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건축가는 성장의 원동력

40호 (2009년 9월 Issue 1)

안도 다다오, 렘 쿨하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마리오 보타, 필립 스탁, 프랭크 게리…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20, 21세기를 주름잡은 세계적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다. 필자는 스페이스 마케팅을 연구하면서 스타 건축가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느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첼시는 세계 각국에서 스타 축구선수를 여럿 데려와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해당 선수들의 모국에서는 EPL 경기를 주목해 볼 수밖에 없다. 이를 노려 EPL은 세계 각국에 엄청나게 비싼 돈을 받고 중계권을 판매한다.
 
세계적 건축가를 키워야
어떤 분야에서건 사람들의 주목과 관심은 실질적인 구매나 참여로 확대된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옴으로써 시장이 커지고, 기업의 이익도 늘어난다. 스타 건축가나 디자이너 역시 이런 효과를 만들어낸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 이유다.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손잡고 최근 경희궁 앞에 움직이는 전시관 ‘트랜스포머’를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는 마리오 보타, 장 누벨과 함께 삼성 리움박물관을 설계하기도 했다. 2000년 건축 분야 노벨상으로 꼽히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쿨하스는 1996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하며 건축과 사회의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도시 계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올해 초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주목을 받았던 베이징 CCTV 본사 건물도 쿨하스가 설계했다. 이 건물은 계획 당시부터 세계 각국 언론으로부터 ‘21세기 불가사의’ ‘새로운 건축물’이라는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건물이 완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디스커버리 채널이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의 방식은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서 건축 비평가들로부터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는다. 호불호가 분명한 만큼 열성적 마니아들도 많다.
 
필립 스탁은 현존하는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자 21세기 최고의 르네상스맨으로 불린다. 그의 대표작은 유로스타 열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와 더 유명해진 파리의 콩(Kong) 카페, 샌프란시스코 클리프 호텔, 뉴욕 파라마운트 호텔과 허드슨 호텔 등이다. 미국의 모건 호텔 그룹은 아예 필립 스탁에게 그룹의 상당수 호텔 디자인을 일임했다. 그가 설계한 보스턴 에임스 호텔, 런던 샌더슨 호텔, 로스앤젤레스(LA)의 몬드리안 호텔 등도 문을 열기가 무섭게 그 도시의 트렌드 리더들이 찾는 유명 호텔로 떠올랐다. 호텔 업계에서 트렌드는 매우 중요하다. 필립 스탁이 디자인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일본의 안도 다다오와 스위스의 마리오 보타는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본 고베와 스위스 티치노는 매우 작은 도시지만 각각 다다오와 보타의 작품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세계 각국의 건축가, 건축가 지망생, 디자인 관련 업계 사람들이 엄청나게 찾아온다. 이들의 작품이 해당 도시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스타 건축가와 지역 경제 성장
건축가와 지역 경제의 상관관계를 논하자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대표 건축가인 그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와 함께 현대 건축의 4대 거장 중 한 명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시카고의 낙수장(Falling Water)이 그의 대표작이다. 모더니즘 건축의 창조자로 손꼽히는 라이트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건축 작품과 저서를 남겼다.
 
 

 
역사 보존 연구의 권위자인 도노반 리케마는 시카고에 있는 라이트의 작품을 찾는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이 연간 26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호텔이나 식당 등 관련 업종에서 얻는 이익만 매년 160만 달러에 달한다. 방문객의 66%는 시카고 외부에서 왔고, 이들 중 19%는 이미 시카고를 한 번 이상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관련 일자리도 2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 라이트가 시카고 경제에 미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많은 기업들은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나 디자이너들과 작업하는 일을 단순한 비용 지출로 여기지 않는다. 그 자체가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임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손잡으면서 예술과 문화를 애호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다. 루이비통이나 프라다처럼 스타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해 협업 마케팅(collaboration marketing)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업이나 도시에서는 이런 사례를 발견하기 어렵다. 유명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작업했음에도 이를 드러내지 않는 기업이나 도시가 상당수다.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에서는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가 테이프 커팅에 참가하지 않았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건축가의 일생은 스토리텔링 소재
세계적인 건축가의 일생은 그 자체로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의 소재다. 일본의 전설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고졸 학력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났다. 건축도 독학으로 공부했다. 화려한 외양보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그의 작품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건 대부분 20평 내외의 주택이었다. 유명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 또한 다다오의 열혈 팬이다. 제주도의 휘닉스 아일랜드에도 그의 작품이 있다. 다다오가 설계했다는 이유로 그곳을 숙박지로 정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엄청나게 많은 양의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단 한 명의 스타 건축가도 배출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른 건축물도 없다.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이 결국 후대에 인류 전체의 문화 유산이 된다는 점에서 스타 건축가를 키워내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는 건축 프로젝트 진행 → 언론 보도로 관심 증폭 → 국제적 관심 → 입소문을 통해 방문객 증가 → 스타 건축가 탄생 → 방문객 더욱 증가 → 관련 국가와 기업에 상당한 이익 창출’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져야 할 때다.
 
편집자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객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홍성용 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가 공간의 경영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건축 설계 및 인테리어 전문가인 필자는 모이스페이스디자인(www.moi-n.com) 대표로, 홍익대 및 계원디자인예술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영화 속의 건축 이야기> <건축가의 특별한 여행법> <스페이스 마케팅>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으며, ‘스페이스 마케팅’을 중심으로 공간 전략기획 컨설팅 및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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