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생태계의 법칙을 배워라

DBR | 3호 (2008년 2월 Issue 2)
그레고리 C. 운러

자연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모범으로 삼을만한 생산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자연과학계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건전한 생태계가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이 지속가능성이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코매지네이션 프로젝트, 코카콜라의 수질 보호 노력, 월마트의 폐포장 용기 줄이기 운동, 신발 제품에서 유해 물질을 없앤다는 나이키의 방침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거대 알루미늄 기업인 알칸은 2002년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성은 종착점이 아니라, 학습과 변화의 지속적인 여정이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알칸의 판단은 틀렸다. 나는 지속가능성이 멀고 막연한 목표라기보다 실질적인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같은 시각은 내가 포천 500대 기업들의 독극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던 1980년대 정립되기 시작했다. 당시 관련 작업을 하면서 나는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토대가 무엇인지 찾아내기로 했다. 관리자, 과학자, 엔지니어, 학자, 설계자, 건축가 등과 수백 건의 인터뷰를 실시한 뒤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우리는 이미 지구상의 지속가능성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십억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정비된 지속가능성의 완벽한 모델은 바로 지구 생태계다. 1875년 지질학자인 에두아르드 수에스는 생태계를 ‘생명체가 사는 지구의 표면’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연구진들은 최근에야 지속가능한 제조 및 경영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자연의 기술을 어떻게 모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복잡하고 자기조절 기능을 갖춘 지구의 생물권은 본질적으로 35억여년 동안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뛰어난 운영 시스템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설명해주는 상호의존적 원칙들을 연구함으로써 경영자들은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기업들은 지속가능하면서도 수익성 높은 제조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해 굳이 환경친화적 기술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생태계에서 얻은 교훈을 오늘날 산업 기술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세 가지 중요한 생태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또 이 같은 법칙을 도입해 환경과 이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진취적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할 것이다. 특히 지침을 제시하기보다 객관적인 서술에 중점을 둘 것이므로 독자들은 스스로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법칙들을 완전히 도입하기 전에 여러 가지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법칙을 따르는 것은 일반적인 관행을 거스르는 일일 수도 있다. 변화는 항상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자원 활용 증가와 에너지 부담이 이미 전 세계에 압박을 가하면서 시장 여건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같은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은 더욱 지속가능한 제조 기반을 개발해야만 한다. 자연의 법칙에 부합하는 제조 및 경영 전략을 가장 먼저 마련하는 기업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
 
생태계 운영 시스템의 법칙은 자연이 생명체를 결합시켜 생태계를 구성하는데 적용되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제조업의 산업 논리는 합성 물질을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거나 주조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다. 반면 생물의 논리는 유기체를 분자 단위로 결합시키는 정교한 나노 기술을 활용해 물질을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만들어낸다. 태양광 외에는 별도의 에너지원 없이 자연은 신비롭게도 나무나 선인장을 생산해낸다. 이 같은 생명 친화적인 프로세스는 조용히 일어나며 공기와 물로부터 얻은 간단한 물질만을 생산의 매개로 사용한다.
 
RULE 01
최소한의 물질만을 사용하라.
악티늄에서 지르코늄까지 우리가 보는 모든 물질들은 주기율표의 원소들로 구성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100개 이상의 원소 가운데 자연이 모든 생명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 4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약간의 황과 인이 더해져 지구상 모든 생명체 질량의 99%를 구성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이 완전할수록 운영에는 더 적은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세기 철학자 윌리엄 오컴은 이에 착안해 ‘조건만 같다면 가장 단순한 것이 진리다’는 ‘면도날 이론’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도 간단히 “적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이런 생태계의 단순성은 합성 물질을 사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기업들의 접근법과는 상반된다. 기업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새로운 물질은 제품에 새로운 성능과 특징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칩 포장봉지를 생각해보자. 이 포장 봉지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각기 다른 기능을 지닌 얇은 물질을 정교하게 여러 겹 붙인 것이다. 가장 안쪽 면은 감자칩과 반응하지 않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하고 습기를 방지하는 물질, 태양광을 막아주는 금속 호일, 상표나 설명서를 인쇄할 수 있는 재질을 붙인 뒤 가장 겉에는 인쇄된 부분이 지워지지 않도록 하는 투명한 물질을 부착한다.
 
수 없이 많은 특수 물질을 사용하는데 익숙한 설계자는 이 같은 물질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을 어리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단순성을 모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재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반면 감자칩 봉지의 금속 호일 층은 저렴한 비용으로 회수할 수가 없다. 게다가 최소한의 자원만 활용하는 자연은 인류 산업보다 훨씬 더 진화된 제품을 생산해낸다. 전복은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도자기보다 두 배는 강한 진주를 만들어낸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튼튼하지만 무게는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가볍다. 자연은 쉽게 재활용되는 물질을 독창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RULE 02
재료의 특징을 유지하며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하라.
유기체는 항상 원료를 구할 수 있다. 원료를 이동시키나 분류할 필요가 없다. 유기체가 죽으면 생태계는 이를 구성하는 물질을 거둔 뒤 이를 생산 프로세스에 다시 투입한다. 진화적인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자연은 이들 물질을 계속 순환시키면서 반복적으로 재사용한다. 물질의 가치는 여러 세대에 걸쳐 재활용되는 동안에도 질이나 기능이 손실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된다. 이것이 바로 물질의 순환 시 원래의 특징을 계속 유지하며 재활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업사이클링은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재활용을 말한다.
 
반대로 컴퓨터 본체를 소각해 과속방지턱으로 제조하는 것과 같은 형태를 다운사이클링(down cycling)이라고 한다. 이는 물질의 본래 가치를 파괴시킨다. 생물권에서는 이 같은 다운사이클링이 일어나지 않는다. 최초의 시아노 박테리아에서 인류에 이르기까지 자연은 같은 물질들을 더 복잡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선순환시킨다. 이를 통해 생물권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통합되고 지속가능한 유기체의 공동체로 진화하는데 기여했다.
 
196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신제품이 빨리 구식이 되도록 설계하는 편법을 써 비난을 받았다. 이를 ‘계획적 노화(planned obsolescence)’라고 부른다. 환경론자들은 재활용이 이런 계획적 노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극도로 혐오한다. 양심적 제조업체들도 계획적 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죽음이라고 부르는 생물학적 노화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옛 것을 내보내고 새 것을 들이는 이 과정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정이 없다면 생태계는 진화할 수 없다. 생태계의 법칙이라는 관점에서 ‘계획적 구식화’는 지속 가능성있는 경영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기업은 이를 통해 환경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
 
RULE 03공통 기반의 힘을 활용하라. 
지구에는 3000만개에서 1억 개의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으며 놀랍게도 모두가 하나의 근본 뼈대를 공유하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 구조는 이미 30억 년 전 최초의 다세포 유기체에 의해 결정됐다. 그 후 진화 과정을 통해 생명체가 매우 복잡해졌지만 삼엽충부터 인간까지 모든 생물은 자연의 최초 뼈대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뼈대는 다목적 기반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활용되면서 오늘날의 경이로운 생물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이런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생명체는 심해는 물론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어디에서든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다.
 
관리자들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산업 논리가 이런 생태계의 법칙과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다목적 컴퓨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MS워드, 미디어 플레이어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제조업계 역시 이런 기반 전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각기 다른 모델도 동일한 부품이나 구동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태계의 법칙 생태계의 법칙은 지속가능한 제품 기반을 활용하는 전략 전반에 녹아들어 있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어떤 기업이 이런 전략을 한 제품 라인 전반으로 확대할 경우 생산 규모가 늘면서 상대적 비용은 줄어든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면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달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법칙 모두를 따라 지속가능한 제조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은 거의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쇼 인더스트리가 가장 근접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카펫 타일 생산업체인 쇼 인더스트리는 폐(廢) 카펫의 95% 이상이 분쇄 후 매립된다는 환경적 우려와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던 1999년 ‘21세기의 카펫’이라는 기치를 걸고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쇼 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카펫 타일은 카펫을 평평하게 고정시키는 바닥판과 발이 닿는 표면 섬유로 이뤄져있다.
 
1995년까지 쇼 인더스트리는 폴리염화비닐(PVC) 플라스틱 소재 바닥판에 상표를 붙여 생산했다. 하지만 PVC는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으며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이에 쇼 인더스트리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속가능한 제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욱 단순한 무해 물질을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쇼 인더스트리는 ‘나일론6’를 통해 PVC를 함유하지 않은 에코웍스(Ecoworx)라는 신재료를 만들어냈다. 쇼 인더스트리는 수명이 다한 카펫을 수거해 바닥판을 뜯어내고 분쇄한 뒤 다시 제조 공정으로 투입하는 통합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다. 쇼는 이 시스템을 통해 전혀 새로운 카펫 타일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에코웍스는 2003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으로부터 친환경 화학제품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쇼 인더스트리는 이처럼 지속가능한 제품 기반 덕에 업계의 고질적 우려인 원자재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카펫 대부분의 바닥판과 섬유에는 기본적으로 석유가 사용된다. 쇼 인더스트리가 에코웍스를 만들었을 때 국제 유가는 배럴 당 19달러였다. 현재 유가가 당시의 5배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쇼 인더스트리의 선견지명에 경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이 아니라 대도시에서 자원을 조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생물권 법칙의 단계적 도입 쇼 인더스트리의 성공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고위 경영진들은 최첨단 생산 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입증되지 않는 기술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고객들이 카펫의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둘 것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었다. 궁극적으로 쇼의 경영진은 미래 경쟁 우위가 될 지속가능한 제품 기반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확신과 신념을 고취한 것이다. 모든 기업이 이 같은 모험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지속가능한 제조로의 전환은 극적이기 때문에 조직의 반발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이를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생태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소나무 숲, 고산 초원 등 새로운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형성된 상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들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종들이 주변 환경을 더 크고 다양한 유기체 서식에 우호적으로 변화시키는 천이(遷移)라는 단계적 과정을 거쳐 성장한다. 생태계의 법칙은 그 다음 단계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조직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들 법칙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비용은 최소화되며 전환도 질서 있게 이뤄진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접근이 지속적 노력의 동기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1단계: 사용 자원을 최소화하라 
생태계의 법칙을 도입하고자 하는 관리자들은 첫번째 단계로 자원 선택 전략을 재고하고 기업 생산에 사용되는 자원의 종류와 수를 대대적으로 단순화시켜야 한다. 이 단계는 특히 비용 효율적으로 재활용을 하려는 기업에 필수적이다.
 
가구 제조업체 허먼 밀러는 주력 제품인 에어론(Aeron) 의자의 부품이 200개 이상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속가능 경영을 지지하는 윌리엄 맥도너와 마이클 브라운가르트가 설립한 맥도너 브라운가르트 디자인 케미스트리(MBDC)가 에어론 의자의 화학적 성질을 분석한 결과 200개의 부품은 800개의 화학물질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업계의 기본 관행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과도한 투입물은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된다. 허먼 밀러는 이런 분석에 입각해 2003년 부품을 대폭 단순화하고 이 가운데 96%를 재활용할 수 있는 미라(Mirra) 의자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조직이 어떻게 자원 선택을 재고할 수 있을까? 많은 기업들은 환경적으로 유해 가능성이 있는 부품을 공급 단계에서 제거하기 위해 독성물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는 공급업체들에 간단한 금지물질 목록을 전송하는 것에서부터 특정 제품의 투입물을 실험실에서 분석하도록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공급업체들로부터 제품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들 물질의 환경 및 인체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물질은 별도로 구분해 제거한다. 스위스의 화학 거대기업 시바 가이기(Ciba Geigy)는 이런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 수 있음을 체험한 적이 있다. 1995년 MBDC가 시바가 생산하는 1600개의 화학염료를 검사한 결과 불과 16개만이 테스트를 통과했다.
 
독성물질 검사는 유용하기는 하지만 발전적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최상의 물질을 골라내기보다 위험한 물질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법을 택하든 폐기물과 독극물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너무 더딘 방식이다. 관리자들은 행동을 취하기보다 분석에만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성능, 미적인 측면과 같은 기존 자원 선택 기준을 넘어서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하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두 번째 생물권 법칙은 물리적 측면, 경제적 측면의 두 가지 기준을 추가로 제시해 준다.
 
물리적으로 업사이클링이 가능해야 한다 모든 자원이 업사이클링이 가능하지는 않다. 쇼 인더스트리가 에코웍스에 사용한 나일론 6는 업사이클링이 가능하지만 비슷한 재료인 나일론 6,6는 그렇지 못하다. 나일론 6는 고부가가치의 카펫 섬유로 재활용할 수 있으나 나일론 6,6는 기껏해야 자동차 수납함과 같은 질 낮은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전부다.
 
자원 재활용의 비용은 효율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자원을 구입하는 것과 재가공 자원을 사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비용이 덜 드는가?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면 성공한 것이다. 철강 중 최대 75%, 알루미늄의 50%가 재활용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재활용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단계: 설계를 재고하라 
통상 기술자들은 새로운 설계라는 과제와 만났을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 제품에 맞는 최적의 재질은 무엇일까?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현재 보유한 자원을 이용해 이 제품의 사양을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혹은 제한된 자원에서 어떻게 새롭고 멋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재활용 작업을 발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관리자들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제품 수명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자연계에서 박테리아는 토끼의 시체를 재활용한다. 여기에 에너지와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에 민감한 관리자들은 생태효율성(eco efficiency)이라는 이름 아래 제품에 사용되는 자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물론 해당 제품이 사용된 후 바로 폐기된다면 이런 노력은 효과를 거둘 것이다. 하지만 그 자원을 경제적으로 재활용하고자 할 때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폴리아미드 2000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1990년대에는 매년 50억 톤에 가까운 폐 카펫이 매립되는 반면 재활용되는 폐 카펫은 5%에도 못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카펫 제조업체들은 비정부기구와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런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카펫 업계는 옛 동독에 위치한 거대한 폴리아미드 2000 설비로 눈을 돌렸다. 이 시설은 다 쓴 카펫에서 나일론 표면 섬유를 재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되는 표면 섬유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카펫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다 화학적으로 분해한 뒤 새 것과 같은 물질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정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나일론을 새로 생산할 때보다 적었기 때문에 수익성 제고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폴리아미드 설비는 매우 효율적인 조립 라인 접근법에 기반을 둔 것으로 업계의 기적과도 같았다. 공장으로 들어온 폐 카펫은 세탁 후 컨베이어를 통해 섬유를 원료로 분해시키는 화학 장비로 운반됐다. 당초에는 이 공장을 통해 매년 2억5000만 파운드 이상의 폐 카펫에서 2000만 파운드의 새 나일론 6을 뽑아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다. 하지만 3년 만에 공장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토록 유망하던 친환경적 해결책이 그렇게 극적으로 실패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 폴리아미드 기술 관리자는 “유럽 폐 카펫에서 나오는 나일론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게다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카펫 제조회사들이 나일론 섬유를 45% 사용한 반면 유럽 업체들은 사용량을 25%로 줄였다. 이런 방법을 통해 원료는 절감할 수 있었지만 폐 카펫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과정에서는 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폴리아미드가 택한 친환경 전략은 실패하고 말았다. 제조업체들이 폴리아미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제품 설계를 시작할 때부터 재활용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3단계: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라 
자원을 최소한으로 활용하고 업사이클링 과정을 도입할 경우 사실상 모든 제품 라인에 대한 지속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2005년 등산장비 소매업체 파타고니아가 일본 섬유 제조사인 테이진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실시한 ‘평상복 원단 재생 프로그램(Common Threads Garment Recycling Program)’이 바로 이런 전략이다. 테이진은 파타고니아의 카필린 브랜드 기능성 속옷을 2세대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재활용해 파타고니아가 이를 다음 계절 의류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파타고니아는 이런 기반을 속옷뿐 아니라 양모 의류제품으로까지 확대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따라 기존 제품과 신제품 생산에 기본 원료와 순환적 생산 시스템을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꾸준한 영업 수익을 가져다주는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
 
생태계의 법칙을 따르면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우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 원료를 단순화할 경우 공급체인의 복잡성이 감소하고 공급업체의 수도 줄어든다. 이로 인해 공급업체들은 가격 할인과 개선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 패브릭은 원료 단순화만으로도 연간 3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원료를 재활용하는 것 역시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파타고니아가 속옷제품의 원료를 재생하는데 들인 에너지 비용은 원료에서 새로 섬유를 생산하는 비용보다 76% 저렴했다. 쇼 인더스트리 역시 나일론 6을 재선순환시킴으로써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각각 20%, 50% 절약할 수 있었다. 2006년 쇼 인더스트리는 카펫 타일 기반을 전체 카펫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광폭 융단으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제품 생산 기반을 활용하는 기업은 장기적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4단계: 구매자-공급자 관계를 재고하라
제품 생산 원료를 완전하게 재활용 원료로 바꿀 때 기업들은 이 전환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고객의 가정, 차고, 사무실 등에 설치된 제품을 경제적으로 회수하고 이를 다시 생산 프로세스에 투입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구매자와 공급자의 관계는 급격히 변화할 수밖에 없다. 고객은 구매한 제품을 재활용 용도로 기업에 되파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고객은 기업에 제품의 구매자이자 투입 원료의 공급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라’는 문구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매니저들은 원료 구매, 마케팅, 판매, 서비스 등을 재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수율이 고객의 다음 번 구매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향후 투입 원료 공급에 대해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이는 부분적으로 제품 수명의 영향을 받는다. 파타고니아는 속옷 제품의 원료가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약 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쇼 인더스트리는 카펫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3∼7년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회수율을 예측하는 것은 물론 제품의 수명까지 관리해야 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최신 제품으로 빨리 교체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바람직한 의도에 기반을 둔 계획적 노화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는 데 필수 요소가 되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사용된 제품이 재처리를 위해 공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물류 흐름이 거꾸로 바뀌는 복잡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부 기업들은 매우 현명한 해결책을 마련했다. 파타고니아는 쓰레기통이 우편함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고객들이 버리는 가급적 깨끗한 속옷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매장에 가져다 줄 것을 거듭 당부한 것이다. 이 방법을 택할 수 없었던 쇼 인더스트리는 사용된 제품 회수와 신제품 배달을 연결시켜 운송 트럭이 공장을 떠날 때와 돌아올 때 모두 짐을 가득 싣도록 했다.
 
이처럼 계획적 노화와 역 물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한다. 때문에 관리자들은 생태계의 법칙을 경영에 도입하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기업들은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광고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객이 다 쓴 제품을 회수해달라고 회사가 부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눈치 빠른 영업사원이라면 이런 방법이 매우 유리한 세일즈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할 것이다. 어떤 기업이 계획적 노화를 통해 기존 고객 가운데 1%만이라도 재구매자로 전환시킨다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계획적 노화는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면 기능적, 친환경적 측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새로운 제품들이 더 빨리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냉장고는 20년 전 제품에 비해 크기가 크고 에너지 효율성도 75%나 더 뛰어나지만 가격은 50% 낮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자연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불가사의다. 생물권이 수십억 년 동안 지구상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해 온 것은 진화적 성장의 발전적 순환 과정 속에서 같은 원료를 재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운이 좋다면 기업 역시 이런 생태계의 법칙을 따름으로써 수십억 년 이상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른다.

[DBR TIP] 감축·재사용·재활용 3R 슬로건을 다시 생각해 봐라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의 표면으로 정의할 수 있는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제조 관행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완벽한 모델이다. 지구 생태계는 수십여 억 년 동안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뛰어난 운영 시스템이다.
 
기업들은 이 자연의 운영 시스템을 관장하는 세 가지 법칙을 따를 수 있다. 우선, 끊임없이 공급되는 합성원료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원료를 사용함으로써 재활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새로운 제품 생산을 염두에 두고 기존 제품의 수명이 끝난 다음까지 내다보는 업사이클링을 도입할 수 있다. 끝으로,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 같이 다목적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법칙을 따를 경우 기업들은 원료 시장의 불확실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공급업체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며, 환경에 관심이 높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해 상당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자사 제품의 환경적 지속가능성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3R을 다시 생각하라
 
3R, 즉 “감축(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은 오랫동안 친환경적 자원관리의 대표적 슬로건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이를 잘못 적용할 경우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으로 가는 길에서 오히려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감축 생태 효율성은 더 적은 투입 원료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자 한다. 하지만 수명이 끝나는 시점에 어떤 제품의 원료 가치가 너무 낮아 재활용을 통해 이익을 얻기 어렵다면 소각장으로 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사용 이는 컵, 포크와 같이 단순한 제품에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전자레인지 등 다소 복잡한 제품의 경우 재사용은 오히려 지속가능성 달성을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 오늘날 생산되는 신제품은 과거 제품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짧아진 제품 수명은 기술 발전을 가속화시킨다. 최대한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려면 재사용은 제품 차원보다 원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재활용 재활용은 지속가능성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 기업이 절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유해 물질의 사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 현재 업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재활용 노력은 PVC에 대한 수요를 끊임없이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키, 혼다, 마텔 등의 기업들은 인체 유해성을 이유로 PVC 사용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그레고리 C. 운러(gregoryunruh@thunderbird.edu)는 애리조나 글렌데일 소재 선더버드 MBA 스쿨의 링컨 윤리센터 소장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