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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콜 직화오븐

더디 가도 고객 원하는 제품 만들자...해피콜, 슬로 마케팅으로 女心 사로잡다

박용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연 매출 58억 원의 중소기업이 2년 만에 97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초고속 성장을 하더니 올해는 매출액 130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요즘 각광 받고 있는 모바일 등 정보통신 분야 하이테크 벤처기업의 ‘대박 스토리’는 아니다.
프라이팬, 냄비 등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굴뚝기업’ 해피콜의 얘기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조업체들이 재고 누적과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주방용품 시장의 주 고객은 깐깐한 주부들이다. 요리하는 주부에게 주방용품은 전쟁에 나간 군인의 총이나 다름없다. 어떤 주방용품을 쓰느냐에 따라 요리의 품질과 살림의 생산성이 달라지니 주부들은 그만큼 꼼꼼하게 주방용품을 고른다.
게다가 주방용품 시장은 패션 상품처럼 유행을 탄다.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있는가하면 반짝 아이디어로 주목받다가 이내 사라지는 ‘단명 제품’도 적지 않다. 인기 상품도 어느 정도 팔리면 매출이 급락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약간 뜬다하는 제품은 곧바로 유사 디자인과 기능의 저가 제품의 맹추격을 받는다. 내로라하는 유명 외국산 브랜드가 아니면 고가(高價) 전략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격 저항도 크다.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해피콜은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라이팬과 냄비를 앞세워 단기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주방용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요리에 문외한인 남자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지만 살림깨나 하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기능과 품질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에 단독 코너까지 확보하며 테팔, 실리트 등 해외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토종 주방용품 브랜드로 도약했다. 더디 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자는 해피콜 특유의 ‘슬로 마케팅’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붕어빵틀에서 착안한 양면 압력팬
이현삼(54) 해피콜 사장은 20대에는 재래시장에서 프라이팬을 팔던 상인이었다. 소비자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사업의 기본이 소비자의 마음 훔치기라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1998년에는 직접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인 해피콜을 차렸다.
해피콜은 이후 홈쇼핑을 통해 주부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주방용품을 판매하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2000년대 초 재료를 뒤집지 않고 요리할 수 있는 ‘양면팬’이 해피콜 최대의 히트작이다. 최근까지 누적 판매액이 1800억 원에 이른다.
 
요리할 때 재료를 주걱으로 깔끔하게 뒤집는 일은 초보 주부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뒤집는 과정에서 요리가 망가지기도 하고 자칫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이 사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는 붕어빵 장사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붕어빵틀은 내용물을 뒤집지 않고 빵틀 자체를 돌려 골고루 익힌다. 이 사장은 붕어빵틀의 원리를 프라이팬에 응용했다. 프라이팬에 바닥 덮개를 만들어 내용물을 뒤집지 않고 프라이팬 자체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양면팬’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양면팬을 뒤집을 때 뚜껑 사이로 기름이나 물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뚜껑에 실리콘을 설치하기로 했다. 기름 등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압력을 높여 음식을 더 잘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에 노출된 실리콘이 녹아 내렸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녹지 않는 실리콘 소재를 찾아야 했다. 미국 다우코닝 사에 의뢰해 제품에 맞는 특수실리콘 소재를 주문해 집어넣었다. 실리콘이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제작기계로 홈을 파서 뚜껑에 정확하게 고정하는 공법도 개발했다.
 
주부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준 양면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홈쇼핑에서 1시간에 1만 2800개가 팔리며 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되면서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만 1800억 원에 이른다.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맞아 떨어진 직화오븐
2000년대 초에 개발한 직화오븐도 누적 판매량이 800억 원에 이르는 해피콜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개발 초기에는 제품을 요리할 때 오븐에 들어 있는 물을 비우는 과정에서 물이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븐 문화도 생소했다. 결국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물을 넣지 않고 조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량하고, 가스레인지 화구에 얹었을 때 직화오븐이 흔들리는 단점을 해결한 전용 안전틀을 개발했다. 직화오븐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자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시장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갔다. 2004년 이후 가계 소비지출 중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기 시작했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소비지출 중 외식비 비중은 2004년 14.0%에서 2009년에는 12.8%로 줄었다. 2009년 소비자물가는 2008년 대비 2.8% 상승했는데, 외식물가는 삼겹살(8.5%), 돼지갈비(6.4%) 등이 크게 올라 3.9%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사람들은 외출을 꺼렸다. 따라서 가사 도우미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서구식 식문화가 소개되면서 오븐은 주부들의 로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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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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