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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 미래의 경쟁력

<6> 英-佛, 수도권 영광 재현

DBR | 1호 (2008년 1월)
“새 성장엔진 달고 세계의 수도로”… 런던-파리는 리모델링 중
■ 런던 ‘템스 게이트웨이 사업’
낙후지역 대대적 재개발 항공-금융 클러스터 조성
■ 파리 ‘그랑파리 프로젝트’
도시 인프라 62조원 투입 유럽경제 허브 도약 꿈
 
《3일 프랑스 파리의 건축문화재박물관인 샤요 궁.
건물 외벽에 새로운 파리 건설을 위한 ‘그랑파리 프로젝트’ 전시회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전시장 부스에 들어서자 세계적 건축가인 프랑스의 장 누벨,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 등 10개 팀이 제안한 독창적 파리 청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
 
이날 전시장을 찾은 프레데리크 파스칼 씨(60)는 “파리는 교통난 등 연계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프랑스에 꼭 필요한 사업이며 정부 대책이 뒤늦은 감도 있다”고 말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4월 샤요 궁에서 350억 유로(약 62조 원)를 투자하는 ‘그랑파리(Grand Paris)’ 계획을 발표하고 11월 말까지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1853년 조르주외젠 오스만 남작이 샹젤리제 거리 등을 조성하고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벌인 이후 약 15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리 리모델링 사업’이 시작된 것.
 
프랑스 파리권과 영국 런던권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대도시권이 국가 경제의 성장 엔진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 “대도시권이 국가경쟁력”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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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오전 고속철도와 지하철 환승역인 파리 도심의 몽파르나스역. 자동매표기 앞에는 표를 끊으려는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취재팀에게 “줄을 서지 않고도 표를 살 수 있다”고 속삭이는 암표상도 있었다.
 
파리권의 교통 인프라는 지금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7년까지 약 10년간 교통 수요가 27% 증가하면서 한계에 부닥쳤다. 20여 년간 수도권의 성장억제 정책으로 대중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 도심을 거치지 않는 외곽 고속순환열차와 신규 광역철도(RER) 건설 등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이유다.
 
영국 런던권의 변화도 빠르다. 배를 타고 런던의 미래로 꼽히는 템스 강 하구 지역으로 내려가자 강변의 스카이라인 뒤로 도심 재개발 공사장의 대형 타워크레인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런던 시와 주변 경제권을 재개발하는 ‘2기 템스 게이트웨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유럽 최대의 도심재개발 프로젝트다. 템스 게이트웨이 서쪽의 낙후지역인 스태퍼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이 한창이었다. 영국 정부는 2016년까지 템스 강 하구지역에 항공, 금융, 창조산업 중심의 클러스터를 조성해 일자리 18만 개를 만들고 주택 16만 채를 지을 계획이다.
 
토니 메더워 런던개발청(LDA) 정무담당 국장은 “20년 전 텅 빈 부두였던 캐너리워프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듯이 앞으로 런던 동부지역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광역경제권 단위 개발정책 박차
 
프랑스의 ‘그랑파리 프로젝트’는 매년 7만 채의 주택을 짓고 파리 교외지역의 도심 접근성을 높이는 ‘파리 리모델링’ 사업이다. 파리권의 영역을 영불해협으로 확대하고 유럽 경제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피에르 망사 파리 메트로폴 담당 부시장은 “파리는 원래 부가 창출되는 지역이었지만 성장억제 정책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다른 지역도 발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정부가 수도권 발전에 눈을 돌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인구 1550만 명의 런던권(그레이터런던, 사우스이스트잉글랜드)은 동쪽 지역으로 외연을 확대해 인구 2100만 명 규모의 광역경제권인 그레이터사우스이스트(GSE)로 도약하고 있다.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영국과 프랑스는 국제적 경쟁이 가능한 광역경제권 단위의 지역개발 정책과 분권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 확보와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조, 지속가능한 성장 인프라 확충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몸집 불리기가 아닌 질적 성장 추구
 
프랑스 파리권과 영국 런던권의 경쟁이 단순한 몸집 불리기는 아니다. 도시의 성장과 집중에 따른 교통 혼잡,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질적 성장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파리 도심에서는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택시’와 공영자전거인 ‘밸리브’를 타고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파리 시는 전기 자동차 대여서비스인 ‘오토리브’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런던의 상징물인 빨간 2층 버스도 하이브리드 버스로 바뀌고 있다. 런던 시는 글로벌기업인 지멘스와 손잡고 2012년부터 신규 버스를 하이브리드 버스로 바꿀 예정이다. 런던 도심은 이미 ‘배기가스 단속구간’, ‘혼잡통행료 징수구간’ 등이 설정됐다.
런던·파리=박용 기자 parky@donga.com
동행취재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 경기도가 벤치마킹하는 유럽 철도망
깊이 84m 모스크바 지하철
환승 30만 베를린 중앙역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의 파르크 포베드이 역.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자 에스컬레이터가 땅속으로 길게 이어졌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가는 데 3분 11초가 걸렸다. 지하 84m 깊이의 이 역은 모스크바 지하철 역 중에서 가장 깊다.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126m(740계단)다.
 
‘메트로’로 불리는 모스크바 지하철과 유럽 최대 환승역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 중앙역, 프랑스 파리의 광역급행철도망(RER)이 국내 수도권 대중교통수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는 ‘깊이+속도+환승’을 갖춘 유럽의 광역철도를 모델로 현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일명 대심도철도)를 추진하고 있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는 깊이를, 베를린 중앙역에서는 환승을, 파리의 PER에서는 광역급행열차의 장점을 각각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
 
경기도와 대한교통학회, 한국교통연구원, 대학교수, 서울메트로 등은 이와 관련해 이달 초 모스크바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도입 가능성과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국내는 기존 지하철과 도로망 때문에 뾰족한 대안교통수단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35년 첫 개통한 러시아의 메트로는 현재 12개 노선(176개역) 292.9km에 달한다. 버스와 택시, 트롤리버스, 노면전차 등 모스크바 교통수단 중에서 메트로가 가장 선호되고 있다. 모스크바 메트로 교통박물관 홍보담당 알렉산드르 세르게이비치 씨는 “아직까지 열차 충돌이나 화재 등 대형 인명사고가 없을 만큼 메트로는 안전하고 빠르고 쾌적한 교통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의 하우프트반호프(중앙역)는 하루에 열차 1100편이 통과하는 독일 내 최대 환승역이다. 2006년 5월 개통한 이 역은 매일 160여 대의 고속열차와 310대의 지방열차가, 베를린 시내를 운행하는 전철 616대가 거쳐 간다.
 
독일연방철도(DB) 측은 “이곳에서 하루 30만여 명이 환승해 독일 각지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파리를 관통하면서 주변 중심도시를 급행으로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망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선진 철도교통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베를린=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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