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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찻잔 속의 태풍?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유정식 | 5호 (2008년 3월 Issue 2)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
 
박사급 연구원 수백 명이 환율을 예측하는 것보다 동전 던지기로 예측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인간이 미래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미래에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환경 변화를 가져오는 주 요인을 파악하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점검하며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경영 기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미래 준비’가 그 핵심입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세계 경제를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가진 사안에 대해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최고의 경영 전문가들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과 시나리오 플래닝 전반에 대한 현장형 솔루션과 케이스 등을 집약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확산되면서 G7 재무장관회의는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손실이 4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술 더 떠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볼프강 문차우는 피해액이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란 비관론도 폈다.
경제 예측 기관들이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각종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의견이 서로 다르거나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서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경제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마치 베이징에서 펄럭인 나비의 날 개짓이 멕시코만에 허리케인을 일으키듯,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의 연쇄반응은 아주 미세한 변화 하나만으로 세계의 경제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다. 거꾸로 별 일 없었던 듯 모든 문제가 사라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는 나빠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는 매우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항상 정확한 예측을 시도한다. 그러나 예측은 틀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는 ‘만용’을 버리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서브프라임이 미래 경제의 어떤 부분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는가? 둘째, 불확실한 요소들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가? 셋째, 그렇다면 불확실한 여러 상황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만일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불확실성은 고스란히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 프로세스를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 플래닝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야기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요인를 찾아내고, △각 요인들이 취하게 될 미래 사건의 조합인 시나리오를 규명하고, △기업이 각 시나리오별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표 1]과 같은 5가지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필자는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한 후 미국과 유럽에 내다 파는 전형적인 수출기업 A사를 가정해 시나리오 플래닝 과정을 예시해 본다.

핵심이슈 정의
핵심이슈 파악이란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회사의 어떤 문제를 결정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은 경제 예측가에게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 놓은 다음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수출기업 A사의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 하에서 전략적으로 의사결정해야 할 몇 가지 핵심 이슈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판매처를 확대해야 하는지, 기존사업을 축소하고 신규사업으로 진출하는 전략이 옳은 것인지, 혹은 경쟁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야 하는지 등이 모두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A사가 ‘신규설비를 구축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가’란 문제를 핵심이슈로 선정했다고 가정하자.
 
변화 동인(Change Driver) 파악
변화 동인이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가정할 수 있는 변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안을 가속화하는 대표적인 변화 동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막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급격하게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채권 투자 비중을 낮추는 대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은 물론이고 금, 곡물, 철강 등의 실물시장으로 투자처를 확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원자재 분야로 투기 수요가 몰려들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약세와 바이오원료 생산의 확대도 곡물과 같은 원자재 값 급등에 한몫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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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정식

    - (현) 인퓨처컨설팅 대표
    - 왓슨와이어트, 아더앤더슨 시니어 컨설턴트 역임
    - 기아자동차, LG CNS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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