마케터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들을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아주 편리하게 다른 소비자들의 체험에 기반한 훌륭한 정보를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가짜허위속에서 자신만이진짜라고 주장하는 일은 오히려 가식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렇다면 어떻게진심을 알릴 수 있을까.

일본의 의류 및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무인양품(MUJI, 無印洋品)은 생산과정과 포장의 간소화를 통해 마케팅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미니멀리즘과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니라고까지 주장한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아닙니다. 무인양품은 개성과 유행을 상품화하지 않고, 상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습니다.”

미국의 화장품 업체인 키엘(Kiehl)도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키엘은 유명 모델을 활용한 광고와 용기 디자인에만 열을 올리는 타 화장품업체와 달리, 수수한 디자인 용기에 고품질의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화장품 용기에 제품의 재료와 성능을 깨알 같은 글씨로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회사의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제품 가격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정성 마케팅을 통해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런칭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대림 e편한세상은진심이 먼저 짓습니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경쟁 회사에 대응하면서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쾌적한 환경 조성,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한 동선 설계, 환경 친화적 디자인 등을 세부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 래미안 아파트도 신민아 등 광고 모델이 진짜 살아보고 광고를 찍는다고 주장하며 실제 72시간 거주 체험을 광고 시리즈로 제작했다. 과거에는 광고 모델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든 말든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진짜인지허위인지에 관심도 많아졌고 말도 많아졌다.

진정성 마케팅 전략

진정성 마케팅은 진심을 강조하는 광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제임스 H.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2세는 저서 <진정성의 힘(Authenticity, What Consumers Really Want)>에서 진정성 마케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관련, 진정성의 다섯 영역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전술을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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