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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콜 직화오븐

더디 가도 고객 원하는 제품 만들자...해피콜, 슬로 마케팅으로 女心 사로잡다

박용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연 매출 58억 원의 중소기업이 2년 만에 97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초고속 성장을 하더니 올해는 매출액 1300억 원을 내다보고 있다. 요즘 각광 받고 있는 모바일 등 정보통신 분야 하이테크 벤처기업의 ‘대박 스토리’는 아니다.
프라이팬, 냄비 등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굴뚝기업’ 해피콜의 얘기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조업체들이 재고 누적과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주방용품 시장의 주 고객은 깐깐한 주부들이다. 요리하는 주부에게 주방용품은 전쟁에 나간 군인의 총이나 다름없다. 어떤 주방용품을 쓰느냐에 따라 요리의 품질과 살림의 생산성이 달라지니 주부들은 그만큼 꼼꼼하게 주방용품을 고른다.
게다가 주방용품 시장은 패션 상품처럼 유행을 탄다.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 제품이 있는가하면 반짝 아이디어로 주목받다가 이내 사라지는 ‘단명 제품’도 적지 않다. 인기 상품도 어느 정도 팔리면 매출이 급락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약간 뜬다하는 제품은 곧바로 유사 디자인과 기능의 저가 제품의 맹추격을 받는다. 내로라하는 유명 외국산 브랜드가 아니면 고가(高價) 전략은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격 저항도 크다.
 
부산에 본사와 공장을 둔 해피콜은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라이팬과 냄비를 앞세워 단기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주방용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요리에 문외한인 남자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지만 살림깨나 하는 주부들 사이에서는 기능과 품질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에 단독 코너까지 확보하며 테팔, 실리트 등 해외 유명 주방용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토종 주방용품 브랜드로 도약했다. 더디 가더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자는 해피콜 특유의 ‘슬로 마케팅’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붕어빵틀에서 착안한 양면 압력팬
이현삼(54) 해피콜 사장은 20대에는 재래시장에서 프라이팬을 팔던 상인이었다. 소비자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사업의 기본이 소비자의 마음 훔치기라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1998년에는 직접 프라이팬을 만드는 회사인 해피콜을 차렸다.
해피콜은 이후 홈쇼핑을 통해 주부들의 고충을 해결하는 아이디어 주방용품을 판매하며 이름을 알려나갔다. 2000년대 초 재료를 뒤집지 않고 요리할 수 있는 ‘양면팬’이 해피콜 최대의 히트작이다. 최근까지 누적 판매액이 1800억 원에 이른다.
 
요리할 때 재료를 주걱으로 깔끔하게 뒤집는 일은 초보 주부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뒤집는 과정에서 요리가 망가지기도 하고 자칫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이 사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는 붕어빵 장사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붕어빵틀은 내용물을 뒤집지 않고 빵틀 자체를 돌려 골고루 익힌다. 이 사장은 붕어빵틀의 원리를 프라이팬에 응용했다. 프라이팬에 바닥 덮개를 만들어 내용물을 뒤집지 않고 프라이팬 자체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이 ‘양면팬’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양면팬을 뒤집을 때 뚜껑 사이로 기름이나 물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뚜껑에 실리콘을 설치하기로 했다. 기름 등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압력을 높여 음식을 더 잘 익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에 노출된 실리콘이 녹아 내렸다.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녹지 않는 실리콘 소재를 찾아야 했다. 미국 다우코닝 사에 의뢰해 제품에 맞는 특수실리콘 소재를 주문해 집어넣었다. 실리콘이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제작기계로 홈을 파서 뚜껑에 정확하게 고정하는 공법도 개발했다.
 
주부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준 양면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홈쇼핑에서 1시간에 1만 2800개가 팔리며 단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 중국 등으로 수출되면서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만 1800억 원에 이른다.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맞아 떨어진 직화오븐
2000년대 초에 개발한 직화오븐도 누적 판매량이 800억 원에 이르는 해피콜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다. 개발 초기에는 제품을 요리할 때 오븐에 들어 있는 물을 비우는 과정에서 물이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오븐 문화도 생소했다. 결국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물을 넣지 않고 조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량하고, 가스레인지 화구에 얹었을 때 직화오븐이 흔들리는 단점을 해결한 전용 안전틀을 개발했다. 직화오븐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자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시장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갔다. 2004년 이후 가계 소비지출 중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기 시작했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가정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소비지출 중 외식비 비중은 2004년 14.0%에서 2009년에는 12.8%로 줄었다. 2009년 소비자물가는 2008년 대비 2.8% 상승했는데, 외식물가는 삼겹살(8.5%), 돼지갈비(6.4%) 등이 크게 올라 3.9%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하자 사람들은 외출을 꺼렸다. 따라서 가사 도우미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서구식 식문화가 소개되면서 오븐은 주부들의 로망이 됐다.
시장 상황이 바뀌자 직화오븐이 다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비싼 가스오븐이 없어도 빵을 찌거나 군고구마를 만드는 오븐 요리를 개당 6만∼7만 원대인 직화오븐으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먹히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부터 홈쇼핑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해피콜 직화오븐은 하반기 이후 매출이 급상승했다. 이 제품은 올해 1∼5월 GS샵에서만 18만 개가 팔려 조리기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CJ홈쇼핑과 현대홈쇼핑에서도 각각 13만 개 가량이 팔렸다. 해피콜 직화오븐은 GS샵에서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약 300억 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해피콜에 따르면 직화오븐 누적 매출은 약 800억 원에 이른다.
 
 
스테디셀러, 다이아몬드 팬 개발
2003년 매출액이 4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양면팬으로 승승장구하던 해피콜은 2004년 국내 시장 수요 감소와 노사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상품인 양면팬이 인기를 끌자 유사 상품이 속출했고, 시장도 곧 포화됐다. 정신없이 달리던 해피콜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빚은 늘어갔고,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으며 회사는 무너져 내렸다. 단기간 급성장을 하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회사의 경영 시스템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게다가 사업을 양면팬과 같은 아이디어 주방용품에만 의존한 것도 패착이었다.
 
아이디어 상품은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 수는 있지만 일반 프라이팬이나 냄비처럼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는 아니다. 어느 정도 팔리고 나면 시장 포화로 매출이 급감한다. 중국 동남아 등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신제품 개발로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현금창출원)를 키워냈어야 하는데 이 타이밍을 놓쳤다.
 
이 사장은 “돌이켜보면 당시에 회사를 경영한 게 아니라 그냥 장사를 했다. 개인 돈과 법인 돈에 대한 구분도 없었다. 파는 데만 집중하다보니 시장이 포화되는 줄도 몰랐다. 시장이 포화되자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다. 당장 버틸 운영자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부산 본사와 공장 부지를 매각한 대금으로 빚을 갚고 재기에 나섰다. 지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테디셀러 제품 개발에 나섰다. 시장의 변방에서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프라이팬 냄비 등 주방용품의 본류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된 양면팬은 중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판로를 돌렸다. 양면팬은 이제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많이 팔린다.
 
이 사장은 2005년부터 2년간 음식이 쉽게 눌러 붙지 않고, 코팅력도 우수한 프라이팬 개발에 나섰다. 부산대 연구진 등 국내외 전문가와 손을 잡고 신제품 개발에 매달렸다. 이 결과 2008년 6월 해피콜 재기의 효자 상품인 ‘다이아몬드 나노 코팅 프라이팬’을 개발했다. 프라이팬의 핵심 경쟁력인 코팅력을 높이기 위해 긁힘, 마모, 부식에 강한 다이아몬드를 나노화해 프라이팬에 입힌 것이다.
 
기름 안 하고 달걀 프라이를 해봤답니다. 무척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예쁜 달걀 프라이를 해본 적이 언제인지….”
저희 집처럼 생선과 고기를 많이 구워 드신다면 강력 추천합니다.”
음식이 쉽게 눌러 붙지 않고 코팅력이 뛰어난 다이아몬드 코팅 팬은 홈쇼핑과 인터넷 상품평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2년여 만에 1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전용규 해피콜 브랜드 마케팅 이사는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을 못 댈 정도로 인기”라며 “주문대로 다 팔았으면 매출이 현재의 3배 정도로 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피콜의 성공 요인
주방용품 중 한 가지 제품이 1000억 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해피콜은 누적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제품만 양면팬(1800억 원)과 다이아몬드 코팅팬(1000억 원) 등 2개를 내놨다. 직화오븐도 누적 매출이 800억 원에 이른다.
무명의 중소기업 해피콜이 어떻게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 아이디어 상품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더라도 저가 유사 제품의 공세에 무릎을 꿇는 브랜드가 적지 않은 주방용품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후발주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슬로 마케팅’이 시장에서 먹혔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히트 상품이 나오면 유사상품이 쏟아진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게 아니라 대부분 더 싼 제품이 나온다. 우리는 제품 차별화에 주력한다.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설비와 기술력이 해피콜만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원하는 품질이 나오지 않으면 판매하지 않는다  해피콜 직원들은 “제품 품질에 목숨을 건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마케팅의 기본은 품질 차별화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공장 4곳은 각각 직화오븐, 양면팬, 다이아몬드 코팅팬, 냄비만 생산한다. 공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만 생산한다는 ‘메이드 인 코리아’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하게 되면 싼 제품을 만들 수는 있어도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해외로 공장을 옮겨 원가를 20% 낮추는 것보다 국내에서 생산해 20% 더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해피콜은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자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디자인 센터도 세웠다.
재료도 순도 99.9%의 알루미늄만 고집한다. 알루미늄 값이 폭등할 때도 이 원칙을 지켰다. 제품 공정도 품질에 초점을 맞춘다. 알루미늄 제품 중 상당수는 군대 식판처럼 약 200∼300t의 힘으로 찍어내는 프레스 공법을 쓴다. 해피콜은 대장장이들이 망치로 두드려 가공하는 단조 방식을 공정에 응용했다. 단조공법을 기계화한 설비를 이용해 2500t의 힘으로 눌러 제품을 만든다.
 
이 사장은 “더 비싼 재료와 단조 공법을 쓴 지 3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 따라한 기업이 없다”며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완벽하지 않는 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사장은 “신제품은 시장 환경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내놔야 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주방용품은 시장 환경에 맞는 시기나 타이밍이 없다. 품질에 하자가 없을 때가 바로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그러면 유행도 타지 않는다. 한번 쓴 소비자는 물건을 바꿀 때 계속 우리 제품으로 갈아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주물 방식으로 만든 세라믹 냄비를 내놨다. 주물 방식으로 만든 제품은 열전도율이 뛰어나지만 부식이 잘 되는 단점이 있다. 해피콜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 선박에 응용하는 ‘아르마이드 공법’을 응용해 냄비를 제작했다. 그런데 일찌감치 주물 방식의 냄비를 개발하고도 2년간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냄비는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부식이 일어나 물 자국처럼 하얗게 때가 끼는 백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 사장은 “대부분 모든 냄비가 그렇기 때문에 그냥 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넘게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설비를 기획해 발주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품질 만족도는 자신의 경험, 주변 입소문 등에 의해 형성된 기대치와 실제 제품을 사용하고 느끼는 품질의 차이(gap)로 정의할 수 있다. 과장 광고로 소비자의 기대치를 높여 제품 구매까지 유도할 수는 있다. 품질이 기대보다 높으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퀄리티 서프라이즈(Quality Surprise)’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품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 소비자 불만과 추가 구매 중단 등으로 이어지는 ‘퀄리트 쇼크(Quality Shock)’를 유발할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생기업이 홈쇼핑과 같은 대중 채널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퀄리티 쇼크를 초래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은 광고보다 신상품을 연구개발하고 설비 투자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다. 소비자들이 몇 개 써보지도 않은 제품을 좋다고 광고해봤자 곧 잊혀지고 만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기대치를 높여서 소비자 불만을 키울 수도 있다. 그래서 해피콜은 가격 할인이나 사은품을 주는 프로모션도 최대한 피한다. 가격에 변화를 자주 주거나 사은품을 끼워주는 행사는 먼저 산 소비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
 
이 사장은 “품질을 올리려고 노력하다보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속도가 더딜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을 쓰고 난 반응은 엄청나다. 광고로만 알려진 브랜드가 1년을 간다면 품질로 알려진 제품은 1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피콜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 품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불만족 고객의 4%만이 문제를 제기하고 96%는 침묵한다. 하지만 이 침묵하는 96%의 4분의 1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불만 고객은 10∼20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문제를 떠들고,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된 고객은 이 상황에 대해 5명의 고객에게 전파한다는 것이다. 침묵하는 불만 고객을 만들지 않으려면 제품 개발과 판매 단계에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을 때 이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소비자를 통한 신속한 제품 개선 해피콜 세라믹 냄비. 냄비 뚜껑을 탁상용 액자 뒷면처럼 쉽게 세워놓을 수 있다.
제품을 내놓으면 소비자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제품을 보완한다. 소비자들이 조리를 하는 과정에 느끼는 작은 불편까지 배려하는 프라이팬의 인체공학적 손잡이, 자석 손잡이 등이 적용됐다. 해피콜의 냄비 뚜껑에는 길게 튀어나온 손잡이가 달려 있다. 조리를 할 때 뚜껑을 열어 세워놓으면 탁상용 액자 뒷면처럼 손잡이가 뚜껑을 받쳐 쉽게 세워놓을 수 있다. 주부들이 냄비 뚜껑을 내려놓다가 음식물이 튀거나 화상을 입기 쉽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도 기존 직화오븐의 단점을 해결한 안전틀이 해피콜 직화오븐 대박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꼽을 정도다. 깐깐한 주부 고객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하자를 누가 빨리 보완하느냐가 시장의 성패를 가른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신제품은 세상에 없는 걸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사람의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들이 불필요했던 것, 불편했던 것,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면 이것이 아이디어이고 신상품이다”라고 말했다. 해피콜은 이렇게 해서 2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다이아몬드 코팅팬을 판매할 때는 제품 포장 속에 소비자 피드백을 받는 반송용 엽서까지 넣어 보냈다. 주부들의 주방용품과 요리에 대한 애정은 마니아 수준이다. 제품의 세세한 기능까지 꼼꼼하게 적어 의견을 보내준다는 게 회사 측의 얘기다. 홈쇼핑의 상품평도 꼼꼼히 챙긴다.
 
이 사장은 또 “협력업체 간담회에서 ‘많이 주고 빨리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들어 좋은 상품을 팔자’고 얘기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정말 똑똑하고 현명하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제품을 써보고 좋으면 자기 아들이 만든 것처럼 자랑하는 게 소비자다”라고 말했다.
해피콜은 유행에 민감한 주방용품 시장에서 초기 제품인 양면팬이나 직화오븐을 지금도 팔고 있다. 쇠퇴기에 들어선 상품을 서둘러 단종시키는 것보다 제품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수요를 창출해가면 언젠가는 수요가 폭발하는 시장의 유행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개발됐다가 2009년 이후 크게 히트한 직화오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절한 유통채널 선택 해피콜 마케팅 성공의 일등공신은 회사 측이 설명하듯 강력한 상품력이다. 하지만 상품을 소비자에게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해피콜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적절한 유통채널 선택과 활용을 꼽는다.
 
해피콜은 창업 초기부터 홈쇼핑 채널에 주력했다. 한때 매출의 90%가 홈쇼핑에서 발생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 시장에 진입할 때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고 제품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유통채널로 홈쇼핑만한 게 없었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특성보다 브랜드, 가격 중심으로 물건을 고르기 쉬웠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해피콜 제품이 선택받을 가능성은 낮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백화점, 대형마트를 처음부터 개척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해피콜은 홈쇼핑을 무대로 기존 주방용품과 차별화된 아이디어 상품을 쉽고 친절하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제품 판매도 쇼핑호스트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이 사장이 직접 출현해 어눌하지만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GS샵 문 MD는 “홈쇼핑 매출을 좌우하는 요인이 제품의 특성을 보여주는 시연력”이라며 “해피콜은 사장, 부장 등 직원이 직접 나와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고 왜 이런 기능이 있는지 꼼꼼히 설명하기 때문에 시연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만든 사람이 직접 설명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장이 출현한 홈쇼핑 방송을 보던 한 인터넷 블로거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장님이 냄비 자랑하는 것을 보니 자식 자랑하는 것 같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피콜은 홈쇼핑 사업에서 얻은 인지도를 통해 오프라인 시장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해피콜은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에 진출하면서 단독 매장을 고집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단독 진열장이 없으면 입점하지 않았다. 수입 브랜드처럼 단독 코너를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가 어렵고, 소비자들이 제품 기능보다 가격을 보고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단독 코너가 있는 매장에 하나씩 들어가는 전략을 선택하다보니 모든 매장에 들어가는 데 1년여가 걸렸다. 시장에서는 “이마트가 들어오라는데 이렇게 굼뜨게 움직이는 회사도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④CEO의 현장 경영 이 사장은 경영도 하고, 영업도 하고, 판매도 하고, 연구개발도 하는 1인4역의 최고경영자(CEO)다. 직원들에게만 맡겨서는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현장 돌아가는 것도 챙길 수 없다고 믿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CEO다.
그의 손은 크고 작은 화상투성이다. 주방용품을 개발할 때 직접 생선을 뒤집어가며 실험을 한다. 덕분에 요리 솜씨는 일류 주방장 못지않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 사장이 홈쇼핑에 직접 출연하는 이유도 자신이 제품을 가장 잘 알고, 주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20대 시절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얻은 사업의 기본이다. CEO가 뛰는 한국식 영업을 해외 시장 개척에도 고스란히 응용했다. 최근 이 사장은 해외 홈쇼핑 20여 군데에 직접 출연했다.
 
이 사장은 “사장이 남에게 들은 얘기와 지식만 갖고 사업을 하게 되면 현장에 대한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직접 요리를 하고 제품 개발, 생산,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홈쇼핑에 출연하면서 세계 각국의 요리 문화를 접하고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⑤“가격에 제품을 맞추지 않는다”해피콜의 가격 정책에는 원칙이 있다.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3만 원대 프라이팬을 만들자’는 식으로 소비자 판매 가격을 먼저 정하고 제품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얼마에 팔아야 할지’를 결정한다.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힘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주방제품은 고가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그만큼 가격 저항이 크다. 해피콜은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는 해외 시장의 3분의 1 값에 판다.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극복하고,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노출하는 판매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국내에서는 제값을 받고 해외에서는 덤핑하듯이 판매하는 기업이 많지만 우리는 반대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써보고 차이점을 알도록 하기 위해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대신 해외에서는 제값을 받고 판매하는 고가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3만5000원 선인 양면팬이 해외 시장에서는 대부분 10만 원 이상에 팔린다. 한국에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신흥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후광효과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지 않는 전략이 해외 시장에서 제품 차별화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 사장은 “대기업을 비난하는 이들이 많지만 해피콜은 오히려 대기업과 국가가 올려놓은 국가 브랜드 덕분에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전
해피콜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한국 대표 주방용품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홈쇼핑 중심의 유통 채널과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일관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는 일이다.
해피콜 홈쇼핑 매출 비중은 2008년 81%에서 올해 10월 현재 63%로 낮아졌다. 대신 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 매출은 같은 기간 10%에서 16%로 상승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맞는 브랜드 전략과 프로모션도 필요하다.
 
이 사장은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흔들림이 없는 품질과 가격과 같은 브랜드 신뢰도에 집중했다”며 “내년부터는 브랜드 전략과 광고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피콜은 과거 해외 진출을 위해 수출용 고급 브랜드 ‘쉐펠’을 만들었다. ‘해피콜(Happycall)’이라는 브랜드 명칭이 해외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면팬을 만든 해피콜’이라는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잃게 돼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는 실패를 맛봤다. 지금도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해피콜’과 ‘쉐펠’의 두 가지 브랜드를 모두 혼용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피콜은 과거 매출이 급등했다가 추락하는 아픔도 경험했다. 현재는 잘 나가지만 언제 다시 매출이 고꾸라질지 모른다. 안정적인 매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 등 신시장 개척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덩치에 맞는 경영시스템과 조직 문화도 구축해야 한다. 해피콜의 직원은 430여 명에 이른다. 공장은 부산지역 4군데에 흩어져 있다. “회의 한 번 하려면 산을 넘어 다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효율이 남아 있다. 또 과거 회사를 흔들었던 노사갈등과 미숙한 재무 회계 등의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적자원 관리, 안정적인 조직 문화, 선진적인 경영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현경(23·이화여대 문헌정보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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