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경제 성장은 당장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글로벌화가 늦게 이뤄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려 70%의 인도 주민들은 아직도 농촌의 격리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가난에서 탈출시켜줄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혀 연결돼 있지 않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도 기업가들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오지의 시골 농장과 도시의 소비 시장을 연결시켜주면 이런 딜레마는 해결될 수 있다. 인도에서 기대를 모으는 이와 같은 민간 영역에서의 활동은 1980년대 중국에서 국가 중심으로 농업 개혁을 일궈냈던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최근 필자는 정부가 운영하는 방갈로르의 만디(mand·농산물 경매 시장)를 도보로 여행해본 경험이 있다. 전 세계 아웃소싱의 수도인 인도에서 나는 도처에 농산물이 널려있고 일부는 썩어 들어가고 있었으며 지저분한 개와 질주하는 쥐들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 백 명의 가난한 농부들은 전통의상인 도티(dohti)를 입고 체념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농민들은 새벽녘에 덜커덕거리는 버스와 달구지, 트럭, 트랙터를 타고 ‘고속도로’라고 불리는 좁은 길을 통해 이 경매 시장에 찾아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농산물을 차에서 내리고 난 후 농민들은 무조건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판다. 농장에서 일단 나온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도의 농업생산마케팅위원회(APMC ·Agricultural Produce Marketing Co -mmittees)는 농산품이 반드시 이런 도매 시장을 통해 판매되도록 했다. 또 농산물 경매시장인 ‘만디’는 지역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했다. 당초 이런 규정을 둔 이유는 농민들을 고리대금업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농민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
농민들이 도시에 머문다 하더라도 불행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농민들의 도시 생활은 하루하루 연명하기조차 힘든 악몽과 같은 시골 생활의 연장일 뿐이다. 인도 정책 입안자들은 독립 이후 농촌 문제를 사실상 무시해왔다. 시골 가정의 89%는 전화가 없고, 52%는 어떤 형태의 전력도 공급받지 못했다. 시골 마을은 사시사철 이용할 수 있는 도로로부터 평균 2㎞ 떨어져있다. 그리고 시골 거주민들의 20%는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농촌과도 격차 커
최근 방갈로르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중국 하이난 지역을 떠올렸다. 하이난 지역에는 많은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나는 하이난성의 수도이며 중국의 중요한 산업 중심지이자 철도 교차로인 정저우를 출발해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했는데 주변이 매우 청결했다. 그리고 공공기관들은 아침 이른 시간에도 업무를 수행했다. 여행 도중에 작은 마을인 ‘키우(Qiu)’라는 곳에 들렀는데 인구는 수 백 명에 불과했지만 마을 구석에 있는 옥수수밭까지 포장도로로 연결됐다. 이 마을이 번영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인도 마을의 절망감이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개 시골 지역의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면 경제적 잉여가 생겨서 농촌이나 준 도시지역에 경공업을 태동케 한다. 그리고 이런 발전과정이 누적되면 도시 지역의 산업화가 이뤄진다. 경제적 잉여는 신기술에 대한 재투자를 촉진하고 더 폭넓은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충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중국은 1978년 이후 이런 경로를 밟았고 인도네시아는 1966년부터, 베트남은 이보다 늦은 1989년 이후 이런 과정을 경험했다.
인도 정부는 시골 마을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협력하면서 향후 전망은 더 밝아졌다. 예를 들어 자영업 여성연합(SEWA·Self-Employed Women’s Asso-ciation)은 수 만 명의 여성들이 생산적 일을 할 수 있도록 소액 대출을 해줘서 보건, 초등 교육, 경제적 자립 기반 마련 등과 관련한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했다. 기업이 여기에 참여한다면 시민단체가 시골 지역에 가져다준 것보다 훨씬 더 큰 혜택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