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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Marketing

공간 활용에도 유용한 선택과 집중 전략

홍성용 | 45호 (2009년 11월 Issue 2)
많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스페이스 마케팅을 펼치려 애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스페이스 마케팅을 하는 기업은 매우 적다. 이에 관한 모범 사례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한국 매장을 프리스비(Frisbee)라는 별도의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애플 제품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간결함과 감각적 이미지를 잘 투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애플 제품들은 대체로 간결한 백색 또는 투명한 디자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기계’의 느낌을 주는 형태를 가급적 배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데는 이런 깔끔한 디자인도 한몫 했다.
 
애플 매장도 마찬가지다. 백색으로 구성된 프리스비 매장은 간결한 공간 자체가 주는 깔끔함과 단정함이 두드러진다. 화려한 장식을 거의 배제한 채 이 공간에서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체험 마케팅을 통한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자연스레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이미 뉴욕의 애플 스토어는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애플 스토어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처럼 유리 상자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보스턴, 도쿄, 베이징 매장도 마찬가지다. 간결한 사각형의 유리 상자, 정면에 간결하게 새겨진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애플 매장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하나의 테마에 집중해 고객에게 자사의 핵심 메시지만 전달하는 애플과 달리 많은 국내 기업들은 스페이스 마케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동 코엑스 주변에 포진한 국내 유수의 전자, 통신 회사들의 매장을 보자. 자사 제품의 모든 특징과 기능을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이것 저것 잡다하게 표현하다 보니, 해당 기업이 가장 내세우고 싶은 핵심 이미지가 무엇인지 도통 와 닿지 않는다.
 
흔히 ‘말이 많으면 핵심이 없다’고 한다. 스페이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매장을 너무 많은 요소들로 채워넣으면 정작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핵심이 사라진다. 최근 강남역에 만들어진 삼성전자 쇼룸 역시 동일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날까? 자신의 장점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가장 알려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관한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여전히 공급자 입장에서만 판단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기업들의 스페이스 마케팅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자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보여줘야 안심이 된다는 조바심은 결국 해당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분산시키고, 소비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할 뿐이다.
 
기업 매장은 다른 공간보다 장소와 비용의 제약이 크다. 아무리 화려한 매장을 꾸미고, 아무리 많은 고객이 방문한다 해도 고객에게 기업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그 공간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스페이스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살린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객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홍성용 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가 공간의 경영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건축 설계 및 인테리어 전문가인 필자는 모이스페이스디자인(www.moi-n.com) 대표로, 홍익대 및 계원디자인예술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 <건축가의 특별한 여행법> <스페이스 마케팅>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으며, ‘스페이스 마케팅’을 중심으로 공간 전략기획 컨설팅 및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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