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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시간을 잡으면 돈은 따라온다

김현정 | 48호 (2010년 1월 Issue 1)
잡지를 펴거나 텔레비전을 켜면 시간과 돈에 관한 마케팅 메시지가 수없이 쏟아져나온다. 맥주, 은행 서비스, 롤렉스 시계, 지퍼락 비닐 포장재 등등 어떤 제품의 광고에서도 시간과 돈에 관한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마치 광고주가 꼭 그 내용을 넣으라고 주문한 듯 보이기도 한다. 폴저스 커피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폴저스 커피 한 잔은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일깨워준다. 씨티은행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부유하게 살라’고 권한다. 혼다는 ‘돈을 절약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주장하며 염가 판매 행사를 홍보한다. 와튼 MBA스쿨의 캐시 모길너 마케팅 담당 교수는 “모든 광고들이 돈과 시간에 대해 언급하지만 이게 소비자의 태도와 행동에 어떤 영향에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모길너 교수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제니퍼 아커 마케팅 교수는 최근 이 주제에 관한 새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두 교수는 기업들이 시간과 돈을 주제로 하는 광고 캠페인을 기획할 때, 이 두 요소가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길너 교수는 “놀랍게도 돈이나 시간에 대해 언급하는 아주 사소하면서도 흔한 기법만으로도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광고에 반영하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에 대한 개인적인 유대감을 떠올린다. 밀러 맥주 광고에 나왔던 ‘이제 밀러 시간’이라는 유명한 광고 문구를 보자. 이 광고 문구가 등장했던 1980년대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 광고를 기억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밀러 맥주를 하나의 일상, 즉 업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 순간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길너 교수는 벨기에의 고급 맥주 스텔라 아토이스 광고를 들어 돈, 사회적 지위, 광고의 관계를 설명했다. 스텔라 아토이스 맥주 광고에는 할머니에게 아름답고 값비싼 빨간색 신발을 선물하기 위해 돼지몰이, 나뭇가지 운반, 염소치기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할머니께 선물을 드리려는 순간, 이 남자는 스텔라 맥주를 발견한다. 이후 이 남자는 웨이트리스에게 신발을 넘겨주고 대신 맥주를 받아든다. 모길너 교수는 “이 광고는 물론 재미있다. 더 중요한 건 이 광고가 해당 맥주 회사에서 내세운 광고 문구 ‘완벽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밀러와 스텔라 아토이스는 맥주를 팔기 위해 광고를 한다. 하지만 광고에다 시간이나 돈의 개념을 접목시켰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맥주를 연상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맥주를 떠올린다. 두 교수는 밀러와 스텔라 광고를 비교하면 ‘이제 밀러 시간’이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좀 더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제품에 더욱 친밀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길너 교수는 “특정 제품을 소유하기 위해 지출한 돈에 관한 생각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을 경험하는 데 투자한 시간에 초점을 맞춰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입 가격 때문에 제품과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특정 고객이나 특정 상품에서는 돈에 대한 생각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돈과 시간의 차이: ‘대체 가능성’과 ‘모호성’
모길너와 아커 교수는 지난 8월 에 ‘시간과 돈의 효과: 개인적 유대감을 통한 제품에 대한 태도 및 결정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기고해 자신들이 행한 몇 차례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두 교수는 돈과 달리 시간은 대체할 수 없는 대상이기에 사람들은 시간을 잃는 일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고통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시간은 돈에 비해 어떻게 사용했는지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책임감을 덜 느낀다는 뜻이다. ‘대체 가능성’과 ‘모호성’이라는 2가지 특성은 소비자들이 시간과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차별화 요소다.
 
두 교수의 연구는 제3의 특징, 즉 돈과 시간이 소비자의 개인적 경험, 정체성, 감정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 교수의 논문 중 일부를 살펴보자. “우리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평가할 때 해당 제품을 사용할 때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제품에 개인적인 유대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개인적 유대감이란 해당 제품이 자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뜻한다.”
 
때에 따라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데 소비한 시간이 단순히 제품을 소유하는 행위를 통해 느낀 유대감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무언가를 소유했다는 명성을 원하고 물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를 상대할 때는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라. 즉 시간보다는 돈이 중요하다는 인상을 남겨야 소비자와의 개인적인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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