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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Wave

대장균으로 석유를 만든다

박근태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식중독을 일으키는 ‘악성 세균’으로만 알려졌던 대장균이 바이오산업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대장균은 ‘꿈의 화학 공장’으로까지 불린다. 과학자들은 조만간 대장균에서 석유를 대체할 연료는 물론 바이오 신약까지 만들어낼 전망이다.
 
사실 식중독을 일으키는 O157균이나 이질균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장균은 사람에게 전혀 해롭지 않다. 대장균은 항온 동물의 대장에서 살며, 사람이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비타민K를 합성하고 병원균의 체내 정착을 막는다.
 
과학자들은 특히 대장균의 물질 합성 능력에 주목한다. 잘만 이용하면 ‘생물학적 공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장균은 몸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다세대에 대한 연구를 단기간에 할 수 있으며, 다루기도 쉽다.(▶DBR TIP ‘대장균이 주목받는 이유’ 참조)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장균을 생명체의 신비를 밝히는 연구에 써왔다. 인류가 아는 생명과학 지식 중 거의 절반이 대장균에서 얻어진 것이다.
 
 
 
식중독균이 아닌 ‘꿈의 공장’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대장균을 이용한 화학물질 생산 공장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연구 팀은 시스템 생물학의 분석 기법과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특정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 재조합 대장균’을 만든다. 이런 대장균은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컴퓨터로 설계한 유전자를 재조합해 탄생하는 인공 균주다. 인공 대장균을 포도당 등 영영분이 풍부한 배양액에 뿌리면 원하는 화합물을 얻을 수 있다. 대장균은 세포 안의 화학 반응을 통해 배양액을 새로운 물질로 바꾼다.
 
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나일론 원료인 푸트레신(putrescine)을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푸트레신은 전체 나일론 재료의 50%를 차지하는 물질이다. 이 연구의 의의는 산업 원재료를 화석 연료가 아닌 바이오 기반의 화학 공정으로 개발했다는 데 있다. 현재 산업 원료로 쓰이는 화학 물질은 의약을 제외하고도 시장 규모가 1800조 원에 이르며, 주로 화석 원료에 기반한 석유 화학 공정으로 생산된다.
 
영국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올해 9월 이 교수 팀의 연구 결과를 이례적으로 크게 소개했다.
 
‘세포 공장’에서 휘발유 생산
최근에는 대장균을 이용해 대체 연료를 만드는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07년의 유가 위기로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대장균은 포도당이나 설탕을 석유와 비슷한 탄화수소로 바꿀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바이오벤처 아미리스(Amyris Bio Technologies)는 대장균을 이용한 석유 생산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합성생물학 기술로 대장균이 석유와 유사한 성질을 띠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만들게 해주는 대사 회로를 설계했다. 짧은 막대 모양의 대장균이 만든 인공 석유는 물에 섞이지 않는 등 진짜 석유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아미리스는 자동차 연료인 가솔린과 디젤을 대체하는 탄화수소 연료뿐만 아니라 비행기용 연료까지 개발했다. 아미리스의 ‘세포 공장’에서 만들어질 제트 연료는 기존 연로보다 어는점(기존 제트 연료: -40℃, 대장균 제트 연료: -57℃)이 훨씬 낮다. 또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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