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리스크가 덮쳐온다
김원규 에델만 코리아사장
참여와 개방이 키워드인 ‘웹2.0’ 시대가 되면서 기업의 온라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수억 명에 이르는 블로거들과 네티즌들은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쏟아놓는다.
온라인상의 의견은 흥미롭고 새로운 것이 많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분명한 분석, 논평 역시 넘쳐난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 파급력과 속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특정 사안이 발생하면 인터넷에는 ‘생중계’에 가깝게 네티즌들의 게시물이 올라간다.
온라인 위기관리, 특히 사전준비가 중요
기업의 전략적인 온라인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상의 리스크 관리는 사전준비(moni-tor), 이슈분석(analyze), 위기대응(in-fluence), 사후관리(follow up)의 4단계로 이뤄진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슈를 추적, 관리하는 사전준비 단계다. 온라인을 타고 흐르는 정보는 엄청나게 빠르며, 확산 방향 역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한 이슈에 네티즌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기업의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사전준비는 온라인 리스크 대응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리스크에 대한 사전준비는 자사의 제품·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기업은 이를 위해 온라인에서의 불평에 대응하는 전담팀을 조직하는 것이 좋다.
불만이 있는 소비자가 누구이며, 이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포털 게시판과 동호회 사이트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 그 후에는 네티즌들의 대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이슈를 미리 규명하고, 발생 가능한 위기의 종류를 사전에 분류해 놓아야 한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주는 전문 대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리스크 담당자는 파악한 이슈와 관련한 자사의 핵심 메시지를 개발해 필요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하고 대응해야 한다.
개별적 대응 삼가야
다만 대응의 창구는 반드시 단일화하고,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리스크 담당자가 아닌 직원이 개별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 일반 네티즌으로 ‘위장’한 직원이 댓글을 다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자칫하면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거나, 의혹을 받는 부분이 한순간에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
미국의 PC 제조업체 델(Dell)은 온라인 위기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2005년 고객 서비스에 대한 블로거들의 공격을 무시하다 주가가 떨어지는 수모를 받았다. 하지만 2006년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기업 블로그를 만들어 소비자의 불만을 직접 듣고 대화하면서 노트북 폭발 사건 등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지난해에는 ‘델 2.0’이라는 새로운 기업 비전을 선포하고 이용자 커뮤니티를 통해 적극적으로 온라인 대화에 참여함으로써 명성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네티즌의 불만 표출이나 ‘안티 사이트’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기업 홈페이지에서 불만을 해소할 수 없는 소비자들은 개인적인 채널을 통해 불평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정직해야 한다, 신속해야 한다, 먼저 나서야 한다.’ 이는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모든 PR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3가지 원칙이다.
이제 블로그로 대표되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에 기업들이 한 가지 원칙을 추가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블로그스피어와 온라인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사전대응을 준비하라’다
필자는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버슨-마스텔러 이사와 뉴스커뮤니케이션 공동대표를 거쳐 현재 글로벌 홍보대행사인 에델만코리아 사장으로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미디어위원회 공동의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