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소비자를 구분하라

43호 (2009년 10월 Issue 2)

베스트바이는 자사의 고객을 ‘천사’와 ‘악마’로 분류했다. 천사란 고화질 TV 등을 소매 가격에 구입하는 소비자, 악마는 할인 품목이나 특가 제품만 구입하고 반품도 자주하는 소비자다. 분류를 마친 베스트바이는 마케팅 대상자 명단에서 ‘악마’ 고객을 제외하고 반품시 15%의 재고 비용을 부과했다
 
 



 
 



미국 서해안 지역에는 광활한 잔디가 펼쳐진 수천여 곳의 골프 코스가 있다. 미 중서부에 위치한 한 잔디 관리용품 제조업체는 이 지역을 완벽한 신규 시장으로 평가했다. 서해안 지역에 처음 진출한 이 회사는 초기에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막강한 시장 침투력을 과시했으며, 26%의 매출 총 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왜 이 회사의 재무 상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이 회사가 관행에 따라 무료로 상품을 배송했기 때문이다. 중서부 지역에서 서해안 지역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경영진은 회사가 서해안 지역과 거래를 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6∼8%의 손실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서해안 지역으로 사업장을 확대할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고객의 실질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면 이 회사는 파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객 수익성을 잘못 파악하고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회사는 없다. 특히 조금만 원가를 잘못 계산해도 수익과 손실이 뒤바뀔 수 있는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즉 고객 수익성 분석 방법을 개선하는 건 회사의 재무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적은 투자만으로도 이러한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사례가 많다. 직원들은 경기가 위축됐을 때 조직 내 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지금 바로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 경기 침체는 매출 증진과 더불어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다.
 
회사 주머니로 수익 챙기기
올바른 고객 수익성 분석은 어떤 고객이 수익성이 높은지를 알려줄 뿐 아니라, 특정 고객이 다른 고객보다 왜 수익성이 높거나 낮은지를 파악하도록 해준다. 전략적 측면에서 이 정보는 성장 전략에서부터 시장 세분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고객과의 거래에 드는 비용 절감, 영업 인력의 협상 조건 개선, 효과적인 단가 책정 및 프로모션 개발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여러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
 
문제는 스스로 고객의 수익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 대다수 기업들이 실제로는 그릇된 정보에 따라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매출 총 이익을 총체적 수익성 측정 지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지표는 환산하기 어려운 비용, 마케팅이나 유통 비용과 같이 개별 거래에서 추출할 수 없는 비용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설사 이러한 비용을 측정하더라도 이를 총체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특정 고객, 세분 시장,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생기는 차이를 무시하는 잘못을 범한다.
 
100억 달러 규모의 한 미국 유통업체는 각 거래별 매출 총 이익에서 거래에 드는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거래 수익성을 계산했다. 그러나 매장별 효율성에 관계없이 모든 매장에 대해 일률적인 퍼센티지를 적용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즉 매장별 판매 비용이라는 중요한 변수를 간과했다. 이에 경영진은 이 계산법을 수정해 각 매장별 거래 비용을 반영했다. 그 후에야 어떤 매장을 폐쇄할 것이며, 어떤 장소에 지역 사무소를 개설할 것인지 등등 여러 유용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정보는 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기업들은 단순히 모든 고객뿐 아니라 그 고객들이 수행한 모든 거래를 살펴봄으로써 각 거래별 수익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때 모든 상위 수준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토대인 ‘주머니 이윤(pocket margin)’에 기반한 각 거래별 수익성을 파악해야 한다.
 
주머니 이윤이란 매출 원가뿐 아니라 거래와 관련된 제반 비용을 표시 가격에서 제한 후 회사의 주머니에 남겨지는 금액을 말한다. 거래 관련 비용은 송장에서 차감되는 할인이나 프로모션 비용처럼 명백히 드러나는 비용에서부터 운송, 보관, 그 밖의 간접비로 분류되는 기타 비용처럼 간과하기 쉬운 비용까지 포함한다. 거래의 각 시점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순차적인 각각의 거래 비용이 표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가격 폭포(price waterfall)’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그림1)
 
 
 
다른 측정 지표들은 고객별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일부 비용 발생 요소들을 간과한다. 반면 주머니 이윤은 각 거래에서 매출이 얼마나 생기는지, 이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가 지출하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 비용이 언제, 왜 발생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또한 주머니 이윤은 모든 거래 시점에서 측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근거해 산출한 수치는 개별 고객에서부터 광범위한 세분 시장에 이르기까지 어떤 범위에서든 비용과 매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고객은 말해주지 않지만 주머니 이윤은 말해주는 사실
주머니 이윤에 기반한 수치를 통해 기업들은 그들이 누구로부터 얼마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 얼마를 지출하고 있는지, 이 결과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발견한다. 고객 수익성 수치는 매출보다 거래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달리 말해 수익성이 낮은 고객을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손실을 가져오는 고객이 누군지를 파악하기만 한다면, 기업은 이런 고객들을 수익성 있는 구매자로 바꾸거나 아예 몰아낼 수 있다.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이런 접근법을 시행했다.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브래드 앤더슨의 방침에 따라 베스트바이는 자사의 고객을 ‘천사’와 ‘악마’로 분류했다. 천사란 고화질 TV, 휴대용 전자기기, 기타 제품들을 제대로 된 소매 가격에 구입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반면 악마는 할인 품목이나 특가 제품만 구입하고, 구매품의 상당수를 반품하는 등 회사의 수익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끼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이 분류를 마친 후 베스트바이는 제품 재고를 늘리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천사’ 고객들과의 거래를 더욱 늘리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마케팅 대상자 명단에서 ‘악마’ 고객들을 제외하고 제품 반품 시 15%의 재고 비용을 부과했다. ‘악마’ 고객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수익성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거대 고객들과의 거래에는 특별 조항, 이례적인 배송 조건, 그 밖에 회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특수한 사항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사항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 폭포는 거래 비용이 불균형적으로 높거나, 주머니 이윤이 평균 이하로 낮게 나타나는 고객들이 누군지 기업들에 알려준다.
 
매출 90억 달러 규모의 한 다국적 제조업체는 거대 고객 회사가 그들의 주문 사항이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을 때마다 임의로 송장 금액을 삭감해왔음을 알았다. 가격 폭포를 구축하기 위해 거래 내역을 검토하지 않았다면 발견할 수 없었을 정보였다. 이 고객 회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고객이었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거대 고객 회사와 분란을 일으키기를 원치 않았다. 때문에 이 회사의 회계 담당자는 고객의 수익성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는 ‘미결’ 비용 항목에 이 차액을 기입해왔다.
 
문제는 이 미결제 금액을 수익성 측정에 적용하자 이 고객 회사가 생각만큼 수익성이 높은 고객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이 업체는 현재 고객 회사의 일방적인 벌칙성 결제금 삭감을 쌍방 합의로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그리고 향후 협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잘못된 세분 시장에 속해 있어요”
기업들은 흔히 인구 통계학적 기준이나 각 고객이 창출하는 매출액에 따라 고객들을 세분화한다. 이 접근법은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과 같은 목적에는 들어맞을 수 있다. 하지만 수익 관리를 위해서는 수익성에 따른 고객 세분화가 훨씬 효과적이다. 기업들은 각 수익성 단계에 입각해 고객들 간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익성 높은 고객이 누구이고,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구매하며, 그들과의 거래 비용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다. 또 수익성이 낮은 거래를 수익성이 높은 형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침도 얻을 수 있다.
 
앞서 논의했던 미 중서부의 잔디 관리용품 제조업체는 결국 고객 세분화 방식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서해안 지역에 대한 수익성 증진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새로운 고객 세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소(이 지역에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큰가?)와 고객 브랜드(고객이 페블 비치와 같은 유명 골프장을 선호하는가, 이름 없는 공영 골프 코스에도 만족하는가)를 고려했다. 다양한 가격 및 서비스 변화가 각 세분 시장별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이후 이 회사는 일부 세분 시장 고객에게는 업계 관행을 깨고 운송료를 부과했다. 대신 영업 방문 횟수를 늘리고, 보상 기간을 확대하며, 비용 부담은 적지만 고객이 중요시하는 다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수익 증진을 도모했다. 반면 다른 세분 시장 고객에게는 운송료를 부과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는 대신, 더욱 높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서비스 조건을 변경했다.
 
한 다국적 음료 유통업체는 매출 기여도에 따라 고객을 ‘대형’ 구매자와 ‘소형’ 구매자로 분류했다. 이후 이 고객들을 다시 수익성 높은 세분 시장과 수익성 낮은 세분 시장으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는 대형 고객 집단과 소형 고객 집단의 수익 발생 요인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형 고객의 수익성은 상품 조합에 달려 있는 반면, 소형 고객의 수익성은 주로 방문 영업 비용에 좌우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각 세분 시장별로 상이한 전술을 도입해야 함을 깨달은 셈이다.
 
결국 이 회사는 대형 고객에 대한 상품 조합을 변경했고, 소형 고객에게는 영업 비용을 줄이는 이중 전략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연간 1000만 달러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작은 변화가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필요하다면 더 많은 비용을 부과하세요”
대부분의 고객에게 가격은 구매 판단 근거의 전부가 아니다. 많은 고객들은 주문 횟수나 배송 방법 등 거래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구매 절차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고, 이에 관한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을 내놓는다. 문제는 영업 인력들이 주문이나 배송 방법에 대한 고객 요구에 대해 무상 혹은 최소한의 수수료만으로 응하려 한다는 점이다. 고객과 좋은 관계가 깨질까 걱정하거나, 추가 비용을 얼마나 청구해야 할지 잘 몰라서다. B2B 영업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고객 수익성 분석은 고객의 개인별 요구 사항이 거래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분석해준다. 때문에 영업 인력이 이를 이용하면 최고의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 고객의 요구 사항에 적절한 추가 요금을 얼마나 부과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조그마한 실수로 기업의 이윤이 새어나가는 걸 막아준다는 뜻이다.
 
아울러 거래 비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업은 고객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회사에는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객들의 구매 행위를 바꿀 수 있다. 이는 수익 향상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다. 중요한 점은 이때 기업들이 고객에게 구매 행위 변화를 요청하는 대신, 가격이나 다른 요소에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거래 비용을 분석해 훌륭한 협상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가격 및 서비스 조정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다국적 음료 유통업체는 수익성이 낮은 일부 소형 고객에 대한 방문 영업 횟수를 줄임으로써 영업 비용을 절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고객들에게 한 번에 구매하는 양을 늘리도록 주문하는 대신 가격을 낮추거나,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른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 전술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기업들은 2가지 종류의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첫째, 거래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파악하고, 정책 변화가 주머니 이윤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예측하며, 회사가 과연 이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 실행 가능성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회사 내 필요한 인력들에게 적절히 전달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영업 인력은 가격 폭포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고객들이 자사와의 거래에서 중요시하는 사안은 무엇이며 필요한 변화를 위해 그들이 기꺼이 지불하려 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그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유능한 영업 담당자들은 고객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알아낼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고객의 소리’ 설문조사를 고객 면접과 병행해 실시해야 한다. 고객들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B2C 기업들은 종종 이러한 이유로 시장 조사를 실시한다. 고객 조사를 하기 어려울 때는 공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업계 및 시장 데이터를 대안으로 활용해도 좋다.
 
고객 수익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판매 촉진, 성장 증진, 수익성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그 밖의 모든 활동의 가치를 재조명해준다. 예를 들어 한 소비재 회사는 일부 유통 매장에서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하면서 제품 전시 시설물 등으로 생긴 전기료를 지불했다. 회사는 이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면 수익이 15%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2000개 매장에 행사를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회사의 기존 인프라로는 2000개 매장을 추가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경영진은 이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행사를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 때 회사가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행사 비용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이 회사는 행사 실시 매장을 통합하거나 수익성 없는 요소를 제거했다. 현재 프로모션의 수익성은 30% 늘었고, 향후 프로모션 확대를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수익성 없는 계획이더라도 기업의 전략이나 전사적 차원에서 이를 유지할 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대규모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예를 보자. 이 회사의 경영진은 주요 시장 중 하나인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는 독점 계약을 지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했다. 수익성 분석에 따르면 그 경기장의 자동판매기는 회사의 통상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분석 자료를 검토한 후 경영진은 그 장소를 확보해 생기는 브랜드 인지 효과가 낮은 수익성을 상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 그렇게 판매한다면 다시 당신의 제품을 사겠어요”
모든 영업 사원들은 재구매를 유발하는 미끼 상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떤 상품이 효과적인 미끼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고객 수익성을 검토하는 일은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할 때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고객의 거래 내역을 살펴봄으로써 기업은 어떤 상품이 추가 판매를 가져올지 판단할 수 있다. 또 어떤 상품 및 가격 조합이 고객 충성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며 수익성도 낮은 특가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의 한 의류 유통업체는 고객 수익성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자사 상품을 ‘투자’ ‘개발’ ‘보유’ ‘수확’의 4가지 항목으로 재분류했다. 이는 각각의 상품이 이윤과 매출을 창출하는 데 담당하는 역할을 반영한 분류법이다. 새로운 분류 모형으로 이 회사는 가격 책정, 프로모션, 매장 설계를 다각도로 개선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휴가철에 집중적인 판촉을 벌였던 일부 ‘잘나가는’ 상품들이 실제로는 주로 특가 제품만을 노리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탓에 높은 수익을 가져오는 장기적인 고객 관계 구축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음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이들 상품을 휴가철 판촉대의 후면으로 배치해 비중을 줄였다. 또한 이 분석을 통해 과거 고객 충성도와 수익성을 높이는 데 효과를 나타냈던 방식, 즉 기프트 카드 형태로 금액을 환급해주는 대신 액세서리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등으로 프로모션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왜 지금 당장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주머니 가격에 기반한 고객 수익성 분석에 대한 오해는 이 분석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므로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시행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물론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어느 정도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작은 투자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뒀음을 감안하면 이 정도 초기 투자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 처음에는 하나의 생산 라인, 사업 부문,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회사의 자원이 허락하는 대로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릴 수도 있다.
 
세계적인 한 화학 회사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실적이 낮은 사업 부문 3곳에 우선적으로 시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 사업 부문을 선정한 이유는 실적이 좋은 사업 부문보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거부감이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시험 프로젝트 시행 중에 이들 사업 부문들은 고객을 퇴출하고, 상품을 합리화하며, 특정 세분 시장에서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등 작은 변화들을 시도했다. 결과는 놀라워 1년 만에 수익이 1억6500만 달러나 늘어났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보다 100배 많은 액수였다.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놀라게 했으며, 이 프로젝트를 전 세계적으로 확대 시행하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초기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출된 고객들이 더욱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조건에서는 이 회사의 제품을 다시 구매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사의 가치를 고객에게 어떻게 판매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어떤 정책을 고수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아는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대담한 정책을 시행해도 좋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한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기업들이 자세한 서비스 비용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개별 거래의 비용을 추산하려 하거나, 혹은 고객 거래 내역을 작성하려 할 때 반드시 활동 기준 원가(activity based cost) 제도나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 기업들은 다른 용도를 위해서라도 고객 수익성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영업 사원의 시간 및 경비 보고서, 운송 체계, 마케팅 예산, 지불 및 수금 관련 문서 등 적절한 부문에 대한 작은 조사만 수행한다면 기초적 수준의 고객 수익성 분석 정보를 충분히 모을 수 있다.
 
공공연히 수집된 적이 없는 정보조차 때로는 기본적인 데이터에서 추출할 수 있다. 고객 충성도 카드 제도가 없어 고객 수익성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한 유통업체는 고객들이 신원 보증을 위해 제공한 신용카드 번호, 전화번호, e메일 주소를 연계해 고객 거래 내역을 구축할 수 있었다.
 
기업이 고객 수익성을 개선해 혜택을 누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경험상 많은 기업들은 최소 8∼12주 이내에 그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변화를 시도했을 때조차 아무리 늦어도 12주 안에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
 
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수익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부속품 시장에 자사가 판매한 수많은 부품들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12주 동안 시장 및 부품업체의 비용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많은 부품의 가격이 부풀려져 있어 이를 판매하는 거래처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반면 일부 부품은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판매할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 이에 회사는 데이터 분석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속히 이들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 결과 다음 분석 결과가 도출된 시기에는 이미 괄목할 만한 매출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고객 수익성 분석을 시작하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는 경기가 좋을 땐 착수하기 힘든 조직 내 변화를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쉽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영업 인력, 직원들은 경제가 활황일 때보다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힘든 결정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그들의 이러한 태도는 새로운 과정과 절차의 도입을 앞당겨줄 뿐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보다 훨씬 획기적인 변화를 창출하도록 해준다.
경기 침체기를 장애물로 여기지 말고 고객 수익성 관리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호기로 받아들여라. 우선 쉽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점부터 시작하고, 그 혜택을 재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며, 목표를 높게 잡길 바란다. 고객 수익성 분석을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고객들의 진정한 수익성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이는 경제가 회복될 때 새로운 성장을 추구할 준비를 누구보다 잘 갖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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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에 33% 더!”
이는 앞서 언급한 다국적 음료 유통업체의 수익을 크게 저해한 마케팅 프로모션 문구다. 표면적으로 이 회사의 문제는 단순했다. 수익성 낮은 대형 고객들이 이윤이 낮은 대표 브랜드만 구매하고, 회사의 이윤을 높여주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매우 적게 구매했다. 회사 경영진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적정한 수익성을 보장해줬던 대형 고객들이 왜 갑자기 수익성 낮은 구매 패턴으로 돌아섰는지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문제는 프로모션 문구에 있었다. 이 회사는 자사의 대표 브랜드 판매를 늘리기 위해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해당 음료의 양을 30% 늘렸다. 물론 양이 늘어난 만큼 해당 제품의 매출도 증가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군의 매출이 크게 잠식당했고, 이것이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대형 고객들의 편향된 구매 패턴을 어떻게 다시 수익성이 높은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었을까? 경영진은 고객들의 누적 구매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아냈다. 비용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고객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제품의 양만 늘어난 대표 브랜드를 집중 구매하고 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상품 조합 전략을 변경해 지역별 가격 조정부터 단행했다. 비용에 민감한 고객이 많은 지역의 상품 조합과 제품 가격을 재조정했고,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제품도 선보였다.

에드 존슨
은 딜로이트 컨설팅의 매니저이며, 고객 및 시장 전략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마이크 시모네토는 딜로이트 컨설팅의 사장이자 가격 및 수익성 관리 부문 책임자다. 줄리 미한과 란짓 싱은 딜로이트 컨설팅의 상임 매니저로, 고객 및 시장 전략 분야를 맡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딜로이트리뷰> 2009년 하반기 호에 실린 에드 존슨, 마이크 시모네토, 줄리 미한, 란짓 싱의 글 ‘How Profitable Are Your Customers… Reall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