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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양 아닌 내부원리를 베껴라

신병철 | 4호 (2008년 3월 Issue 1)
앞선 경쟁자를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분명 벤치마킹과 모방은 유사하다. 하지만 두 개념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살펴본 대상의 전체를 따라하면 모방에 해당하고 대상의 성공 요인을 찾아내어 나에게 적용하는 방법은 벤치마킹이다. 즉 외형을 따라하면 모방이고 노하우를 적용하면 벤치마킹이라고 할 수 있다.
 
경영 분야에서 벤치마킹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록스사의 교육 및 조직개발 전문가 모임에서였다. 캐논 등 일본 제품이 밀려오면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80%에서 30%로 떨어졌던 제록스는 도대체 바다를 건너 온 제품이 어떻게 미국에서 제조된 제품보다 원가가 싸고 더 잘 팔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제록스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일일이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록스는 일본식 작업 요소들을 도입해 ‘생산성 혁신 운동’을 벌이며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제록스가 타사의 성공 요인을 비교 분석한 이러한 자사의 기법을 벤치마킹이라고 부르면서 벤치마킹이라는 용어는 확산되기 시작했다.
 
벤치마킹, 결과를 보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라
그럼 무작정 벤치마킹을 한다고 성공할 수 있을까. 벤치마킹에도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결과를 보지 말고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예를 보자. 2000년 이후 한국의 교육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온라인교육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메가스터디다. 메가스터디가 성공을 하자 경쟁자들은 당연히 메가스터디를 벤치마킹하게 됐다. 사이트 스타일과 강사와 교육방법을 벤치마킹한 4∼5개의 경쟁 사이트가 출현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메가스터디를 더 키워주는 결과만 낳았다. 엉성한 벤치마킹으로 사업도 실패하고 시장의 크기만 키워주게 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결과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메가스터디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보고 따라하다 보니 소비자는 차별점을 못 느끼고 남을 따라하는 2류 브랜드로 인식하게 됐다. 결과를 벤치마킹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제대로 된 벤치마킹을 하려면 결과를 보지 말고 과정을 봐야 한다.
 
다른 영역의 성공 요인을 벤치마킹하라
두 번째 기술은 다른 영역에서 성공 핵심을 가져오는 것이다. 다른 영역의 성공 핵심을 가져오면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기 쉽고 차별적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가 벤치마킹을 해야 할 대상은 외국의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패션회사, 백화점, 식품회사, 교육회사 등이어야 한다. 패션회사가 고객을 감동시키는 방법, 백화점이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 식품회사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방법, 교육회사가 고객을 교육하는 방법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지난해 말 한 신문에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를 벤치마킹해서 외제차를 싸게 파는 SK네트웍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SK네트웍스는 고가의 벤츠, BMW, 아우디 등을 기존의 판매사업자보다 싸게 팔아 국민적 관심을 모았는데, 이 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하이마트라는 것이다. 하이마트 성공의 핵심은 여러 브랜드를 대량 구매해 가격파괴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SK네트웍스가 외제차 판매 시장에 접목시킨 것이다. SK네트웍스에서 이런 얘기를 해줘서 알게 된 것이지 그러기 전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업종의 성공의 핵심을 가져갔기 때문에 눈치를 채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백미러도 다른 영역의 벤치마킹에서 탄생했다. 발명자는 재미있게도 아내의 화장거울을 보고 이를 벤치마킹해 백미러를 개발했다. 20세기 초반 경주용 자동차 선수였던 레이 하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의 경주용 자동차는 두 명의 선수가 차의 앞뒤에 앉아 경주를 했는데 앞에 있는 사람은 운전을 하고 뒤에 앉은 조수는 뒤를 바라보며 어느 쪽에서 경쟁차가 다가오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자동차 백미러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1911년 인디500마일(800km) 논스톱 트랙 경기가 큰 상금을 걸고 열렸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무게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다. 필수적인 부품 이외의 무게 중 가장 큰 것이 뒤에 앉는 조수의 몸무게였다. 어떻게 하면 조수를 태우지 않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레이 하륜은 아내가 화장할 때 사용하는 거울을 보고 무릎을 쳤다. 결국 레이 하륜은 자기가 직접 설계해 만든 백미러를 달고 인디500레이스에서 우승했다. 바로 이 아이디어로 인해 지금의 백미러가 탄생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스턴트 제품 중 하나가 라면이다. 라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가 만들었다. 패전 후 일본은 먹고살기가 힘들어 미국이 원조하는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연명했다. 지금의 닛신(日淸)식품 회장이었던 안도 모모후쿠는 어떻게 하면 일본사람의 입맛에 맞고 싸기도 하면서 보관도 용이한 식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오랜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저녁 아내가 튀김을 만들어 온 것을 봤다. 튀긴 음식은 잘 상하지도 않고 보관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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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철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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