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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시련 막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자비네 A. 아인빌러(Sabine A. Einwiller),마티아스 M. 버크(Matthias M. Birk),기타 V. 조하르(Gita V. Johar) | 63호 (2010년 8월 Issue 2)
 
도요타 자동차는 2009∼2010년 동안 급가속 사고와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사건은 결국 대규모 리콜 사태로 이어져 올해 2월까지 무상 수리를 위해 회수된 차량만도 총 850만 대 규모에 달했다. 그런데 사실 가속 페달 오작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례는 이미 2005년부터 터져 나오고 있었다. 결국 도요타는 차량의 안전과 직결된 이번 문제에 대해서 2009년 훨씬 이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리콜을 피해왔던 셈이다. 이러한 도요타의 미온적인 태도를 좌시하지 않은 소비자들과 언론의 비판은 연일 거세졌다. ‘미 상원, 도요타가 안전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일갈’1  ‘도요타, 부끄러운 줄 알아야’2 와 같은 성토의 목소리가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안전과 품질을 무엇보다도 앞세웠던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는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 가지였다. 묵묵히 이 혹독한 시련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도요타가 겪었던 위기는 대대적인 언론의 공세와 시장감시 강화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비즈니스 악재다. 위기 때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브랜드의 훼손을 막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
우리는 설득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위기관리 종합커뮤니케이션 방안을 도출했다. 위기에 빠진 브랜드를 구하고 고객들의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활용이 필수다. 투자자와 같은 이해관계자도 중요하지만,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고객과 소비자에 대한 대응 관행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위기에서 ‘제대로’ 빠져 나오기만 한다면, 브랜드 이미지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활용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회복 불능 상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대개 소비자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을 때가 위기의 시작이다. 문제의 원인이 될 만한 일정한 패턴을 찾을 수 없을 때, 소비자들은 그 사건이 왜 일어났을까 고민하게 된다.3  위기가 닥치면, 이에 대한 소식을 언론이나 주변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다음과 같은 연속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확률이 높다.
- 이것이 사실인가?
- 누구의 책임인가?
- 의도적인 것이었나?
- 이 브랜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할까?
-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 브랜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며, 그 답은 해당 브랜드가 위기시는 물론 그 전후에 보여준 커뮤니케이션과 어느 정도 관련되게 마련이다.
 
위기 헤쳐나가기
우리가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안들은 대중의 심리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앞서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이들을 도와 해답에 이르게 한다. 실제 상황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이 동원된다.
- 잘못에 대한 고발의 진실성 유무
즉, 이 위기가 진짜 위기인가?
- 위기의 심각성 정도
- 기존 및 잠재 고객이 브랜드와 강력한 개인적 동질감을 맺고 있는가의 여부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안으로 이루어진 포괄적 위기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를 개발해냈다(‘이번 연구에 대해서’ 참조).
고발 내용이 사실인가 첫 번째 질문은 위기를 야기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진실되고 믿을 수 있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가의 여부다. 도요타가 불량 가속 페달의 결함과 바닥 매트 끼임 현상 또는 전자 시스템의 오류 가능성을 인명 사고 발생 이전에 정말 알고 있었을까? 정말로 도요타는 문제가 잠잠해지기를 희망하면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피해보려고 시도했던 것일까? 만일 도요타가 세간의 이러한 규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경영진에서는 이를 고객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도요타의 위기를 야기한 이번 사건의 근거가 확실한지를 고객이 믿느냐의 문제는, 고객 자신이나 지인들이 실제로 겪었는가 여부 또는 소식의 출처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등 믿을 만한 기관인지의 여부와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도요타 사건의 결정적인 도화선은 911 통화 기록이다. 크리스 라스트렐라는 자신이 탄 렉서스의 가속 페달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동승한 3인과 함께 사망하고 말았다. 911 통화 내용의 진실성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통화 기록은 여러 번 방송 전파를 탔기 때문에 이를 반복해서 들었던 청취자들은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니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믿을 수 없는 출처로부터 반복해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은 경우에도 이와 같은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4  그러나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크게 동질감을 갖는 경우에는 자신과 브랜드의 긍정적인 유대감 보호를 위해 고발 내용의 타당성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5
 
 위기가 심각한 수준인가 위기의 심각성은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 있다. 여기서는 소비자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기업 또는 브랜드 관리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위기를 촉발시키는 사건은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황상 또는 언론 때문에 확대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 한 예로, 2005년 유럽 각국에 유통된 분유에서 잉크 자국이 발견됐을 때 당사자인 네슬레는 사안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레트마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공개 석상에서 거리낌없이 ‘찻잔 속의 태풍’이란 식의 표현을 쓸 정도였다. 후에 EC(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 의해 공식 확인된 바이기도 하지만, 당시 네슬레는 이 분유를 먹어도 건강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물론 문제의 분유가 유통된 국가의 식품 안전 당국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게다가 커뮤니케이션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보다는 대중의 인식이기에 이는 중대한 문제였다.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동일시하는가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역시 소비자가 브랜드에 얼마나 확고한 동질감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실 소비자의 브랜드 동일시야말로 위기가 닥쳤을 때 끔찍한 재난으로부터 기업을 지켜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 준다. 이러한 충성 고객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해서 감정적인 유대감으로 발전시킨다.6  이와는 대조적으로 브랜드 동일시가 없는 고객은 브랜드의 잘못을 고발하는 정보가 입수됐을 때 주어진 정보의 진실성에 대해 고민하고 사실 여부를 판별하려는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손쉽게 겉으로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보의 출처가 신뢰할 만하다면 더욱 그렇다. 또 이로 인해 그 브랜드 또는 해당 기업의 다른 측면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높다.7  그러나 잘못의 정도가 대단히 심각한 경우에는 고객의 브랜드 동일시조차도 아무런 보호막이 돼 주지 못한다. 그 결과 브랜드 이미지는 열렬한 충성 고객 사이에서도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8


커뮤니케이션 무기 창고
경영진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핵심 질문을 작성한 다음 이에 맞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접근법을 선택할 수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우리가 제시한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의 근간이 된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에 대해 요약하고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참조) 구멍을 뚫어야 할 기술자가 연장으로 망치를 택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경영진은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해서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가를 인지한 후 커뮤니케이션 창고에서 적합한 병기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듯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접근법들은 다양한 조합으로 활용될 때 최고의 효과를 거두는 법이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한다 만일 해당 브랜드가 진짜로 잘못을 저질렀고 위기가 심각하다면, 경영진에게 남은 선택은 한 가지뿐이다. 곧바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같이 겪는 심정으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현 시대는 전반적으로 투명성이 높고 언론과 시민 기자들의 감시를 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잘못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성공할 확률은 낮다. 경영진의 목표는 브랜드에 책임이 있고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믿는 소비자 인식을 줄이고, 이런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법적인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어차피 소송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당장 눈앞의 금전적 손해 때문에 미적거리다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나쁜 소식일수록 더 빨리, 되도록이면 순식간에 터뜨려야 한다.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방울마냥 찔끔찔끔 사람들에게 정보가 새어 나가면, 안 좋은 소식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은 해당 브랜드에 닥친 위기를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고 결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나빠진다. 투명성은 필수다. 유사한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는 규제 및 안전 조치는 물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 때 전문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을 내세우지 말고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로 하여금 사건을 올바르게 이해시키고 경영진이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최고경영자가 전달하는 내용이 믿음직하다면 소비자들은 위기 이전보다 강력한 지지자로 변할 수도 있다.9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시정 조치 역시 뒤따라야 한다. 물론 회사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말이 소비자들에게 와 닿겠지만, 만약 행동으로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큰 신뢰를 쌓게 마련이다. 따라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피해자들에게 해결책과 구제책에 대해 분명하고 알아 듣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만일 제품을 리콜하는 경우에는, 시정 조치와 더불어 대체품을 수령하거나 수리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
도요타의 위기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을 보여준다. 우선,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공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지도 않을 때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해로운가의 예다. 오래 전부터 안전 문제에 이상 징후를 포착했으면서도 도요타는 NHTSA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전까지는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적극성이 보이지 않았다. 도요타 아키오 회장 겸 CEO가 최초로 정중히 사과를 한 자리는 도쿄의 일본기자협회(JNPC) 앞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을 향한 직접 사과는 이로부터 무려 넉 달이 지난 후였다. 게다가 등장한 사람은 도요타 아키오 회장이 아닌 미국 판매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짐 렌츠였고 이나마도 홈페이지의 동영상을 통한 것이었다. 시정 조치 역시 제때 제공되지 않았고, 제공되고 나서도 효과가 없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0년 4월에는 NHTSA에서 164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도요타 측이 특정 모델의 가속 페달이 안고 있는 결함을 은폐하고 이를 제때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도요타는 온갖 고초를 겪을 대로 겪고 나서야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과 조치들이 이루어졌다. 이제 그에 더해 브랜드에 대한 잠재적 저항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에서 다룰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이 그것이다.
브랜드 후광을 강화한다 사과의 말이 필요한 상황까지 오면 그 브랜드는 이미지 강화가 시급할 수 있다. 그래야 그 브랜드에 대한 동질감이 아직 약한 고객들이 해당 브랜드에 대해서 더욱 악화된 이미지를 갖게 되거나 브랜드의 특정 부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다른 부분으로 전이시키는, 소위 ‘스필오버(spillover)’ 현상을 막을 수 있다.10  스필오버를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브랜드 동일시가 약한 고객들은 보다 폭넓은 시야에서 정보를 해석하게 된다. 그 브랜드에 자신이 좋게 생각하는 측면을 가지고 그 정보가 이 브랜드의 다른 측면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결정하게 된다.11  따라서 사과 단계 다음에는 반드시 브랜드 광고와 홍보 활동이 나와줘야 하며, 이때 어떤 방식으로든 잘못에 대해 변명을 하려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조치가 있어야 위기의 여파 속에서도 지체 없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도요타는 이러한 전략을 따랐다.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도요타가 브랜드 강화를 위해 선택한 방안은 TV 광고였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잘못을 바로잡는 데 전념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고 안전과 품질의 도요타라는 오랜 전통을 소비자들에게 환기시켜주었다. 중요한 점은 이 광고에 미국 소재 도요타 공장만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도요타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넌지시 전달했던 것이다.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은 회사가 전하는 메시지에 소비자가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효과를 내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 방법은 고객들이 위기의 구체적인 내용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적합하다. 브랜드와의 동질감을 갖고 있지 않은 고객이나 고발 내용에 대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반박 논리를 만들어낼 정도가 아닌 고객들을 위한 대응 방안으로 특히 효과적이다.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은 고객이 회사의 선의에 대해 확신할 수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을까?” 라는 질문에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우선 소비자들은 도요타가 고객의 안전보다 이윤 극대화를 우선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사고는 피할 수 없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예외적인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법이다. 만일 여기에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소비자는 그 브랜드 전체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은
고객이 회사의 선의에 대해
확신할 수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아무리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을 구사해도 향후의 심각한 위기로부터 해당 브랜드를 철저하게 지켜낼 수는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2010년 4월에 발생한 멕시코만 앞바다의 원유 유출 사고는 참으로 반갑지 않은 예다. 수년 동안 BP는 대체 에너지에 집중 투자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멕시코만의 유정 사고로 인해 BP는 ‘더러운 석유(Bad Petroleum)’라는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고착시켜 버렸다. 친환경적이고 진실된 기업으로서 ‘원유를 넘어서는(Beyond Petroleum)’ 비전을 보여주겠다던 BP의 새로운 브랜드 기치는 원유 시추장비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폭발과 시커먼 원유가 인류의 소중한 자연 자원을 더럽히고 있는 이 끔찍한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산산조각이 났다.
나뿐만 아니다” 대응 기업이 저지르는 잘못은 사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브랜드만이 겪는 이례적인 사태는 아니다. 같은 일이 언제든 다른 브랜드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소비자들이 이와 같은 점을 이해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을 해당 브랜드의 다른 측면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누그러질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류의 사건이 이 브랜드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위기의 원인이 시장 상황 때문이어서 경쟁업체도 잠재적으로 이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단서가 제공된다면, 소비자들은 사건의 책임을 전적으로 해당 브랜드에 전가하지 않는 균형 잡힌 논리를 갖게 된다.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서 어떤 기업의 잘못을 편견 없는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소비자라면 결국 이 기업의 브랜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델이 겪은 랩탑 컴퓨터의 배터리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2006년 델이 제작한 랩탑에 불이 난 사건 소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델은 고객의 안전에 미칠 위험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440만 대의 랩탑을 회수 처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델 측에서 폭발의 원인을 불량 배터리로 짚어냈다는 점이다. 이 배터리는 소니가 제작한 제품이었다. 몇 주가 지나자 다른 컴퓨터 제조업체들 역시 소니가 제작한 배터리를 탑재한 랩탑의 리콜에 들어갔다. 이러한 경쟁 업체들의 조치에 힘입어 델은 리콜 조치의 정당성을 입증 받았다. 더 나아가 일찍부터 리콜을 단행한 결정이 오히려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높은 서비스 정신의 구현으로 비쳐졌다. 결국 이 사건을 둘러싼 대중의 비판 여론은 델이 아니라 소니에 집중됐다. 오히려 소니는 책임 인정, 관련 정보 공개, 전 세계 시장에서의 리콜 등 후속 조치를 발 빠르게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나뿐만 아니다”는 대응 전략은 특히 브랜드 동일시가 높은 소비자들에게 효과가 있다. 이러한 소비자 집단은 비판 여론에 맞서서 브랜드를 옹호할 자세가 돼 있으므로,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아끼는 브랜드를 옹호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책임을 전가할 다른 대상이 쉽사리 보이지 않을 경우에, 소비자들은 발생한 잘못에 대해서 해당 브랜드를 비난하고 나서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은 대부분 자동차 제조업체와 상관 없는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경우에서처럼 만일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현명하지 않다. 소비자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을 쉽사리 바꾸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최종 생산품의 품질을 보장하리라고 믿었던 바로 그 기업에 책임을 묻고자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문제 상황의 책임을 묻는지의 여부는 그 기업의 과거 행적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유사한 위기를 겪었던 전례가 있다면 이 브랜드는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더 듣게 될 것이다.12  거꾸로 살펴 보면, 만일 그 브랜드에 대해 우호적인 평판이 조성돼 있는 상황이고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신뢰하고 동질감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설사 잘못된 상황이 벌어져도 브랜드를 향해서 책임을 묻는 일이 덜하게 된다.
예방 백신 이 방법은 위기에 미리 대처할 것을 요구하는 유일한 전략이다. 이 아이디어는 브랜드에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얼마간 전달하되 이에 반박하는 반대 논리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미리 준비시킨다. 이러한 조치는 고발 내용이 터져 나오기 전에 미리 취해져야 한다. 예방백신 전략은 위기가 심각해지고 언론에 대서특필될 사건일 경우에 특히 효과가 높다. 만일 브랜드 동일시가 높은 소비자조차도 언론에 보도된 기사에 의해 자신이 신뢰하던 브랜드를 의심하기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선수를 치는 편이 현명하다. 닥쳐올 비판의 목소리를 예기하고 그에 대해 소비자에게 반박 논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예방 조치용 메시지는 브랜드를 공격해 들어오는 ‘위기 바이러스’를 막아준다는 점에서 질병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과 같은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예방 접종을 맞고 면역 체계를 강화해서 위기가 닥쳤을 때 이와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추게 된다. 예방 조치는 심지어 위기를 야기하는 사건이 사실인 경우에도 대단히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예방 접종을 맞은 소비자들은 위기 상황이 언론에 비쳐지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방백신 전략의 효과는 월마트에 대한 연구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월마트는 소비자를 향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아서 광고를 제작했다. “우리 월마트는 근로자에게 열악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략) 월마트의 전임 근무자가 받는 시간당 임금은 연방 정부가 정한 최저 임금 수준의 두 배 가까이로 책정돼 있습니다.” 월마트의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과 비교했을 때 임금 문제로 월마트에 쏟아지는 비난을 덜 믿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예방 접종 효과가 스필오버 효과를 가져와 임금과 관련이 없는 월마트를 향한 다른 비난에 대해서도 덜 의심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13
그렇다, 그렇지만…” 대응 경영진은 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함으로써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전략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을 누그러뜨리는 논리까지 더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합리화의 태도는 자발적으로 이 브랜드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내지 않을, 브랜드 동일시가 없는 소비자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이런 소비자들은 다른 방법을 써서 제대로 설득 받은 경우가 아닌 다음에는,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행위가 의도적이었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믿을 확률이 높다. 더욱이 이러한 소비자들은 이를 해당 기업의 브랜드가 가진 ‘진짜 얼굴’로 받아들이고 유사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하기 쉽다고 믿어버린다. 따라서 어떤 잘못이 있었다면, 이에 대한 원인을 제시해서 브랜드 동일시가 없는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의 책임에 대해 가볍게 받아들이고, 그 브랜드로부터 등을 돌리는 일이 없게끔 해야 한다.
반박 앞에서 다룬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모두 해당 기업의 잘못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게 사실일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비난이나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경우, 피해 기업이 적극 나서서 응대하지 않으면 자칫 잘못을 인정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만일 거짓 비난과 고발로 인해서 촉발된 위기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라면 위기에 처한 기업은 고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겉만 번지르르한 사기라는 것을 밝혀 내고 브랜드를 지켜야 한다.
1993년, 펩시 콜라는 주사기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간 콜라를 판매했다는 고발 사례가 다수 발생해서 골치를 썩었다. 이 문제는 곧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지만 펩시 측은 제품 변조에 관한 위기 대응안을 갖고 있었던 데다가, 건강 상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확인해 주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지원 덕택에 위기는 발생 8일이 채 지나기 전에 종결됐다. 펩시는 언론사를 통한 비디오 뉴스라는 생생한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선택했다. 펩시는 콜라 캔 생산 공정을 공개하면서 캔에 콜라를 붓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였다. 콜라 캔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주장을 최초로 보도했던 언론사들조차 펩시 측의 비디오를 내보냈다. 펩시의 사례는 신속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제대로 된 대처 방안의 보유, 설득력 있는 반박 증거, FDA와 같은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제 3자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가세해 그 효과는 훨씬 커졌다.
반박 전략은 실제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위기 상황이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될 위험성이 있을 때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 동일시가 없는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이다. 반면, 브랜드 동일시가 높은 소비자들은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 아닐 때에는 스스로 반대 논리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도움이 덜 필요하다. 이들은 브랜드에 대한 비난 내용이 터져 나오면 즉각적으로 그러한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의심하기 마련이며 자발적으로 반대 논리를 생성할 수도 있다.
반박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만일 반박 증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하면 이 쪽의 방어적 자세만 들켜버리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반박 대상이 비난의 발원지를 향하게 될 때는 아래의 ‘고발자 비판’ 전략의 형태를 띨 수 있다.
고발자를 비판하고 나선다 거짓 비난이나 고발의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단순히 방어적 주장을 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적극적인 공세 전략을 펼치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출처의 신빙성을 무너뜨려서 그가 펼치는 주장의 신뢰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고발자 비판 전략은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도, 고발자 비판 전략은 브랜드 동일시가 약한 고객들에게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강력한 브랜드 동일시를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는 필요 없다.
고발자 비판 전략은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겁한 겁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위기 상황 동안 남(南)일리노이 대학의 한 교수가 어떤 추적 정보도 남기지 않은 채 의도적이지 않은 급가속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도요타 차량의 전자 제어 시스템 결함 가능성을 암시하고 나섰다. 도요타 측에서는 해당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며, 실험실에서만 가능한 조작이라고 일축해버렸다. 도요타는 전문가에 의한 자체 연구 결과를 상세히 담아 비디오 자료로 제작했다. 여기에 이를 지지하는 스탠퍼드대 교수의 증언도 덧붙였다. 도요타가 제시한 반박 자료는 고발자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고 언론을 통해 효과적으로 퍼져나갔다.
부인(否認)어떤 상황에선 단호한 부인 전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브랜드에 대한 비난이 사실이 아닐 때, 목표 고객이 브랜드에 동질감을 갖고 있을 때, 이러한 고객들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다른 조건들도 적용된다. 만일 브랜드에 대한 비난이 만만찮은 힘을 얻어가고 있고 브랜드와 분명히 연관돼 있으며 이것이 언론에서 크게 보도됐다면 부인 전략은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사용한다면 부인 전략은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나 브랜드가 그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회사의 입장은 반드시 대중의 눈에 타당하게 보여야 한다.
1996년 유명 패션 디자이너 토미 힐피거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서 “유색인들은 내 옷을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확산되고 소비자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이쯤 되자, 토미 힐피거 측에서는 잠자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회사는 각종 온라인 토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소문을 부인하는 입장을 게재했다. 또한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루머의 진원지를 추적하기도 했다. 윈프리는 1999년 자신의 쇼에서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힐피거는 윈프리 쇼에 출연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2007년 5월에는 힐피거 자신이 윈프리 쇼에 직접 출연해서 소문이 거짓이라고 말해야 했다. 힐피거의 출연과 윈프리의 지지(윈프리는 이 소문을 “결코 일어난 적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에 힘입어 소문은 가까스로 사라지는 듯했다.
부인 전략의 핵심은 메시지의 신뢰성이다. 부인하는 말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결백을 입증해주는 서술적 설명을 제공하고 메시지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전술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문성이 높거나 객관적인 사람의 입을 통해 메시지를 전파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펩시콜라의 주사기 캔 사례에서처럼 제 3자적 전문가인 FDA의 지지는 브랜드가 내보내는 부인 메시지의 신뢰성을 크게 높여 준다.
부인 전략의 효과성은 브랜드에 동질감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브랜드와의 동질감을 갖고 있지 않은 고객들은 브랜드가 어떤 설명을 해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들에게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결론
위기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부정적인 영향력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위기의 늪에 빠져 있는 기업은 어찌해서 지금의 문제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왜 자신의 브랜드를 더 이상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가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위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일관되고 명확한 서술 체계를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브랜드의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물론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제시한 여러 가지 커뮤니케이션 접근법 가운데 적합한 것을 선택해서 소비자의 반발을 방지하고 위기가 닥쳐왔을 때조차도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도요타의 사례에서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신속한 대처야말로 지상 과제라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 24시간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전달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또한 강력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사방에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돌발 상황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도요타는 처음에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지 않고 머뭇거리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두 번째 교훈으로 연결된다. 기업은 상세한 계획, 즉 위기 시 취해야 하는 단계별 행동 방안을 담은 프로토콜을 상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 한다. 여기에는 위기 시에 회사를 대표해 대중 앞에 서게 될 책임자 지정, 긴밀히 연락할 수 있는 언론사 인맥들의 연락처, 언론사 배포용 표준 문안(물론 매 사안에 따라 편집, 변경 후 사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 위기관리 계획에는 위기로 인해 행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지침 역시 들어가야 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 자세로 행동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미뤄볼 때, 도요타는 문제가 위기 상황으로 발전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세 번째 교훈은 CEO의 역할이다. 특히 심각한 위험 상황에서는 CEO 가 직접 대중 앞에 서야 한다. 그보다 직급이 낮은 다른 경영진이 나서서 사과를 한다면 효과가 없다. 더 나아가 사태에 대한 회사측 발표를 제일 처음 전하는 사람도 CEO면 가장 이상적이다.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미국 소비자를 향해서 말문을 열기는 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처음부터 CEO 자신이 급가속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대중의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넷째,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중이 모른 채로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어쩌면 도요타의 초기 바람도 그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도요타는 수동적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단 위기가 터지면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회사는 솔직한 자세로 대중 앞에 서야 한다. 다른 방법은 전혀 없다. 초기부터 우왕좌왕하던 도요타도 결국 소비자들 앞에 서서 솔직한 자세로 잘못을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고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브랜드 후광 강화’ 전략도 함께 활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느리고 미숙한 대응 탓에 옛 명성을 되찾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도요타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 무시 못할 커다란 장점도 갖고 있다. 이번 위기 발생 이전까지 쌓아온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번 위기가 앞으로 잘 관리되고 결함 수리가 제대로 됐다는 게 입증되기만 한다면 위기로부터 빠져나올 기회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2010년 2, 3월 도요타의 이번 위기 처리 태도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설문 조사가 있었다. 도요타 차량 보유자들은 다른 브랜드 차종 보유자에 비해서 도요타가 브레이크 페달의 리콜 문제와 관련해 적절히 대응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이 뜻밖의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많았다. 또 이번 사고로 앞으로 도요타 차량을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낮았다. 이들에게는 여전히 도요타가 가장 신뢰할 만한 자동차 브랜드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4
본고에서 밝혔듯이, 위기에 대비해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올바른 전략 선택을 위해서는 고객들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앞서 제시한 몇몇 사례에서처럼, 경영진과 고객이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위기의 성격(사실 여부, 심각성,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고객의 브랜드 동일시 등)이 규명된 후에는 대응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위기는 단순하기보다는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본고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는 획일적으로 적용할 솔루션이라기보다는, 위기 시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브랜드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매니지먼트 리뷰 2010년 여름호에 실린 ‘How to Save Your Brand In the Face of Crisi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자비네 A. 아인빌러(Sabine A. Einwiller) 자비네 A. 아인빌러(Sabine A. Einwiller) | Univ.-Prof. Dr. Sabine Einwiller is the professor of Public Relations Research at the University of Vienna’s Department of Communication and head of the CCom Research Group.
    sabine.einwiller@univie.a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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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티아스 M. 버크(Matthias M. Birk) | Matthias M. Birk is a consultant in a leading strategy consulting 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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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vj1@gsb.columbi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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