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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케팅 전략

멀리 보고, 신흥시장의 참된 니즈 충족시켜라

최순규 | 77호 (2011년 3월 Issue 2)
 

신흥시장은 경제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아직 낮다. 빈부격차도 크고 정치사회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신흥시장 마케팅에서 성공하려면 이 같은 신흥시장의 특수성부터 잘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프라할라드(C.K. Prahalad)가 2004년 출판한 저서 <The Fortune at the Bottom of the Pyramid>에서 제시한 ‘BOP(Bottom of the Pyramid)’ 모델은 신흥시장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이 모델은 신흥시장의 구조를 피라미드 형태로 파악하고 진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중산층 내지 하위층을 겨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한편 카나(Khanna), 팔레프(Palepu), 그리고 신하(Sinha)가 2005년에 HBR에 발표한 ‘Strategies that Fit Emerging Markets’에서 신흥시장의 제도적 환경이 선진국들과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신흥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흥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경영학적 연구들은 크게 보아 이 두 연구에서 제시한 통찰을 확장하고 검증하는 것이었다.
 

위의 두 논문을 포함한 기존 연구들이 기업들에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신흥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국이나 선진국 시장에서와는 다른 마케팅 전략과 조직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흥시장 마케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물론 소비자들의 낮은 구매력이다. 하지만 프라할라드가 지적했듯 소득수준이 높은 소비계층만을 공략하거나 본국이나 선진국의 저가제품을 그대로 가져가 판매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또한 선진국들과 달리 신흥시장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제도들(예, 미디어 및 유통채널)이 결여돼 있거나 부족하다. 그러므로 Khanna, Palepu, 그리고 Sinha가 제시한 바와 같이 신흥시장 마케팅의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현지시장의 그러한 제도적 차이를 극복하느냐가 된다. 기업은 이러한 이론적 접근법들 외에도 신흥시장들이 가진 고유한 사회문화적 특성들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오랜 기간 글로벌 경제에서 소외된 경험이 있거나 비교적 잦은 정치적 변화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따라서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외국기업들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기업이 본국이나 선진국에서 채택하는 제품과 마케팅 프로그램들을 신흥시장에 그대로 이전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BOP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신흥시장의 피라미드 구조, 취약한 사회적 제도와 기반시설들, 현지의 경쟁환경, 정부와 소비자들이 가진 기대와 정서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제품과 마케팅 전략에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음에서는 그러한 관점에서 신흥시장 마케팅의 주요 장애 요인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설명한다.(그림1)
 

BOP 마케팅 전략 방향: 제품과 서비스 혁신
BOP 모델은 다국적기업들이 신흥시장의 피라미드 구조 때문에 당면하는 어려움을 명확히 보여준다. 신흥시장에서 외국기업들이 판매하는 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한 부유층이다. 하지만 신흥국가의 높은 빈부격차로 이들은 다른 하위 소비자 계층들에 비해 소수이며,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이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BOP 모델은 신흥시장에서 진정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피라미드를 따라 내려와 중산층 및 하위층을 목표시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특히 하위층은 소득이 상당히 낮지만 인구가 많아서 전체적으로는 큰 시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으로 중산층 시장은 물론 하위층 시장까지 진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BOP 모델은 다국적기업들이 가진 기존의 제품과 전략으로는 그러한 시장들에 도달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신흥시장의 중산층이나 하위층 소비자들은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소득이 낮아서 비싼 외국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대응하기 위해 다국적기업은 품질을 낮춘 저가 제품들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발전된 통신과 교통으로 개발도상국 소비자들도 최신제품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고, 대부분 주요 신흥시장에는 이미 많은 외국기업들이 진출해 경쟁이 치열하다. 설령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품질이 낮거나 구형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신흥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흥시장 마케팅 전략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혁신적 접근을 요구한다. 이는 기존에 기업이 가지고 있던 가격 대 성능 또는 가격 대 기능에 대한 기준을 신흥시장에 맞게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흥시장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성능/기능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그들의 구매 가능한 가격 범위 내에서 그러한 성능/기능을 가진 제품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차원에서 제품과 프로세스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GE의 의료기 사업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지역 의료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R&D센터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초음파검사기보다 가격이 절반 내지 3분의 1밖에 안 되는 1만5000달러짜리 휴대용 초음파검사기를 개발한 바 있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가급적 최신 기술과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는 게 유리하다. 신흥시장은 과거 오랜 기간 외부와 차단돼 있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국내 공급자의 제품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우수한 신제품에 관심이 클 수 있다. 더욱이 신흥국가 소비자들의 구매력 범위 내에서 가능한 최신 기술과 디자인을 갖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낯선 인도시장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가 단시간 내에 소형승용차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Min Case 1)
 

제도적 공백: 제휴 또는 기회로 활용
선진국에는 일반적으로 기업 활동을 지원해주는 사회적 제도들이 잘 발달돼 있다.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주는 시장조사기관, 제품 홍보에 이용될 수 있는 대중매체(예, TV와 신문), 신속하고 저렴한 물류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교통 인프라, 제품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유통채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서는 선진국에서 당연히 존재하는 그러한 사회적 제도들이 미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인도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수도인 뉴델리에서조차 전자제품들이 동네 구멍가게와 같은 소규모 점포들을 통해 유통된다는 사실에 당혹했다. 인도에 대형유통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최근 사례로는 롯데백화점의 러시아 진출이 있다. 이 회사는 야심 찬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을 열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지하 경제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입점한 점포들은 신용거래는 물론 점포의 매출액조차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그 결과 매월 고정된 금액의 임대료를 받는 불리한 계약을 입점 업체들과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백화점이 입점한 점포의 매출액에 따라 임대료를 받는 한국의 관행과는 다른 식의 사업을 전개해야 했다.
 
Khanna, Palepu, 그리고 Sinha는 선진국 기업들이 신흥시장에 존재하는 ‘제도적 공백(intuitional voids)’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예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본국의 사업 환경에서 그런 문제에 직면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흥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 매료돼 제도적 차이가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투자를 감행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제도적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제도들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창의적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신뢰할 만한 현지기업과 제휴를 맺어 현지 마케팅을 맡기는 것이다. 전 세계 발포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동진쎄미켐은 1992년 인도네시아 공장을 설립할 때 그러한 전략을 선택했다. 인도네시아는 지역이 넓고 도서지역이 많을 뿐만 아니라 교통시설이 열악했다. 이 때문에 중소 생산업체가 전국적 마케팅까지 직접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진출기업은 또한 제품생산을 안정화시키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국내에서보다 넓은 수직적 통합이나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다. 1973년 인도네시아에 선구적으로 진출한 ‘대상’은 현지의 잦은 정전사고, 원부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 공장 내에 대규모 자가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조미료 생산에 필요한 화학약품부터 최종 포장재까지를 직접 생산하는 수직적 통합을 추진했다.
 
충분한 자원과 능력이 있는 기업은 신흥시장의 사업환경을 자사에 유리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독자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 모니터 사업부는 초기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전역을 5개 상권으로 나누고 10개의 총 대리상을 선정해 이들에게 제품공급 보장, 판촉활동 지원, 판매 실적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의 판매를 금지하고 모든 대금을 현금으로만 받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총 대리상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해 모니터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삼성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방지하고, 외상매출금 회수가 어려운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
 

창의적인 접근법을 통해 신흥국가의 열악한 유통망을 극복한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Mini Case 2에 소개된 LG생활건강의 베트남 진출이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 고급화장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LG생활건강은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문판매 모델을 현지화했고, 그 결과 다른 외국계 및 현지 화장품회사들보다 경쟁력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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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규

    -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경영학연구 등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개재 <경영학 뉴패러다임: 국제경영> <한국기업의 글로벌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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