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혁신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감원과 예산 삭감에 대처하면서도 단기 실적을 달성하라는 압박은 높아진다. 포레스터 리서치가 102개 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5%의 기업이 혁신 예산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 다른 23%의 기업은 오히려 혁신 예산을 증가시켜 불황을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었다.
불황기에 오히려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들의 변화 요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의 신속한 변화를 갈구한다. 소비자들은 개개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편의성 향상도 요구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기업은 변화하는 고객 욕구를 파악해 신속히 대처해야 성장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식품 제조회사인 크래프트(Kraft)는 불황기에 외식 소비가 감소할 것을 사전에 예측, 고객이 새롭게 즐겨 찾는 대체 식품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둘째, 마케팅 예산 감소로 매체 전략에 있어서도 빠른 변화가 요구된다.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마케팅 예산이 3% 이상 감소한다. 일선 마케팅 담당자들이 예산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존 마케팅 방법을 고수하면서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마케팅 담당자들은 마케팅 비용을 단순히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예산 압박을 돌파하고 있다. 즉 소셜 미디어와 같은 쌍방향 마케팅 도구 활용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와 생활 방식의 변화는 물론, 정보통신 기술 등 인프라의 변화에 부합하도록 마케팅 매체와 광고 형태를 조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불황기에 혁신을 주도한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 좋은 예가 애플(Apple)이다. 2000년 이후 기술 집약적인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도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애플은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부합하는 신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이런 혁신의 노력은 아이팟, 아이튠즈, 아이폰,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같이 애플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기업 내·외부를 활용해 혁신 효과 극대화
예산 압박에 직면한 마케팅 담당자들은 현재 비즈니스를 유지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아웃사이드 인’ 혁신(외부 고객과 사회 요구 및 그 변화를 기업의 제품, 서비스 등에 반영)과 ‘인사이드 아웃’ 혁신(경쟁력 있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을 병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1)
①’아웃사이드 인’ 혁신: 변화하는 고객 요구 반영 차별화된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욕구나 소비 습관의 본질적인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기반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소비자의 일시적인 강한 요구나 회사의 단기적인 경쟁력을 근거로 한 마케팅 전략보다 더 효과적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아래와 같은 방법을 통해 외부 고객들을 회사 경영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회사가 소비자들의 요구를 언제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한 혁신 추진과 성공 확률 향상: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사 결과, 47%의 마케팅 책임자들이 소비자 커뮤니티를 활용해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명 소매 업체인 JC페니는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전략을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JC페니는 앰브릴(Ambrielle)이라는 란제리 제품군의 디자인 개선을 위해 별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기까지 했다. JC페니가 여기서 수집한 고객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해 새롭게 디자인한 제품들은 혁신적인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을 혁신 프로세스에 참여시킴으로써 JC페니는 경영 컨설팅을 받거나 시장 조사를 실시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의 반응과 요구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반영할 수 있었다.
혁신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에 고객 참여 유도: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사 결과, 41%의 마케팅 책임자들이 혁신 프로세스의 초기 단계에 고객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고객의 조기 참여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를 혁신적으로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여성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마케팅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초기 단계에 인류사회학을 접목한 조사 연구 기술을 활용해 고객 의견을 반영했다. 조사 결과 BOA는 이 세대 여성들에게는 금융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달러 단위로 반올림하는 성향과 저축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있음을 파악했다. BOA는 이 결과를 활용해 ‘잔돈은 가지세요(Keep the Change)’라는 혁신적인 마케팅 프로그램을 디자인했다.(그림1) 이 프로그램은 직불카드 사용 금액을 달러 단위로 올려서 결제한 후 이때 추가된 우수리 금액을 고객의 저축 계좌로 이체해주며 매년 이렇게 모인 누적 금액의 5%(최대 250달러)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푼돈을 아껴서 되돌려주는 콘셉트로 알뜰 여성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