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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산업, 경계의 벽 허물다

권기덕 | 41호 (2009년 9월 Issue 2)
미디어 산업의 빅뱅이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통신, 방송, 인터넷 등에서 산업 간 장벽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TV, 신문, 라디오, 잡지 등 전통 매체에서도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통 미디어와 뉴 미디어 간 명암도 크게 엇갈렸다. 2006년 국내 음반 및 비디오 시장의 규모는 각각 1998년의 25%, 50%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해 국내 디지털 음악 시장 규모는 전통 음반 시장보다 3배나 커졌다.
 
해외 언론사들의 변신 속도도 대단하다.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인수했고, 톰슨파이낸셜은 로이터통신을 사들였다. 영국의 BBC 등 공영방송까지도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미래 미디어 산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변신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현재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은 크게 3가지 부문의 벽을 파괴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첫째, 업종의 벽을 넘어선 혁신을 추구한다. 자사의 고유 영역을 넘어 타 업종과 연계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신문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교육 사업을 자사의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07년 워싱턴포스트 전체 매출 중 50% 정도가 교육 사업에서 발생했다. <비즈니스위크(BW)>의 발행회사인 맥그로 힐 역시 자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금융 서비스가 전체 매출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국경을 넘어선다. 미디어 산업은 본래 지역 산업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영향으로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언론사가 늘고 있다. 해외 진출의 개념도 예전과 다르다. 과거에는 단순히 자사의 프로그램을 해외 언론사에 판매하는 수준이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신문 서비스나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판매하고 광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다.
 
셋째, 온-오프라인의 파괴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미디어 업체들은 인터넷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오프라인 사업에만 전념했다. 하지만 과감히 온라인 시장을 개척한 회사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노르웨이의 신문 대기업 십스테드는 1995년부터 일찌감치 인터넷 사업에 진출했다. 그 결과 2007년 매출의 20%, 영업이익의 44%를 인터넷 사업에서 창출했다. 영업이익 44%라는 수치는 세계 신문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인 ABC는 2005년 미국 메이저 방송사 중 최초로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같은 자사의 드라마를 판매했다. 또 독일의 동영상 사이트인 맥스돔과도 계약을 맺고 유료 이용자들에게 <로스트>나 <위기의 주부들>을 TV 방영일보다 최대 7일 먼저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미디어 업계는 글로벌 미디어 업체만큼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수익성 악화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디어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에서 혁신을 꾀하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며,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참신한 시도가 필요하다. 한국 미디어 기업들이 하루속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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