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은 언제나 성장과 수익성의 압박에 시달린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요즘에는 이런 압박이 훨씬 심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버거워하고 있는 요즘에도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기업들이 있다. 과연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장 클로드 라레슈 교수는 이 차이가 모멘텀 효과(momentum effect)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모멘텀 효과는 마케팅을 이용해 무작정 고객에게 밀어붙이듯 제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제품 스스로가 팔리는 힘을 갖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눈앞의 수익만 따지는 전략으로는 결코 모멘텀 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 고객이 원하는 건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이기 때문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포럼 참석차 방한한 라레슈 교수와 인터뷰를 갖고 모멘텀 효과의 중요성과 활용 방법을 들어봤다. 그는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성적 존재”라며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 조직 운영 등 경영 전반의 모든 이슈에는 감정적 요인이 크게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자신도 모르는 잠재 욕구와 감정을 끄집어내고, 조직 운영에서도 이런 방법을 활용할 줄 아는 기업만이 모멘텀 효과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금융위기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는가?
“성장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 기업의 효율성은 놀랄 만큼 향상됐다. 특히 제조 분야의 효율성 향상은 눈부실 정도다. 그러나 마케팅 분야의 효율성 향상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 불황기에 많은 사람들은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데만 집중한다. TV나 신문에 광고를 내던 기업이 인터넷 광고를 늘리는 식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보다 마케팅 투자수익률(ROI)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얼마의 돈을 쓰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얼마의 효과를 창출했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설립 초기에는 매우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때문에 모멘텀을 생성하기도 쉽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효율성과 모멘텀을 잃어버린다. 한때 엄청난 모멘텀을 창출했던 기업조차 이를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엄청난 모멘텀을 보유한 환상적인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MS는 그 모멘텀을 상실했다. 윈도 비스타 출시 후 고객들의 반응을 봐라. MS가 자신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했다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은 애초에 등장하지도 못했을 거다. 대신 MS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했을 거라는 의미다.”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신호를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가?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만났을 때 ‘당신에게 악몽이란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직원들이 긴장하지 않기 시작할 때’라고 답했다. 자신은 언제나 직원들에게 건설적인 불만족을 주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브랜슨은 매우 친절한 사람이지만 결코 직원들이 안주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브랜슨은 그 흔한 MBA 학위도 없지만 모멘텀 효과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기에 오늘날의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생각하는 걸 멈춘다. 직원들이 5명일 때 놀랄 만큼 혁신적이던 기업이 직원들이 5000명이 되면 화석으로 변해버릴 때가 많다. 그리고 조직 내에는 관료주의와 남성적 권위주의 등이 판을 친다. 이게 바로 효율성을 해치는 주범이자, 모멘텀을 잃어버리는 때다. 조직 내에 황제처럼 행세하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숫자에만 집착하거나, 회사에 들어설 때마다 안개가 낀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면 그 회사는 이미 모멘텀을 잃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설사 상당한 성과를 거둔 기업이라 해도 한순간 그 모멘텀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